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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초
요시다 겐코 지음, 채혜숙 옮김 / 바다출판사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무료하고 쓸쓸한 나머지 온종일 벼루를 마주하고 앉아 마음속에 떠오르는 걷잡을 수 없는 상념들을 두서없이 적어 가노라니 묘하게도 기분이 상기되어 온다' 라는 글로 시작되는 요시다 겐코 법사의 수필집 <도연초>는 고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현대의 일본인들에게 꾸준히 애독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수필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이 책 속에는 겐코 법사의 인생관과 불교의 무상관 뿐만아니라, 자연, 인생, 학문, 예능, 풍속 등 인생 전반에 대한 깊은 통찰과 세상을 살아가면서 얻을 수 있는 교훈과 지혜 등이 담겨있어 그야말로 아주 한가로운 시간에 옛 선인들의 식견과 인생철학을 음미하며 느긋하게 사색에 잠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책이다. 또한 이 수필집은 서단으로 시작하여 244단으로 나뉘어 있어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에게는 시간이 날 때 마다 부담없이 한 두 장씩 읽어도 좋을 듯하다.
뿐만 아니라 역자가 꼼꼼하게 각주를 달아놓아 일본 고전을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며 원문 못지 않은 정갈하고 기품 있는 역자의 문장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 하지만 안타까웁게도 이 책의 역자가 얼마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앞으로 역자의 좋은 문장을 접할 수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