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타의 키 에단 게이지 모험 시리즈 2
윌리엄 디트리히 지음, 이창식 옮김 / 예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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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교육방송에서 로제타 스톤의 수수께끼를 다루는 BBC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잘 만든 다큐인지라 로제타 석을 풀이 연구하는 영국과 프랑스의 두 학자의 대결 구도로 이어지던 내용은 로제타 석에 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애석하게도 얼마지나지 않아 내용은 가물가물해지고 어느새 관심의 영역 밖으로 내몰려져있었지만 디트리히의 로제타의 키를 읽으며 예전에 보았던, 겪었던, 잘 안다고 생각되는 것 쯤으로 거들먹거려지는 소재인지라 내심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디트리히의 전작 나폴레옹의 피라미드를 미처 접하지 못한 터라 로제타의 키에 히로인 에단 게이지의 전 행적들을 놓치고 말았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 해리슨 포드는 어느 편을 보더라도 매력적이고 이해가 가지 않았던가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달랠 수 밖에.

 

때로는 시니컬하고 유머러스 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얄밉기까지한  이 미국인 남자 에단 게이지는 전작에서도 아마 죽을 고생을 여러번 했나보다 다시 살아난 에단 게이지는 때로는 영악하기도 한 두뇌회전과 하늘이 보살피사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기도 하여  이 남자의 행적을 따라가기에도 숨가쁜 여정이 아닐수 없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나폴레옹이 세력을 키워가던 18세기의 혼돈스러운 시기이고 나폴레옹의 다볼산 전투,야파 대학살, 아크레 공성전 등의 역사적 사실에 토트의 서라는 비밀과 의문의 두루마리를 찾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제자이자 전기 기사인 에단 게이지의 이야기가 잘 비벼져있다. 여기에다 에단 게이지만의 능청 스러움과 익살, 그만의 유머가 더해져 그가 헤쳐나가는 앞에는 심각한 상황임에도 웃음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는 묘한 매력이 한껏 담겨 있다.

 

그토록이나 가지고 싶어하던 동양- 이집트에 대한 그들의 관심과 욕심은 과연 어디까지 였을까.

세상을 가지기 위해서 였을까 피라미드의 파라오의 것이었고 모세가 훔쳤으며 템플기사단이 끝까지 지키려 했던 두루마리를 나폴레옹이 손에 넣었다는 상상 아래에서 펼쳐지는 에단 게이지의 생고생 로드 버라이어티 피튀기는 모험들은 작가인 디트리히의 맛깔나는 글빨에 읽을 수록에 모래사막과 나폴레옹의 군대를 상상속에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퍽이나 스펙터클한 작용을 한다.

여느 모험 영화나 소설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로제타 키의 에단 게이지에게도 로맨스가 있으니 과연 유쾌하고 똑똑하고 가끔은 엉뚱하기도 한 우리의 주인공은 이런 상황들을 맘껏 즐겨주시니 과연 억세게 운좋은 모험가요 탐험가요 로맨스 가이인 주인공들의 한결같음을 또 한번 일깨워주는듯 하다.

 

디트리히만의 화법일지도 모르는 이야기 속의 에단게이지의 빈정거리는 투의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거침없는 카타르시시를 느끼게 하는 말투는 읽는 내내 묘하게 뒤틀린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고, 과연 해박한 지식과 꾀뚫는 통찰력이 로제타키의 에단 게이지의 방대한 모험을 가능케 하였으리라 생각이 든다.

 

이야기의 리듬을 끊지 않으면서 긴 여정을 긴장의 줄을 팽팽히 당기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에단 게이지의 바짓 자락을 붙들고 그와 함께하는 자신을 깨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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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의 한국사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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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그냥 넘기는 법이 없이 장독 위에 정한수 한사발을 떠놓고 천지신명 달님께 부모와 자식, 남편의 건강과 입신양명을 기도 하는 조선의 흰 옷을 입은 여인네- 어머니들이 문득 떠올랐다.

초승달을 머리위에 두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모아 간절히 소망하는 것은 아마도 짐작하는 그것이 맞을 것이다.

책 표지의 여인은 아마도 모정의 한국사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대 단 하 신 어머니들의 모습이기도 한 것일테니 말이다.

 

현 시점에서 볼 적에 조선은 가장 가까운 역사이고 그러기에 더욱 친숙하고 그 어느때의 역사보다 많이 알려져 있는것이 사실이다.

담장안에서 숨죽인 채  시부모 공양하고 남편을 섬기고 자식들을 뒷바라지 했을 그 시대의 여인들을 생각해본다.

개인으로서 자신을 돌보거나 학문에 열중하거나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한 때였기에 어쩌면 그네들은 자식, 그것도 아들의 출세에서 자신을 찾고자 했을것이다. 그것이  늘 보이거나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버려가면서 까지 자식을 길러낸 이유일지도 모른다.

 

처음 책장을 넘길 적에 으레 신사임당의 이야기가 있겠거니 생각을 했었지만 오만원권의 주인공이자 모자가 나란히 지폐모델이된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이야기는 찾을 수 없었는데 아마도 율곡을 친정에서 20년 가까이 키우며 살았다는 사임당은 분명 교양있고 문학과 예술에 깊은 조예가 있었으나-

( 잠시 머리를 굴리면 알 수 있듯이 사임당은 친정에서 살았다는 것, 물론 사임당 이후 조선 중기나 후기를 지나면서 조선의 여자들은 칠거지악에 갇혀 그저 남자들의 뒷편에 이름을 남기지도 못하고 아무개의 딸이자 아무개의 처 혹은 아무개의 어머니로만 존재한 씁쓸함이 남지만)

-사임당의 뛰어난 재주와 현모양처의 모습을 받쳐주는 안락함과 편안함이 없었더라면 그가 후세에 이렇게도 칭송을 받았을까 싶다. 시기적으로 그다지 차이 나지 않는 허난설헌만 보더라도 뛰어난 재주를 지녔으나 고된시집살이와 남편의 외도로 힘들어했다고 하니 조선의 그 시기란 정말 알 수 없고 이해하기 힘든 시기라 할 만 하다.

 

좁은 생각에 어쩌면 임진왜란이나 이후 정묘호란 등등을 거치면서 여인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능욕으로 부터 구하지 못하였기에 조선 후기로 들어서면서는 더더욱 여인들을 집안으로 가두고 칠거지악이니 열녀문이니 하는 따위로 이 땅에 살았던 많은 여인들의 가슴을 천갈래 만갈래 찢어놓았는지도 모른다.

학대도 오랜 시간에 걸치면 세뇌가 되듯이 여인들에게 억압적이고 제한적인 삶이 나중에는 여인들 스스로가 스스로를 가두는 구실이 되었을것이다. 그랬기에 더욱 더 나 아닌 남편이나 자식의 영달이 곧 나의 성취이자 삶의 지표가 되었는지도.

 

사실  현재에도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자식의 출세나 성공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헌신하는 어머니들이 많이 있음이다. 예전의 어머니들이나 지금의 그 어머니들을 성토하자는 것이 아니라 예전의 어머니들은 조선이란 나라 안에서 갇힌 여인네들의 삶에서 자신을 돌보지 않고 희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면, 현재의 많은 어머니들은 자식만을 위해 죽고 사는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과  자식을 휘해 헌신. 희생하는 수고를 수고라 여기지 않는 어머니들이지만 자신들의 행복과 삶을 자식 때문에 내려놓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솔직한 심정이다.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행복이나 출세 성공이 얻어지는 것이라면 그 행복과 입신양명이 과연 정말로 행복하다 성공했다 할 만한것이겠는가.

그리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시기의 그 어머니들의 현명함과 지헤를 가지되 자신을 돌보지 않는 자기기만을 당연시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저자의 모정의 한국사에는 여러 어머니들이 등장한다.

어머니를 위해 지었다는 구운몽으로 기억되는 김만중의 어머니 해평 윤씨, 자식의 교육을 인생의 전부로 안 성간의 어머니 순흥 안씨, 출생부터 평탄하지 않았던 박일산의 어머니 성주 이씨, 아들의 미래를 위해 죽음을 마다치 않은 양사언의 어머니 문화 유씨, 국가의 안위를 위해 평생을 바친 서성의 앞 못보는 어머니 고성 이씨, 과부의 자식이니 더욱 학업에 매진해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아홉 정승을 배출한 이준경의 어머니 평산 신씨 가 그들이다.

가문의 몰락과 삶의 고난과 역경을 슬기와 지헤로 풀어낸 어머니들의 자식들은 모두 입신양명하여 더불어 그 어머니의 이름을 드높게하니 당시로서는 그보다 더한 효가 없었을듯도 하다.

 

저자의 치밀한 조사 덕분에 그들의 기록과 행적을 한눈에 편히 볼 수 있었지만 그 어머니들의 이름 석자 전해지지 아니하고 아무개의 자식 무슨씨로만 기록되었기에 마음 한켠으로 씁쓸함을 어쩔 수 없었다.

허나 분명한것은 자신을 버리면서 까지 기꺼이 헌신과 희생을 한 어머니의 자식들은 후세에 길이남는 이름을 남겼고 그 이름으로 말미암아 어머니들의 존재 또한 재조명 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은 절대 지나칠 수 없다.

 

어머니의 희생으로도 제대로 되지 못하는 자식들이 오늘에도 많은 판국에 자신을 오롯이 자식을 길러내기에 평생을 다 한 그분들의 심정을 헤아리고 판단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어리석음의 소치요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임을 자랑삼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내하고 감내하고 인고의 세월을 참아내었을 그 어머니들의 인생에 더불어 속상한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모정의 한국사, 여섯분의 어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이런 저런 생각이 참 많이 떠다니고 오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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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공주
카밀라 레크베리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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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애거서 크리스티라 불리는 북유럽 스웨덴의 작가 카밀라 리베크리의 얼음공주는 출간되었을때 100만부라는 엄청난 판매수를 올렸다한다. 스웨덴의 인구가 900만이라니 그 인기가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미스 마플의 추리에 푹 빠져 지냈던 시기에는 숨막히는 두뇌싸움과 치밀한 이야기 전개의 추리 소설이 주는 매력에 빠져서 이야기를 읽으며 추리에 동참하는것이 퍽이나 재미나고 즐거운 일이었던 기억이 난다.

영미권이나 일본 작가들의 작품은 그래도 친밀한 편이긴 한데 북유럽 스웨덴 작가의 작품이 처음엔 다소 생소하게도 느껴졌다.

세계지도를 펼쳐두고 스웨덴을 찾아보았다. 얼음공주의 배경이 되는 스웨덴의 피엘바카는 어디쯤일까 한참을 찾아보았으나 대충 두루뭉술하게 인쇄된 지도에서는 찾을 수가 없어 조금 아쉽기도 했다.

 

스웨덴 피엘바카라는 작은 어촌마을에서 별장관리인 에일레르트가 별장에 들렀다가 젊고 아름다운 여주인인 알렉산드라의 죽음을 발견한다. 얼음이 채워진 욕조에서 손목을 그은채 자살한듯 보이는 알렉산드라. 부모님의 죽음으로 잠시 고향에 와 있던 에리카는 근처를 산책하다 옛친구인 알렉산드라의 죽은 현장을 목격하고 알렉산드라의 죽음과 사건에 대한 기사 작성을 부탁받고는 이 사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차갑고 냉담하고 그러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알렉산드라 차가운 얼음공주 마냥 25년 동안의 삶을 헤집어 볼 수록 에리카는 점점 간단하지 않은 사건임을 느끼게 된다.

자살이 아닌 타살로 판명되면서 에리카는 알렉산드라 주변의 인물들과 지난 25년 동안 알렉산드라를 둘러싼 비극의 중심으로 다가 설수록 추측과 추리는 예상을 빗겨가고 예상치 못한 인물들의 연관성에 그 치밀한 짜임에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수가 없었다.

 

얼음공주의 살인사건과 살인범이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25년 전에 벌어진 사건과 그 사건을 침묵함으로써 알렉산드라를 비롯한 연관 인물들의 외적 상처와 내적 심리를 읽어내는 것이 퍽이나 흥미롭다.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하면서 기가막힌 속도감을 유감없이 발휘하는데 에리카와 사건을 조사하는 파트리크와의 로맨스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등장인물들 중에 누가 사건과 관계되고 관계되지 않았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25년 전에 벌어진 그 끔찍한 사건은 알렉스의 죽음으로 드러났지만 제대로 치유되지 못한 상처는 내적 트라우마로 남아 연관된 모든 인물들은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왔던것이다.

레크베리는 사소한 부분을 차지하는 듯한 인물들의 심리나 묘사에도 탁월하다. 알렉스의 죽음을 맨 처음 발견한 에일레르트의 심리를 보여줌에도 그러했고 사건의 지휘를 맡은 실소가 터져나오는 경찰 반장의 묘사에도 그러했다.

에리카의 동생 안나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많은 인물들의 다양한 심리묘사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넘길 수 있어 즐거웠다.

레크베리의 작품은 처음 접했고 약간은 생소함이 없지 않아 곳곳에 담겨 있는 스웨덴식 유머를 제대로 이해했는가 하는 아쉬움이 향기좋은 커피를 앞에둔것 처럼 잔향이 오래오래 남기도 한다.

눈이 내리고 차가운 공기의 아름다운 작은 어촌 마을 피엘바카- 마을 미스터리라는 말이 전혀 무색하지않는 것은 읽는 내내 피엘바카를 상상하는 즐거움이 더해졌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 이야기를 읽어내는 눈은 즐겁고 반전과 예측하지 못하는 사건은 흥미롭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이 작품으로 레크베리의 다른 작품들에도 궁금증이 자연스레 생기고 그녀의 다른 작품들 또한 이에 못지 않는 즐거움을 선사할 듯 하다.

사족을 달자면 여름보다 겨울에 읽으면 차가운 피엘바카의 풍경들을 상상하는 것이 더 즐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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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죽었다 담쟁이 문고
박영희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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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암......

제목이 마음이 아리기만 하여 어김없이 으레 그분이 떠올랐다.

책장을 넘기기 전 까지는, 책 소개를 읽기 전 까지는 이렇게나 자극적이고 마음 아리는 제목이 어떤 소설일까 짐작 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야기는 지금으로 부터 30년 전 서울 신설동 신문 보급소와 배달을 하던 배달 청년- 달배들의 일상과 당시의 시대 상황들을 생생히히 묘사하고 있다.

달배로 불리우는 기존의 잣대로 보자면 불우한 청소년들, 그들의 성장하는 자아와 새벽시간 늘 같은 시간에 신문을 돌리는 달배들의 새벽을 뛰는 모습들, 당시 신물을 장식하던 유신시대의 암울하고 서글픈 현실을 작가의 경험임이 분명한 이야기로 스케치되어 책장을 넘기면서 장면 장면들이 하나씩 채색되는 느낌이었다.

 

예전 시골동내에 살던 어린 시절엔 신문을 보는 집이 우리집 뿐이었고 신문은 10원짜리 우표를 붙이고 우체부아저씨가 우편물과 함께 배달해주었고 우표는 해가 갈수록 20원, 30원...짜리로 바뀌었던 기억이있다.

그 시절 신문은 한자가 많고 읽기가 어려워 그저 놀이감이나 여름 과일 수확철을 위해 존재하는 줄로만 알았었다.

간혹 수금하러 어떤 아저씨가 다녀가고 여름이면 가는 길에 복숭아를 한바구니 안겨 보내던 부모님의 모습도 기억에 선명하다.

그렇게 신문은 가까이 있었음에도 배달해주는 달배를 본적이 없으니 모든 신문은 우편으로 오는줄로만 알았던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좀 웃기기까지한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촌구석에 한 집을 위해 우편으로 신문을 보내주던 그 보급소는 어떤 생각으로 빠지지 않고 신문을 보내줬을까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아련하면서 따뜻해져 온다.

 

이야기 속의 우리의 달배들은 숙소생활을 하며 검정고시를 준비하기도 하고 대입을 위해 공부하는 등 나름의 어려운 사정이 있는 아이들이다.  개성이 강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신문 보급소 숙소에는  긴급조치와 부마항쟁,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등 시대 상황이 달배들의 일상과 맞닿아 진정 시대 상황 속에 힘없는 개인, 시대가 지나는 회오리 속에서 결코 벗어나 있지 않은 삶등을 이야기 한다.

달배들 중 수형의 눈으로 전개 되는 이야기는 수형의 귀여운 로맨스가 자연스레 흐름을 타고 있어 성장하는 그들을 보는 흐무함을 느끼는 동시에 작은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힘없고 빽없고 가난하기 까지한 달배들이 겪는 그 시대는 작가 박영희의 경험담에서 우러나왔을 것이다.

각각의 개성만큼 포즈도 다양하게 사진 속에 있는 달배들의 모습 중에 초록색 츄리닝(30년 전이니 무조건 향수를 느끼는 단어로 선별하여) 을 입은 이가 아마도 수형이- 작가일것이다.

달배들이 겪은 유신시대와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은 어떤 식으로든 그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노무현 대통령님과 김대중 대통령님의 서거를 겪으며 마음과 결심이 달라지는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책을 읽는 중에 김대중 대통령님의 서거 소식이 전해졌다.

말로는 표현할 길이 없는 헛헛한 마음에 책 표지의 제목에 오랫동안 눈길이 머물렀다.

 

글을 씀에 있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우선으로 여긴다는 작가의 말 처럼 어느 낮은곳 소외당하는 이웃들의 목소리와 모습을 작가의 눈으로 표현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책, 대통령이 죽었다의 달배들을 생생하게 그려낸 박영희 작가의 다른 작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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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관람차 살림 펀픽션 2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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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새우가 그려진 셔츠를 입은 붉은 남자의 한 손에 타오르는 불이 들려져있고 공중에 멈춰 선 대관람차, 그 안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기노시 한타의 악몽 시리즈- 밀폐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독특한 스릴러 장르인  악몽의 드라이브, 악몽의 엘리베이터 그리고 이어지는 악몽의 관람차- 악몽 시리즈 중 세번째인 이번 작품은 악몽시리즈라는 타이틀만 보더라도 이 시리즈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얼만큼이나 담겨있는지 확인 할 수 있다.

 

공중을 돌아가며 땅 위에 서서는 보이지 않는 풍경들을 감상 할 수 있는 관람차, 한번쯤 관람차가 멈춰 버린다면 어쩌지 하는 상상이 악몽의 관람차 안에서는 현실이 되고 관람차 17호, 18호, 19호, 20호의 인물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혹은 생각으로 멈춰버린 관람차 안에 있다.

17호엔 고소공포증이 있는 아빠와 백치미의 엄마, 딸과 아들이, 18호엔  마술이 취미인 아카마스 다이지로에게 데이트를 핑계로 관람차 안에 유괴되는 니시나 마리코, 19호에는 전설적인 소매치기 긴지와 그 제자, 20호엔 이별 청부업자인 여자가 각각타고 있다.

다이지로에게 유괴된 니나 이들은 무슨 관계일까, 또 다른 관람차 안의 무작위로 탄듯한 인물들은 그저 우연히 관람차를 탑승한 인물들인것일까, 다이지로는 왜, 니나의 아버지에게 6억엔을 요구 하는 것일까.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읽는 순간 약간의 흥분과 긴장이 팽팽히 당겨진다.

다이지로의 과거, 백치미인줄로만 알았던 17호 아내의 진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긴지와 그 제자, 이별 청부업자인 여자는 이들과 또 무슨 연관이 있는것인가.

각기 다른 시각에서 같은 사건속에서 서로 다르지만 한곳을 보고 있는 인물들의 심리와 상황 묘사가 기노시 한타의 신선하고 톡톡튀는 구성으로 그려지고 있다.

대관람차 유괴. 납치라는 사건에 초점을 둔 시각이 아닌 다이지로의 유괴 사건을 중심으로 인물들 모두의 시각이 모아지고, 다이지로의 원한과 복수를 위해 각기 다른 형태로 그것을 돕는 인물들이 밝혀지면서 소설은 점점 흥미를 더하고 있다.

 

과연 누가 악인인가 하는 의문이 지워지지 내내 가시지 않았고 크고 작은 반전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은 몹시도 다음 장을 궁금해했다.

일본 소설을 읽을 때면 느껴지는 특유의 담담함 이랄까 그런 비슷한 류의 냉정함을 어김없이 느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책을 읽는 개인적인 생각이고 느낌일지도 모른다. 관람차에서의 납치 유괴, 그리고 살인사건들, 살인 장면을 묘사하는 담담한 시각이 오히려 납치범 다이지로의 편에 서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짧지만 강렬한 한편의 단편 영화 처럼 혹은 몇마디의 말로도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알고싶지 않는 충격적인 사실처럼 악몽의 관람차는 짧지만 강렬하게 다가오고 긴 여운과 충격을 남긴다.

 

기노시 한타의 악몽 시리즈의 이전 편들에 대한 궁금증이 마구 마구 몰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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