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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목소리를 가진 여자
황영택 / 선녀와나무꾼 / 1998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의 영원한 연인, 전설적인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 그녀의 노래는 그야말로 듣는 이의 폐부를 찌른다. 그것은 그녀의 음색 속에 거리를 떠돌며 살아야 했던 그녀의 삶의 애환과 고통, 사랑의 환희와 이별의 쓰라림 등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그녀는 거리의 악사이자 곡예사였던 아버지 에디 가시옹과 삼류 가수였던 어머니 리나 마루사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당시 에디트의 아버지는 군대에서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상태였으나 아이가 곧 태어날 것 같다는 아내의 편지를 받고 즉시 휴가를 얻어 집으로 달려온다.
그리고 새벽 3시 산통을 호소하는 아내를 안고 거리로 뛰어나가지만 거리엔 마차 하나 지나다니지 않았으며 혹독한 추위만 있을 뿐이었다. 다급해진 그는 아내를 길에 내려놓고 근처 파출소에 도움을 청하러 달려가지만 그녀는 이미 가로등 밑에서 에디트를 낳고 말았다. 에디트의 인생은 이처럼 출생부터가 기구했다. 거리에서 태어난 그녀는 거리에서 자라고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다 마침내 샹송의 여왕이라는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에디트의 부모는 에디트를 낳은 지 얼마 안 되 헤어지게 되고 그녀의 아버지는 어린 에디트를 매춘 골목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할머니에게 맡긴다. 그 허름한 창녀촌에서 그러나 에디트는 창녀들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다. 그러나 네 살짜리 에디트에게 불행이 찾아온다. 눈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에디트는 창녀들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게 되지만 가망이 없다는 진단이 내려진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그녀는 다시 빛을 찾게 된다.
한때 앞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 오히려 그녀로서는 매우 중요한 경험이 된다. 그것은 노래에 살다 간 그녀의 인생을 예고해 준 또 하나의 기구한 운명이었다. 업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예정된 운명.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은 이처럼 어둠의 세계에서 비롯되었으며 그녀의 열정적인 삶은 불행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샹송의 여왕의 자리에 오르기 까지 에디트는 수많은 남자들과 음악적으로 인연을 맺고 또한 사랑하고 헤어진다. 그중에서도 이브 몽탕과의 사랑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있으며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그녀가 진실로 사랑했던 권투 선수 마르셀 세르당, (그녀는 그의 죽음으로 인해 완전히 삶을 포기하는 듯 했으나 결국 그에게 바치는 사랑의 헌가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그 유명한 <사랑의 찬가> 이다), 그들 이외에도 줄리엣 그레코, 샤를르 아즈나브르 등이 에디트의 후원을 받아 가수로서의 이름을 빛내게 된다.
생명이 소진되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무대에 서서 청중들 앞에서 노래하기를 고집했던 그녀는 1963년 10월 9일 저녁 그녀의 첫 남편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던 데오 사라포와의 첫 결혼 기념일에 그의 품에 안겨 마흔 아홉의 파란많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기구한 운명을 안고 태어났지만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그녀의 노래에 대한 열정과 치열했던 삶, 그러한 정열이 있었기에 그녀의 이름은 아직도 우리에게 잊혀지지 않은 채 영원히 살아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