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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이지만 말 잘하고 싶습니다
조현지 지음 / 빅마우스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막힘없이 줄줄 말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나는 태생적으로 내성적인지라 주위에 사람이 3명만 넘어가도 말할 때마다 긴장을 하는 편이다. 아주 가볍고 간단한 대화를 할 때에도 상대방이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떻게 느낄지에 지나치게 신경을 많이 쓴 나머지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잊어버릴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내성적인 사람도 말을 잘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내성적이지만 말 잘하고 싶습니다』에서는 말 잘하는 법을 S.P.E.A.K의 다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S(See) - 먼저 내면을 관찰하고, P(Practice) - 혼잣말 실행, E(Express) - 타인에게 표현하고, A(Attention) - 주의를 사로잡고, K(Keep) - 배운 것을 지속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말을 하기 전에 우선 나의 내면을 먼저 체크하라고 조언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신념은 무엇인지, 또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알면 말에 힘이 생기고 상대방을 설득시키기가 비교적 쉬워진다는 것이다. 사실 말하는 그 순간만을 중요시해왔지, 평소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다소 신선하게 느껴졌다. 나라는 사람을 아는 것이 바로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는 걸 깨닫고 나니 시간을 내어 나의 내면을 들여다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부끄러움이 많고 쉽게 겁먹는 나의 경우엔, 말을 할 때 온몸이 긴장되고 머리가 어지러워질 때도 있는데, 이럴 때는 이 책에서 말해주듯 4-7-8 호흡을 활용하면 좋다. 평소보다 훨씬 느리고 안정적인 호흡을 통해 신체적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으니 말하는 태도 또한 여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라 중요한 일을 앞두고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걸 좋아하는데, 저자는 그것을 '시각화'로 표현하며 이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렇게 먼저 뇌를 준비시키면 막상 그 일을 할 때 이미 상상했던 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사실 말하기에는 대단한 스킬이 필요한 건 아니다. 전문 지식을 배워야만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혼잣말 실행하기 과정에서는 아무 말 대잔치를 추천하는데, 이렇게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재료로 삼아 나를 위한 말하기를 실행하다 보면 점점 실력이 늘기 시작하면서 나중에는 확실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바로 다른 사람이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해 말하는 것이다. 그 누구의 시선에도 신경 쓰지 않고 나를 감동시키기 위해서 하는 말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타인에게 표현하는 과정에서는 말하기 만큼이나 중요한 '잘 듣기'의 기술도 언급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경청은 때때로 유창한 말보다도 더 큰 힘이 있다. 진심을 담아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 의미 있는 대화가 시작되고, 나 역시도 쉽게 입을 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자기 PR이 중요해지고 나 자신의 이익을 좇는 일이 많아진 요즘 세상에서 타인의 말을 잘 들어주기는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핑퐁이 이어질 때야말로 건설적이고 유익한 대화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바로 1도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미국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의 방향을 1도만 조절해도 브라질 상파울루 공항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작은 변화가 나중에는 큰 변화를 불러오는 '나비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말에도 각도가 있다고 하면서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표현의 각도를 1도만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단번에 완벽한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현재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면서 조금씩 발전해나가자는 것이다. 발전은 누적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난 후 뒤를 돌아보면 내가 얼마나 멀리까지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지는 파트인 '주의 사로잡기'와 '지속하기' 챕터에서도 내성적인 사람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노하우들을 소개한다. 단순히 매끄럽게 말할 수 있는 기술들만 줄줄 읊는 게 아니라 저자 자신의 솔직한 경험을 곁들여 더욱 생생하게 전달해 주기 때문에 마치 일기를 읽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저자의 이력을 보면 저절로 감탄이 나올만한 대단한 분인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자존감이 떨어졌던 날들의 모습을 낱낱이 공유해 주니 왠지 미묘한 동질감이 생겨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지난날의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수많은 내성적 인간들을 위해 진심으로 격려해 주는 따뜻한 말들이 많아 정말 유익했던 책이었다. 말하기에 자신감이 떨어질 때 꼭 읽어보면 좋은 말하기 첫걸음 교과서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