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의 한국사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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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그냥 넘기는 법이 없이 장독 위에 정한수 한사발을 떠놓고 천지신명 달님께 부모와 자식, 남편의 건강과 입신양명을 기도 하는 조선의 흰 옷을 입은 여인네- 어머니들이 문득 떠올랐다.

초승달을 머리위에 두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모아 간절히 소망하는 것은 아마도 짐작하는 그것이 맞을 것이다.

책 표지의 여인은 아마도 모정의 한국사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대 단 하 신 어머니들의 모습이기도 한 것일테니 말이다.

 

현 시점에서 볼 적에 조선은 가장 가까운 역사이고 그러기에 더욱 친숙하고 그 어느때의 역사보다 많이 알려져 있는것이 사실이다.

담장안에서 숨죽인 채  시부모 공양하고 남편을 섬기고 자식들을 뒷바라지 했을 그 시대의 여인들을 생각해본다.

개인으로서 자신을 돌보거나 학문에 열중하거나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한 때였기에 어쩌면 그네들은 자식, 그것도 아들의 출세에서 자신을 찾고자 했을것이다. 그것이  늘 보이거나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버려가면서 까지 자식을 길러낸 이유일지도 모른다.

 

처음 책장을 넘길 적에 으레 신사임당의 이야기가 있겠거니 생각을 했었지만 오만원권의 주인공이자 모자가 나란히 지폐모델이된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이야기는 찾을 수 없었는데 아마도 율곡을 친정에서 20년 가까이 키우며 살았다는 사임당은 분명 교양있고 문학과 예술에 깊은 조예가 있었으나-

( 잠시 머리를 굴리면 알 수 있듯이 사임당은 친정에서 살았다는 것, 물론 사임당 이후 조선 중기나 후기를 지나면서 조선의 여자들은 칠거지악에 갇혀 그저 남자들의 뒷편에 이름을 남기지도 못하고 아무개의 딸이자 아무개의 처 혹은 아무개의 어머니로만 존재한 씁쓸함이 남지만)

-사임당의 뛰어난 재주와 현모양처의 모습을 받쳐주는 안락함과 편안함이 없었더라면 그가 후세에 이렇게도 칭송을 받았을까 싶다. 시기적으로 그다지 차이 나지 않는 허난설헌만 보더라도 뛰어난 재주를 지녔으나 고된시집살이와 남편의 외도로 힘들어했다고 하니 조선의 그 시기란 정말 알 수 없고 이해하기 힘든 시기라 할 만 하다.

 

좁은 생각에 어쩌면 임진왜란이나 이후 정묘호란 등등을 거치면서 여인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능욕으로 부터 구하지 못하였기에 조선 후기로 들어서면서는 더더욱 여인들을 집안으로 가두고 칠거지악이니 열녀문이니 하는 따위로 이 땅에 살았던 많은 여인들의 가슴을 천갈래 만갈래 찢어놓았는지도 모른다.

학대도 오랜 시간에 걸치면 세뇌가 되듯이 여인들에게 억압적이고 제한적인 삶이 나중에는 여인들 스스로가 스스로를 가두는 구실이 되었을것이다. 그랬기에 더욱 더 나 아닌 남편이나 자식의 영달이 곧 나의 성취이자 삶의 지표가 되었는지도.

 

사실  현재에도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자식의 출세나 성공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헌신하는 어머니들이 많이 있음이다. 예전의 어머니들이나 지금의 그 어머니들을 성토하자는 것이 아니라 예전의 어머니들은 조선이란 나라 안에서 갇힌 여인네들의 삶에서 자신을 돌보지 않고 희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면, 현재의 많은 어머니들은 자식만을 위해 죽고 사는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과  자식을 휘해 헌신. 희생하는 수고를 수고라 여기지 않는 어머니들이지만 자신들의 행복과 삶을 자식 때문에 내려놓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솔직한 심정이다.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행복이나 출세 성공이 얻어지는 것이라면 그 행복과 입신양명이 과연 정말로 행복하다 성공했다 할 만한것이겠는가.

그리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시기의 그 어머니들의 현명함과 지헤를 가지되 자신을 돌보지 않는 자기기만을 당연시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저자의 모정의 한국사에는 여러 어머니들이 등장한다.

어머니를 위해 지었다는 구운몽으로 기억되는 김만중의 어머니 해평 윤씨, 자식의 교육을 인생의 전부로 안 성간의 어머니 순흥 안씨, 출생부터 평탄하지 않았던 박일산의 어머니 성주 이씨, 아들의 미래를 위해 죽음을 마다치 않은 양사언의 어머니 문화 유씨, 국가의 안위를 위해 평생을 바친 서성의 앞 못보는 어머니 고성 이씨, 과부의 자식이니 더욱 학업에 매진해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아홉 정승을 배출한 이준경의 어머니 평산 신씨 가 그들이다.

가문의 몰락과 삶의 고난과 역경을 슬기와 지헤로 풀어낸 어머니들의 자식들은 모두 입신양명하여 더불어 그 어머니의 이름을 드높게하니 당시로서는 그보다 더한 효가 없었을듯도 하다.

 

저자의 치밀한 조사 덕분에 그들의 기록과 행적을 한눈에 편히 볼 수 있었지만 그 어머니들의 이름 석자 전해지지 아니하고 아무개의 자식 무슨씨로만 기록되었기에 마음 한켠으로 씁쓸함을 어쩔 수 없었다.

허나 분명한것은 자신을 버리면서 까지 기꺼이 헌신과 희생을 한 어머니의 자식들은 후세에 길이남는 이름을 남겼고 그 이름으로 말미암아 어머니들의 존재 또한 재조명 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은 절대 지나칠 수 없다.

 

어머니의 희생으로도 제대로 되지 못하는 자식들이 오늘에도 많은 판국에 자신을 오롯이 자식을 길러내기에 평생을 다 한 그분들의 심정을 헤아리고 판단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어리석음의 소치요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임을 자랑삼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내하고 감내하고 인고의 세월을 참아내었을 그 어머니들의 인생에 더불어 속상한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모정의 한국사, 여섯분의 어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이런 저런 생각이 참 많이 떠다니고 오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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