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진
시미즈 요시노리 지음, 오유리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상상하다.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하지 못한 일들을 흥미롭게, 너무나도 짜임새 있게 머릿속에서 시각적으로 펼쳐지는것에서 소설이 주는 매력은 가히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경험한 일임에도 시간적인 순서나 기승전결식의 순차로도 구분해 기억해내지 못하는 사람인지라 소설속에 빠져 그 시각적 상상이 가져다 주는 즐거움에 허우적 거리다보면 또다른 세상을 경험한듯 심장박동이 빨라짐을 느낄 수 있다.

제목이 전해주는 그대로 상상속에 소설속의 일들을 그려놓고 읽어나가다 보면 한편의 영화 감상 못지 않은 즐거움도 기꺼이 얻으리라.

사실 시간여행이나 타임머신등이 소제로 된 영화나 소설들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기대하는 인간이기에 그것에 과한 호기심이나 관심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시간과 공간을 제약하지 않는 시간여행이나 타임머신이 등장하는 소설들은 앞서 말한 시각적 상상의 즐거움을 배가 시키는 역할을 한다. 어린시절 만화 영화 아기공룡 둘리만 보더라도 시간과 공간을 이동해 지구별에 떨어지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면 인간은 지나온 과거에 얽매이고 미래를 두려워하고 기대하기에 시간여행과 타임머신이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이라 상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일본 작가 시미즈 요시노리의 이매진은 시간여행과 타임 슬립이라는 무한한 상상과 창조를 가능케 하는 소제로 얼마쯤은 일상적이고 얼마쯤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학에 떨어지고 한심하게 생활하는 아들을 못마땅해 하는 아버지 다이스케와 그런 아버지와의 불화로 집을 나와 살고 있는 쇼고.

어이없게도 야쿠자와의 우연한 시비로 싸움이 번지게 되고 보복을 두려워 하던 쇼고에게 난데없이 타임 슬립이 일어난다.

같은 장소 그러나 다른 시간.

2003년의 도쿄에서 1980년의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인 도쿄로 타임슬립을 하게된 쇼고는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직장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약간은 촌스러운 1980년의 20대 청년인 아버지 다이스케와 만나게 된다.

고지식하고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던 2003년의 완벽한 성공인생의 아버지는 온데간데 없고 어리버리하고 어수룩한 다이스케와의 우연 만남은 쇼고 자신을 못마땅해 하기만 하는 답답한 엘리트 다이스케가 아닌 젊고 인간적인 다정함과  따뜻함을 지닌 아버지 다이스케를 발견한다. 다이스케 역시 난데없이 나타난 쇼고의 미래지향적 외모와 성격에 놀라고 때로는 감탄하며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아마 서로에게 우정을 넘어 차원이 다른 혈육의 정을 느끼는 것일지도.

젊은 다이스케와 쇼고의 만남, 두사람이 함께 헤쳐나가는 1980년의 일,  미래에서 온 점을 십분 활용하여 존레논을 죽음으로 부터 구하기위해 미국행 에 오르는것, 쇼고보다 더 미래에서 온 타임슬립을 조절하는 아놀드 등  소설 속의 이야기는 타임슬립이라는 SF적 소설이기보다는 쇼고와 다이스케 부자간의 인간적인 이해와 친밀함을 느끼게 하는데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존레논 구하기라는 눈길을 끄는 말은 쇼고와 다이스케의 한층 업그레이드 될 관계와 각자의 인간적인 성숙을 위한 장치나 소제에 머물고 있지만, 타임슬립은 아버지와의 불화와 자신에 대한 실망과 분노등에서 한층 성숙하고 좀더 폭 넓고 따뜻한 시선으로 현실을 마주할 마음을 갖게하는 쇼고와 다이스케의 성장 소설이라해도 무색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과거의 어떤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미래의 그 무엇, 무슨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소박하지만 절대적인 진리도 함께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 이야기를 읽으며, 쇼고 처럼 디지털 손목시계의 숫자가 변해 타임슬립하는 상상도 해보고 과거 어느 시점 혹은 미래 어느 시점으로 타임슬립을 할 것인가(물론 선택이 가능하다면) 상상하는 일은 즐거웁다.

시각적 상상이 가져다주는 즐거움과 상상 그이상의 상상을  시미즈 요시노리의 이매진은 충분히 보여주고도 남음이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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