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주인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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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







 '조이스 캐럴 오츠'의 공포 소설 《인형의 주인》은 총 6편의 단편 소설들이 엮인 책이다. 이 여섯 가지 이야기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다르고 그들이 처한 상황은 각자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는, 은근하고 치밀한 공포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 우리가 알고 있는 공포소설의 법칙에 따르면, 주인공은 한 두려운 존재에게 끊임없이 쫓기며, 주위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극적인 상황에 놓이곤 한다. 생사가 걸린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우리는 적지 않은 스릴을 느끼게 된다.


​ 《인형의 주인》은 그렇기보다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비교적 현실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이를테면, 버려진 인형을 주워모으는 인물의 불가사의한 행동, 흑인 소년을 총으로 쏜 백인 남성, 자신을 살해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남편 등, 심장을 격렬히 뛰게 하는 스릴 요소는 없지만 서서히 스며드는 불안과 공포를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빅마마>라는 단편이 기억에 남는데, 홀로 자녀를 부양하느라 늘 바쁜 엄마를 두고 있는 외동딸 '바이올렛'이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리타 메이'라는 아이와 친구가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리타 메이 역시 아버지만 있는 홀어버이 가정이었는데, 바이올렛 모녀와는 다르게 늘 북적북적하고 행복해 보이는 그녀의 가족 때문에, 바이올렛은 점점 더 그곳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리타 메이의 아버지인 '클로비스' 역시 바이올렛에게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바이올렛에게 가족의 비밀을 한 가지 알려주는데, 그것은 바로 집 뒤편에 '빅마마'라는 이름을 가진 비단뱀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본 뱀은 크기가 어마어마했고 그 정도 덩치를 유지하려면 토끼나 쥐를 아주 많이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 뱀을 보게 된 이후로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리타 메이와 거리를 유지하던 바이올렛은, 클로비스로부터 빅마마에게 먹이를 주는 일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게 된다.








 이야기의 결말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서 예상 가능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결정적인 장면에서 독자들의 상상을 자극할 수 있도록 마무리되기 때문에 온몸에 소름이 돋게 된다.


​ 자극적이고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에 물들어 있는 미스터리 독자들이라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의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진하게 퍼지는 여운은 조이스 캐럴 오츠가 얼마나 뛰어난 이야기꾼인지를 확증해 준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선연히 다가오는 두려움과 호기심 때문에 자꾸만 뒷장을 넘기게 하는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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