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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못다 한 이야기들
마르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23년 9월
평점 :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새 신부 '줄리아'는 바로 그 주에 아빠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뜻하지 않게 결혼식은 취소되고 아빠의 장례식에 참석하게 된 줄리아는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예비 남편 '아담'과 작게 다투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집에 의문의 상자가 도착한다.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은 생전의 아빠와 똑같이 닮은 밀랍인형이었다. 누군가의 짓궂은 장난이라고 생각해 불쾌감을 느낀 줄리아였지만 설명서대로 리모컨의 버튼을 눌러보았고, 그와 동시에 스르르 눈을 뜨고 말을 하기 시작하는 아빠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이 인형은 아빠가 다시 부활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미 죽은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별했다면 누구나 이러한 소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일이 줄리아에게 일어난 것이다. 사실 줄리아의 아빠는 안드로이드 관련 사업을 하고 있었고 이미 죽은 사람을 인형으로 만들어 유가족들에게 며칠 간만이라도 위로를 해주고자 하는 것이 그 사업의 목적이었다. 자신의 죽음으로서 첫 실험을 하게 된 아빠는 자신의 배터리이자 수명인 엿새 동안 줄리아와 오랜 응어리를 풀고자 노력한다.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줄리아였지만 곧 아빠가 살아있을 때에는 하지 못했던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며 점점 아빠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사실 딸이 사랑하는 남자를 인정하지 않고 강제로 그에게서 멀어지게 만든 아빠의 속마음은, 딸을 위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고 좀 더 자신의 곁에 두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아버지의 사랑을 너무 늦게 알아버리긴 했지만 오랜 세월 동안 품어온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털어버리기엔 충분했다. 게다가 아빠는 줄리아의 새로운 도약을 진심으로 바랐고 그 결과 줄리아는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생각지도 않게 얻게 된 두 번째 삶을 통해 딸의 진심을 느끼고 그녀가 진짜 바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아빠 '안토니'. 그리고 아빠의 조언과 격려에 힘입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딸 '줄리아'. 부녀 사이에 존재하고 있던 감정의 골이 천천히 메워지며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지나간 일을 용서하는 모습이 매우 아름다웠다.
예상하긴 했지만 나름의 반전이 숨어있어 이야기에 재미를 더해주었다. 딸에 대한 사랑과, 관계 회복을 원했던 한 아버지의 용기가 정말 감동적이었다. 드라마에서 안토니의 이런 따뜻한 마음과 '토마스'와 줄리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