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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려치는 안녕
전우진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평점 :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후려친다'는 표현과 '안녕'이라는 단어가 나란히 올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약간의 호기심이 생겼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감히 상상도 못할 만한 아우라를 풍기는 책이라 내용이 너무나 궁금했다.
1부에서는 주인공 '병삼'이 자신이 지닌 능력을 깨닫기 시작한 시점부터 '재일'과 '보라'를 만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부에서는 '재일 교회'에서 일하게 된 병삼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병삼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누군가의 따귀를 때리면, 맞은 사람이 정신을 차리고 참회를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사람을 패고 다니는 깡패나 조직폭력배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가 때리는 따귀 한 방이면 눈물을 줄줄 흘리며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착하게 살려는 다짐을 하게 됐다.
병삼은 '한마음 교회'라는 작은 교회에서 운전사로 일하고 있었다. 오랜 친구이자 교회의 목사인 '바울'과는 친한 사이였고 '우진'이라는 교회 동생과도 막역하게 지냈다. 평화롭다면 평화로운 그의 삶이 갑자기 변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보라'와 '재일'을 만나고서부터였다.
피트니스센터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보라에게도 한 가지 능력이 있었는데 바로 자신의 땀 냄새를 맡은 남자들이 폭력성이 강해진다는 것이었다. 그 점을 악용해 남자들이 자신을 폭행하도록 유도한 뒤 경찰서에서 고소해 합의금을 뜯어내는 수법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던 보라는 그날도 웬 여자를 괴롭히는 듯한 남자를 발견하고 먼저 시비를 걸었다. 그러나 그것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자신이 먼저 남자를 공격했다는 증언을 근거로 역고소를 당하게 된다. 그 남자가 바로 재일이었다.
재일은 강남에서 가장 유명한 '재일 교회'의 목사였는데 사실 겉모습과는 다르게 그다지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믿음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그날도 여신도 한 명과 강압적인 대화를 하다가 보라의 시비에 말려 경찰서에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병삼을 만난다. 보라의 추태에 병삼이 결국 따귀 한 대를 때렸는데 맞고 난 후 보라의 태도가 싹 바뀌는 것을 목격한 재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병삼을 자신의 교회로 데려오기로 결심한다. 그의 능력을 잘만 이용한다면 큰 이득을 거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결국 병삼은 재일의 설득에 다니던 교회를 옮기고 그곳에서 운전수로 일하게 된다. 월급 3백에 오피스텔까지. 인생에서 가장 풍족한 시기를 맞은 병삼이었지만 곧 그에게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하는데.
마음이 올바른 사람이라면 대부분 권선징악 이야기를 기대하고, 또 그렇게 되리라 믿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후려치는 안녕》은 그와는 정반대의 이야기다. 다른 사람보다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이 오히려 떵떵거리며 살아간다. 높은 명망과 많은 재물을 얻는다. 치사하고 억울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이 세상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상다반사다.
놀랍게도 이 책에 나오는, '착해야 마땅한 사람들'은 전부 그렇지가 못하다. 재일 교회의 목사인 재일은 말할 것도 없고, 한마음 교회에서 신도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는 바울 역시도 예전에는 죄 없는 학생들을 때리고 다니는 일진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더더욱 권선징악이라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완벽하게 선인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쁜 사람이 잘 되는 꼴을 보면 마음이 답답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 흔한 사이다 장면 하나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정의의 사도 같은 건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현실을 100% 반영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세계가 아닐 수 없다.
《후려치는 안녕》은 시나리오 작가인 저자의 직업 때문인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등장인물들만의 개성도 작품에 몰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번갈아가며 서술되는 인물들 간의 심리 묘사도 치밀했다. 책이 조금 두껍고 글씨도 깨알 같아서 이걸 다 언제 읽나 걱정했었는데 내용에 몰입해서 읽다 보니 벌써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그만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대단했다.
《후려치는 안녕》은 전우진 작가의 시리즈 2부이다. 전작으로는 《관통하는 마음》이 있는데 이것 역시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능력을 갖게 되는 이야기라고 한다. 이어지는 3편이 출간 예정이라고 하는데 과연 다음에는 어떤 인물들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