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 수상작
박솔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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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신인류를 지칭하는 노마드적 인간의 초상을 담아내고 있다.

책을 소개하는 이 한 줄의 문장에서 나는 '을'을 만났다.

좀 처럼 따뜻해지지 않는 봄답지 않은 봄날의 밤에 노마드적이라는 말에 노마드적 삶을 살지 않는 나와 을의 만남은 따뜻하지 않은 봄의 낯설음만큼이나 낯설고 생경하게 다가왔다.

자음과 모음 신인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을 안지 않았더라면 그저 기성의 어느 작가가 내놓은 신작이었다면 어쩌면 그토록 마음 가닥을 잡지못하며 책을 읽어내리진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만큼 이름도 신기한 박솔뫼라는 작가의 '을'은 그렇게 낯설과 신기한 소설이었다.

 

어디쯤의 나라인지 얼마만큼의 시간을 포함하고 있는 인물들인지 친절하지 않은 낯설고도 기이한 이야기는 어느 소규모 호텔의 장기투숙자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민주와 을, 프래니와 주이, 씨안- 이들이 장기투숙하며 머무는 호텔은 온통 하얀 건물의 집이 있다는 말에는 지중해의 어디를 떠올렸다가 그들이 식사를 하는 장면에는 알지못하는 중국의 어디쯤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가 또는 황량한 어느 나라의 사막 가운데 있는 호텔은 아닐까 하는 어이없는 상상들이 수없이 떠다녔다.

매인바 없고 소통과 이해의 방법이 으레 그러하리라 생각되어지는 것들과 거리를 좁히지 않으며 장기투숙하는 호텔이 있는 도시의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을과 그녀의 나이어린 연인 민주, 혈연으로 묶인 관계이며 동성의 연인인 프래니와 주이, 호텔의 장가투숙자이며 동시에 하우스 키퍼인 씨안의 이야기는 모호하고 분명하지 않지만 그 모호함의 끝을(무엇이 끝인지 알수 없는 끝) 따라나서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둘이어서 완전한 관계의 이들 사이에서 다른 한 사람과의 관계가 더해지고 그들은 둘이어서 알 수 없었던 자기 자신을 새로운 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깨닫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한건의 살인사건이 일어나지만(살인이라니 얼마나 대체로는 충격적인 사건인가 말이다) 살인사건 마저도 그들의 모호하고 분명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따라가다보면 살인이라는 자체  역시 모호해져 버리는 좀 설명하기 힘든 그 속에서 헤어날 길이없다.

대체 이들의 이야기는 무엇을 담고 있는가.. 이들은 무엇이고 어디로 가며 대체 저 모습은 어떻게 해석해야하는가...하는 끊임없는 물음이 책을 중반을 넘어서면서도 끊이지 않았다.

이국의 장기투숙 호텔.. 장기 투숙을 하지만 언젠가는 떠날 곳이기에 흔적을 심을 이유도 필요도 없고 그저 앞을 향해 나갈 뿐인 바로 이것이 그렇게나 말하던 노마드적 삶인가? 하는 되지도 않은 물음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기만 한다.

을과 민주, 프래니와 주이, 씨안 이들의 불안하고 정립되어지지 않는 삶의 자락들이 나를 비롯 주위의 사람들의 삶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것은 다시 어디론가 떠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만나면서였다.

 

 과연 내가 만난 '을'이 이 소설은 어떤 소설이다 하고 이야기 해줄 수 있을만큼 이해를 한것일까 하는 자조 섞인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작가만의 독특한 문체와 문장의 향기들은 어느 자락을 펼쳐두고 읽더라도 언제나 늘, 새로울 것 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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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심리학 - 심리학이 파놓은 치명적인 함정 9가지
스즈키 고타로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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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다. 간혹 가다 읽을 기회가 있는 심리학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 우선은 자신을 대입시켜 생각해보고 지난 일들의 상황을 끌어다 놓고 생각하기도 했다는 말이다.

심리학이란 단어만으로도 얼마나 심적 위안을 가져다 주는 학문인가. 누군가 내 마음을 들여다 보는 듯이, 누군가 내 행동을 보고 내 마음을 이해해주기라도 하는 듯이 심리학 관련 책들을 읽을때면 이상스레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했고 때로는 나쁜마음을 품고 있다가 들킨것 처럼 민망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인간의 두 얼굴이란 티비 다큐를 보면서도 그것이 심리학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들임을 알았을때 또한 얼마나 신기하기까지 했었는지 말이다.

 

스즈키 고타로의 이 무서운 심리학은 진실로 여겨지는 심리학의 이론과 실험들을 하나씩 들추어 가며 실험과 검증을 통해 그 심리학적 견해와 이론들을 말 그대로 꼬집고 뒤집어서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이런 것들 까지 심리학의 영역이구나 하고 새로이 알게된 부분이 없지 않았던 2장의 시릴버트의 자료조작 사건 (일란성 쌍둥이를 둘러싼 기상천외한 속임수),  4장의  왓슨과 리틀 앨버트 실험 (공포 조건부여와 심리학계를 뒤흔든 왓슨의 행동주의 육아서),  6장의  플라나리아 전기충격실험 (기억물질과 제임스 맥코넬을 둘러싼 사건), 7장의  늑대소녀는 없었다 (아마라와 카마라의 날조된 이야기) ,8장의 삼색 무지개인가, 일곱 색깔 무지개인가 (언어ㆍ문화상대가설을 둘러싼 첨예한 문제) 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는 그 이론들을 검증하는 실험의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세상에 이런것을 연구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아주 단순하고 어리석은 물음이 생기기까지 했다.

저자가 소개하는 아홉가지의 심리학의 이론과 실험들에 관한 저자의 목소리는 각 장의 사이 사이마다 배여있어서 읽는 동안에 마치 신화처럼 굳어진 심리학의 실체에 대해 둔한 머리를 굴려 조금 더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심리학처럼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동시에 치명적인 신뢰의 오류를 범하게도 되는 구조를 가진듯 하다.

언젠가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던 친구를 만나면 늘 궁금한 것이 많아 이런 저런 것들을 물어보며 신기해했던 기억도 새삼 떠오르고 혹여 이 친구가 나를 심리학의 대상으로 보는건 아닐까 하는 실소가 나오는 걱정을 잠시 했던 기억이 다시 살아왔다.

책을 읽으며 마치 저자가 큰 대바구니에 담긴 심리학을 와르르 쏟아붓고는 하나 하나 집어 들고는 그 속까지 탁탁 털어가며 보여주는 모습이 상상이 되어서 혼자 키득 거리는 순간들이 많았을 만큼 그저 나를 이해하고 이해하게 도와주는  심리학 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던질 계기도 된듯하여 한편으론 기쁜 마음이 든다.

무서운 심리학이 가져다준 꼭 무섭게만 느껴지지 않는 무서운 심리학의 이면들을 들여다보고 생각하는 기회가 된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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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심벌의 비밀
댄 버스틴.아르네 드 케이저 지음, 김홍래.황혜숙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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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이나마 생각이란 걸 하는 짐승인지라 책을 읽다보면 책의 내용과 관계없는 쪽으로 생각이 흐를때도 있고 때로는 이야기 하는 내용의 이면에 다른 의미를 숨겨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댄 브라운의 열풍이 불던 몇해전에 다빈치 코드를 읽었다.

반쯤은 유행하는 베스트 셀러이니 읽어나 두어야겠다는 생각이었고 반쯤은 왜 그다지도 세상이 단지 소설인 책에 그토록 열광하며 논란을 만들어내는가 하는 의문이 들어서였다.

과연 다빈치 코드에서 만난 댄 브라운은 그 많은 열광과 열풍을 이해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며  수많은 논란들도 이해가갔다.

다빈치 코드에서 최후의 만찬이라는 그림을 재해석하는 부분에서는 거의 미친듯이 심장이 뛰던 기억이 난다.

소설적인 플롯이나 내용의 전개와는 상관없이 그저 그 부분만으로도 으레 그러려니 생각하던 것을 일순간에 깨어부시는 충격을 느꼈기때문이다.

책을 원작으로 영화가 나왔을때도 관심있게 지켜보았지만 다빈치 코드를 읽으며 머릿속에서 그려지던 로버트 랭던과 소피, 그들이 가는 발자국을 따라 온전히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영화를 보면서는 적잖은 실망을 했던터라 댄 브라운의 글을 통해  시각적 상상이 가능한 즐거움은 또한 얼마나 컸던가.

 

몇년만에 댄 브라운의 신작 로스트 심벌이 출간되기가 무섭게 다빈치 코드의 비밀을 잇는 로스트 심벌의 비밀을 접하게되는 기분이 묘하다.

대체 댄 브라운의 책들이 가지는 마력이 어디까지이기에 비밀 시리즈가 연달아 거의 원작과 함께 이리도 열풍이 부는걸까.

로스트 심벌의 비밀을 파헤치는 책, 로스트 심벌의 비밀은 로스트 심벌의 무대인 워싱턴 DC와 로스트 심벌에 등장하는 과학과 종교 고대의 수수께끼등 방대하고 인문학적인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등장인물인 캐서린 솔로몬의 연구 분야인 노에틱 사이언스에 대한  이 책에서의 내용은 로스트 심벌을 이해시키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한번이라도 로스트 심벌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이야기들에 대한 설명과 또한 인터뷰가 실려있는데 이런 인터뷰 역시 로스트 심벌을 더욱 사실적이고 흥미롭게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물론 이 책에서 말 하고자 하는 것이 속된말로 댄브라운 까대기에 그쳤다면 훨씬 읽는 재미는 더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로스트 심벌을 들여다보고 댄 브라운의 눈으로 글로 그려진 것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된것도 사실이다.

 

흥미로운 책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서?

이런 불필요한 말로 로스트 심벌의 비밀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외려 실례를 범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용중에서 퍽 흥미롭게 읽힌 부분이 데이비드a. 슈거츠와 아미르 D. 악젤의 댄브라운을 예언한다라는 부분이 흥미로운데 과연 얼마나 많은 흥미와 논란과 약간의 질투가 있어야지 현존 작가를 예언한다는 아이러니한 말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로스트 심벌이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책이라면 로스트 심벌의 비밀  또한 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책이라 생각이 짧은 짐승(본인)은 로스트 심벌에 빠져 허우적대기만 하고 있으니 이것 또한 댄 브라운의 마력이 아닐까 하는  어쭙잖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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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속인 거짓말 : 문명과 전쟁편
이종호 지음 / 뜨인돌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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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게 들리고 그래서 들어왔고 뻔하지만 막연하게 아는 것이  역사는 승자의 편이며 그러므로 승자의 몫이라는 말이다.

승자에 의해 기록되고 평가되는 역사는 당시대를 살지 않았고 이전의 사람들이 평가한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되 입을 수 밖에 없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요 또한 책에만 존재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학창 시절이나 어린 시절에는 누군가에 의해 이미 평가되고 재단 된 역사를 그저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에도 벅찼던 것으로 기억되는 것을 보면 맑았던 그 시절의 머릿속이 지금도 그립긴 하지만 다른 편에 서서 다른 각도에서의 이해를 하기에는 역부족인 시기기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류의 역사가 그 기원이 어디서부터 시작이며 어떻게 나뉘고 구분되는 것인지가 아직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은 역사가들의 역사이야기를 그저 글로만 읽어왔던 탓이 아닐까.

역사를 비틀어서 생각해보고 뒤집어서도 생각해보고 실 눈을 뜨고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심안이 있었더라면 진즉에 역사와는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지 않았을까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언젠가 부터, 시각이 넓어지기 시작한 그때 부터였는지 내가 아는 것이 다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되면서 부터였는지 넘쳐나는 다른 시각의 역사 관련 책들이 홍수를 이루기 때문인지 근래에 와서는 전혀 다른 눈으로 역사적 사실을 바라보는 책들이 많아졌다. 어쩌면 그래서 홍수 속에서 떠내려가던 돼지를 행운으로 건져올린 것 처럼 책들의 홍수 속에서 뒷통수를 때리는 듯한 책들을 꽤나 접할 수 있었나보다.

 

배워서 알게되고 그것이 고스란히 사실인냥 진실인냥 믿어온 것들이 경악할 만한 거짓말이 었다면?

어릴때 보던 만화에서 부터 최근의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한 적벽대전이 사실은 오림대전이고 잘못 붙여진 이름이었다? 너무도 매력적이고 신뢰가 백만배나 가던 제갈량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적벽대전에 관한 여러가지 진실과 허구의 이야기들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해석한 적벽대전 편과 사라진 대륙 신비의 아틀란티스 대륙, 분서갱유와 거대한 진시황릉으로 신비라기 까지 하던 진시황제의 복권, 동방견문록이라는 으레 떠올리게되는 마르코 폴로가 사실은 동방을 방문한 적도 없이 들은것을 토대로 구술하여 책을 쓰게했다?

 

세계를 속인 거짓말에는 네가지 주제로 하여 저자의 날카롭고 깊은 이해와 연구를 엿볼수 있었다.

적벽대전편이 맨 앞에 구성된 탓도 있지만 어린시절 만화부터 시작하여 현재에도 끊임없이 이야기되고 있는 삼국지의 제갈량의 동남풍 이 있는 적벽대전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했다.

오림대전이 적벽대전으로 잘못 알려진 연유와 삼국지의 인물들에 관한 해석은 새롭고 무엇보다 불멸의 존재를 허물어뜨리며 이야기하고 재해석 하는 것이 재미있는 부분이다.

신비의 대륙,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를 둘러싼 이야기와 신기하기만 하던 진시황릉과 진시황, 마르코 폴로= 동방견문록 이라는 공식을 부수어진 마르코폴로편은 눈은 있으나 머리가 없어 그저 일러주는대로만 생각하는 어리석고 좁은 눈과 머리에 가해지는 깨어남의 신선함이었다.

역사적 사실이라는 한 덩어리에서 발기발기 찢어 해체하고 까뒤집어 보는 이야기가 외려 신났다면 뭔가 꼬여있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해부 내지는 해체되는 과거의, 역사의  사건들을 접하는 즐거움은 기대이상의 즐거움을 주었다.

 

혹여나 다음 편이 나온다면 문명에 관한 이야기기를 살짝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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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의 사춘기 - 사랑, 일, 결혼, 자신까지 외면하고픈 30대의 마음 심리학
한기연 지음 / 팜파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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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생의 물리적 양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수치로 계산을 할 수 있는 능력자도 아니지만 병이나 불의의 사고, 천재지변으로 명을 달리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서른을 넘어 서면 그 즈음 인생에서 어떠한 선택을 했거나 무엇이 되었던 간에 일정한 방향 쪽으로 고개를 돌려놓고 있는 시기라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될 줄로만 생각하던 십대와 현실에 눈을 뜨며 세상을 사회를 향해 발을 내딛던 이십대 그리고 이십대를 보내자 반갑지 않은 채권자 처럼 성큼 다가와 버린 삼십대.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거쳐가는 삼십대건만 왜 유독 내게만 가혹한듯 느껴지는걸까.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을 가지고 곧장 결혼을 해서 남매를 둘씩이나 둔 친구들은 왜 이리도 많은지 게다가 내겐 한번도 쉽지 않은 결혼을 두번이나 치른 대단한 능력의 친구들도 있으니 가끔은 인생의 통과의례쯤으로 여겨지는 결혼이 막중한 부담으로 짐스러울 때가 많다.

 

삼십대가 되면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취미생활을 즐기고 미혼이라면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 처럼 폼 나게 살줄 알았건만 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것도 아니고 무엇하나 이뤄 놓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때면 한없이 처량하고 자신을 책망하기만 한다.  이 옳지못한 감상들은 무엇으로도 치유하거나 완치를 기대 할 수 없다는 것이 씁쓰레하기만 하였어라.

세상에 고민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며 삶이 마냥 행복하기만 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또다시 어김없는 자기연민과 자기혐오에 빠지고 마는 날들이 잦아지면서 처음 부터 그랬다는 듯이 불행과 나는 친구요 행복은 그저 바라보는 대상이자 질투의 대상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귀결되고 마는 처음과 끝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로 돌아가고야 만다.

막 서른이 되던 해엔 무엇하나 해놓은 것도 없이- 나이 앞자리 숫자만 바뀌었을 뿐인데- 덜컥 나이만 먹었다는 감정에 빠져 두려움이 컸던 기억이 난다. 서른이던 그 해가 지나고 나니 어김없이 물리적인 한해는 왔다가 가는 것이고 언제나 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야마는 것을.

매사에 자신이 없어지고 번듯한 직업도 아니고 풍족한 삶을 꾸릴 만큼 능력있는 벌이도 아닌 미혼의 삼십대- 때로는 그런 모습을 나 스스로가 바라보며 자책하고 괴로워하는 것보다 타인들이 그런 나를 들여다 보는 것 같아 비참함은 더해지기만 한다.

어째서 보여지는 것을 더 크게 받아들이고 그것이 마치 절대적인 것인냥 생각하게 되어버린 것일까.

십대 시절에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은 이유들로 반항하고 고민하고 힘들어하던 시절이 있었다면 서른을 지나면서는 모든것이 내 탓인냥 자조하고 포기하게되는 또 한번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것 같다.

 

 서른다섯의 사춘기는 누구에게도 약한모습이나 소심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하는 내게도 괜찮다고 니 잘못이 아니라고 아직 기회는 충분하다고 어디까지나 내 편에 서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착한 언니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저자의 상담 사례들은 모두가 나의 이야기이고 고민이며 동시에 당신의 이야기일 것이다.

많은 고민과 자기 연민과 자기 혐오 속에서 갈등하고 고통 받는 다양한 모습들의 '나'에게 저자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곤조곤 마음을 어루만지고 달래준다.

아직 해야할 일들도 많고 시간은 충분하며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치면 되고 절망을 또다른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마음속의 힘을 길러주는 저자의 목소리가 책장 마다, 문장들 마다에서 내게 외쳐대고 있는 듯 하다.

내가 원하는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길러내는 것이야 말로 어떤 물질이나 정신적 풍요보다도 서른다섯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책장을 넘기며 페이지마다 흩뿌려진 나의 고민과 나의 이야기들을 이야기 하고 저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위로보다는 힘을 얻게된다.

시꺼먼 겨울 한 밤이 어느새 가버렸나 싶을 정도로 또 한번의 사춘기는 이렇게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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