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래눈이 내리다
김보영 지음 / 래빗홀 / 2025년 5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 ‘래빗홀’ @rabbithole_book 로부터 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고래 눈이 내리다 - 김보영
사라지는 것들과 그럼에도 남겨지는, 아니 남기고 싶은 것을 떠올린 소설들이다. 하나의 종이 괴멸하는 과정을 지켜본다는 건 어떤 걸까? 훗날 멸종되어버린 종을 기억한다는 건 또 어떤 걸까? 바닷속 존재들은 수억만 년 전 얼음까지도 녹일 만큼 강렬히 ‘사라지지 않는 것’을 끊임없이 만들고, 버린다. 종과 또 다른 종은 서로의 존재를 걱정한다. 아니 이야기 나눈다. 걱정은 다음이다. 그저 ‘바람이 멈추지 않’음을 걱정하지만 바람은 멈춘 적이 없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릴 뿐이다.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계속 쓰거나 지켜보아야 한다.’ 87 그것의 필요함을 끊임없이 깨달아야 하고, 한눈팔지 말고 지켜보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은 자연이나 꿈, 이상이나 평화와 같은 관념적 언어가 아니라 지금 내 앞의 현실 전부를 톺아볼 수 있게 해줬다. 너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려면 계속해서 마주하고, 지켜보고, 알아차려야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모조리 다 써야 한다. 계속해서.
나에게 한정된 데이터 용량으로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저 껍데기일 뿐이라도 용량의 힘을 빌려 너를 만나고 싶다. 아니 너를 사랑하고 싶다. 아무렴 어떨까. 그저, 무엇으로라도 너를 마주할 수 있다면 다른 건 중요하지 않지. 내가 살아 있는 것보다 가족(네가)이 살아 있는 게 세상 무엇보다도 중요하니까. 너를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 너를 남기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작품 모두, 최소 두 번은 읽어야 한다. 두 번을 채 읽기도 전에 뒤통수가 지릿거린다. sf가 진화한다. 놀랍도록 현실적인 장면으로 더 많은 세계를 열어 보인다. ai, 환경, 멸종, 메타버스... 더 이상 sf스러운 단어가 아니어도 더욱더 강렬하게 sf를 이야기한다. 그저 ‘자전거가 지나간 경로’ 그 문구 하나 만으로도.
#책추천 #고래눈이내리다 #김보영 #래빗홀 #서포터즈 #도서지원 #SF소설추천 #책사애2571 #책벗뜰 #소설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