물리학자 김만섭이 신을 만난 얘기
고인덕 지음 / 하나문화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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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신을 믿고 찾고 원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신들을 믿고 찾고 원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구한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람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신을 통해 궁극적으로 마음의 안정과 평안을 얻게된다.

처한 환경이나 상황 그것이 생활고 일수도 있고, 육신의 병일 수도 있고, 마음의 병일 수도 있다. 그런 내외부적인 환경들로 부터 벗어나고 가지지 못하고 건강하지 못해도 마음의 평안이 더러는 얻어지기도 하니 신을 부르는 많은 사람들은 그 옛날 옛날 부터 존재해왔는지도 모른다.

 

내 어릴적 기억의 대부분은 교회와 관련된 것이었고 생각이나 행동의 많은 것들이 그 틀을 벗어난 기억이 별로 없다.

독실하고 절절한 신자는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믿음이 그때엔 분명 있었음을 기억한다.

저자는 어린시절 신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던 의문의 선상에서  물리학자 김만섭이 신을 만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구분지어지지 않는 신에대한 의문은 이해할 수 없었던 어린시절을 휘리릭 둘러서 초로의 그에게서 다시 시작된것이다.

이혼한 중년의 빚만 가득한 삼류 물리학자 김만섭이 자살을 시도한다.

어찌된 영문인지 자신이 신이며 너의 자살이 성공했다는 자를 만나 그와 실갱이하듯, 말장난 하듯 신과의 대화를 하게된다.

신은 어려운 존재로 다가오지 않고 김만섭의 수준에 딱 맞게 코믹한 대화를 이리저리 이끌어간다.

김만섭은 자신이 가진 논리란 논리를 다 동원해도 전지전능전재 라는 신을 이해하기엔 한계를 느끼고 신에게 항복한다.

신과 김만섭의 대화에 등장하는 김만섭의 논리들은 신의 말 앞에서는 무력해지기도 하지만, 김만섭은 차츰 신과의 대화에서 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논리로 설명되는 신을 받아들인다.

저자는 김만섭을 통해 신이 보이고자 하는것은 신의 전지전능전재함과 논리로 설명되어질 수 없는 무한의 개념인 신을 그려내고 있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을,  물리학자 김만섭이라는 인물을 통하여 신과 대화하게 함으로써 신과 우주, 과학과 수학, 논리와 무대포, 동양의 신과 서양의 신, 색즉시공과 공즉시생 이 궁극에는 무한으로 이어지는 것임을, 그것이 곧 신임을 이야기 한다.

김만섭과 신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책의 구성은 읽는 나로 하여 때로는 김만섭의 입장이 되었다가 때로는 신의 입장이 되었다가 또, 때로는 신과 김만섭의 대화를 지켜보는 '바라보는 눈'이 되기도 하였다.

김만섭이 신에게 가진 의문들은 내가 가진 의문이기도 했고, 내가 풀어내고 싶었던 논리이기도 했다.

그 논리와 신에대한 정의가 김만섭과 신의 대화를 통해 요리조리 미로를 빠져나가듯이 흥미롭게 꾸려지는 것을 느끼며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은 듯도 하다.

 

현대의 사람들이 신을 정의하려하고 우주의 티끌도 채 되지 못하는 지식으로 신을 판가름 하려하는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내가 아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되었든 티끌 보다 작은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든다.

김만섭이 신과 대화하듯이 풀어내는 개념들이 자리잡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듯도 하지만

김만섭과 신의 대화가 형이상학적으로만 여겨지던 것들을 조금은 느슨하게 풀어준 느낌이랄까.

독특한 구성의 책이라 혼자 키득거리며 혹은 얼굴이 벌게지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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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와 정글의 소리
프레데릭 르파주 지음, 이세진 옮김 / 끌레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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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따뜻한 책을 만났다.

미카와 정글의 소리, 말 그대로 미카와 정글과 정글의 소리에 대한 이야기가 넓고 높이 펼쳐진다.

태국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입양된 아이 미카와 가족들이 미카가 정글을 유산으로 상속받으면서 펼쳐지는 모험의 이야기요, 아이들에겐 상상으로만 접근할 수 있었던 신비한 정글의 이야기이다.

간간히 보게 되는 티비 세계 명작 드라마에서 내 사랑 아프리카라는 영국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재혼으로 새롭게 맺어진 한 가족이 영국을 떠나 아프리카 밀림에  야생 동물병원을 세우고 정착하면서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던 한 가족이 야생해 적응해가며 서로를 이해하는 훈훈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아프리카 밀림이지만 혈연이 아닌 가족으로 이어진 점과 불편하고 싫기만 하던 야생에 적응해가며 가족들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되는 이야기가 미카와 정글의 소리를 읽으면서 내내 생각이 났다.

드라마에는 아프리카의 밀림과 야생과 자연이 살아있는 곳에서 스스로를 찾아 가는 여정과 가족간의 훈훈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미카의 정글 모험을 읽을때면 머릿속에 장면이 드라마와 오버랩 되면서 더욱 흥미로웠다.

아프리카의 밀림을 눈에 그리고 태국의 정글을 상상하며 미카의 이야기를 만났다.

 

동양과 서양, 어느곳에서도 정체성을 찾지 못하던 아이가 정글의 한 귀퉁이를 유산으로 물려받게 되고 아버지와 누나 동생과 함께 정글로 출발하면서 미카의 정글 이야기는 펼쳐진다.

야생에서의 모험, 자연과 정글의 신비로움, 정글에서 만난 렉할아버지로 부터의 가르침으로 미카는 서서히 온 몸으로 정글과 자연의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가족들은 원주민들과 정글을 코끼리 캠프로 만드는 일에 열심을 다하고  그 속에서 서서히 스스로를 찾아가는 성장이야기이기도 하다.

태국 소년 위와의 우정을 만들어 가는 미카, 남자 아이들에게 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누나 샬리는 코끼리 조련을 배우며 스스로의 자존감을 찾게되고 막내 바르 역시 원숭이를 돌보며 자신의 꿈을 생각하게된다.

미카와 가족들의 성장이야기가 펼쳐짐과  동시에 의문의 살인사건을 통해 미카의 스승인 렉할아버지의 정체가 밝혀진다.

미카는 렉을 통해 자연의 소리에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는 법을 배우고 태국과 프랑스에서 동시에 느끼던 이질감과 의문스럽기만 하던 자아를 찾는 여정이 모험과 판타지 그리고 미스터리로 촘촘하게 짜여져 있다.

과연 프랑스 청소년들이 뽑은 최고의 책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더라도 미카와 정글의 소리는 읽는 내내 긴장과 흥분, 호기심을 갖기엔 충분했다.

 

자연과의 교감, 자연과 인간과의 평화로운 공존, 피부색을 뛰어넘는 가족의 사랑을 통해 찾아가는 미카의 자아찾기 여정은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이에서 스스로를 부정하던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게 되는 여정인 동시에 읽는 이에겐   정글의 소리를 느끼는 미카와 신비로운 정글이 손짓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자칫 쳇바퀴 도는 다람쥐같은 일상을 살고 있을 수도 있는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미카와 정글의 소리'가 눈과 마음을 맑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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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진
시미즈 요시노리 지음, 오유리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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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상상하다.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하지 못한 일들을 흥미롭게, 너무나도 짜임새 있게 머릿속에서 시각적으로 펼쳐지는것에서 소설이 주는 매력은 가히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경험한 일임에도 시간적인 순서나 기승전결식의 순차로도 구분해 기억해내지 못하는 사람인지라 소설속에 빠져 그 시각적 상상이 가져다 주는 즐거움에 허우적 거리다보면 또다른 세상을 경험한듯 심장박동이 빨라짐을 느낄 수 있다.

제목이 전해주는 그대로 상상속에 소설속의 일들을 그려놓고 읽어나가다 보면 한편의 영화 감상 못지 않은 즐거움도 기꺼이 얻으리라.

사실 시간여행이나 타임머신등이 소제로 된 영화나 소설들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기대하는 인간이기에 그것에 과한 호기심이나 관심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시간과 공간을 제약하지 않는 시간여행이나 타임머신이 등장하는 소설들은 앞서 말한 시각적 상상의 즐거움을 배가 시키는 역할을 한다. 어린시절 만화 영화 아기공룡 둘리만 보더라도 시간과 공간을 이동해 지구별에 떨어지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면 인간은 지나온 과거에 얽매이고 미래를 두려워하고 기대하기에 시간여행과 타임머신이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이라 상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일본 작가 시미즈 요시노리의 이매진은 시간여행과 타임 슬립이라는 무한한 상상과 창조를 가능케 하는 소제로 얼마쯤은 일상적이고 얼마쯤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학에 떨어지고 한심하게 생활하는 아들을 못마땅해 하는 아버지 다이스케와 그런 아버지와의 불화로 집을 나와 살고 있는 쇼고.

어이없게도 야쿠자와의 우연한 시비로 싸움이 번지게 되고 보복을 두려워 하던 쇼고에게 난데없이 타임 슬립이 일어난다.

같은 장소 그러나 다른 시간.

2003년의 도쿄에서 1980년의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인 도쿄로 타임슬립을 하게된 쇼고는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직장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약간은 촌스러운 1980년의 20대 청년인 아버지 다이스케와 만나게 된다.

고지식하고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던 2003년의 완벽한 성공인생의 아버지는 온데간데 없고 어리버리하고 어수룩한 다이스케와의 우연 만남은 쇼고 자신을 못마땅해 하기만 하는 답답한 엘리트 다이스케가 아닌 젊고 인간적인 다정함과  따뜻함을 지닌 아버지 다이스케를 발견한다. 다이스케 역시 난데없이 나타난 쇼고의 미래지향적 외모와 성격에 놀라고 때로는 감탄하며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아마 서로에게 우정을 넘어 차원이 다른 혈육의 정을 느끼는 것일지도.

젊은 다이스케와 쇼고의 만남, 두사람이 함께 헤쳐나가는 1980년의 일,  미래에서 온 점을 십분 활용하여 존레논을 죽음으로 부터 구하기위해 미국행 에 오르는것, 쇼고보다 더 미래에서 온 타임슬립을 조절하는 아놀드 등  소설 속의 이야기는 타임슬립이라는 SF적 소설이기보다는 쇼고와 다이스케 부자간의 인간적인 이해와 친밀함을 느끼게 하는데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존레논 구하기라는 눈길을 끄는 말은 쇼고와 다이스케의 한층 업그레이드 될 관계와 각자의 인간적인 성숙을 위한 장치나 소제에 머물고 있지만, 타임슬립은 아버지와의 불화와 자신에 대한 실망과 분노등에서 한층 성숙하고 좀더 폭 넓고 따뜻한 시선으로 현실을 마주할 마음을 갖게하는 쇼고와 다이스케의 성장 소설이라해도 무색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과거의 어떤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미래의 그 무엇, 무슨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소박하지만 절대적인 진리도 함께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 이야기를 읽으며, 쇼고 처럼 디지털 손목시계의 숫자가 변해 타임슬립하는 상상도 해보고 과거 어느 시점 혹은 미래 어느 시점으로 타임슬립을 할 것인가(물론 선택이 가능하다면) 상상하는 일은 즐거웁다.

시각적 상상이 가져다주는 즐거움과 상상 그이상의 상상을  시미즈 요시노리의 이매진은 충분히 보여주고도 남음이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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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 - 봄날 클래식 1
위니프레드 왓슨 지음, 유향란 옮김 / 블로그북봄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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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오랜만에 소설속 인물들에게 흠뻑 빠져 들 수 있는 소설을 만났다.

1930년데 미국과 유럽을 풍미했던 미스 테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가 몇십년을 뛰어 넘어 위니프레드 왓슨의 특별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위니프레드 왓슨의 페티그루에 대한 섬세하고도 맛깔나는 설명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하고,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한 탓에 등장인물이나 그들의 대화내용, 주변의 풍경등이 고전적이고 클래식한 느낌마저 들어 잘 만들어진 영화 한편을 보는듯 내내 흥미롭다.

하룻동안 미스 페티그루에게 일어나는 특별한 일들로 짜여져 있는 소설은 페티그루의 마음으로 그녀의 하루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샌가 노처녀에 굶주림과 빈곤으로 초췌한 모습에 보수적이고 고지식한 페티그루는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가정교사 일자리를 얻기위해 찾아간 집의 아리따운 아가씨 라포스 양과 그녀의 친구, 라포스양을 둘러싼 그녀의 애인들을 처리?하는 페티그루는 이전까지 자신이 가져보지 못했던 당당함과 약간의 흐트러진 모습 속에서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하루는 끝이 나게 마련, 페티그루는 라포스 양과의 만남으로 한껏 고무된 자신을 돌아보며 특별한 하루가 지나가면 또 다시 예전의 페티그루 자신으로 돌아가고야 말것이라 우울해 하기도 하지만 그녀에게 찾아온 특별한 하루가 그렇게 끝이 날것인가?

페티그루를 만나는 즐거움을  그대들도 만끽하시라!

 

영화로도 만들어진 페티그루의 특별한 하루가 자못 궁금해진다.

책이, 특히나 소설이 주는 즐거움중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 하는 시각적인 상상은 언제나 즐겁다.

이미 머릿속에 피티그루와 라포스양과 그녀의 애인들을 상상으로 그려 놓았지만 페티그루의 대담한 활약을 영화로도 다시 보고픈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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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가고 싶다 - 소설가 이순원의 강릉이야기
이순원 지음 / 포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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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하고 소리 내어 말하면 '강' 소리를 낼때 앙 소리를 내며 ㅇ 을 끌어 안는듯 한 소리가 나 고 '릉' 소리를 낼 때에는  부드럽게 응-' 하는 비음을 끌어 안은 소리가 난다.

강릉 하고 부를 때 이미 입안으로 푸르름이 번지는 듯한 단어이다. 그래서 강릉은 내게는 짙은 푸름과 시림으로 자리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몇년째 강릉 근처에도 가지 못한 탓일까 강릉을 이야기 하는 책이 너무도 반가웠다.

 

강릉은 저자인 소설가 이순원의 자랑스러워 하는 고향이다.

소설가인 그의 작품 중에 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 이효석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한 '아비의 잠'  속에 주인공의 기억속의 고향이자 집이었던 깊은 산골, 대관령이 떠오른다.

소설 속에 그가 그려내던 서리 내린 깊은, 우거진 산골이 너무도 생생해서 서늘함을 느끼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소설도 꽤나 여러번 읽어서 였는지 '아비의 잠'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온통 머릿속은 푸르게 변하곤 했다.

나고 자란 곳이니 당연히 고향을 사랑했으리라, 지금도 산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풍경은 소설 속에서 그가 그려낸 그의 고향일지도......

 

푸른 바다와 푸른 대관령에 안겨 있는 동쪽  그의 고향을 소설가와 그 가족의 눈과 귀로 긴 시간을 지내온 유적지와 유물과 풍물과 음식과 휴식공간을 여행하는 여행 안내서 이기도 하고 강릉의 멋을 소복하니 담아놓은 눈과 마음이 즐거운 여행서이기도 하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너무 유명해진 정동진과 신사임당과 율곡이 태어난 오죽헌, 허균과 허난설헌의 유적공원, 강릉의 바다 열차와 대관령 풍력단지, 선교장, 소금강, 헌화로 등의 풍경과 모습을 담고 있다.

너무도 잘 알려진 탓일까 책에 실린 곳을 한번쯤은 가보았으리라.

중고등학교 수학여행을 두번이나 설악산으로 가는 바람에 해안도로를 타고 가슴에 바다를 담으며 저 곳들을 갔던 기억이 났다.

스무살 즈음에는 모래시계 촬영지로 이후 누구라도 가고싶고 가보았을 정동진에서 해돋이를 보려고 해안가 어느 카페에서 깊은 밤의 졸음을 쫓던 기억도 새록하니 떠오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색이 다른 푸르름을 전해주는 강릉에 반해서 계절을 바꾸어 몇번이나 여행하기도 했었다.

어느해엔 눈이 날리던 겨울 날 강릉에 간 적이 있었다.

눈이 많지 않은 고장에서 나고 자란지라 내리는 눈과 몸을 파고드는 맹렬한 추위가 사뭇 괴롭게 느껴지려던 순간, 도심에서 얼마 벗어 나지 않아 보이는 푸르고 시린 바다를 보며 그날 느꼈던 마음의 파고는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 일렁이고있다.

푸르고 짙고 깊은 산이 있고,푸르고 깊고 시린 바다가 있는 강릉을 그날 마음속에 담았는지도 모른다. 이후로 누군가들이 어디에 살고 싶으냐 물어 올때면 산과 바다의 푸름이 있는 강릉에 살고 싶다고 말 해왔으니 말이다.

 

자칫 겉만 보고 지나칠 수 있는 유적지를 아들에게 설명해주는 자상한 아빠와 함께 그들의 눈과 귀와 피부로 보고, 듣고, 만지고, 먹고, 휴식하며 강릉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을 전해주는 책은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에 담았다던 강릉으로 얼른 출발하라고 유혹한다. 

푸르다는 표현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소설가 이순원의 고향이자 나 역시 사랑하는 강릉이 그리워 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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