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세 살 우리는 ㅣ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문경민 지음, 이소영 그림 / 우리학교 / 2023년 2월
평점 :
#열세살우리는 - #문경민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스스로가 가진 힘을 어떤 형식으로든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게 경제력이든, 인맥이든, 자기 성찰이든 스스로가 가진 힘을 적시 적때에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는 것 말이다. 내가 가진 힘이 얼만큼인지, 또 어느때에 어떻게 쓸 수 있는지를 알아가는 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여기 두 소녀, 루미와 보리는 참 힘이 없다. 자기를 둘러싼 환경 속에서 그저 숨죽이고 가라 앉고 비뚤어져만 가는 소녀들을 바라보며 그때의 내가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가 바라보는 열세 살의 우리는 참 힘이 없었다.
유명 아이돌이 광고모델로 활동하는 ‘사람을 위한다’는 기업에서 명예 퇴직과 대기 발령으로 정처없이 흔들리는 아빠들을 둔 소녀들은, 가족들이 불합리한 사회 구조 속에서 맞서 싸우는 광야의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남겨진 존재들이다.
철탑 위 단식 투쟁도, 쉴 수 없는 직장일도, 끝이 없는 육아도 소녀들은 잘못이 없는데 작디 작은 그녀들은 언제나 가장 먼저 뒷전으로 밀려나고, 가장 먼저 내처진다.
감겨진 두 팔에서의 온기를 느끼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가슴이 데워지는 그녀들에게 필요한건 가장 최소한의 관심과 사랑이다. 그런 그녀들은 그저 힘없이 아우성친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미약한 그 힘을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르려 하고, 또 잘못된 방향으로 그 힘이 향하기도 한다.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손잡이가 되어주는 모습을 보며 그때 나에게도 이런 친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를 떠올려보게 된다. 나의 미약한 힘을 조금이라도 나눠가질 누군가가 나에게도 있었다면 그때 난 그렇게 비닐봉지처럼 팔락거리며 나부끼지 않아도 됐을텐데.
이름도 어여쁜 루미와 보리를 들여다보는 시간은 나에게 추억여행이었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크게 흔들렸던 열세 살의 한 가운데에서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었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우뚝 선 바위앞에 그저 힘없는 약한 계란일 뿐이었다고. 그 계란이 이제 알을 깨고 나와 세상 속에서 우뚝 서게 되었다고. 여린 그 틈을 쉽사리 벌리지 않아줘서 고맙다고, 쉽게 깨어지지 않고 잘 버티어줘서 고맙다고 그때의 나에게 다시 한번 두 팔을 감아 꼬옥 안아준다.
안녕 ! 나의 열세 살.
#우리학교 #훌훌 #도서협찬 #서평단 #양산독서모임 #양산독서회 #책사애 #성인독서회 #독서회 #청소년소설 #청소년문학 #사춘기 #방황 #열세살 #책서평 #책추천 #북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