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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영어 사전 - 개정판
안정효 지음 / 현암사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가짜 영어사전>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두툼한 책 (896쪽)을 며칠을 두고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참 씁쓸했다. 그 책속에 수록된 잘못된 표현들과 틀린 표기와 발음들, 그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신문이나 언론 매체에서 자주 접하던 그 단어들이 모두 잘못되고 얼토당토않은 표현이었다니... 물론 이 책에 수록된 단어들 중에는 잘못된 표현인줄 알면서도 이제는 너무도 우리에게 익숙해져 어쩔 수 없이 대중에 영합하여 그대로 쓸 수 밖에 없었던 낱말들도 많았으며 그 뜻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저 남들이 하는대로 별 생각없이 따라 썼던 단어도 많았다.
아파트, 리모콘, 핸드폰, 화이팅, 싸인, 파마, 패러디, 오버, 코너, 테마, 헬스, 햄버그, 돈까스, 프라이팬, 팬티, 패러다임, 빅딜, 글로벌 등등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이런 단어들이 우리의 일상에 자리잡게 된 배경에는 일본이라는 나라도 단단히 한몫을 했다. 축소지향의 그 일본인들에 의해 앞뒤를 싹둑 잘린, 어줍잖은 일본식 발음으로 사용되던 표현들이 우리나라로 흘러들어오고, 그러면 각종 언론 매체에서는 그 낱말들을 여과없이 그대로 내 보내고 그러면 일반 대중은 아무 의심없이 그대로 그 말을 받아들여 사용하는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그 발음도 뜻도 표기도 잘못 전달된 낱말들은 한국식 영어로 굳건히 자리잡아갔던 것이다.
한 예로 이제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해진 아파트를 아파트먼트로, 리모콘을 리모트 컨트롤로, 핸드폰을 모바일 폰으로 말하면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쪽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언젠가 번역 표현중에 <파랑새>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이름을 '틸틸'과 '미틸'로 번역해 놓았더니 출판사에서 우리에게 익숙해진 잘못된 일본식 발음인 '찌루찌루'와 '미찌루'로 바로잡아 (?) 놓았다.
아무튼 이 책에서는 대부분 일본의 영향을 받아 낱말의 앞 부분이나 뒷 부분을 잘라버린채 그 원래의 뜻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낱말들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과 f와p, r과l의 까다로운 발음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끼게 된 점은 그렇게 우리끼리만 통하는 엉터리 영어의 남발로 인해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있다는 안타까움이었다.
물론 국제화 시대이니만큼 세계 공통어인 영어를 사용하지 않을수야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우리말로도 충분히 그 뜻이 전달되는 낱말이라면 굳이 영어를 쓰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갖게 해 준 이 책을 펴낸 저자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에 수록 되어있는 그 수많은 가짜 영어를 사용하는 우리 국민들을 저자는 지나치게 냉소적으로 싸잡아 나무라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며 잘못 사용하는 낱말에 대한 예를 지나치게 많이 들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루한 느낌을 주었다는 점이다.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나 조금쯤 부드럽고 산뜻하게 지적을 해도 충분히 알아들었을텐데 말이다. (혹시 그렇게 충격 요법 (?)을 쓰지 않으면 제 정신들을 차리지 않을까봐서 였을까?)
아무튼 그래도 이 책은 엉터리 영어가 범람하는 시대에 한번 쯤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