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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동물 농장 - 1945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조지 오웰 지음, 이종인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8월
평점 :
나에게 문학은 책 뒷장에 실린 작품해설속 역사의 한 페이지와 연결짓기 보다는 그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단상과 감정들을 나의 삶과 사고에 대입시켜 생각해보고 해석해보며 그 재미를 찾아가는 일이다. 이 책 또한 그런 의미로 많은 사유들을 할 수 있었고 떠오르는 나의 생각들을 단락으로 정리해보았다.
「“옷처럼 인간의 흔적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동물은 반드시 알몸이어야 합니다.” p27」
태초에 평등하다는 건 가진 것이 없는 상태, 모두가 누릴 준비가 고루 분포된 아무것도 아닌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애초의 모든 동물이 알몸이다. 그들이 나눠 가질 표식은 없는데 서서히 몸에 표식을 심게 되면서 급기야는 인간의 옷을 걸치고 두 발로 걷기 시작하는 돼지들이 보며, 결국 아무것도 없는 상태도 시간이 지나면 하나 둘 누리게 되고 그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은 셋이 될 수 있다는걸 생각해보게 된다. ~이어야 한다!가 처음부터 강제적이었다. 그 강제성 안에서 돌출되는 욕구는 어떤 형태로든 표출 될 수 밖에 없다.
「우유는 매일 돼지들의 사료에 섞여 들어가고 있었다. p42」
남는건 없다. 우리가 느끼기에 남는다고 느낄 뿐, 남는것도 넘치는것도 없다. 모두가 정해져 있을 뿐이다. 정해져 있는것들에는 무관심과 폭력만 있을뿐이다. 정해져 있는 것들에 맞춰서 살아갈것인지, 그것들에 대항할 것이지를 다툴뿐이다. 그 우유의 행방을 궁금해하면 안되는 것이다. 그것의 행방을 궁금해하는 순간 움직여야 하고 그 움직임은 처단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나는 궁금하다. 그저 궁금해할 뿐이다. 움직이지는 못하고...
「“이해가 안돼. 저런 일이 우리 농장에서 일어날 수 있다니, 생각도 못 해봤어. 분명 우리한테
뭔가 잘못이 있기 때문일 거야. 내가 보기엔 해결책은 더 열심히 일하는거야. 이제부터 나는 아침에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겠어.” p95」
대부분이 노동자인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척박한 삶이 우리 스스로의 운명 때문이라고만 생각한다. 내가 비정규직인 이유는 내가 입사 시험을 못쳐서, 공부를 못해서라고 생각하고 내가 아픈 것은 몸관리를 못해서, 아픈데 제때 병원을 가지 못해서 그런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는 아이를 낳아서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 하고, 잘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었지만 코로나 시국에는 다 그렇다고 이야기 한다. 모든 문제를 우리 내부에서만 찾는다. 그저 내가 더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닌데, 그게 아닌데 말이다.
「반란 이전에 어떤 상황이었는지 선명하게 기억하는 동물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p100」
우리는 많은 일들을 잊어간다. 왜 그 많은 사람들이 이유 없이 목숨을 잃었는지, 왜 한 나라의 수장이 수 많은 의혹을 해명하지 못한채 수감생활을 하는지, 왜 작고 작은 아이가 정신 나간 부부의 이상 때문에 입양되어 한 줌 재로 희생되어져 갔는지... 그 삶들이 나은 삶이었든 아닌 삶이었든 우리는 계속해서 기억하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잊어간다. 계속해서.
「그들은 돼지와 인간 방문객 중 어느 쪽을 더 무서워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p143」
우리가 진짜 무서워 해야하는건 군중인가 통치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