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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잃어버린 사회 - 시대를 앞서간 천재 버트런드 러셀의 비판적 세상 읽기 ㅣ 아포리아 5
버트런드 러셀 지음, 장석봉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생각을 잃어버린 사회 - 버트런드 러셀
재작년부터 작년 연말까지 ’벽돌책 읽기‘에 참여했어요. 우연히 들은 강의에서 벽돌책은 재미나 필요에 의해서 읽는 책이 아니라 ’무조건‘ 읽어야 한다(아, 독서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이라는 단서가 붙었지요)는 말이 크게 와닿았어요. 그것을 읽은 후는 내용 이해도의 높낮이와 관계없이 그저 ’읽은 사람‘이 된다는 설명이었어요. 그래? 몰라도 돼? 그냥 읽기만 하면 된다고?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고맙게도 여러 명의 참여자들과 함께 첫 책 <사피엔스>를 시작으로 <코스모스>, <총 균 쇠>, <이기적 유전자>까지 총 4권의 책을 완독(이라고 일단 말하고 싶습니다) 했어요. 매주 분량 인증 미션이 있었고, 2년간 꾸준히 일요일이면 벽돌책을 붙잡고 있었어요.
그때 읽은 백돌책들은 저의 깜냥에서는 소화시키기 어려운 책이었어요. 그래서 그저 글자만 읽자! 하는 마음으로 욕을 하면서도 읽어냈습니다. 그래서 다 읽은 후 가장 인상적인 책이 뭐야?라는 질문으로 마지막 줌 모임 때 의견을 나누었는데 대부분 <코스모스>를 언급하셨지만 저는 <총 균 쇠>였어요.
러셀의 철학 에세이 책을 읽고 서평이라고 쓰는데 웬 총 균 쇠? 의아하실 수 있는데요. 이렇게 연결되는 사유의 끄트머리에서 작지만 옹골찬 종이 찌르릉 울리는 이 순간이 저에게는 퍽 환상적이기 때문입니다. 책 <생각을 잃어버린 사회>는 ’비판적 세상 읽기‘를 부제로 ’맹목적 믿음과 광기를 저지할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1950년대 쓰인 오래된 칼럼들을 모아 출간된 책입니다. 부제나 홍보 문구만으로도 충분히 내용이 예상되지요. 그래서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철학적 용어와 관념에 내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심지어 3장까지는 용어 자체가 너무 어려워서 자칫 뒷장으로 넘어가지 않고 그냥 덮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요. 하지만 4장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이 분이 왜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하셨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어요. 문장이 정말 술술 읽히더라고요. 그중 가장 인상적인 내용이 ’인간의 본성‘ 이었어요.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명제를 에두르지 않고 바로 코앞에서 반격합니다. 변하고 안 변하고 가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거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이 책이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지점이 그 부분인 것 같았어요. 어떤 통념과 관념, 이데올로기를 우리는 왜? 그대로 받아들이냐는 거지요. (프로이트도 엄청 깝니다!) 총 균 쇠를 읽지 않았다면 이 부분이 재미있지 않았을 건데 그 책으로 접한 ’인종과 인성‘의 층위나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 거라 생각해요.
같은 건 없습니다. 정답도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과 집단과 허상만 있을 뿐입니다. 여성과 어린이, 노예나 가난,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더 나아가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보수와 진보 등 극단의 두 사상을 무정부주의자와 무신론자답게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아, ’비판적 사고‘가 이런 것이구나! 용어가 어렵다 싶다가도 문장 속에서는 전혀 걸리지 않더라고요.
모든 관념의 개념을 다시 곱씹어 볼 필요가 있어요. 민주주의가 중요한가요? 왜 중요한가요? 모든 사람들에게 민주주가 필요한가요?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내가 속한 집단과 반대급 집단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요? 이유가 명확하다면 그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며 진실로 중요하고 필요한 것인가요?
저는 이 책에서 하는 말들의 진위는 관심이 없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도 마찬가지고요) 이들이 하는 말이 참인지 거짓 인지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알리고 싶은 의미가 무엇인지를 고민할 뿐입니다. 공감과 호감은 개인적인 저의 성향일 뿐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충분히 의미 있게 읽힐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jiinpill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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