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해방 - 생체 나이를 거꾸로 돌리는 저속노화 프로젝트 프린키피아 3
장 마르크 르메트르 지음, 김모 옮김, 정희원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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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 ‘21세기북스’로부터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노화 해방 - 장 마르크 르메트르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이 노화를 치료 가능한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250

브라이언 존슨이라는 억만장자가 젊음을 ‘유지’하는 것을 너머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리기 위해 아들의 피를 수혈 받는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는 실로 괴기스러웠다. 오래 전 어디선가 들었던, 오래된 구전동화 속 마녀 같은 왕비나, 신화 속에 등장하는 탐욕스러운 여왕이 젊음을 위해 ‘어디까지’ 했다더라, 하는 카더라는 즐비했어도 지금, 이 세기에 그것도 남성이 (여기서 성별이 중요하지는 않지만 익히 전해들었던 젊음의 갈망은 남성 보다는 여성의 서사에게 곧잘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도무지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라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스포츠 의학계에서는 수혈을 통한 재생 치료를 이미 오래전부터 실행해 왔습니다. (중략) 신선한 피로 젊음을 회복하는 계획은 상상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는 실제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으로, 원리 또한 과학적입니다. 219

그렇다고 한다. ‘실제 효과가 있는 입증된 치료법’이라는 문구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젊어지기 위한 의료적 행위가 치료법이 된다고? 흔히 ‘치료’라 함은 병이라는 심신의 ‘문제’가 발현되었을 때 가할 수 있는 행위다. 늙는다는 것이, 즉 노화가 ‘문제’라는 발상이 전제가 되어야 치료가 가능할진데 왜 나는 한번도 노화를 어떤 문제나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았나.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나뉜다. 이제부터 나는 노화, 나이 듦, 늙음을 조금 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흔히들 아는 내용이다. 그래서 블루존(장수인구가 많은 지역) 인구들을 조사해 보니 지중해식 식단과 꾸준한 신체활동, 지역 공동체 내의 유대감 및 삶에 대한 낙관적 태도 등등 흔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책이 조금 더 특별했던 지점은 의학적 정보 사실에 기반해 실제 유전이나 자연스러운 노화로 수명이 다하는 것이 이때까지는 자연스러웠다면, 노화 자체가 수명을 단축하는 것이 아니라 노화로 인한 다각적인 심신의 기능을 지레 내려놓음으로 장수가 어렵다고 이야기 하는 지점이었다. 의학에서는 시점을 확장한 (노화를 치료, 예방할 수 있다는 관점으로 봐야한다) 연구 및 기술이 꾸준히 개발되고 더이상 늙어서 그래, 늙으면 다 그렇지, 이 나이에 무슨... 늙었다는 기준과 체감되는 신체적 나이가 제 각각인만큼 생년일로 환산되는 수치상의 나이 외에 다양한 시선으로 ‘나이’를 책정하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가정용 인바디 상 나의 신체 나이는 41살이다. 실제 나의 생년에서 -4년이 차이난다. 최근 운동을 꾸준히 하고, 음식을 맛있게 먹고, 산책과 휴식을 적절히 취하고, 좋은 기분을 유지하게 위해 행하는 일련의 활동을 통해 실제적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생년 나이 45살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나에게는 45살이라는 실제 생년 나이보다 인바디 속 신체나이, 또는 스스로가 원하는 것들을 이뤄나가는 이 시간 속에서의 건강한 내가 실감으로 다가온다.

블루존 주민들처럼 건강한 삶을 원한다면, 지금 바로 움직이세요. 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174

내일로 매일 달리기 100일이다. 스스로 자축하자.


@jiinpill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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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되는 순간들 - 이제야 산문집
이제야 지음 / 샘터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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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되는 순간들 - 이제야

삶의 어떤 순간이 시가 되나? 등단 14년차 시인 이제야가 말하는 ’시가 되는 순간들‘을 읽으며 내 삶에서도 한 폭의, 한 편의 시가 되는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멀리 또는 길게 갈 것 없이 지금을 하나의 시로 읊어볼 수 있다면 꼭 남기고 픈 ’시‘가 있다. 그 ’시‘에 마음을 담을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 시인이 되어 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어떤 진심은 진심이지 않을 때 비로소 진실되어진다고, 난해하기도 한 이 말을 시작으로 너에게 말한다. 이따금 너에게로 흐르는 나의 마음이 진실되지 않을 때가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진심을 다한다 쉽게 떠벌리지만 결코 진실에 다가설 수 없는 나는 너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에게 진실로 가장한 또 다른 진심을 전하곤 한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과 너는 다르기에 그것을 네가 눈치 채 준다면 좋을 것 같다는 욕심만 자꾸 부풀어 오른다. 눈치 채지 못하는 네가 야속하기도, 또 아프기도 하다. 그렇다고 대놓고 말하지도 못한다. 그게 지금 너에게 가장 미안하다.

’우정‘은 너의 글을 읽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시인의 말에 한동안 눈길이 머물렀다. 그렇게나 많은 너의 글을 읽었는데 그런 나의 읽음이 너에게 어떻게 가 닿았으려나. 내가 읽어야 했고, 읽을 수 있고, 읽기도 했던 너의 글은 너의 전부였을까, 일부였을까. 전부이지도 일부이지도 않았던 너의 글 속에서 그저 너를 짐작하고, 미뤄두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네가 알았을까. 어쩌면 단 하나의 단어만으로도 너는 하고픈 말을 다 한건지도 모르겠는데, 그 한 단어를 끝내 찾지 못하고 너를 읽었다, 너를 알았다, 너를 담았다 함부로 말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 한 단어를 찾기 위해 나는 진정 노력을 했으려나. 했다면 그 노력은 무엇이었으려나.

오랫동안 바다를 바라보며 시나브로 존재를 품는다는 것의 참의미를 알았다는 시인의 말에 이번 여행엔 꼭 바다를 바라보리라 다짐했지만 바다보다 하늘을 더 많이 바라보고 있다. 어떤 하늘은 나에게 말을 걸어 주기도 했지만 또 어떤 하늘은 끝내 나를 외면하고 모른체 하는 모습을 보고는 금세 마음이 선득해졌다. 너에게 내가 이런 모습이었겠구나. 어떤 날은 다가갔다가 어떤 날은 외면하고. 그렇게 늘 같을 것만 같았던 하늘이 매 순간 다르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을 네가 무척, 혼란스러웠겠구나, 뒤늦게 하늘에서 나를 찾을 수 있었다. 오랫동안 한 곳을 응시하면 그제야 보이는 세계가 있다. 너의 세계를 보려면 너를 응시해야 했거늘 진정 너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는지 이제야 나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너를 다 알고 싶지 않았고, 다 알 수 없었으므로 나는 그저 어떤 세계와 너 사이에서 서성이기만 했다. 지금도 여전히 서성이기만 할 뿐 진심을 오롯이 전하지도, 너의 단어를 찾아가지도, 너를 골몰히 바라보지도 않고 있다. 그런 내가 너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말하지 않기로 한다. 더이상 어떤 말도 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너를 바라보기로 한다. 너라는 세계를 그저 바라보기로 한다. 그렇게 너의 세계를 만나는 순간, 나의 삶은 시가 되는 순간을 맞이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럴 수 있을 것도 같다.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을 몹시도 떠올리게 했고, 전하고 싶은 말을 책의 내용에 기대 넌지시, 또는 비겁하게 전해본다. 부디 어떻게로든 그에게 가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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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눈이 내리다
김보영 지음 / 래빗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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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눈이 내리다 - 김보영

사라지는 것들과 그럼에도 남겨지는, 아니 남기고 싶은 것을 떠올린 소설들이다. 하나의 종이 괴멸하는 과정을 지켜본다는 건 어떤 걸까? 훗날 멸종되어버린 종을 기억한다는 건 또 어떤 걸까? 바닷속 존재들은 수억만 년 전 얼음까지도 녹일 만큼 강렬히 ‘사라지지 않는 것’을 끊임없이 만들고, 버린다. 종과 또 다른 종은 서로의 존재를 걱정한다. 아니 이야기 나눈다. 걱정은 다음이다. 그저 ‘바람이 멈추지 않’음을 걱정하지만 바람은 멈춘 적이 없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릴 뿐이다.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계속 쓰거나 지켜보아야 한다.’ 87 그것의 필요함을 끊임없이 깨달아야 하고, 한눈팔지 말고 지켜보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은 자연이나 꿈, 이상이나 평화와 같은 관념적 언어가 아니라 지금 내 앞의 현실 전부를 톺아볼 수 있게 해줬다. 너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려면 계속해서 마주하고, 지켜보고, 알아차려야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모조리 다 써야 한다. 계속해서.

나에게 한정된 데이터 용량으로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저 껍데기일 뿐이라도 용량의 힘을 빌려 너를 만나고 싶다. 아니 너를 사랑하고 싶다. 아무렴 어떨까. 그저, 무엇으로라도 너를 마주할 수 있다면 다른 건 중요하지 않지. 내가 살아 있는 것보다 가족(네가)이 살아 있는 게 세상 무엇보다도 중요하니까. 너를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 너를 남기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작품 모두, 최소 두 번은 읽어야 한다. 두 번을 채 읽기도 전에 뒤통수가 지릿거린다. sf가 진화한다. 놀랍도록 현실적인 장면으로 더 많은 세계를 열어 보인다. ai, 환경, 멸종, 메타버스... 더 이상 sf스러운 단어가 아니어도 더욱더 강렬하게 sf를 이야기한다. 그저 ‘자전거가 지나간 경로’ 그 문구 하나 만으로도.



#책추천 #고래눈이내리다 #김보영 #래빗홀 #서포터즈 #도서지원 #SF소설추천 #책사애2571 #책벗뜰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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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격 - 옳은 방식으로 질문해야 답이 보인다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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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격 - 유선경

상식, 한번 생각해보자. 상식이라는 게 뭘까? 또 누가 정하는 걸까? 그건 상식이니까 당연히 알아야 하는거지!는 도대체 누가 정하는 걸까? 상식이 상식일 수 없고, 상식이면 안될 때 대부분 크고 작은 문제가 일어난다. 상식, 기본, 보통... 어느 순간부터 이런 말들이 조심스럽다. 그것을 정한 사람들은 그 기준에 닿지 않는 것과 닿지 못하는 것에 부정하고 부당하고 불쾌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질문의 격을 이야기하는 책을 읽고 상식을 운운하는 이유, 책 속에서 만난 장면이 계속해서 곱씹어진다.

아주 사소한 예를 들자면 “상추 씻어라”라고만 하지 말고, “상추 씻어본 적 있어?” 질문하고 없다고 하면 상추 씻는 법을 알려주고 씻으라고 해야 하는 것이다. (중략) 한번도 안 해봤으면 물어서 하면 되지 않느냐 하고 반문할 수 있으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면 질문 할 수 없다. 49

질문이 가진 힘이 더없이 중요하다는 걸 더할 필요없이 완전하게 느낀 지점이다. 질문이 왜 중요하냐 묻는다면 이제 나는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질문만큼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질문이 없는 삶은 죽은 삶과 같다. 아돌프 아이히만을 예로 들며 그는 사이코 패스도, 정신 질환자도 아니라고 한다. 그저,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고, 알기 싫었던 것 뿐이다. 말로만 듣던 그 ‘악의 평범성’은 악이 평범하다는 뜻이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이 스스로 악을 저지른다는, 즉 평범함 속에 ‘무사유’를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말과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악의 평범성. 결국 질문과 생각을 하지 않는 자들이 저지르는 악이 나름의 통로를 갖고 세계를 병들게 한다.

상추를 씻으라 했는데 그것을 빨래처럼 박박 문질러 씻는 모습을 보고 ‘상식적’이지 않다 이야기 하는 것을 경계하기로 한다. 상식과 보통, 기본을 내세우며 기준을 그어 놓고 배척하거나 경시할 것이 아니라 격을 갖춘 질문을 통해 다른 세계, 그 경계에 있는 사람들(나를 포함하여)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이것에 가장 필요한 기술이 바로 ‘어린이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질문의 기술로 차용하는’ 것이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내려 놓고 문 밖의 세계를 온전히 바라봐야 한다.

정답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관점의 변화와 확장되는 사고와 사유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정답이 중요하다면 더더욱 정확한 질문을 해야 한다. 챗 지피티가 제시하는 정답이 정답이지 않다면 그것에 던진 질문이 어떠했는지도 살펴야 한다. 결국 질문하는 능력이 정답 혹은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고 세상을 인식하는데에 더욱 더 절실히 필요한 능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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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 세상의 모든 딸, 엄마, 여자를 위한 자기 회복 심리학
박우란 지음 / 향기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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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엄마는 감정을 먹고 자란다 - 박우란

“엄마는 좋기도 하지만 싫기도 해.”

아이는 엄마인 나에게서 좋은 면과 싫은 면을 확실하게 나눠 이야기 한다.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때 방으로 들어가 컴싸펜으로 삑삑 부러 소리를 내가면 끄적거리는 문구는 “엄마 미워!”다. 사실, 그때의 ‘미워’는 어리광에 가깝다. 귀엽다는 듯 되려 오버해서 이쁜 짓을 하면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빙그레 웃는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아닌, 정색하며 “엄마 싫어.”라는 말은 조금 다른 의미를 띤다.

늘 해왔던 생각이다. 엄마는 왜, 좋아야 하는거지? 우리들은 왜, 부모의 상을 아름답게만 그려 놓는거지? 실제 나의 엄마도 나의 기준에서는 지극히 ‘나쁜 엄마’였기 때문에 온 생을 그것에 의문을 두며 괴로워 했다. 우리 엄마는 왜 좋은 엄마가 아닌가! 좋은 엄마가 아닌 엄마의 딸인 나는 결코 좋은 딸이 될 수 없었다.

이 책을 읽는데 ‘우리 엄마는 없고 내 엄마만 있을 뿐이다’ 챕터에서 뭔가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얼마 전 읽었던 베레카 카스트의 <불안에 관하여> 속에서도 아이의 발달 단계에서 양육자를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존재로 내면화 하는 작업이 필요함을, 스스로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양면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문구에서 공감 했다. 그것을 건강하게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진정한 독립이 이뤄진다고.

싫기도 한 엄마가 ‘우리 엄마’가 아닌 ‘내 엄마’라 말하는 아이에게서 나는 건강한 자아를 발견한다. 평소에는 더할나위없이 따뜻하고 달콤한 엄마지만 이따금 차갑고 쓴 엄마일 수 있다는 걸 아이는 잘 알고 있고, 그런 감정이나 태도의 변화가 인간이기에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걸 아이는 나를 통해 배운다.

책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가 특히나 유익했던 건 대부분의 부정적 감정과 관계성에 타당한 이유를 제시해 방법론 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 아닌, 그 이유마저 타당할 ‘필요가 없다’는 정당성을 제시하는 지점들이 여느 심리서에서 운운하는, 엄마와 딸의 복잡다단한 관계를 일률적으로 해석하지 않아 흥미로웠다.

왜 엄마는 딸을 질투하면 안되나? 왜 딸은 엄마를 미워하면 안되나? 미국의 정신분석학자인 마이클 아이건이 한 말이다. “엄마가 가진 모성에는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고 독성도 함께 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그 모성이라는 이름에 갇혀 있는 허울과 허상을 조금씩 깨부셔야 한다. 감정에는 죄가 없다. 모든 감정은 존중 받아야 하고, 가족을 너머 엄마와 딸의 관계 안에서도 그것이 온전히 수용되어야 한다.

내면 아이나, 트라우마, 정신분석학 프로이트등을 운운하며 틀에 박힌 이야기를 하지 않아 좋았다. 미우면 미운대로, 싫으면 싫은대로 완벽한 타인인 딸을 부속된 존재가 아닌 다양한 감정으로 바라봐도 무방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엄마인 내가 먼저 보여줘야 한다.

아이는 엄마가 내놓는 정답이 아니라 엄마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체화하는 법입니다. 91

우리를 좌절하게 하는 것은 엄마의 태도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결해 주지 못한 것 때문이 아니라, 가장 힘들고 막막한 순간에 보이는 엄마의 태도 때문에 좌절하지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라, 내가 가장 어려운 순간, 그저 나를 알아주는 ‘엄마’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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