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에 진심인데 왜 지구는 뜨거워질까? - 친환경 생활의 역설
마이클 마니아티스 지음, 김지혜 옮김 / 황소걸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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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에 진심인데 왜 지구는 뜨거워질까? - 마이클 마니아티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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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이지도 않았다. 중요하게 생각은 하지만 실제적으로 감각하는 일은 어려웠고,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괜스레 마음이 불편해지는 순간들이 잦았다.

유명한 에세이스트가 쓴 칼럼에서 1명의 완벽한 친환경주의자보다 99명의 느슨한 친환경주의자가 지구에 더 이롭다는 의견에 설득되었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느슨하고 또 지속적으로 ‘염두’한다면 그게 어디냐, 자위하기도 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나오며 스스로 진일보하기는 했다. 올해 4월 지구의 날을 맞아 참여하고 있는 소모임에서 미션 챌린지를 진행했다. 일주일 간 텀블러, 장바구니, 채식 등 친환경 활동을 인증하면 준비된 선물을 증정하는 챌린지였다. 같은 방식으로 내가 꾸려가는 모임에서도 진행한 바 있지만 새삼 그런 1회성 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나, 회의감이 들었다. 그때 알게 되었다. 나의 친환경 활동이 조금은 다른 경로로 들어섰구나.

그렇다고 해서 이렇다 할 활동, 그러니까 책에서 이야기하는 에코 로컬리즘(공동체 활동)에 소속된다거나 급진적으로 반향을 넓힌 건 아니다. 다만, 그런 단순한 활동보다 더욱더 유의미한 무언가가 있다는 걸 어렴풋하게나마 깨닫게 된 것이다.

책이 말하는 ‘진짜 대안’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일면 ‘이게 친환경 활동이라고?’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우연한 자각 후 만난 ‘7가지 대안’은 지난 4월 내가 느낀 회의감의 실체를 비로소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

주먹구구식으로 전개되고 홍보되는 다단한 활동은 사실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구조적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속성을 굳이 가져오지 않더라도 말이다. 애꿎은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죄책감만 부여하고 가치를 느끼거나 다가서는 것에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 특히 책의 내용에서 머리에 종소리가 딸랑딸랑 울린 장면은 보다 실효적인 활동으로 빈자에게 하는 기부활동과 소득을 줄이는 방법이다. 배부른 자가 빅맥을 하나 더 소비하는 것보다 기본 생활에 필요한 소비가 환경 발자국을 덜 남긴다는 설득이 묘하게 와닿았다. 소득을 줄이는 방법 또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자는 취지, 결국 불필요한 소비와 과잉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친환경 운동의 실효적인 활동이 될 수 있다.

전 국민이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을 독립을 일궈냈다. 지구의 모든 사람이 환경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이고도 분명한, 그리고 보다 더 긍정적인 공동체 활동을 지향함으로 지금의 이 문제들을 보다 더 의미 있게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발짝 떨어져 ‘그래도 난 텀블러 쓰고 있어!’로 자위하며 눈치 보는 것보다 스스로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활동에 조금 더 진지하게 다가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당장 활동 단체에 소속되지 않더라도 기후와 관련된 법제들을 찾아보고, 기부 또는 봉사 활동을 하는 모임에 참여하고, 실천하고 있는 활동들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진행해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환경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책사이애97 #분리수거는진심인데왜지구는뜨거워질까 #친환경생활 #마이클마니아티스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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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짓말 - 기원석 산문
기원석 지음 / 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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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짓말 - 기원석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시를 쓰던 시인이 교정 공무원(교도관)이 되었다. 수형자들을 상담하며 경계 너머의 우리들에게 나눌 이야기를 정갈하게 써 펴낸 책이다. 작가가 가진 세 가지의 이력이 한데 얽히니 그 속에 들어앉은 이야기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그저 그런 이야기가 아니게 된다. 아, 나에게만 그런 것일 수 있겠다.

단순하게는 작가의 이력이 흥미로워 페이지를 넘기다가 금세 책 속 단어들이 나에게로 다가와 말을 건다. 그렇게 책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destroy’를 ‘destory’로 여러 번 잘못 쓰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던 작가의 노트가 내 앞에도 펼쳐져 있다. 파괴된 그 마음들이 사실은 나의 또 다른 서사에 대한 시작은 아니었을까?

수형자들을 상담하는 과정에서의 일화는 특별할 게 없지만 그들의 삶에서 일어난 보아 넘겨지지 않는 거대한 비극들을 (여기서의 비극은 가해자, 피해자로 굳이 나누고 싶지는 않다) 문학과 삶의 진정성에 골몰하는 시인의 입장에서 전달해주는 메시지들은 쉼 없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사실 책의 뒷부분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온정적 시선과 지은 죄를 전부가 아닌 일부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내용들은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물론, 상담사라는 직업적 소양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였다. 허나, 피해자가 이 글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되는 마음도 사실이다.)

내 안에도 존재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계속해서 힘겨루기를 한다. 싫음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어 계속해서 더 싫은 이유를 찾을 때의 나는 치사하기 그지없는 가해자이고, 그렇게 해서 받은 상처와 울분은 이내 나를 피해자로 바꿔버린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좋은 의지로부터 발현된다는 저자의 문장을 읽으며 끝내 내쳤던 그것들을 다시 톺아보지만 제 아무리 의도가 좋았다 해도 행동에 옳고 그름을 앞에서 다시금 그때의 고통에 날을 세운다. 그러나 결국은 모든 이면을 발견하는 일이 대상과 세상이 아닌 바로 나를 위한 일임에 두 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깊이 들여다보고 잘 알게 되면 착하다. 137p

더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자각과 함께, 내가 짓는 표정 뒤에 버젓이 자리한, 폭력적이고 나태하고 무심한 면모들을 떠올린다. 적당히 방어하고 무관심했다. 교류 속에서도 끝내 나를 지켜내기 위해 그 지지부진한 논리를 잔뜩 이고 지며 내 뱉었던 무수한 독백들,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상대에 대한 몰이해와 끝내 청소되지 않은 스스로의 연민들에 갇혀 아무렇게나 종결시켜버린 지난 이야기들. (책 속 문장을 가져와 표현한 문구들이다.)

나의 결핍과 한계를 곱씹으며 다시금 파괴되지 않기 위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세상에 없는 단어를 착각하며 여러 번 다시 쓰는 마음처럼, 설령 없을 일이라 해도 무심히 다시 써보는 마음으로 나의 이야기 첫 문장을 떠올려본다.

‘마흔 일곱이 되던 해, 나는 내 삶에게 수용되었다.’ 로 시작하는 나의 이야기를.
(책의 첫 문장 ‘서른이 되던 해, 나는 내 삶에게 기소起訴되었다.’를 착안했다.)

#책사이애93 #사람은변하지않는다는거짓말 #기원석산문 #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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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입니까? - 학교폭력 변호사의 법률 에세이
박은선 지음 / 오래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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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입니까? - 박은선

이 책을 읽기로 선택한 이유가 ‘학교폭력인지감수성’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궁금증이 아니었다. 나는 얼마큼 학교폭력에 대해 인지하고 있나, 책을 통해 가늠해보고 싶었다.

책은 여러 사례를 통해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한다.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를 괴롭히는 경우는 잘 없는데 잔인하게 괴롭히는 전교1등 여자 아이, 새로 전학 온 남자 아이가 돋보이자 가차 없이 괴롭히는데 그 아이를 누가 가해자라 쉬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다가 같은 결로 누군가를 괴롭혀야 했던 아이, 그 폭력을 정당화 할 수는 없지만 또 다른 폭력에 여전히 노출된 아이를 우린 어떤 잣대로 봐야할 것인지, 자살 소동을 벌여가며 동급생 아이들의 폭력을 낱낱이 기록한 일기장 내용이 알고 보니 피해자 아이의 망상과 억측, 극한의 피해의식 속에서 스스로를 괴롭힌 아이를 마냥 그 아이의 잘못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세상이 모두 아이를 손가락질해도 부모 한 사람만은 포기하지 않아야 하니까, 아이의 잘못을 덮으려는 것이 아닌, 그럼에도 부모가 네 옆에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변호사 앞에서 무릎을 꿇는 부모를 온전히 법과 상식 안에서만 내칠 수 있을까?

책이 일관되게 이야기 하는 것은 피해자냐 가해자냐를 가른 폭력의 이해와 대처가 아닌, 학교 폭력의 거시적 인지와 청소년의 정서와 환경의 맥락이다. 학교폭력은 여느 폭력과는 조금 다른 색을 띠는데 그 지점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우리 아이들이라는 것에 책이 주는 메시지가 가볍지 않다.

학교는 배움의 공간이다. 학교 폭력 또한 아이들이 사회를 배우는 공간으로서 온건하게 치유, 환기 될 수 있도록 신경 써 들여다봐야 한다. 아이의 말들이 부모의 자존심이나 권력 속으로 묻히거나 사라지면 안 된다. 사회로부터 안전한 보호를 받아야 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워 나가야 하며, 학교폭력이 처리 · 해결되는 과정을 통해 사회를 향한 신뢰를 형성하고, 스스로가 소중한 존재임을 온전히 인식해야만 한다.


이 서평은 서평가 지스(@jisikinn.book )의 ’지식인 독서단‘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책사이애89 #학교폭력입니까 #법률에세이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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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입시 죽음의 삼각형 - 최상위권 따라잡는, 대치동 스터디코드 입시 바이블
서보현 지음 / 체인지업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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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입시 죽음의 삼각형 - 서보현

#도서지원

죽음의 삼각형이라, 누군가에겐 어렵지 않은 표현일지 모르지만 나는 처음 만난 문구이다. 94년 도입된 수능은 2008년 등급제 출현으로 단순한 학력의 평가를 너머 내신과 논술까지 다방면으로 아이들을 쥐어짠다. 여기서 이 3가지 통과의례를 ‘죽음의 삼각형’이라 칭하니 여기서부터 흥미도가 쭉쭉 올라갔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준비해야 하는 입시에서 한번 더 삼각형이 뒤바뀐다. 내신, 수능, 생기부!

왜 이렇게 바뀌는 거야? 당장 코앞에서 입시를 맞닥뜨리는 학부모들에겐 불만이 터진다. 실제로 바뀌는 입시 요강을 낱낱이 파헤쳐 준다. 혹자에게는 지금이 더 초죽음이지 않나? 안 그래도 버거운 입시가 더욱 더 지옥같이 느껴질 수 있겠다. 하지만 저자는 94년에도, 2008년에도, 다가올 28년에도 바뀌지 않는 대학의 입장을 힘주어 설명한다.

‘도망가지 않을 학생, 성과를 낼 학생!’

방법은 대동소이하게 바뀔지언정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조언한다. 바로 실력. 실전 아닌 실력을 처음부터 단단하게 쌓아올려 둔 후 전략적으로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 말하는 저자의 필력과 입시 정보내용들이 정말이지 흥미로웠다. 책의 후반부터는 실제적인 학기별 전략들이 세세하게 나와 있다.

#죽음의삼각형 #서보현 #교육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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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노동은 누가 하는가 - 보이지 않아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인지노동'의 불평등
앨리슨 데이밍거 지음, 전경훈 옮김 / 한겨레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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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노동은 누가 하는가 - 앨리슨 데이밍거

아이와 곧잘 둘이서 여행을 떠난다. 거창할 것 없이 조촐한 짐을 꾸리고 이동 차편을 알아보고, 숙소나 여행지의 가볼 만한 곳을 찾아 캡처 해둔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자잘하게 챙길 것이 많아 번거로웠는데 어느 정도 커서 기관 생활을 시작할 무렵부터는 많은 짐이 필요하지 않아 훨씬 가뿐해졌다. 짧게는 1박, 길게는 4~5박에서 1주일까지. 여행을 즐겨 하지 않는 나에게 그 시간은 육아의 한 갈래로 치부하기에 마냥 즐겁기만 한 건 아니다. 그것도 홀로 아이를 데리고 몇 날 며칠씩 분기별로 다니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박이건 7박이건, 여행을 다녀오면 남편은 으레 묻곤 한다. “재미있었어?” 여행의 의미를 ‘재미’로만 수렴하는 처사가 못내 무성의해 실망스럽다. 몇 번 퉁박을 주기도 했다. “재미도 있었지만 딱 그만큼 힘들고 버거웠어.” 남편의 눈이 금세 말똥해진다. “힘든데 왜 가?” 좋으면 하고, 싫으면 하지 마 이론은 육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남편은 모른다. 아니, 많은 사람이 모른다.

남편에게 무엇이 힘들었는지를 이야기하려는데 자꾸 브레이크가 걸린다. 그것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몰라 잠시 주춤한다. 대부분의 이유가 바로 내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기 직전까지 집안의 쓰레기와 냉장고 속 식재료들의 컨디션을 살펴야 하고, 내가 없는 동안 생활해야 하는 남편의 편의를 염두에 둔다. 여행길에 오르면 아이의 안전에서부터 식사의 종류, 짐을 이동하는 방법에서 스케줄 관리까지. 그나마 비용의 자유가 주어졌을 때는 조금 덜하지만 그 부분까지도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올레길을 걷고 있어도 아이가 얼마큼 더 이동할 수 있을지 살피고, 물이며 음료가 넉넉한지 수시로 체크해야 하고, 무엇보다 이 일정 이후 방문할 식당과 이동 거릴 계산하느라 머릿속은 분주하다.

그런 과정을 수날에 걸쳐 치르고 집으로 돌아오면 끝이 나야 하지만 머릿속까지 쉴 수는 없다. 편안한 마음도 잠시, 일정을 체크하고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자잘한 부분들에 다시 또 머릿속이 움직인다. 이것이 ‘노동’이라는 생각을 여태 하지 못했다. 그저 생각이 많다고, 걱정이 많다고 스스로의 성향이라 치부하며 편한 게 편한 거니 대충 하자는 진심이라곤 1도 없는 무심한 말을 가져와 얼버무렸다. 정작 그런 인지 노동을 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을 가지고 말이다.

책은 부부 또는 파트너(이성, 동성)를 대상으로 가정 내 가사 노동의 정도와 분담 비율을 연구했다. 여성이 가사 노동의 비율이 높다는 전통설에 맞서 동성 부부의 가사 비율까지도 살뜰히 톺았다. 여기서 실제 육체적 가사만을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인지적 노동에 대한 부분을 신랄하게 조명했고, 여전히 단순하게만 접근하는 여성의 가사노동을 조금 더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강조한다.

책을 읽는 내내 그간의 나의 가사 역할과 가중되는 심리적 부담감이 어떻게 파생되고 또 지속된 건지 객관적으로 톺아볼 수 있어 무척 도움 되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버거워 했던 지점은 빨래를 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 가 아니라 빨래의 양과 상태를, 세탁 세제의 양과 비치 상태를 체크해야 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보다 더 원초적인 사실에 허덕이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하루, 아니 기한을 정해 두고 정해진 일정에 빨래를 돌려줄 사람은 구성원 중 누구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세탁 세제가 떨어졌을 때 그것을 구비하거나 세탁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세제의 종류 또는 세탁기의 청소 상태를 걱정하고 있는 건 아마도 이 집에서 나뿐이리라.

여성의 노동, 특히나 가사에 따른 일련의 노동을 단순한 육체적 시간과 강도로만 따질 것이 아니다. 매 순간 쉼 없이 여성의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복잡다단한 인지 노동에 어느 정도 여지를 주어야 한다. 여성이라서 타고난 돌봄디엔에이가 아니다. 그것을 미끼로 단 한순간도 쉴 수 없는 여성의 머릿속 시지프스를 이제는 더 이상 경시하면 안 된다. 바라건대 여성인 우리가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또 인정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보다 더 명징하고 또 효율적인 작업 분배에 앞서 그간의 여성의 가사 노동이 얼마나 축소되고 있었는지를 먼저 상기하자. 이 책이 그런 변화의 단초를 마련해 주었다. 추천한다.

#책사이애87 #머릿속노동은누가하는가 #가사노동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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