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텔로미어 -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박성신 지음 / 북다 / 2024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사람은 늙는다. 노화의 앞에서는 누구나 공평하다. 부자도 늙고 가난한 사람도 늙는다. 하지만 젊음을 다시 되돌려줄 수 있는 약이 있다면 어떨까?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사회'가 되어가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생각하면, 박성신 작가의 장편소설 《텔로미어》에 등장하는 '노화종말법'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텔로미어》는 지금의 고령 계층들이 겪는 여러 가지 문제와 사회 현상들을 언급하며 사태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한다. 젊었을 때와는 다르게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새로운 물건이나 사고방식에 적응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노인들의 처지는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진다.
해마다 노인이 늘고 젊은 층은 세금 부담을 힘들어했죠. 노인들이 떨어진 인지 능력으로 운전을 해서 사고가 빈번하게 난다는 것 아시죠? 만약 노인들이 젊어질 수 있다면, 그래서 다시 노동을 할 수 있고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노인 문제뿐 아니라 저출산 문제, 연금 부족 문제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노화종말법'은 말 그대로 노화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수단이었다. 만 75세가 된 노인들은 '텔로프록산'이라는 신약을 통해 50년 전으로 신체 나이를 되돌릴 수 있다. 20대의 활력 있는 신체와 빠르게 돌아가는 두뇌를 다시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미래가 없는 노인들에게는 한 줄기 희망임에 틀림없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에 DNA 염기서열을 보호하는 염기쌍인데, 이건 복제되지 않고 세포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길이가 짧아져요. … 이 과정이 노화인데, 우린 텔로머레이스라고 불리는 효소를 통해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하려 했어요. 우리는 이 텔로머레이스를 이용해 텔로미어를 재건하려 했고, 그러기 위해 이 효소를 활성화시키는 약물을 만들어야 했어요. 우린 젊음을 이 연구에 쏟아부었어요.
그러나 노화종말법 시행 발표 보름 전, 기이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건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신원을 알 수 없는 20대의 남성이 한 남자를 잔인하게 살해했던 것이다. 시체는 총 13군데의 뼈가 부러져 있었는데, 문제는 이것이 연쇄 살인이라는 점이었다. 범행 수법과 피해자의 사인이 똑같이 일치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게 되면서 담당서의 '양현묵' 형사는 CCTV에 잡힌 용의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 모두 예전에 있었던 '젊음의 물' 사기 사건의 가해자라는 것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다. 젊어질 수 있다는 물을 사 먹은 노인들이 대부분 부작용을 앓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기까지 했던 사건이었다. 범인은 이 사건에 원한을 가진 사람임이 분명했다.
한편,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친 사회복지사 '이기해'는 아버지가 남긴 유품인 USB를 받게 되는데, 그날 이후로 누군가 자신을 은밀히 미행한다거나 자신이 외출할 때 집을 뒤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텔로프록신'의 개발사인 HL코리아의 연구원으로 일했던 아버지는 과연 그녀에게 무엇을, 그리고 왜 남긴 것일까?
당연하게만 받아들였던 노화 현상을, 치료할 수 있는 병으로 보는 시각이 신선했다. 그리고 젊어지면 누구나 좋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젊은 사람과 노인들 간의 입장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노인들이 다시 젊어짐으로 인해 '진짜 청년'들은 일자리에서 밀려나고 실업률이 더더욱 오를 수 있다. 연륜과 경험을 쌓은 노인들이 젊어지면서 이제는 경쟁력 있는 라이벌이 되는 것이다. 쓸모없는 노인들이 쓸모가 있어지면서 청년들의 자리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젊은 사람들은 노화종말법에 반대하고 나선다. 따라서 막연히 모든 사람들이 젊어지는 일만이 만능 해결법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텔로미어》를 통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