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보니, 지능 - 챗GPT와 글쓰기부터 뇌와 마음의 관계까지, 지능에 관한 특별한 대화 33한 프로젝트
이권우 외 지음, 강양구 기획 / 어크로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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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84>#살아보니지능 - #33한프로젝트 #이권우 #이명현 #이정모 #정재승 #강양구

 

1228223p. #도서지원 #어크로스

 

이 책을 출판사 어크로스에서 진행한 신간 제목 이벤트에 선정되어 받았어요. 이벤트는 살아보니, oo’, oo속에 들어갈 말을 적어보는 거였지요. 저는 문구를 보는 순간 딱 별 거 없지라는 말이 속에서 튀어나오더라고요. 살아보니, 별 거 없더라!

뭐 별거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와우! 이게 알고보니 어마어마한 책이더라고요. 긴다 난다하시는 분들이 의기투합해 엮어낸 책이예요. 다들 잘 아시겠지만 생각의 힘 <살아보니, 시간>과 사이언스 북스의 <살아보니, 진화>까지 이 3권의 책이 시리즈입니다. 순서가 있는 건 아니고요. 같은 저자분들이 주제를 달리해 대담을 나누는 형식으로 쓰여진 책이예요. 제가 읽은 <살아보니, 지능>은 정재승 교수님이 인터뷰이로 세 분(+강양구 기자님)에게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책은 1부 나이가 들어가는 뇌를 통해 뇌와 관련된 다양한 사유, 특히 예순을 맞은 세 학자들의 뇌를 이야기하는데 단순한 뇌과학이 아니예요. 노년이 되어가는 과정에서의 사회적 관계와 역할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요.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건 글쓰기였어요. 세 분의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들이 특히나 흥미로웠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나는 불후의 명작을 써야겠다, 이렇게 마음 먹는다고 오랫동안 사랑받는, 또 좋은 평가를 받는 명작이 나오나요. 그냥 각자가 쓴 글이나 책이 자기의 운명대로 명작이 되기도 하고 잊히기도 하죠. 82

 

강양구 기자님의 말씀이에요. ‘한국 사회에서 책의 시대는 종말했다 말하는 이권우 도서 평론가님의 말씀 뒤에 이어진 이 문구들에서 앞으로 그들이 써 낼 명작들을 기대하게 했지요.

 

2부는 AI시대의 지능에 관해 이야기해요. 이 챕터에서 굉장히 많은 부분이 와닿았어요. GPT를 이야기하며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또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은 어떤 것들이 달라야 하는지 조목조목 들려줍니다. 이전에 봤던 챗GPT관련 책에서 정보의 출처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이 책 또한 그 부분을 피력하고 있어 결국 우리가 받아들일 정보는 양보다 질, 질보다 쓸모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튜브 생태계를 생각해보세요. 지금까지 아주 많은 콘텐츠가 쌓여 있어서 나올 건 다 나온 것으로 보이죠? 하지만 앞으로 10, 20년 뒤에도 사람들은 유튜브 콘텐츠를 계속 만들고 소비할 거예요. 그럼 무엇이 달라질까? 똑같은 얘기라도 그걸 누가 하는가, 이게 중요합니다. 그 얘기를 하는 사람이 살아온 삶, 쌓아온 경험과 지식, 이런 것이 다르기 때문이죠. 130

 

정재승 교수님의 말씀이에요. 저는 이 문구에서 뭔가 크게 흔들렸어요. 머리통을 탈수기에 돌려 새로 꺼낸 기분이 들었어요. ‘누가 하는가’, 앞으로의 저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였습니다. 또 하나, 사회를 유지하는 데에 필수적인 노동이 돌봄 노동인데 그걸 AI나 로봇이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해요. 돌봄 노동의 가치를 올려주는 것, 즉 인간의 노동이 과거와는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질거라고. 결국 우리 인간지능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한번 곱씹어보게 되더라고요. 제가 관심 있어하는 주제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책이라 읽는 내내 흥미롭게 파고 들 수 있어 좋았어요. 마지막 3부는 마음과 우정,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 해서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상태, 그리하여 지금 자신의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를 계속해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비유컨대 대기전력모드 상태로의 명상의 효용성을 이야기합니다.

 

미래 사회는 우울증 및 불안 장애 등 각종 정신질환들이 범람하게 될 것이라는. 어제 생을 달리한 애정하는 배우의 죽음이 떠올랐습니다. 개인이 고통이 죽음으로 끝이 나야 하는 현사회의 건조함이 안타까웠습니다. 마지막, 그들의 우정은 이만치 벌어진 존중의 거리덕분에 지속될 수 있다는 이야기들 속에서 앞으로의 제 삶에 작게나마 방향성들을 선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인문 #교양 #인공지능 #GPT #뇌과학 #과학 #대담집 #책사애 #책벗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그램 #북그램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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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와 그래 - 우당탕탕 스펙터클 기묘한 이야기!
김혁 지음, 이정은 그림 / 의미와재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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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와그래 - #김혁 #이정은

 

1228139p. #도서지원 #의미와재미

 

 

오랫동안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다고 믿어 왔어요. 사람이 듣는 것보다 세 배나 더 높은 고음을 듣고, 밤에는 낮보다 여섯 배나 더 잘 볼 수 있는 고양이는 수염 끝으로 느끼는 미묘한 파장으로 귀신까지 알아본다는 거예요. 24

 

아픈 아이들의 앓는소리를 먹고 산다는 두창신은 지나네가 사는 마을에 나타나 아이들을 병들게 하지요. 저는 비디오 세대인데요. 초등학교 때, 비디오 대여점에서 비디오를 빌려야 영화를 볼 수 있었어요. 신작은 1500, 구작은 300원에서부터 가격별로 구비되어 있었지요. 영화가 시작되기 전 상품광고가 아닌 유해물지도에 관한 공익광고로 시작되었는데요. 거기서 가장 인상적이게 남은 문구와 화면이 호환마마였어요. 마마는 천연두, 즉 바이러스 감염병인데요. 이 책 <미래와 그래> 속 두창신이 바로 천연두를 옮기는 귀신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천연두라는 무서운 병을 옮겨 아이들이 아프면 앓는 소리를 먹으며 몸을 불려가는 두창신과 맞서는 고양이들의 이야기예요. 근데 그 고양이들이 평범한 고양이들이 아니라는 점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이 책은 서평단 모집 때 댓글을 남기고 서평단에 선정되었는데요. 딸아이가 고양이를 좋아해(깜냥을 너무 좋아한답니다) 이 책 속 고양이들의 이야기도 좋아하겠거니 해서 아이와 함께 읽어 볼 요량으로 피드를 열었어요. 순간 뇌성마비라는 글귀를 발견한거예요. , 뇌성마비라니.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창문 하나가 삐죽 열리는 느낌이었어요.

 

뇌성마비 고양이 미래, 이 친구는 태어날 때부터 아픈 친구였어요. 제 몸 하나 제대로 건사하기도 벅차 늘 한쪽으로 기우뚱 쓰러지기도 하고요. 몸을 제대로 못 가누니 늘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친구예요. 또 세 발 고양이 그래도 나오죠. 이 친구는 어렸을 때 마을에서 무리의 공격을 받아요. 그래서 다리 하나를 잃지요. ‘살찐이라고 해서 눈이 없는 친구도 나와요. 이 친구들이 모여 두창신과 묘두사를 무찌르고 마을의 아이들을 지켜준다는 이야기예요. 귀신을 볼 수 있는 고양이들이기에 가능합니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조선시대 야사, 즉 옛이야기를 장애 고양이들과 엮어 색다르게, 또 부제에 쓰여진 문구처럼 스펙터클하게 펼쳐집니다. 책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거리들을 던져줍니다. 먼저, 저자가 인트로에서 말한 장애를 가진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지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활동하고 생활하기가 어려운 장애인들이 많다는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지요. 그들이 왜 주변에 없는지를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마찬가지로 장애를 가진 동물들도 흔하게 볼 수는 없지요. 그들이 나와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것이 불편한 지점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또 한가지는, ‘엄마 아빠 역시 다른 고양이를 본 적 없는 건 아니지만 미래의 모습에 워낙 익숙해져서 미래가 고양이의 기준이 돼버린 거예요. 30’처럼 익숙함이 만든 기준, 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내가 접하는 세상이 익숙해지면 곧 그것이 마치 정상적이고 또 당연시 되는 경향들이 있는 것 같아요. 늘 하는 말이지만 바로 다름을 두루두루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지요. 내가 속한 이 세계’(집단) 옳다는 신념은 위험하고 또 폭력적입니다.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을 한번 점검해 보는 것도 좋아요.

 

이 책은 아이와 함께 장애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좋은 책이에요. 아이들은 참 좋아하잖아요. 귀신, 귀신과 고양이. 아이들이 좋아 할 수 밖에 없는 조합입니다. 조금 아쉬운 부분으로는 전개성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었어요. 등장인물들이 두서 없이 튀어나오는 느낌이 들어서 한 타임에 쭉 이어서 읽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어요(개인적 의견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흥미로울 책,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학년동화 #저학년문고 #초등동화추천 #책추천 #책사애 #책벗뜰 #양산어린이독서회 #양산독서모임 #장애반려동물 #반려동물 #장애 #편견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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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숙의 결국 잘되는 우리 아이 - 3~7세 문제 행동 특별 솔루션
이임숙 지음 / EBS BOOKS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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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잘되는우리아이 - #이임숙

 

1223303p. #도서지원 #ebsbooks

 

자존감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아이를 낳고 육아서들을 닥치는대로 읽을 때만 해도 자존감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졌었어요. 애착이론, 3세 신화, 정서지능등 아이가 먹고 자고 싸는 일 외에 진짜 중요한 무언가가 자릴 잡고 있었지요. 거의 모든 육아방식의 귀결은 자존감과 연결되는 듯 했어요. 중요하다는 생각은 곧 두려움으로 다가왔고, 나의 행동, 눈빛, 언행등 아이 앞에서의 모든 행동을 검열하게 되었지요. 저는 그게 참 어렵고 힘들었어요. 내가 나로서 존재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엄마로서의 자아를 거세게 흔들곤 했어요.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많은 사람들과 양서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들 속에서 진정한 자존감의 의미를 새롭게 새길 수 있었어요. 자존감, 즉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갈 수 있었던 거지요. 타인이 가장 가까운 엄마’, 바로 이 글을 쓰고 이 책을 읽는 우리들에게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거더라고요. 엄마와 아이가 서로 진정한 교류와 교감을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바로 그림책이 있었어요.

 

이 책 <결국, 잘되는 우리 아이>의 저자 이임숙소장님은 상담센터를 통해 만나는 아이들을 마주하며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 해줍니다. 바로 낮은 자존감과 친구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었던 거지요. 전반적인 사회적 능력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보며 그 친구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진정 중요한 것들을 알려줍니다. 사실 이 책은 3~7세라는, 연령을 정해주고 있어요. 물론 결정적 시기라는 점이 부각되긴 하지만 현재 8살인 우리 딸아이에게도 꼭 필요한 내용들이 그득 들어차 있었어요.

 

아이의 사회성은 아무리 정서 문제가 심각했어도 이렇게 신기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변화에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그림책과 따뜻한 상호작용입니다. 71

 

무엇을 읽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는 저자는 그림책 심리독서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이야기해줘요. 그림책 속 등장인물들의 감정경험생각을 이야기하며 아이와의 상호작용에 보다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들을 갖춰가는 거지요. 육아서로만 읽다가 그림책 테라피의 방향을 들여다보니 너무 도움이 되더라고요. 책에서는 부모의 자존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양육의 스트레스가 양육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 말하며 아이의 기질이나 발달 특성 보다도 부모의 자존감이 양육 스트레스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들을 이야기 하지요. 그런데 우리 모두 다 잘 알고 있잖아요. 알면서도 맘처럼 잘 되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실제 이임숙 소장님이 상담센터를 찾는 부모들에게 직접 지도하는 솔루션을 그대로 따라해 보기로 했어요. 바로 부모 자존감 높이는 방법으로 소개된 3가지 미션인데요. 내 마음에 드는 나의 장점 찾기, 나만의 육아 강점 찾기, 오늘 내가 아이에게 잘한 점 세가지 찾기. 매일 매일 이 세가지를 짤막하게 기록하는 작업들을 인친들과 함께 해보기로 했어요. (현재 6명이 신청한 상태고요, 이 글을 보신 분들 중 참여하고 싶으신 분은 디엠 주세요 ^^ 시작일은 11일이며, 주말 제외 100일 동안 진행예정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만 그림책이 필요한 건 아니예요. 한번이라도 그림책 수업을 들어보신 분은 아실거예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도 너무 많고, 아이들이 대상인 그림책 또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 웬만한 철학서 보다 더 깊이가 있다는 걸 말이예요. 엄마, 아빠가 편안해야 한다는 건 잘 아시잖아요. 사회성도 마찬가지예요. 아이의 사회성을 걱정하기에 앞서 제대로 된 공감’, 즉 내 감정이 아닌 아이의 감정을 바라봐 주세요. 그치요, 어렵지요.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친구들에게서 거부 당하거나, 놀림 받는 아이를 마주하노라면 마음이 파도처럼 넘실대기도 하지요. 그래도 아이를 마주하며 중용의 마음으로, 다각도로 펼쳐 그 감정들을 들여다보아야 해요.

 

저는 이임숙소장님의 글들을 참 좋아해요. 아이 낳고 얼마 안되 읽었던 <엄마가 놓쳐서는 안될 결정적 시기>를 읽고 정말 도움 많이 받았어요. 이후에 출간된 <엄마의 말공부>1,2권을 모두 소장할 만큼 오은영 박사님 이전에 저에게 육아멘토로서의 자리를 톡톡히 해주신 분이예요. 좋은 기회로 다시 한번 육아 있어 저의 자리와 아이에게 필요한 지점들을 톺아볼 수 있었습니다. 추천합니다.

 

#육아서 #자존감 #사회성 #교육서 #그림책심리 #그림책테라피 #책사애 #책벗뜰 #육아서추천 #양산독서모임 #양산육아독서회 #양산 #서창 #그림책읽는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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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대문을 열면
허은미 지음, 한지선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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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대문을열면 - #허은미

 

1215#도서지원 #문학동네그림책 #뭉끄서포터즈

 

꽃무늬 네모난 책가방을 보는데 코끝이 조인다.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의 어느 한 시점은, 그렇게 무심히 그려진 작은 가방 하나에 집채만한 파도처럼 밀려온다.

 

파란 대문집은 줄지은 계단을 다 오르기 전부터 이미 그 집이다. 그 계단의 시작부터가, 아니 그 파란색 대문이 보일 때부터 이미 그 집이다. 아이의 단발머리와 멜빵바지는 작품 속 주인공이 마치 내가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림책의 지면 대부분을 그득 채운 꽃잎들을 보며 아스라이 떠다니는 추억과 무심히 흘러간 시간들이 눈 앞에 둥둥 떠다니는 듯 했다. 그런 시간들을 붙잡아 한 폭 커튼에 묻어 놓은 것 같은 그 집에서 아이는 엄마를 바라본다.

 

바깥일로 바빴던 엄마였기에 창마다 꽃무늬 커튼을 달 수 있는 집을 장만할 수 있었겠구나.

 

파란대문의 그 집은 엄마가 없는 그 시간, 외로움과 적적함을 오롯이 이겨낸 아이에게 더없이 따뜻한 공간이 될 수 있겠구나.

 

어른이 된 지금에야 보이는 그 지점들에 괜스레 마음이 일렁인다.

 

그 따뜻한 집을 떠나야하는 가족들이 회색빛 트럭에 실려 있다. 조그만 손으로 창문끄트머릴 잡고 뒤를 돌아보는 아이의 표정에 여운이 남는다. 옆자리에 앉은 어른들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이 없다. 두 아이들만 앞 뒤로 앉아 동그란 눈을 어그러뜨린다.

 

마지막으로 그 골목 동네를 떠났다는 아이의 가족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오래전 내가 살던 그 해운대 똥골동네는 그때의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을까?

 

누구에게나 가슴 속 작은 집이 있기 마련이다.

오늘은 그 집 앞에 가서 흙바닥에 주저 앉아 해질녘까지 공기놀이를 해야지.

그리고 나의 아이에게 이야기 해 주어야지.

엄마가 어렸을 땐 말이야......”

 

#그림책 #그림책추천 #신간 #문학동네 #뭉끄서포터즈1#책사애 #책벗뜰 #양산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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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 -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3가지 기준
김기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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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 - #김기현

 

1214338p. #도서지원 #서가명강 #진인필 #21세기북스

 

이따금 어떤 영상들을 보게 됩니다. 저의 알고리즘과는 관계없이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또 수시로 업로드되는 영상은 바로 반려동물들입니다. 의자에 앉아 있는 고양이부터 빈 방에서 저혼자 불을 켜기도, 문을 열기도 하는 반려동물들의 영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는 바로 사람처럼입니다. 그 단어 하나에 사람 즉, 인간이 그 대상들보다 뭔가 우월하다는 느낌을 맡을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조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김영하 작가님의 <작별인사>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눴던 독서모임이었는데요. 인간의 조건에 대한 이야기들이었지요. 감정을 느끼고, 미래를 예측하고, 동정과 연민을 느끼는 등 인간이기에 가능한 특수한 기능들이 떠올랐습니다. 동물의 삶을 살아보지 않아, 또 그에 따른 학계의 정설들을 찾아보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아무래도 동물과 인간은 큰 차이가 있긴 한가봅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였던가요? 브라이언 헤어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였던가요? 결국 우리 인간은 함께이기에 지금의 이 지구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다 이야기 하지요. ‘살아남았다를 넘어 만물의 영장이라고까지 표현되기도 하고요. 혹시 알고 계셨나요? 여기서 영장이라는 말의 의미를... 저는 이 책 <인간다움>을 읽고 그 뜻을 처음 알았어요. (왜 그동안 아무런 사심없이 받아들였을까요?)

 

영장靈長, 가장 뛰어나 영묘한 능력을 지닌 것. 사람을 가리켜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1:26-30).

 

, 인간이기에 가장 뛰어나다니... 저는 좀 놀랍더라고요. 그렇다면 인간은 뭐가 다른걸까? 인간다움은 뭘까? 인간이면 응당 인간다운가? 이 책 김기현 저자님의 <인간다움>이라는 책은 공감, 이성, 자유라는 세 가지의 개념으로 그 인간다움에 접근합니다. 저는 저자 프로필을 못보고 바로 서문으로 들어갔었는데요. 읽다보니 제가 아는 철학자들이 전부 다, 진짜 전부 다 나오시더라고요. ‘이성을 이야기 해야 하니 그런가보다 했는데 저자 이력을 보고 아하! 했습니다. 좀 부끄럽지만 처음에는 이 책의 성질(?)을 몰랐던거지요. , 맞습니다. 이 책은 철학서(라고 생각하지만 아닐 수도 있으니)의 성질을 크게 갖고 있었습니다.

 

목차가 재미있습니다. ‘인간다움을 이야기 하는데 고대, 중세, 근대, 현대 그리고 미래로 나뉘어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 구성이 독특하다!하는 마음으로 입문해 천천히 읽었습니다. 인간다움의 결정체인 공감과 우리 안의 기준이 되어주는 이성의 힘, 그리고 완전한 자율성을 의미하는 독립된 삶으로서의 인간다움, 이렇게 총 3가지 개념을 요약해 들려줍니다. 요 윗부분에 제가 말씀드린 만물의 영장을 거론 하며 인간이 왜 만물을 지배하는건지, 진화론과 고대 철학자들의 학설들을 나열하며 인간다움의 시초를 설명해주지요. 중세 · 근대는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전쟁을 이야기하며 존엄한 인간의 내면, 흔들리는 이성을 바로 잡기 위한 종교의 개입까지 보다 깊이 있게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인상적인 니체를 등장 시키며 탐욕과 쾌락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의 해석을 불러 일으키고요, 미래 편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을 운운하며 우리 인간이 인간적일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여기서 또 저는 흥미롭더라고요. 인간의 인간다움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요즘, 우리에게 인간다움을 인간답게 탑재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야기해요. 결론이 없어 실망하지 말라고. 인간다움을 보존하는 방법들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것만 인지해도 좋은 거라고. 마지막 가장 인상깊었던 문구를 옮겨볼게요.

 

인간다움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면, 인간의 행동 양식이 달라진다. 행동 양식이 달라지면, 당연히 그 결과로 나타나는 미래 사회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인간다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미래 사회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329

 

저는 오늘 물금 백호로에 위치한 동원 4차 아파트 작은 도서관에서 특강을 2시간 진행하고 왔어요. 주제 도서가 <EBS 당신의 문해력>이었구요. 문해력의 중요성과 실천방안들을 열심히 이야기 했습니다. 마지막쯤에 제가 한 말인데요. 결국 이 모든 과정을 이끌고 나아가야 하는 곳은 미래사회, 미래사회에서 어떤 인재가 되어야 하나가 문해력의 관건이다!라고...

 

우리는 나아가야 합니다.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무수한 능력들을 더 나은 미래사회를 위해 써야 하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조금씩 메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좀 급하게 읽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저자는 군데 군데 이해하기 쉽게 본문 내용을 다음 문단에서 두세줄 정도로 요약해 주셨고요. 각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게 다가왔어요. 저는 사르트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얼마 전 지역 도서관 문학특강에서 어찌나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던지요.) 이 책의 전체적인 메시지와는 관계가 없는 것 같아 삭제 했습니다. 언제고 한번 들려드릴게요.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그래서 인간다움이 왜 중요한건데? 어떻게 생기는건데? 인간다움이 뭔데? 이런 물음에는 아무런 답이 없다는 것.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글의 서두에 말씀 드린 인간의 우월함에 대해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우월하지 않습니다. 다만, 인간이기에 공감할 수 있고, 동정할 수 있고, 타인을 생각하며 연민할 수 있다는 것. 굳이 동물과 인간을 나눈다면 우월성이 아닌 바로 인간다운 감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재천 #인간성 #서울대철학과교수 #철학 #철학서 #사회과학 #교양 #인문 #책사애 #책벗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그램 #북그램 #양산독서모임 #서가명강서포터즈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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