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인생 앤드 앤솔러지
권제훈 외 지음 / &(앤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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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세보단 전세가 낫지,라는 생각이 보편적이었던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 전세는 불안정한 거주 형태라는 개념이 자리 잡았다.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없는 돈 긁어모아 아득바득 전세로 들어간 건데 그마저도 사기였다니. 이보다 더 원통하고 억울한 일이 어디 있을까.


 이런 사회 문제 속에서 전세를 주제로 한 앤솔러지 작품이 나왔다고 해서 정말 읽어보고 싶었다. 과연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지 못한 청년들의 불안한 삶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밤 산책을 하다 보면 점점이 불이 켜진 아파트들이 보인다. 깔깔 웃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창밖으로는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참 행복한 모습이구나 싶으면서도 이 수많은 집들이 모두 다 자기 집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군가는 2년이란 기간이 차면 이사를 가야 할 수도 있겠지.


 전세라는 주거형태는 생각해 보면 정말 독특하다. 거액의 전세금을 집주인에게 주고 2년 동안 살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 가게 되면 냈던 돈을 도로 받아 간다는 게 말이다. 이자 없는 은행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월세보다 훨씬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쨌든 내 돈이 허튼 데에 나가지 않으니까.


 하지만 많은 업자들이 부동산에 뛰어들면서 판도는 완전히 뒤집혔다. 이젠 집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 옛날처럼 순수하지가 않다. 책에 실린 단편 《O션파크 1302호》의 내용만 봐도 그렇다. 모든 사람들의 희망과 꿈이었던 아파트가 순식간에 지옥의 현장이 되어버렸다. 피해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는데 책임질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애초에 책임을 지려고 벌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아직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청년들의 불안은 날로 커져갈 수밖에 없다. 한때 유행했던 없는 돈 있는 돈 다 모아 아파트를 사들이던 '영끌족'의 절망적인 추락은 사람들의 불안을 더더욱 부추겼다. 과연 이번 생에 내 집을 살 수는 있는 걸까? 꼭 서울에 살아야 하는 걸까? 집을 산다면 어떤 아파트를 사야 할까? 갖가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애석하게도, 전세라는 주제 아래 쓰인 5개의 단편 중에는 긍정적이고 밝은 스토리가 없다. 등장인물들은 불편하고 좁고 쾌적하지 못한 전셋집에서 아직 이루지 못한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안은 채 살아간다. 언젠가는 안정적인 내 집으로 이사 갈 수 있겠지 기대하며. 특히나 인구 과밀 지역이면서 집값은 터무니없이 비싼 서울과 수도권의 상황은 아주 절망적으로 그려진다. 상경해서 멋진 삶을 살고자 결심하는 청년 대부분이 빛도 없는 반지하 방이나 고시원에서 회의감에 몸부림치는 모습이 너무나도 현실적이었다.



 '집'은 누군가에게는 이룰 수 없는 희망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동력이 된다. 과연 나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집에서 살기로 했어.
지면에 단단하게 뿌리내린,
그런 완벽한 장소 말이야.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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