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의 사춘기 - 사랑, 일, 결혼, 자신까지 외면하고픈 30대의 마음 심리학
한기연 지음 / 팜파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사람의 인생의 물리적 양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수치로 계산을 할 수 있는 능력자도 아니지만 병이나 불의의 사고, 천재지변으로 명을 달리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서른을 넘어 서면 그 즈음 인생에서 어떠한 선택을 했거나 무엇이 되었던 간에 일정한 방향 쪽으로 고개를 돌려놓고 있는 시기라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될 줄로만 생각하던 십대와 현실에 눈을 뜨며 세상을 사회를 향해 발을 내딛던 이십대 그리고 이십대를 보내자 반갑지 않은 채권자 처럼 성큼 다가와 버린 삼십대.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거쳐가는 삼십대건만 왜 유독 내게만 가혹한듯 느껴지는걸까.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을 가지고 곧장 결혼을 해서 남매를 둘씩이나 둔 친구들은 왜 이리도 많은지 게다가 내겐 한번도 쉽지 않은 결혼을 두번이나 치른 대단한 능력의 친구들도 있으니 가끔은 인생의 통과의례쯤으로 여겨지는 결혼이 막중한 부담으로 짐스러울 때가 많다.

 

삼십대가 되면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취미생활을 즐기고 미혼이라면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 처럼 폼 나게 살줄 알았건만 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것도 아니고 무엇하나 이뤄 놓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때면 한없이 처량하고 자신을 책망하기만 한다.  이 옳지못한 감상들은 무엇으로도 치유하거나 완치를 기대 할 수 없다는 것이 씁쓰레하기만 하였어라.

세상에 고민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며 삶이 마냥 행복하기만 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또다시 어김없는 자기연민과 자기혐오에 빠지고 마는 날들이 잦아지면서 처음 부터 그랬다는 듯이 불행과 나는 친구요 행복은 그저 바라보는 대상이자 질투의 대상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귀결되고 마는 처음과 끝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로 돌아가고야 만다.

막 서른이 되던 해엔 무엇하나 해놓은 것도 없이- 나이 앞자리 숫자만 바뀌었을 뿐인데- 덜컥 나이만 먹었다는 감정에 빠져 두려움이 컸던 기억이 난다. 서른이던 그 해가 지나고 나니 어김없이 물리적인 한해는 왔다가 가는 것이고 언제나 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야마는 것을.

매사에 자신이 없어지고 번듯한 직업도 아니고 풍족한 삶을 꾸릴 만큼 능력있는 벌이도 아닌 미혼의 삼십대- 때로는 그런 모습을 나 스스로가 바라보며 자책하고 괴로워하는 것보다 타인들이 그런 나를 들여다 보는 것 같아 비참함은 더해지기만 한다.

어째서 보여지는 것을 더 크게 받아들이고 그것이 마치 절대적인 것인냥 생각하게 되어버린 것일까.

십대 시절에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은 이유들로 반항하고 고민하고 힘들어하던 시절이 있었다면 서른을 지나면서는 모든것이 내 탓인냥 자조하고 포기하게되는 또 한번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것 같다.

 

 서른다섯의 사춘기는 누구에게도 약한모습이나 소심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하는 내게도 괜찮다고 니 잘못이 아니라고 아직 기회는 충분하다고 어디까지나 내 편에 서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착한 언니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저자의 상담 사례들은 모두가 나의 이야기이고 고민이며 동시에 당신의 이야기일 것이다.

많은 고민과 자기 연민과 자기 혐오 속에서 갈등하고 고통 받는 다양한 모습들의 '나'에게 저자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곤조곤 마음을 어루만지고 달래준다.

아직 해야할 일들도 많고 시간은 충분하며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치면 되고 절망을 또다른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마음속의 힘을 길러주는 저자의 목소리가 책장 마다, 문장들 마다에서 내게 외쳐대고 있는 듯 하다.

내가 원하는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길러내는 것이야 말로 어떤 물질이나 정신적 풍요보다도 서른다섯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책장을 넘기며 페이지마다 흩뿌려진 나의 고민과 나의 이야기들을 이야기 하고 저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위로보다는 힘을 얻게된다.

시꺼먼 겨울 한 밤이 어느새 가버렸나 싶을 정도로 또 한번의 사춘기는 이렇게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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