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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짓말 - 기원석 산문
기원석 지음 / 달 / 2026년 7월
평점 :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짓말 - 기원석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시를 쓰던 시인이 교정 공무원(교도관)이 되었다. 수형자들을 상담하며 경계 너머의 우리들에게 나눌 이야기를 정갈하게 써 펴낸 책이다. 작가가 가진 세 가지의 이력이 한데 얽히니 그 속에 들어앉은 이야기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그저 그런 이야기가 아니게 된다. 아, 나에게만 그런 것일 수 있겠다.
단순하게는 작가의 이력이 흥미로워 페이지를 넘기다가 금세 책 속 단어들이 나에게로 다가와 말을 건다. 그렇게 책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destroy’를 ‘destory’로 여러 번 잘못 쓰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던 작가의 노트가 내 앞에도 펼쳐져 있다. 파괴된 그 마음들이 사실은 나의 또 다른 서사에 대한 시작은 아니었을까?
수형자들을 상담하는 과정에서의 일화는 특별할 게 없지만 그들의 삶에서 일어난 보아 넘겨지지 않는 거대한 비극들을 (여기서의 비극은 가해자, 피해자로 굳이 나누고 싶지는 않다) 문학과 삶의 진정성에 골몰하는 시인의 입장에서 전달해주는 메시지들은 쉼 없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사실 책의 뒷부분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온정적 시선과 지은 죄를 전부가 아닌 일부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내용들은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물론, 상담사라는 직업적 소양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였다. 허나, 피해자가 이 글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되는 마음도 사실이다.)
내 안에도 존재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계속해서 힘겨루기를 한다. 싫음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어 계속해서 더 싫은 이유를 찾을 때의 나는 치사하기 그지없는 가해자이고, 그렇게 해서 받은 상처와 울분은 이내 나를 피해자로 바꿔버린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좋은 의지로부터 발현된다는 저자의 문장을 읽으며 끝내 내쳤던 그것들을 다시 톺아보지만 제 아무리 의도가 좋았다 해도 행동에 옳고 그름을 앞에서 다시금 그때의 고통에 날을 세운다. 그러나 결국은 모든 이면을 발견하는 일이 대상과 세상이 아닌 바로 나를 위한 일임에 두 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깊이 들여다보고 잘 알게 되면 착하다. 137p
더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자각과 함께, 내가 짓는 표정 뒤에 버젓이 자리한, 폭력적이고 나태하고 무심한 면모들을 떠올린다. 적당히 방어하고 무관심했다. 교류 속에서도 끝내 나를 지켜내기 위해 그 지지부진한 논리를 잔뜩 이고 지며 내 뱉었던 무수한 독백들,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상대에 대한 몰이해와 끝내 청소되지 않은 스스로의 연민들에 갇혀 아무렇게나 종결시켜버린 지난 이야기들. (책 속 문장을 가져와 표현한 문구들이다.)
나의 결핍과 한계를 곱씹으며 다시금 파괴되지 않기 위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세상에 없는 단어를 착각하며 여러 번 다시 쓰는 마음처럼, 설령 없을 일이라 해도 무심히 다시 써보는 마음으로 나의 이야기 첫 문장을 떠올려본다.
‘마흔 일곱이 되던 해, 나는 내 삶에게 수용되었다.’ 로 시작하는 나의 이야기를.
(책의 첫 문장 ‘서른이 되던 해, 나는 내 삶에게 기소起訴되었다.’를 착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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