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가 묻고 니체가 답하다 - 비관마저 낙관한 두 철학자의 인생론
크리스토퍼 재너웨이 지음, 이시은 옮김, 박찬국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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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제대로 된 쇼펜 하우어를 읽어야 할 때

《쇼펜하우어가 묻고 니체가 답하다》 - 크리스토퍼 재너웨이


먼저, 완독하지 않은 리뷰로서 책 내용에 대한 설명이나 평가보다는 필자의 심상과 부분 발췌독 후 느낀 점을 위주로 작성된 글이라는 점을 언급 드립니다.

처음 ‘쇼펜 하우어’를 알게 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입니다. 열세 살 아이가 어떻게 철학자를 알았을까 의아스러우시죠? 저 또한 이것의 우연이 굉장히 신기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 성함이 박승권(선생님이 보시게 되는 일은 없겠지요? 보고 싶습니다!) 선생님이신데요. 제 기억으로 그때 선생님 나이가 스물일곱 살이었을 거예요. 서른도 안된 총각 선생님이었고, 국어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계신 분이었지요. 그맘때 제가 조금 어두운 아이였는데요. 집안 사정도 있고 또 생각해 보면 그때가 이제 막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이 아녔나 싶습니다.

그때 선생님과 많은 글을 주고받았어요. 제가 쓴 글 말미에 빨간 볼펜으로 첨삭을 따로 해주셨어요. ‘쇼펜 하우어’와 ‘염세주의’를 언급하며 저의 글에서 풍겨져 나오는 느낌을 철학적 용어를 가져와 이야기해 주신 거지요. 뭐? 쇼펜하우어? 염세주의? 어린 마음에 용어 자체가 멋스럽다고 생각했나 봐요. 그때 처음 들었던 그 단어들을 후에도 쭉 뇌까리며 사용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철학자이고, 최근 붐이 일면서 서점가 ‘베스트셀러 10’ 자리에 늘 자리하는 책 표지에서 심심찮게 보게 되는 분, 쇼펜 하우어이지요.

최근 쇼펜 하우어를 이야기 하는 몇 권의 책을 이어 읽었어요. 이 책의 서문에도 나오지만 그간의 책들은 ‘삶에 도움이 되는 몇가지 격언을 얻는 용도’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샀지요. 저 또한 처음 읽은 책이 포레스트 북스의 《쇼펜 하우어 아포리즘》이었고, 필사를 자처할 만큼 좋은 문장들을 추려내기 바빴거든요. 측근 중 철학을 공부하신 분이 계셔서 이따금 느꼈던 건 지금의 이 쇼펜하우어 열풍이 어떤 측면에서는 고운 시선으로만 봐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은 거지요. 아니나 다를까, 이 책에서도 언급이 됩니다. ‘철학은 좋은 말씀만 전하는 학문은 아니’라는 사실! 강의를 할 것도 아니고 어떻게 모든 사람이 다 진지하게 보나, 그냥 자신의 처지에 맞게 공감하고 탄식하면 그게 책이고, 결국 그런 삶이 철학인 거지! 싶었던 때도 있었어요. 그러나 이 책을 들여다보며 느끼기를,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로 입문했다 하더라도 결국은 이 책 《쇼펜하우어가 묻고 니체가 답하다》를 통해 ‘본질’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볼 필요가 있는 겁니다.

필사를 하며 옮겨 적은 문구를 하나의 이정표로 삼아 그것을 추앙하고 따르기 보다 그 문구 하나하나를 ‘숙고하고 그것에 반문하는 일’을 함으로써 궁극에는 철학적 사유와 철학적 삶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책을 다 읽은 것도 아니고, 저자의 말마따나 ‘독해력’이 요구되는 필체인 만큼 읽은 내용들은 알알이 풀어내기가 힘들지만, 쇼펜 하우어와 니체가 왜 묶여져 언급되는지, 고통과 고독을 이야기하는 그들은 어떤 사유와 경험을 통해 그것들을 이야기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쇼펜 하우어 철학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읽고 싶다면 가장 먼저 집어 들 책입니다. 이제는 제대로 된 쇼펜하우어를 만나야 한다! 추천드립니다.


@jiinpill21
@book_twenty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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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곁에 머물기 - 지구 끝에서 찾은 내일
신진화 지음 / 글항아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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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도 없고 둘리도 없는
<빙하 곁에 머물기 - 신진화>

알고 계셨어요? 빙하학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저는 정말 신선하고, 신기했어요. 빙하는 뭐 기후 관련 책들 보면 곧잘 언급되곤 하지만 일상적으로? 일반적으로 떠올리거나 생각하는 어떤 단어는 아니잖아요.(아, 저만 그럴 수도 있어요) 근데, 그걸 연구하는 학자가 우리나라에 있다고? 우리나라에? 딱 이 느낌이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바보 같은 챗 지피티도 몰랐던 한라 빙하를 언급하며 한국에는 빙하가 없다는 (당연하겠지만) 내용이 나옵니다. 있지도 않은 걸 연구한다? 와, 너무 신선한 거지요. 단순했던 호기심이 책을 펼치면서부터는 마냥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걸 강하게 느꼈습니다. 이 책이 이야기하고 싶은 건 말마따나 빙하 타고 내려온 둘리가 아니었던 거예요.

책에서 빙하를 ‘타임캡슐’이라 이야기하는데요. 오, 그 지점으로 뭔가 하나의 사유가 탁하고 떨어지니까 이 책이 입체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지구와 우주, 심해 혹은 그 저변의 것들을 지금에 와서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또 분명하게 설명할 수 없다잖아요. 그럼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수천만 년 전 그것들의 언어나 기호가 남아 있지 않은데 어떻게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있나?

빙하는 그때의 것들을 여전히 갖고 있는 하나의 타임캡슐인 거지요. 그때의 날씨와, 그때의 기온, 그때의 자연현상과 그때 그 자체를 빙하는 갖고 있는 거더라고요. 와, 그 지점이 너무 경이로웠어요. 여기서, 그럼 넌 그것도 몰랐어? 하실 것 같긴 한데 어떤 지식적 차원의 앎이 아닌 미처 인지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덥석 안은 것처럼 저에게는 이 책이 무척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 기후와 빙하는 너무나도 중요한 관계더라고요. 책의 후반부는 결국 그런 빙하를 왜 연구하고, 지키고 그것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우리나라에는 있지도 않은 빙하를 그것도 여자가(실제 여성 연구원들의 수가 현격하게 적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연구한다는 것이 경이로운 책이었습니다.

마지막 챕터 소제목이 ‘과거의 빙하와 미래의 지구, 그리고 현재의 빙하학자’인데요. 상상도 할 수 없는 먼 과거에서부터 존재한 빙하를 현재의 학자들이 연구하고, 찾아내고, 알아내면 미래의 지구에게 그나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 염두에 두고 알아내는 것이 결국 100년도 못 살고 가는 한낱 인간인 우리가 그나마의 다음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사명과도 같은 일은 아닐까?

@bookpot
@munhakdongne

#도서지원 #글항아리 #빙하 #빙하곁에머물기 #신진화 #냉동타임캡슐 #방하학자 #그린란드빙하 #기후 #기후위기 #책추천 #책벗뜰 #책사애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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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니모의 환상모험 스페셜북 - 꿈의 황금 알과 판타지 세계의 시작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제로니모 스틸턴 지음, 이승수 옮김 / 사파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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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장난감이 되는 마법

제로니모의 환상 모험 스페셜북 - 꿈의 황금 알과 판타지 세계의 시작
(제로니모 스틸턴 / 사파리 출판사)





책이라는 건 저에게 그런 것이거든요. 그림책이든, 벽돌 책이든 책은 저에게 하나의 사유를 짙게 든 옅게 든 남기게 하는 ‘물건’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그런 의미로 꼭 드리고 싶은 말을 서평으로 남겨보기로 해요. 결국 책도 물건이거든요. 물성인 책을 만지는 것부터가 사실 독서예요. 이건 제가 아이들 책 생활 관련 강의 때 늘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인터랙티브 북이나, 오디오 및 전자북은 책이 아니다!는 아닙니다. 오해 마세요) 물성이 가진 힘은 꽤 강합니다.

이 책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꿈의 황금 알과 판타지 세계의 시작 - 빅북>이 물성으로서의 책이 어떻게 가치 있는지 정말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울산시립도서관을 곧잘 찾았어요. 거주 지역이 아니고, 차를 타고 35분을 이동해야 하는 어찌 보면 번거로운 여정이긴 하지만 분명한 목적이 있었답니다.

바로 빅북! 울산시립도서관은 빅북 코너가 따로 있을 만큼 많은 빅북이 소장되어 있어요. 그때 아이와 그 책들을 그저 책으로만 보았을까요? 저는 절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빅북 두 어권을 읽고 곧바로 놀이터로 나갔거든요. 도서관에 책을 보러 온 것이라기 보다 ‘재미있는 걸 만나고’온 것에 가까워요. 놀이터와 빅북은 아이에게 대등한 놀잇감이었던 거지요.

지원책 택배가 왔던 날, 아이가 정말 신나했어요. 그때 저는 정말 전율이 일만큼 설렜는데요. 그 순간 느꼈어요. 책이라는 건 책이기만 한 게 아니라는걸, 그간 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또 무척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느끼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그 책이 무슨 내용이야? 저, 감히 (출판사가 너 뭐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씀드려요. 성인 아이 할 것 없이 책으로 사람으로 이어주는 저 옥대장이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내용이 뭐가 됐든 전~혀 상관없으니 그냥, 정말 그! 냥! 내밀어 주세요. 그냥 아이한테 던져주면 됩니다. 그럼 그때부터 이 책은 책을 넘어 하나의 존재가 될 거예요.

오랜만에 책과 노는 아이의 모습이 예뻐 사진과 영상을 찍었는데 서포터즈 활동 내용 안에 영상 리뷰가 있네요. 아이가 책과 노는 모습은 연출되지 않은 순수한 장면들이라는 것과 병풍처럼 벽에 기대선 책을 아이는 지금도 여전히 매일같이 만지고 찾고(그림을 세세히 보더라고요) 책 내용 속 문자기호로 글을 써가며 정말이지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그저께 아이와 나눈 이야기인데요. 이 책은 선물용으로 정말 좋겠다는 겁니다. 생일,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명절 등등 선물할 일 많잖아요. 이 책은 정말 ‘책’으로만 보시면 안 됩니다! 이만큼 재미있는 장난감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이에게도 다시금 책을 ‘가지고 놀 수’ 있는 풋풋한 시간을 선물해 준 제로니모 빅북! 추천드립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정가 77,000원 -> 48,000원 37%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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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시답지 않아서
유영만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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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답게 사는 삶,
인생이 시답지 않아서 - 유영만

글을 쓴다 말하고 다닌 지도 어느덧 20여 년이 흘렀다. 지금도 이 말을 쓸까 말까 고민하며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는 중이다. 세상 민망하고 또 맹랑한 말이다. 글을 쓴다고? 무슨 글? 내가 글을 쓴다고 말하면 대부분 이어지는 말이 대동소이하다. 어떤 글을 쓰냐와 작가냐는 물음이다.

어떤 글을 쓰는지 궁금한 건 자연스러운 추가 질문이라고 치자, 작가냐는 질문에는 좀 더 많은 의미가 들어가 있다.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 글을 써서 생산활동을 하는 사람, 글을 써야 할 이유가 명백한 사람. 그런 사람을 우리는 작가라 한다. 그런 의미로 나는 작가냐는 상대의 물음에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시집이라 해서 읽고 있는데 어느새 궁금증이 생긴다. 시인이 아닌 사람이 쓴 시를 이렇게 책으로 읽으면 이 저자는 시인인가 아닌가? 책날개에 적힌 저자 소개가 무척 인상적인 책이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발걸음이 향한 벼랑 끝에서 타들어가는 애간장으로 바람결이 내던지는 슬픔의 답안지에 일생을 버티게 만드는 그리움 한 페이지를 남기는 철부지 예술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는 ‘시인이 될 수 없음을 시인 했’고, ‘삶이 시답지 않아도 사람은 시답게 살아야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 이야기한다.

궁금한 분들을 위해 한 마디 더 붙이자면 저자의 직업은 교육공학과 교수이다. 100여권의 책을 출간하셨다는 저자는 <언어를 디자인하라>라는 책으로 이미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수식어를 갖고 계신 분이다. 그런 저자가 쓴 시는 어땠냐고?

재미있다!

‘언어유희’라 해서 말놀이라고 쉽게 이해하면 되는 용어가 있다. 말장난이라기엔 너무 가볍고, ‘말이나 동음이의어를 해학적으로 사용하는 표현 방법’이라 정의 내려본다. 조금 전 책날개의 소개 글에서도 느꼈듯 ‘슬픔의 답안지’나 ‘그리움 한 페이지’와 같이 하려는 말의 의미를 전달하는 표현에서 시적(이라고 해도 될는지 모르겠다. 사실 나도 시를 잘 모르기 때문에) 감성을 당겨와 읽는 이로 하여금 어떤 리듬 속에 들어가 단어와 춤출 수 있게 해준다.

세 시간째 한 문장도 못 쓰고
정적이 감도는 백지 위에서
주어를 찾아 헤매다가 목적어를 먼저 만났지만
아직도 동사를 찾아가는 고행을 끊지 못하고
언어 구름 속에서 끝없는 방황을 거듭하는
당신의 글짓기 여정은 언제 끝날 수 있을까요? 81

귀가 즐거워하는 음악과
눈이 즐거워하는 그림 사이에서
가슴은 알아듣지 못하는
머리가 생각한 한마디를 남깁니다.
마음은 벌써 그리움에 젖은
음악과 그림을 상상하며 바람을 타고 날아가지만
머리는 그 뒤를 열심히 쫓아갑니다. 168

전혀 심각하지 않게 언어가 가진 무게를 묵직하게 표현해 주고, 전혀 가볍지 않게 하려는 말의 의미를 진지한 언어로 이야기하는 시를 보며 저자가 말하는 ‘시답게 사는 삶’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그려진다. 시답게 사는 그는 그럼 시인일까?

@jiinpill21

#도서지원 #유영만 #지식생태학자 #21세기북스 #책사애 #책벗뜰 #책추천 #양산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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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수록 선명해진다 - 내 안의 답을 찾아 종이 위로 꺼내는 탐험하는 글쓰기의 힘
앨리슨 존스 지음, 진정성 옮김 / 프런트페이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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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바꿀 수 있는 시간, 6분 <쓸수록 선명해진다 - 앨리슨 존스>



’탐험 쓰기‘챌린저 모집이라는 출판사 홍보 피드에 눈길이 쏠렸다. ”일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연필과 종이, 그리고 단 6분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세상에나, 6분이라고?

작년 이맘때 새로운 도서관에서 독서회 제안이 왔다. 육아를 테마로 하긴 하는데 하나 더, 에세이 쓰기까지 같이 아우를 수 있겠냐는 주무관님의 제안에 마음이 달 떴다. 말마따나 작가도 아니고, 관련 과목 전공자도 아니고, 독서나 독서모임은 뭐 나의 히스토리를 알고 계셨다 치고 글쓰기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다. 3월 시작을 앞두고 한두 달, 마음이 조급했다. 글쓰기 관련 책들도 살피고, 부랴부랴 브런치에 작가 등록도 하고 어찌어찌 나름대로는 글을 쓰는 일을 업은 아니더라도 진심 담아 하고 있다는 형편을 어필하고 싶었다. 강의 첫날, ’30분 글쓰기‘를 제안하자 머뭇거리길 잠시, 회원들은 각자의 책상이 마치 집필실인 듯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앉아 각자 몰입해서 글을 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래, 이거다!

30분 글쓰기 만으로도 전에 없는 해방감을 맛본 나는 이 수업을 정말이지 오래도록 끌고 가고 싶다는 욕심이 싹텄다. 아니나 다를까, 30분 만에 뚝딱 만들어진 글은 공들여 단어를 선택하고, 고치고 다듬어 번듯하게 내미는 글과는 다른 솔직함과 생동감, 무엇보다 진심이 담뿍 묻어나는 ’살아 있는 글‘이었다. 12월 한 해 마감하는 자리에서도 회원들은 에세이 쓰기가 좋았다는 의견을 주셨다. 즉석 주제, 30분 글쓰기, 각자 글 낭독! 정말이지 별것 아닌 것 같은 글쓰기가 한 달에 한 번, 우리 안에 쌓였지만 쌓인 줄 몰랐던 진짜 이야기와 진짜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30분 만으로도 벅찼던 그 감정을 단 6분 만에? 6분이라는 시간에 대한 어떤 인지가 없었달까? 종이와 펜을 준비하라기에 책장에 아무렇게나 꽂혀 있던 크기가 제각각인 수첩을 쭉 늘어놓고 중간 크기의 수첩을 골랐다. 6분이라는 시간은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고, 그 시간에 뭔가를 적으려면 큰 노트는 필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챌린지 첫날, 타이머를 맞추고 한 글자, 두 글자 써 내려갔다. 6분이라는 시간이 체감되지 않을 만큼 몰입해서 글을 써나갔다.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다음 문장으로 고민하는 것을 깔끔하게 패스했다. 정말이지 그냥 떠오르는 단어를 주르르 쏟아냈다. 6분 후 글을 다시 읽으면 자연스럽지 못한 지점들도 있었지만 그대로 놔두었다.

열흘간, 매일 6분 동안 글을 썼다. 첫 문장은 제시된 문장이었고, 그 문장의 다음 단어를 시작으로 멈추지 않고 써 내려간 문장들은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솔직함으로 점철된 글이었다. 구애나 통제 없이, 검열과 의식 없이 그저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말이지 그냥 마구 쏟아낸 글이다. 어느 순간 불현듯, 이 작업을 왜 ’탐험 글쓰기‘라 표현했는지 알 수 있었다. 끝이나 내용을 알고 쓰는 게 아니었다. 지도를 따라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 갈지 모르는 펜끝을 그저 따라가는 것. 단순히 ’아무 생각 없이‘가 아니라 나를 믿고, 나의 펜을 믿고 기꺼이 여정을 따라가 주는 일이다. 6분 동안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6분 전의 나는 분명히 바꿀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시 처음으로, 첫 문단에 썼던 슬로건이 기억나는가? ’일과 삶의 문제를 해결‘ 하고 싶다면 펜과 종이, 그리고 단 6분이라는 시간이면 충분하다던 과장된 문구를 나의 식대로 다시 정리해 본다.
’일과 삶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와 자세는 충분히 바꿀 수 있다. 다른 각도로 마주한 문제들은 6분간 거침없이 써 내려간 글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이다.‘ 거창해 보이기도, 약파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분명한 건 적어도 나는 이 탐험 글쓰기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 그대에게 자신 있게 권한다. 진짜 나와 만나고 싶은가? 그럼, 지금 당장 시작해 보라. 추천한다.

@frontpage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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