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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짓말
라일리 세이거 지음, 남명성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10월
평점 :
오랜만에 스릴 넘치는 미국 소설을 읽고 싶어서 선택하게 된 《마지막 거짓말》. 작가는 여러 개의 필명으로 책을 쓰는데, 그중에서도 '라일리 세이거'로 낸 작품이 총 7개 정도라고 한다. 최신작인 《마지막 거짓말》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엿보고 싶었다.
스릴러 소설 《마지막 거짓말》은 목차가 따로 표시되지 않고 바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의 전반적인 구성과 흐름을 알지 못한 채로 작품 세계에 뛰어드는 일이 낯설기도 하면서 설레었다.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주인공 '에마 데이비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그야말로 인생을 바꿔놓았던 일이었다. 15년 전, 열세 살의 나이로 한여름 '나이팅게일 캠프'에 참가하게 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나이팅게일 캠프는 엄청난 부자인 '해리스 화이트'가문의 '프래니'가 만든 것으로, 모든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겠다는 목표 아래 시작되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끔찍한 사건의 현장이 되고 만다. '층층나무 오두막'에서 에마와 함께 묵게 된 아이들인 '비비언', '내털리', '앨리슨'이 어느 날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의문의 실종 사건 때문에 캠프는 발칵 뒤집히고, 에마의 증언으로 인해 비비언과 가깝게 지내던 프래니의 양아들 '테오'가 경찰에 연행되어 강도 높은 심문까지 받게 된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그날의 기억이 트라우마가 된 에마는 환각 증세를 보여 정신병원에까지 입원하기도 했다.
그런 에마에게 프래니는 이번에 다시 열리게 된 나이팅게일 캠프에 강사로서 참여해 보지 않겠냐는 뜻밖의 제안을 한다. 에마는 사라진 세 아이들의 단서를 찾기 위해 용기를 내어 캠프에 참가한다.
에마는 15년 전 자신이 지냈던 층층나무 오두막에서 학생 3명과 함께 지내게 된다. 그때와 비슷한 상황 때문인지 자꾸만 그날의 기억이 에마를 괴롭히긴 했지만 숨겨진 비비언의 일기장을 찾아내면서부터 실종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데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 무렵, 또다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고야 만다. 자신과 함께 지내던 세 명의 학생이 또다시 실종이 된 것이다.
15년 전의 사건이 되풀이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이 사건을 해결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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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캠프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실종 사건의 진실을 좇는 주인공의 숨 가쁜 추적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작품이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손이 목을 죄어오는 듯한 긴장감이 책 전체에 걸쳐 지속된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다.
15년 전, 실종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의 에마의 기억과, 현재 미술 강사로서 참여하는 캠프의 상황이 번갈아 가며 서술된다. 이런 방식을 통해 나이팅게일 캠프라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관련성과 또 그것들의 의미가 강하게 강조된다. 과거에 실종되었던 비비언처럼 캠프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의심을 가지고 끈질기게 조사하는 에마에게도 곧 무시무시한 일이 닥치게 될까 봐 마음이 졸여진다.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심증만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곳에 등장하는 해리스 화이트 가문의 일원들을 차례대로 의심하게 될 수밖에 없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흘려버린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책 문장 하나하나를 허투루 읽지 않고 꼼꼼히 읽어보기도 했다. 반전을 위한 서술 트릭은 없었지만 결말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이 결말을 위해 실종된 세 아이들의 관계가 그렇게나 자세하게 설명되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결말 때문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과연 '마지막 거짓말'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엔딩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그 어떠한 아쉬움도 없이 완벽했던 소설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춘기 소녀들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충동적인 모습과 예민한 감수성을 잘 녹여내어 쓴 이야기였다. 책을 덮은 지금, 여전히 에마와 세 친구들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것 같다. 정말 몰입해서 단숨에 읽어버렸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