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의 유령

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일찍이 《13계단》, 《제노사이드》,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등 촘촘한 구성과 막힘없는 스토리 전개로 유명했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작이라 정말 기대가 됐다. 특히 《제노사이드》는 푹 빠져서 거의 밤을 새워가며 읽을 정도였기 때문에 이번 작품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다. 

<줄거리>

　전직 사회부 기자였지만 아내의 죽음 이후로는 여성 잡지에서 취재 기자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 '마쓰다'. 이번에 취재할 곳은 시모키타자와에 있는 3호 건널목이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곳에 사람 모습을 한 유령이 출몰한다고 했다. 그 괴소문이 사실인지 밝혀내기 위해 카메라맨까지 대동하고 나선 마쓰다. 그런데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이 사건, 어딘가 심상치 않다.

　마쓰다는 취재 도중 문제의 현장에서 한 윤락 여성이 살해당해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피해자의 사진과 유령이 찍힌 심령사진을 비교해 보니 그 둘은 동일 인물임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이 여성은 누구에게, 왜 살해당한 걸까?

　사회부 기자 시절부터 알고 지낸 경찰의 도움으로 마쓰다는 조금씩 피해 여성의 삶을 역추적하기 시작한다. 늘 억지웃음을 띠고 있던 특이한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은 분명 있었지만 본명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자신의 진짜 이름과 신분을 철저히 숨기며 그늘 속에서 살았던 여성. 처절하게 살았던 그녀의 삶에 마음이 동한 마쓰다는 끝까지 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던 중, 그녀의 룸메이트였던 '오카지마 에미'를 만나며 사건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에미의 이야기를 들으며 추리한 결과, 그녀들이 일하던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조직 '반도파'와 현재 유력한 총리 후보인 거물급 정치인 '노구치 스스무'가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일개 업소 여성에 불과한 그녀를 꼭 죽여야만 했을까?

<느낀 점>

　역시 프로 이야기꾼답게 스토리를 자유자재로 풀어나가는 실력을 가진 다카노 가즈아키! 넓은 세계관과 치밀한 이야기 구성으로 늘 놀라움을 줬던 작가의 신작 《건널목의 유령》은 비교적 신선한 느낌이었다. 이야기에 오컬트적인 요소들이 들어가 있어 다소 생소하긴 했지만 여름날에 읽기 좋은 축축한 주제라 꽤 괜찮았다.

　'어디 어디에서 유령이 나온대!'라는 근거 없는 괴담에서부터 시작되어 한 여성의 암울하고 고달팠던 삶 전체를 조명하는 전체적인 이야기 틀이 섬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를 잃은 후 후회에 잠긴 채 홀로 남겨진 마쓰다가, 젊은 여성이 살해된 이 사건에 대해 최선을 다함으로써 죄책감과 미련을 씻어내려 하는 모습이 애달프기도 했다. 끔찍한 살인 사건이 주된 이야기지만 그 가운데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인물들의 감정선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이야기의 결말에서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은 충격적인 만큼 허탈하기도 했다. 거대한 바위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속절없이 당했어야만 했던 나약한 존재. 그녀의 주위에 있는 그 누구도 그녀를 구원해 줄 수 없었다. 인과응보라는 공정한 판결이 내려졌다 해도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던 이야기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