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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다스의 초콜릿
패트릭 스킨 카틀링 지음, 마곳 애플 그림, 황유진 옮김 / 북뱅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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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다스의초콜릿 - #패트릭스킨카틀링 #마곳애플

 

초콜릿을 좋아하는 아니, 광적으로 애정하는 미다스는 친구네 집으로 걸어가는 길 우연히 작은 동전을 발견하게 된다. 동전은 일반적인 동전과는 다르게 jm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존 미다스라는 머리글자처럼... 낯선 길로 들어선 미다스의 눈앞에 작은 가게가 나타났고 가게 주인은 어서 들어오라 손짓한다.

 

특별한 초콜릿을 사게 된 미다스는 집으로 달려와 곧장 방으로 가 포장지를 하나씩 뜯어보았고 작은 금빛공모양의 작은 다크 초콜릿을 먹게 된다. 지금껏 먹은 초콜릿 중 가장 달콤하고 맛있는 초콜릿이었다.

 

그 초콜릿을 먹은 후 미다스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다스의 입에 닿는 모든 것이 초콜릿으로 변하는것이었다. 처음에는 마냥 좋아 치약을 한 통 다짜서 먹을만큼 신나 했었지만 마시는 물조차 초콜릿으로 변해 갈증을 해소해 주지 못했고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공포감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급기야 걱정하는 엄마와 눈을 감고 입을 맞추었는데 엄마가 초콜릿으로 변하고 만다.

 

변한 엄마를 보고 화들짝 놀란 미다스는 처음 초콜릿을 샀던 가게로 부리나케 달려가는데...

 

1952년에 처음 출간되었다는 이 책 <미다스의 초콜릿>은 그리스 신화 미다스왕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만지는 것마다 모두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미다스 왕은 결국 사랑하는 딸까지도 황금으로 변해버리자 크게 후회하게 된다.

 

초콜릿으로 변한 엄마를 되돌이기 위해 미다스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뭐가 있을까?

 

책은 미다스가 많은 초콜릿들을 사수하는 과정을 그리며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들을 놓치고 쉽게 내버리는 과정에서 잃게 되는것들이 무엇인지, 또 그랬을 때 나중에 돌려 받게 되는 댓가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이기심과 욕심만으로는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없고 또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누구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결국 미다스에게 선택의 상황을 만들어주게 함으로써 어떤 선택들이 나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지에 대해서, 더 나은 삶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지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세상 이면의 것을 넘겨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굉장한 능력을 요하는 일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데로만 살아갈 수 없다는 것, 내가 좋아도 좋은것만 하고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 또 그것이 나의 건강이나 안전과 관련되어 있다면 선택에 좀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것, 달콤한 권유에 따르는 댓가를 미리 생각해본다는 것, 나중을 짐작해본다는 것, 가까운 사람들을 말과 행동을 믿어준다는 것, 결국 나를 가장 사랑하는 존재는 내 곁에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 수 있도록 이 책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봐야 겠다.

 

#북뱅크 #서평단 #도서지원 #저학년문고 #초등도서 #양산어린이독서회 #양산어린이독서모임 #책사애 #책벗뜰 #책리뷰 #책서평 #북리뷰 #책읽는엄마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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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온도 모임의 체온 - 책의 온기를 유지하는 유료 독서모임 운영법, 한국출판학회 2023 올해의 책
김성환 지음 / 산지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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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온도모임의체온 - #김성환

 

살고 있는 아파트내에 작은 상가 하나를 임대했다. 11평 공간에 연핑크 벽지를 바르고 [책벗뜰]이라는 간판도 하나 달았다. 책벗뜰은 책과 벗(친구), (마당)의 합성어로 책과 친구가 어우러져 함께 뜰에서 뛰놀자는 뜻을 담고 있다. 공간을 임대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작년 가을 나를 변화시키는 독서와 글쓰기라는 지역 도서관 문화강좌를 들었고 거의 끝차시에서 3년후, 10년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의 미래에 나만의 책방(여기서의 책방은 서점이나 출판사의 의미보다는 책모임의 기능에 충실한 장소)을 갖게 될 것이라는 예언 아닌 예언이 있었다. 그 예언이 조금 빨리 실현되었다고나 할까.

 

지역 도서관 3군데에서 매월 한번씩 독서회가 있다. 그 독서회는 강사료가 나오고, 장소가 정해져 있고, 인원도 도서관 측에서 모집을 하기에 나는 발제문만 준비해서 날짜에 맞춰 가면 되는 방식이지만 그 외 다른 독서모임은 장소부터 발제(발제취합), 인원모집까지 다 내 몫이었다. 게릴라 독서모임 같은 경우는 책을 일일이 전달해고, 후기링크를 모으고 독촉하는 일까지도 그 일에 포함된다. 하지만 따로 참가비를 받지 않는다.

 

그렇게 모든 독서회를 다 합치면, 아이들 독서회 포함 한달에 일곱에서 여덟개의 독서모임이 운영되고 있는거다. 장소가 정해져 있으면 다행, 아니라면 장소를 대관하고, 찾아보고 예약하는 일까지 신경을 쓰다보니 나의 에너지는 언제나 부족했고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다보니 가끔 지칠때도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지쳐갈때쯤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로 꿈꾸던 책모임방을 만들게 된 지금, 생각하고 정리해야할 부분들이 남겨졌다. 다달이 들어가는 임대료와 상가관리비, 보증금과 인테리어비, 자재구입비등 준비하는데에 들어가는 비용을 차치하고라도 다달이 지불되어야 하는 비용을 생각해보고 그간 무료로만 운영되던 책모임을 어떤 형태로든 변화시켜야 한다는데에 생각이 미치자 이 책 <독서의 온도 모임의 체온>이 눈에 콕 들어왔다.

 

책은, 안정적인 모임의 지속성을 위해 견고한 시스템이 불가피하다고 이야기 한다. 모임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 중에 공간의 중요성을 꼽았고 그 외 운영진의 역할이랄지, 참가비등 비용, 홍보와 지원사업의 활용등을 이야기한다.

 

기존의 독서모임들은 대부분 무료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공간 사용료 개념으로 카페 음료값에 해당하는 소정의 비용을 냈지만 이 또한 지역 도서관이나 참가자의 집에서 한다면 비용이 들지 않았습니다. 책을 구매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대여한다면 완전히 무료도 가능했죠.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크게 문제될 부분은 없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즐겁고 가치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모임을 지속하다 보면 운영자는 소비되는 에너지가 꽤 많음을 인지하게 되죠. 그렇다고 시급 단위로 조개가며 변도의 인건비를 받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취미가 직업으로 인정받는 현시대일지라도 취미와 돈은 비례관계가 잘 적용되지 않죠. 운영자가 할 일이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책 하나 선정하는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p32~33

 

나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만큼 인건비에 대한 부분을 생각해본적이 없었고, 그저 사람들과 만나 같은 책을 함께 읽고 삶의 토대가 되는 여러 가치관들을 공유하고, 고정된 틀이 깨지며 사고의 지평이 넓어지는 과정을 즐긴다는데에 만족감이 컸다. 지금도 마친가지다. 하지만 책모임을 시작한지 3년차가 넘어가니 내가 들인 노력 대비 그 속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허탈감 또한 적지는 않았다.

 

 

책 한권을 정성들여 읽고(또 읽고) 2~3일에 걸쳐 발제문을 만들고, 오랜 시간에 걸쳐 모임 날짜를 조율해 장소까지 만들어 모임을 시작하려는데, 당일 아침 특별한 이유없이(물론 당사자는 이유가 있을수도 있겠다) 불참을 알려오고, 2시간 동안의 모임을 진행하기 위한 최소인원을 고려해 인원수를 조율하고 모임을 미루거나 취소해야 하는 상황들까지... 알게 모르게 나의 의지와 열의에 찬물이 끼얹져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저자가 말하는 멤버십 제도에 마음이 많이 기울었다. 지금 (내가)운영하고 있는 독서모임도 멤버십 모임이지만 이 부분에서 좀 더 견고하고 단단하게 보완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들을 검토해야 함을 느꼈다.

 

책은, ‘2장 코로나를 넘어 온·오프 융합으로라고 해서 펜데믹이 강타한 독서모임이 계에 도태되어져간 현실과 그 속에서도 지속되어온 모임들을 이야기하며 온라인에서 운영될 수 있는 좋은 방안들과 독서모임이 갖는 고유성을 들어 오프라인에서 모임이 갖는 강점을 한번 더 짚어준다. 특히 이 장에서는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임을 이야기 한다.

 

독서모임에는 좋은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좋은 사람에는 정해진 답이 없겠죠.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편적인 좋은사람의 기분이 아닐까 합니다. 몇 번의 모임을 통해 그 사람의 내면을 세세히 다 알지는 못해도 모임에서 대화하며 느껴지는 인품을 보고 내린 각자의 상식 내에서 일련의 판단일 것입니다. p144

 

돈도 안되는 모임을 왜 하느냐고, 그 시간에 유튜브나 글 한 편이라도 더 쓰는게 낫겠다는 누군가의 말들 속에서 독서모임이 독서문화 증진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차치하고라고 그리 멀지 않은 시간 내에 안정적인 수입을 위한 하나의 파이프 라인(석유나 천연가스 따위를 수송하기 위하여 매설한 관로)이 되리라 믿는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게 남는다.

 

책을 통해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독서모임의 가치가 아니냐는 저자의 말에 깊이 동감한다. 여러 독서모임을 운영하다보니 어느순간 느끼는 것이 참가자들의 합에 따라 그날의 모임 분위기며 남는 사색들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참가자들의 학식이나 사회적 위치, 책에 대한 남다른 견해나 전문가적 소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임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의 마음이 얼마나 진심으로 이 모임에서 생각과 마음을 열었느냐에 따라 모임의 질이 완연히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나는 책모임을 통해 크게 성장했다. 3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다. 어떻게, 뭐가 달라졌느냐고 묻느다면 나는 딱 한 줄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이제는 더 이상 혼자라고 느끼지 않는다라고.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위축감보다 다르다는 위안속에서 더 많은 질문으로 사고의 장이 열리고 그 열림의 시간들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가 모두를 향해 열려간다. 그 시간들속에서 한 아이의 엄마로써, 대한민국의 한 여성으로써, 독서회 강사로써 오롯이 서 있을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이전보다 더 많은 고민거리들을 안겨준 책이다. 그 고민들의 해답을 찾으며 한뼘 더 성장할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seonghwan___k

 

#독서모임운영노하우 #독서모임실천방안 #유료독서모임 #독서모임운영 #양산독서회 #양산독서모임 #성인독서회 #독서회 #독서모임 #산지니 #독서모임운영법 #책사애 #북리뷰 #책서평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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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우리는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문경민 지음, 이소영 그림 / 우리학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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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우리는 - #문경민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스스로가 가진 힘을 어떤 형식으로든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게 경제력이든, 인맥이든, 자기 성찰이든 스스로가 가진 힘을 적시 적때에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는 것 말이다. 내가 가진 힘이 얼만큼인지, 또 어느때에 어떻게 쓸 수 있는지를 알아가는 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여기 두 소녀, 루미와 보리는 참 힘이 없다. 자기를 둘러싼 환경 속에서 그저 숨죽이고 가라 앉고 비뚤어져만 가는 소녀들을 바라보며 그때의 내가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가 바라보는 열세 살의 우리는 참 힘이 없었다.

 

유명 아이돌이 광고모델로 활동하는 사람을 위한다는 기업에서 명예 퇴직과 대기 발령으로 정처없이 흔들리는 아빠들을 둔 소녀들은, 가족들이 불합리한 사회 구조 속에서 맞서 싸우는 광야의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남겨진 존재들이다.

 

철탑 위 단식 투쟁도, 쉴 수 없는 직장일도, 끝이 없는 육아도 소녀들은 잘못이 없는데 작디 작은 그녀들은 언제나 가장 먼저 뒷전으로 밀려나고, 가장 먼저 내처진다.

감겨진 두 팔에서의 온기를 느끼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가슴이 데워지는 그녀들에게 필요한건 가장 최소한의 관심과 사랑이다. 그런 그녀들은 그저 힘없이 아우성친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미약한 그 힘을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르려 하고, 또 잘못된 방향으로 그 힘이 향하기도 한다.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손잡이가 되어주는 모습을 보며 그때 나에게도 이런 친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를 떠올려보게 된다. 나의 미약한 힘을 조금이라도 나눠가질 누군가가 나에게도 있었다면 그때 난 그렇게 비닐봉지처럼 팔락거리며 나부끼지 않아도 됐을텐데.

 

이름도 어여쁜 루미와 보리를 들여다보는 시간은 나에게 추억여행이었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크게 흔들렸던 열세 살의 한 가운데에서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었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우뚝 선 바위앞에 그저 힘없는 약한 계란일 뿐이었다고. 그 계란이 이제 알을 깨고 나와 세상 속에서 우뚝 서게 되었다고. 여린 그 틈을 쉽사리 벌리지 않아줘서 고맙다고, 쉽게 깨어지지 않고 잘 버티어줘서 고맙다고 그때의 나에게 다시 한번 두 팔을 감아 꼬옥 안아준다.

 

안녕 ! 나의 열세 살.

 

 

#우리학교 #훌훌 #도서협찬 #서평단 #양산독서모임 #양산독서회 #책사애 #성인독서회 #독서회 #청소년소설 #청소년문학 #사춘기 #방황 #열세살 #책서평 #책추천 #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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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동물 농장 - 1945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조지 오웰 지음, 이종인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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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문학은 책 뒷장에 실린 작품해설속 역사의 한 페이지와 연결짓기 보다는 그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단상과 감정들을 나의 삶과 사고에 대입시켜 생각해보고 해석해보며 그 재미를 찾아가는 일이다. 이 책 또한 그런 의미로 많은 사유들을 할 수 있었고 떠오르는 나의 생각들을 단락으로 정리해보았다.

 

옷처럼 인간의 흔적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동물은 반드시 알몸이어야 합니다.” p27

 

태초에 평등하다는 건 가진 것이 없는 상태, 모두가 누릴 준비가 고루 분포된 아무것도 아닌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애초의 모든 동물이 알몸이다. 그들이 나눠 가질 표식은 없는데 서서히 몸에 표식을 심게 되면서 급기야는 인간의 옷을 걸치고 두 발로 걷기 시작하는 돼지들이 보며, 결국 아무것도 없는 상태도 시간이 지나면 하나 둘 누리게 되고 그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은 셋이 될 수 있다는걸 생각해보게 된다. ~이어야 한다!가 처음부터 강제적이었다. 그 강제성 안에서 돌출되는 욕구는 어떤 형태로든 표출 될 수 밖에 없다.

 

우유는 매일 돼지들의 사료에 섞여 들어가고 있었다. p42

 

남는건 없다. 우리가 느끼기에 남는다고 느낄 뿐, 남는것도 넘치는것도 없다. 모두가 정해져 있을 뿐이다. 정해져 있는것들에는 무관심과 폭력만 있을뿐이다. 정해져 있는 것들에 맞춰서 살아갈것인지, 그것들에 대항할 것이지를 다툴뿐이다. 그 우유의 행방을 궁금해하면 안되는 것이다. 그것의 행방을 궁금해하는 순간 움직여야 하고 그 움직임은 처단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나는 궁금하다. 그저 궁금해할 뿐이다. 움직이지는 못하고...

 

이해가 안돼. 저런 일이 우리 농장에서 일어날 수 있다니, 생각도 못 해봤어. 분명 우리한테

뭔가 잘못이 있기 때문일 거야. 내가 보기엔 해결책은 더 열심히 일하는거야. 이제부터 나는 아침에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겠어.” p95

 

대부분이 노동자인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척박한 삶이 우리 스스로의 운명 때문이라고만 생각한다. 내가 비정규직인 이유는 내가 입사 시험을 못쳐서, 공부를 못해서라고 생각하고 내가 아픈 것은 몸관리를 못해서, 아픈데 제때 병원을 가지 못해서 그런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는 아이를 낳아서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 하고, 잘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었지만 코로나 시국에는 다 그렇다고 이야기 한다. 모든 문제를 우리 내부에서만 찾는다. 그저 내가 더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닌데, 그게 아닌데 말이다.

 

반란 이전에 어떤 상황이었는지 선명하게 기억하는 동물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p100

 

우리는 많은 일들을 잊어간다. 왜 그 많은 사람들이 이유 없이 목숨을 잃었는지, 왜 한 나라의 수장이 수 많은 의혹을 해명하지 못한채 수감생활을 하는지, 왜 작고 작은 아이가 정신 나간 부부의 이상 때문에 입양되어 한 줌 재로 희생되어져 갔는지... 그 삶들이 나은 삶이었든 아닌 삶이었든 우리는 계속해서 기억하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잊어간다. 계속해서.

 

그들은 돼지와 인간 방문객 중 어느 쪽을 더 무서워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p143

 

우리가 진짜 무서워 해야하는건 군중인가 통치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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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반양장) -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9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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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누301이 해오름과 하나를 부모로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우리가 생각하는 부모는 과연 무엇인가?

 

유전자를 물려주는 사람들, 또는 세상에 나를 내보내주는 사람들, 안락한 의식주를 제공해주는 사람들이 될 수도 있고,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의지하거나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될 수도 있겠다.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집과 생활용품을 공유하는 사이의 사람들일수도 있고, 크게는 그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나에게 던져준 질문은 하나였다. 우리가 부르는 부모는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있나?

 

제누301 앞에 나타난 두 젊은 부부는 다른 부부들처럼 화려하지도 세련되지도 그렇다고 안정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다. 자신의 것을 그대로 내비춰주는 솔직함이 분명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들은 서슴없이 솔직함을 내보였고, 스스로가 위태롭다고, 우리도 모르겠다는 그 미숙함을 아주 솔직하게 표현한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이전에 나타났던 부부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전의 부부들은 화려한 옷과 장신구, 보정을 통해 자신들의 최상의 모습만을 보여주려 했다. 거기서부터가 제누301에게는 불편했다. 삶과 사람이 언제나 최상일 수 없는데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은 하나같이 최상이다. 그런 허상이 또 어디있단 말인가.

 

부모는 어때야 하나? 우리가 부모라면 이래야 해!로 규정지어 놓은 것들에 대해서 한번 떠올려본다. 아이라면 이래야 해!가 잘못된것처럼 부모에게도 똑같은 룰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솔직한 부모였던 하나와 해오름을 끝내 거부한 제누301은 어떤 마음으로 그들을 거부했던걸까?

 

부모와 자녀는 누군가의 선택으로 이어지는 관계가 아니다. 부모가 선택했다고 해서, 또 자녀가 선택했다고 해서 부모와 자식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태초부터 연결되어있다는 그 믿음, 그 인연으로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을 좀 더 신성시한다. 생명을 잉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유전자를 나눠갖는 것 뿐만 아니라, 안락함을 제공하고, 신체적 감정적 보호망이 되어줄 뿐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사이일뿐 아니라 숨, 그 심장을 뚫고 드나드는 그 숨을 나눠가지는 사이가 부모와 자식사이이다.

 

닮고 싶고 배우고 싶고, 경애하고 친애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부모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숨을 나눠가질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의 삶에 나의 삶을 포개어 넣을 수 있는 사람이 제누301에게 해오름과 하나는 아니었을 것이다. 제누301은 결국 NC센터를 홀로 나갔을 것이다. 제누301에게 부모는 꼭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박의 주문처럼 자신을 위해서세상 밖으로 향한 제누301의 발걸음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런 제누301이 부모가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부모라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누구보다 더 잘 알테니까.

책을 읽으며 내내 든 생각이 나는 어떤 부모인가였다. 하지만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그 물음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시나브로 느낀다. 어떤 부모가 아니라 나는 그냥 부모인 것이다. 나의 숨을 나눠주고 그 아이의 삶을 공유할 수 있는 특권을 지닌 그저 평범한 한 엄마일 뿐이다. 내 아이가 그냥 내 아이이듯이 나도 그냥 그 아이의 부모가 되기위해 오늘도 나는 존재 자체로써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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