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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대문을 열면
허은미 지음, 한지선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평점 :
#파란대문을열면 - #허은미
12월 15일 #도서지원 #문학동네그림책 #뭉끄서포터즈
꽃무늬 네모난 책가방을 보는데 코끝이 조인다.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의 어느 한 시점은, 그렇게 무심히 그려진 작은 가방 하나에 집채만한 파도처럼 밀려온다.
파란 대문집은 줄지은 계단을 다 오르기 전부터 이미 그 집이다. 그 계단의 시작부터가, 아니 그 파란색 대문이 보일 때부터 이미 그 집이다. 아이의 단발머리와 멜빵바지는 작품 속 주인공이 마치 내가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림책의 지면 대부분을 그득 채운 꽃잎들을 보며 아스라이 떠다니는 추억과 무심히 흘러간 시간들이 눈 앞에 둥둥 떠다니는 듯 했다. 그런 시간들을 붙잡아 한 폭 커튼에 묻어 놓은 것 같은 그 집에서 아이는 엄마를 바라본다.
바깥일로 바빴던 엄마였기에 창마다 꽃무늬 커튼을 달 수 있는 집을 장만할 수 있었겠구나.
파란대문의 그 집은 엄마가 없는 그 시간, 외로움과 적적함을 오롯이 이겨낸 아이에게 더없이 따뜻한 공간이 될 수 있겠구나.
어른이 된 지금에야 보이는 그 지점들에 괜스레 마음이 일렁인다.
그 따뜻한 집을 떠나야하는 가족들이 회색빛 트럭에 실려 있다. 조그만 손으로 창문끄트머릴 잡고 뒤를 돌아보는 아이의 표정에 여운이 남는다. 옆자리에 앉은 어른들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이 없다. 두 아이들만 앞 뒤로 앉아 동그란 눈을 어그러뜨린다.
마지막으로 그 골목 동네를 떠났다는 아이의 가족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오래전 내가 살던 그 해운대 똥골동네는 그때의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을까?
누구에게나 가슴 속 작은 집이 있기 마련이다.
오늘은 그 집 앞에 가서 흙바닥에 주저 앉아 해질녘까지 공기놀이를 해야지.
그리고 나의 아이에게 이야기 해 주어야지.
“엄마가 어렸을 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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