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가고 싶다 - 소설가 이순원의 강릉이야기
이순원 지음 / 포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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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하고 소리 내어 말하면 '강' 소리를 낼때 앙 소리를 내며 ㅇ 을 끌어 안는듯 한 소리가 나 고 '릉' 소리를 낼 때에는  부드럽게 응-' 하는 비음을 끌어 안은 소리가 난다.

강릉 하고 부를 때 이미 입안으로 푸르름이 번지는 듯한 단어이다. 그래서 강릉은 내게는 짙은 푸름과 시림으로 자리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몇년째 강릉 근처에도 가지 못한 탓일까 강릉을 이야기 하는 책이 너무도 반가웠다.

 

강릉은 저자인 소설가 이순원의 자랑스러워 하는 고향이다.

소설가인 그의 작품 중에 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 이효석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한 '아비의 잠'  속에 주인공의 기억속의 고향이자 집이었던 깊은 산골, 대관령이 떠오른다.

소설 속에 그가 그려내던 서리 내린 깊은, 우거진 산골이 너무도 생생해서 서늘함을 느끼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소설도 꽤나 여러번 읽어서 였는지 '아비의 잠'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온통 머릿속은 푸르게 변하곤 했다.

나고 자란 곳이니 당연히 고향을 사랑했으리라, 지금도 산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풍경은 소설 속에서 그가 그려낸 그의 고향일지도......

 

푸른 바다와 푸른 대관령에 안겨 있는 동쪽  그의 고향을 소설가와 그 가족의 눈과 귀로 긴 시간을 지내온 유적지와 유물과 풍물과 음식과 휴식공간을 여행하는 여행 안내서 이기도 하고 강릉의 멋을 소복하니 담아놓은 눈과 마음이 즐거운 여행서이기도 하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너무 유명해진 정동진과 신사임당과 율곡이 태어난 오죽헌, 허균과 허난설헌의 유적공원, 강릉의 바다 열차와 대관령 풍력단지, 선교장, 소금강, 헌화로 등의 풍경과 모습을 담고 있다.

너무도 잘 알려진 탓일까 책에 실린 곳을 한번쯤은 가보았으리라.

중고등학교 수학여행을 두번이나 설악산으로 가는 바람에 해안도로를 타고 가슴에 바다를 담으며 저 곳들을 갔던 기억이 났다.

스무살 즈음에는 모래시계 촬영지로 이후 누구라도 가고싶고 가보았을 정동진에서 해돋이를 보려고 해안가 어느 카페에서 깊은 밤의 졸음을 쫓던 기억도 새록하니 떠오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색이 다른 푸르름을 전해주는 강릉에 반해서 계절을 바꾸어 몇번이나 여행하기도 했었다.

어느해엔 눈이 날리던 겨울 날 강릉에 간 적이 있었다.

눈이 많지 않은 고장에서 나고 자란지라 내리는 눈과 몸을 파고드는 맹렬한 추위가 사뭇 괴롭게 느껴지려던 순간, 도심에서 얼마 벗어 나지 않아 보이는 푸르고 시린 바다를 보며 그날 느꼈던 마음의 파고는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 일렁이고있다.

푸르고 짙고 깊은 산이 있고,푸르고 깊고 시린 바다가 있는 강릉을 그날 마음속에 담았는지도 모른다. 이후로 누군가들이 어디에 살고 싶으냐 물어 올때면 산과 바다의 푸름이 있는 강릉에 살고 싶다고 말 해왔으니 말이다.

 

자칫 겉만 보고 지나칠 수 있는 유적지를 아들에게 설명해주는 자상한 아빠와 함께 그들의 눈과 귀와 피부로 보고, 듣고, 만지고, 먹고, 휴식하며 강릉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을 전해주는 책은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에 담았다던 강릉으로 얼른 출발하라고 유혹한다. 

푸르다는 표현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소설가 이순원의 고향이자 나 역시 사랑하는 강릉이 그리워 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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