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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오후에는 적보다 친구가 필요하다 - 데일 카네기 에센스 DALE CARNEGIE ESSENCE
김범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평점 :
얼마 전 독서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이 지긋한 중년의 여성분은 나의 친정엄마와 비슷한 연배다. 우리 독서모임 뿐 아니라 다른 모임도 활발하게 하고 계신다. 그날은 화이트 진에 자주색 단추가 달린 청자켓을 입고, 단추와 같은 색의 모자를 쓰고 오셨다. 옷차림과 나이는 하등 상관이 없다는 생각을 의식으로는 하지만, 이따금 이렇게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화이트 진을 입고 오시는 어르신을 마주할 때면 외모로 사람을 판단치 말라는 말에 살짝 삐대고 싶어진다.
아무튼, 그 분이 다른 영어스터디 모임에서 있었던 일화라며 잠시 10분 정도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냐기에 그러시라고 했다. 이야기의 요는, 자신이 새로 들어간 영어 모임에서 자신이 들어가기전까지 가장 나이가 많았던 한 여성분이 자신에게 치욕적이고도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은걸 시작으로, 그분의 교활하고 무식한 처사에 대한 일종의 한탄이었다. 교활한 상대가 모임원들에게 뱀같은 혀를 놀리니 당할 재간이 없으며,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미물스런 행동을 자신의 앞에서만 하는 것이 너무나도 혐오스럽다는 것이었다.
석 달간 어찌어찌 모임에 나가고 있지만 더이상 자신의 감정을 내버려두지 못하겠어서 그 모임에서 나와얄것 같은데 이렇게 나오자니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마치 자신이 도망치는 것 같다고, 억울하다고. 이야기 사이 사이 함께 듣고 있던 참여자들이 한마디씩 했다. 이상한 사람이예요. 그런 사람은 그냥 피하는게 상책이예요. 정말 예의가 없는 사람이군요. 그 모임에서 빠지세요. 그렇게 감정소모 하는게 더 시간 아까워요 등등
이 책 <오후에는 적보다 친구가 필요하다>를 읽는데 그날의 그 중년여성분의 떨리는 음성과 파르르 거리며 상대방을 흉내내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이 책에서 읽은 내용들을 그 분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자신의 열등함을 상대방에 대한 질투로서 표출하는 것이죠. 가여운 건 결국 질투하는 사람입니다. 자격지심을 표출하는 것 뿐이니까요. 혹시 누군가의 비난을 받았습니까? 당신을 비난이라는 무기로 걷어찬 사람은 '고작' 그것으로 자신이 잘났다는 느낌을 누리려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49' 이어서 이야기 합니다. '쇼펜 하우어는 "평범한 사람은 위인의 결점이나 어리석은 행동에 대단한 기쁨을 느낀다."' 라고.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원활하기보다는 삐걱이기가 쉽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타자', '타인'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닌 타인의 마음과 생각과 방식과 태도를 무슨수로 이해하고 조절하고, 만들어가냐는 것이다. 내가 아닌 타인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필요한 것이 바로 '기술'이다. 책은 그 기술의 대가라 일컫는 '데일 카네기'의 메세지를 임펙트 있게 전달하며 본인이 직접 '데일 카네기 코스'를 수료하며 배우고 느낀 것들을 말 그대로 정수, 정곡으로 이야기 한다. 관계맺기는 관계성 안에서 원인이나 방법을 찾기 마련인데 책은 그 속의 '나'를 집중적으로 이야기한다. 상대방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대답이 '네'가 되게 하라는 조언은 낯설기도 하지만 몇몇의 상황에 대입시켜 보며 꽤 그럴듯해 보인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라'였는데 개인적으로 내가 무수한 독서모임을 하면서 또,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나름대로 신경쓰는 부분이 이름이다.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그렇게 이름을 기억해주는 일의 중요성을 진즉 깨달은 바, 이름이 불리는 것이 한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책의 마지막 챕터는 '논쟁에서 이기는 최고의 방법'이다. '논쟁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논쟁을 피하는 것이다.231' 논쟁에서 이기는 최고의 방법이 피하라는 것이라니! 이어서 카네기의 말을 옮긴다. "방울뱀이 앞에 나타났다. 싸울 것인가? 지진이 닥쳐온다고 한다. 그것과 대치할 것인가? 논쟁도 마찬가지다. 그냥 피하면 된다." 그 날, 떨리는 목소리를 부여 잡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말씀하셨던 여성분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당장 너의 말이 틀렸음을 조목 조목 따져 가는 과정은 순간은 이겼다는 고무감에 기분이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 준 열등감은, 구겨진 자존심은 결국 당신에 대한 혐오만 남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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