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스님, 삶을 말하다
도법.김용택 지음, 이창수 사진, 정용선 정리 / 메디치미디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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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시인과 도법스님을 만났다.

 

시인과 스님이라. 가공되지 않은 시꺼먼 그 속에 원형 그대로의 찬란한 빛을 간직한 보석을 숨기고 있는 어느 곳의 어느 돌 처럼 시인과 스님의 삶은 그러하지 않을까하고 나는 종종 생각했다.

시인과 스님에게 내가 바라는- 사람들이 바라는 자연과도 같은 삶 말이다. 시인과 스님에게선 삶에 찌들린 얼굴이 엿보이지 않기를 내 이기적인 마음은 이미 선을 그어놓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섬진강가에서 나고 자라 섬진강가의 학교에서 평생 교사로 지내다 은퇴한 섬진강 시인 김용택과 길위의 생명평화 탁발승 도법 스님의 물 흐르듯이 풀어내리는 이야기에 밤이 가는 줄도 모르게 빠져들고 말았다.

너털 웃음을 지으며 사람좋은 웃음으로 어린시절과 성장기와 성장통 그리고 시와 삶을 이야기하는 김용택 시인과 삶의 한자락 자락 마다 진리와 깨달음을 먼지털듯 털어내는 도법 스님의 나직 나직한 음성이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다.

시인의 섬진강 사랑이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한 전해져 그 강물의 비릿함과 차가움이 느껴진다. 시인은 생명을 노래하고 삶을 노래하며 저기 저 사그라들어가는 생명을 보라고 손짓해주는 사람이라고 시인은 이야기한다.

어쩌면 손짓 하고 있는 시인이 먼저 그 생명을 보고 깨달았기에 시인은 모두 환경 운동가 일지도 모르겠다.

 

시인이 이야기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신비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결코 깨닫지 않는 생과 삶의 한 부분일것이다.

시인의 웃음 섞인 이야기를 나누다가 도법 스님과는 나직나직한 삶과 생명과 진리에 대해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앞에 놓인 차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하는 이 이야기 하고 생각을 나누는 일은 약간 땀이 배고 호흡이 빨라지는 기분 좋은 운동을 한듯이 상쾌하기만 하다.

시인과 스님의 이야기는 자연과 생명있는 모든것들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만든다.

강파기라는 거대함의 바로 곁에 있는  시인의 섬진강과 고행과 부처의 거지정신을 수행하고 진리를 찾는 여행을 하는 스님의 발길 옆에 무너지는 환경과 암울한 시대를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않다.

두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내 고개를 끄덕이다가 시인과 스님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대안을 향하여 의 부분에서는 지내온 삶과 지낼 삶이 서로 다르고 다르겠지만 자연과 사람의 조화로움을 추구하고 그안에서 자연스레 비벼지는 삶을 아름답게 일궈나가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모아진다.

 

시인과 스님, 삶을 이야기 하시는 문지방 너머에 쪼그리고 앉아서 댓돌에 구르는 나뭇잎을 보며 삶의 작은 한 조각이나마 생각해보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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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텍의 비밀
폴 크리스토퍼 지음, 민시현 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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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멕시코 지역에 존재했던 제국, 사실  아즈텍문명이나 아즈텍제국에 관해 몇자라도 들어보았다거나 관심을 둔 적이 없었던 모양인지 아즈텍의 비밀 이라기에 아즈텍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외의 신기함과 신비로움이 먼저 다가왔고 그런 아즈텍의 비밀이라니 뭔가 대단한 비밀을 파헤치거나 모험담을 들려줄 것으로 예상을 했다.

 

폴 크리스토퍼의 작품은 램브란트의 유령을 통해 처음 접해보았으나 감히 그 깊이나 폭을 가늠하고 몰입되는 정도에 비해 이야기를 따라가는 이해와 독서의 능력인 뒷심이 내내 부족했던 기억이 있던 터라 아즈텍의 비밀은 사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이리저리 흩어져 있거나 혹은 머릿속에서 유추하고 끼워맞추어야만 하는 상상의 창조가 내심 기대되기도했다.

 

마야문명 정복자인 코르테스가 남긴 비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 흥미진진한 모험은 16세기와 현재, 많은 시점들의 이동으로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폴 크리스토퍼의 작품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첫장부터 15세기의 스페인으로 햐아던 보물선이 난파되면서 정복자인 코르테스의 코덱스 또한 사라지게 되고 현재의 인도 기록보관소의 핀 라이언과 빌리 필그림경은 사라져버린 보물선에 대한 단서를 포착하고 사라져버린 코덱스를 찾는다.

다른 한편으론 제약회사 사장인 제임스 조나스 노블과  종교집단인 까발로 네로 또한 사라져버린 코덱스를 찾기 위해 나서게 되면서 핀과 필그림경과는 피할 수 없는 대결 구도를 펼치게 된다.

 

방대한 표현으로 서술 되겠다 싶은 이야기들은 생각보다는 넓지만 깊이있게 파헤쳐지지 않는 듯 해서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지만 매력적인 주인공들과 등장하는 인물의 다양함은 아즈텍의 비밀이 가지는 영화같은 모험의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아즈텍에 관한 많은 이야기나 비밀보다는 제약회사와 코덱스를 둘러싼 인물들의 위기와 위험을 가진 모험이야기여서 아즈텍에 관한 비밀을 더 다루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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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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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이미 아문지 오래되었다.
혹은 아물었다고 스스로 달래며 애써 외면하고자 했을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보란듯이 나는 상처를 아물게 만들었고 극복했고 충분히 잊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외침을, 보여지는 스스로를 위해 자신에게 그리 말하고 세상에 그리 보여지게 만든것일 수도 있다.

별 기대 없이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건들을 다룬 영화를 소재 삼아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 정도 될 것이라 짐작했다.

보았거나 혹은 들었거나, 겪었거나 겪지 않고도 두려움과 공감으로 몸을 떨었거나 한 영화들이었다.

많은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의 삶이 인지하거나 하지못한 트라우마로 얼마나 망가지는지를 정신과 의사의 입으로 정신분석학적 분야로 다뤄내고 있다.

 

책속에서 다루어지는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와 영화 속 인물들의 트라우마는 책을 읽는 내내 나 자신의 감정과 휩쓸리고 내달렸다.

밀양이 그러했고 여자 정혜가 그러했고 나비효과, 미스 리틀 션사인, 휴먼 스테인이 그러했다.

감춰두고 다루고 싶지 않고 남들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은 상처- 트라우마-가 이미 아문지 오래된 자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간에 치유할 수 없었고 치유되지 않았던 그것들이 아물었다고 믿은 자리에서 다시금 피를 흘리는 오열의 거친 파도를 다시 감당해 내어야만 했다.

 

책을 읽다가 감정이 격해지고 마음 속 화가 불길 처럼 솟아나 걷잡을 수 없이 감정들이 뒤엉켰다.

어느 누구의 삶인들 영화같지 않으며 드라마틱 하지 않고 상처 하나 없이 순백일까마는 내보이지 못하고 쓰다듬어주는 손길을 받지 못한 나의 상처들이 다시 울고 있었다.

 

내내 나 자신을 쓰다듬어야만 했다. 이상하게도 어떤 순간이나 견디기 힘든 일 앞에서 세뇌하듯이 '괜찮아 괜찮아'라는 말을 중얼거릴때가 많았는데 어쩌면 그것은 아무도 위로해주거나 이해해준 적 없는 나를 위한 쓰다듬기는 아니었을까.

 

누군가를 트라우마로 부터 지켜낸다거나  그로부터 원천봉쇄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 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24편의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을 대하고 나니 달래지지 않은 나의 트라우마나 아픔에 대한 분노나 원망보다는 타인의 행동이나 성격 앞에서 그들을 이해하려하는 시도는 할 수 있겠다싶다.

책을 읽으며  나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주위의 사람들을 조금은 더 아늑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가 솟아 난다.

어떤 사람의 사건이나 사고, 성격 앞에서 트라우마란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것을 보면 내게 미친 영향이 적잖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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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빛 매드 픽션 클럽
미우라 시온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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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오키상 수상작가인 미우라 시온의 작품중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이 검은 빛이다.

영문 타이틀은 다크 라이트, 원제는 광(光) 이라 하니 과연 검은 빛이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가 과연 상상한 대로의 검은 마음을 그려내는 빛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매 작품마다 다른 문체와 다른 분위기로 신선한 기쁨과 낯선 설렘을 가져다 준다 라는 다소 짐작이 어려운 소개말이 아니었더라도 미우라 시온의 검은 빛은 처음 몇장을 지나지 않아 충분히 신선하고도 낯설었고 낯설고도 충격적이었다.

폭력이라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행위에 대한 검은 빛에서의 작가의 표현이나 묘사는 농밀하고도 가슴 철렁하게 충격적이어서 그저 담담히 이야기하듯 풀어내는 문체는 그랬기에 더욱 마음 속 깊게 빨려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갑작스레 닥친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거대한 자연의 폭력 쓰나미로 섬은 온통 파괴되고 주민들 거의가 예고 없는 죽음을 맞게 된다.  살아남은 주인공들의 시선을 따라 파괴된 섬에서도 존재했고 이후로의 삶에서도 늘 존재할 수 밖에 없었던 폭력들을 그들의 삶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아동학대와 살인의 외적인 폭력과 아동학대를 방관하는 자들, 자신의 성공을 위해 타인을 도구로만 사용하는 여자,  맘 속으로 다른 여인을 품은 채 아내를 기만하며 결혼 생활을 유지해 나가는 남자, 모든것을 알고 난 후에도 자신의 삶을 어그러뜨리지 않기 위해 무서운 침묵을 택하는 여자의 정신적인 폭력을 섬에서 살아남은 주인공들의 입과 눈과 귀와 그들의 삶을 통해 인간의 검은 마음을 비춰주는 검은 빛을 보여준다.

폭력앞에서 미카를 구해내기 위해 폭력으로 맞선 노부유키와 그런 노부유키를 맴돌던 다스쿠의 씁쓸하고도 섬뜩한 삶의 한 자락 한 자락들은 책을 읽는 내내 말로 표현해 내기엔 벅찬 가슴 죄어옴이 있었다.

 

폭력에 대항하거나 맞서는 그들만의 방식을 그들의 눈과 귀와 입을 통해 담담히 들려주는 듯, 혹은 모든 사건이 끝난 후에 고해성사를 하듯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은 많은 부분의 상상의 여지와 판단의 여지를 독자에게 던져주는 듯 하다.

 폭력과 폭력을 통한 복수와 폭력이 지배하는 그들의 삶을 생각하며 그러지 않아도 팍팍하기만 한 가슴은 쩍쩍 갈라지는 소리를 내지르기만 하고, 대항 할 수 없었던 쓰나미라는 자연의 폭력(이라기엔 뭣하기도 하지만)과 내재되어 있던 인간의 내부로 부터 표출되는 폭력. 그것들로 부터 삶을 살아내어야만 하는 인간들의 또한 다양한 폭력들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결코 쉬이 넘겨지지만은 않은 책 장들을 넘기며 폭력과 인간의 본성들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왔다가 갔다가 이내 마음 한켠에 쌓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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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ellion 반역
이소영 지음 / 일송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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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영어로 된 책을 들고서 헉 하는 숨막힘이 먼저 다가왔고 대체 열여섯 소녀가 6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소설을 영문으로 완성하기가 가능한 일인가 하는 의문과 시샘이 다음으로 마음을 가르고 지나갔다.
고대 고대 로마 스파르타 쿠스 전쟁을 배경으로 팩션을 가미하여 어린 작가만의 상상력과 창조력으로 귀족 옥타비우스와 노예 검투사 스파르타쿠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물론 짧은 영어읽기와 부족한 이해력으로 책장을 넘기는 손이 한가한 날이 허다했지만 평소 게을리 하던 영어 공부와 영한사전을 찾아가며 읽어야 했다.

 

대체 이 열여섯 작가는 나를 어디까지 시험하는 것인가.

한페이지를 읽었는데 당최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 부족한 영어 실력을 탓하며 대강 문맥만 이해하고 넘어가자며 스스로를 달래고 위로할 수 밖에 없었다.

어려서부터 영어 원문으로된 역사책을 읽던 작가가 의도한 반에 반도 소화해내지 못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책소개에 언급된 옥타비우스와 스파르타쿠스의 우정과 갈등, 반란을 진압하는 옥타비우스의 갈등을 기준으로 삼지 않을 수가 없었고 이런 맥락 위에서야 그들의 이야기를 영어로 읽어내는 것이 가능했기때문이다.

 

고대 로마의 이야기는 언제나 신비하고 그저 먼나라 그것도 아주 오래전의 일이기에 (기원전 70년경) 당시를 상상하기도 힘들뿐더러 그 당시 그들의 이야기가 생활속에서 피부로 닿아지는 것이 아니기에 심심한 상상력과 눈꼽만큼도 찾을 수 없는 상상력을 지닌 사람이야 작가의 그 이야기들의 맥락이라도 잡고자, 아니 옷자락 잡고 뒤따라 가는 것조차 버거우면서도 오히려 감사했다면 말 다한 것일지도 모른다. 극히 나의 경우에는 말이다.

 

옥타비우스와 스파르타쿠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들을 상상하고 그려내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너무도 친숙한 영화들을 통해 검투사들의 모습이 이미 선행 학습된 영향도 있을것이고 우리말이 아닌 영어로 표현해내는 그들의 모습은 굳이 영어로 된 글을 읽고 영어로 생각하지 못하고 영어로 그들을 그려내지 못할지라도 머릿속에서는 그들은 역동적인 움직임을 그려내는 것에는 무리가 없다. 과연 글이 전해지는 머릿속은 온통 그들의 모습을 생생히 그려내고 있었기 때문일것이다.

 

작가는 노예검투사 스파르타쿠스의 이야기를 통해 과연 무엇을 전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사실과 팩션의 경계를 허물고 그 안을 유유히 왕래하면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선택 할 권리를 얻지못한 노예들, 스파르타쿠스의 이야기로 소외받고 역사에서 마저 뒤안으로 퇴장해야했던 그들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잇는것은 아닐까.

한없이 빈천하기만한 영어 독해실력을 탓하며, 내가 읽고 내가 느낀것은 과연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만 제대로 된 것이고 수없이 페이지를 넘기며 읽은 그 꼬부랑 글씨들 속에서 과연 제대로 이해한것은 얼마나 될까 하는 부끄러움과 자조가 함께 들지만 전 연령층이 읽기에 무리가 없다는 소개말이 영어 실력보다는 스파르타쿠스를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열여섯 영재소녀의 이 소설을 아마도 한번은 제대로 다시 읽어보야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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