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와이즈베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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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끝이 과연 있을까
우주가 점점 팽창하여
별빛도 눈에 안 들어오고
불랙홀도 죽고
보이는 게 없다면
과거에 별이 있었음울
우주가 팽창했음을
우리 후손들은 알기나 할까

끈이론 전공 물리학자
워낙 유명한 과학저술가
찬사로 가득한 책이지만
나에개는
상상력의 규모가 크다는 것 빼고
엔트로피와 진화, 양자역학 단 세 가지로
우주의 시작부터 끝을 설명하려는
환원주의자의 벅찬 야심 말고는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여기저기서 인용한 수많은 멋진 글귀들
저자가 인문학책을 참 많이도 읽었구나
놀랍기는 했지만 너무 장황했고
스티븐 제이 굴드완 달리
딱 필요한 곳에서 딱 필요한
양념과 장식의 역할을 하진 못했다

언어 음악 종교 의식의 발생은
진화생물학에선 이미 흔한 주제고
있을법 하지 않은 일도
장구한 시간 속에선 필연이 될 수 있단 것도
우주론과 양자역학에선 놀랍지 않은 사실

물리학이나 생물학에 익숙치 않은
모든 게 처음 듣는 사람들에겐
친절하고 잘 요약된 책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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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 스페셜 에디션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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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는 휴먼드라마

소설은 

반은 물리책

페이지 하나마다

기초물리 문제 하나씩


일단 내 몸 수습

빵꾸난 우주복

몇 분 후면 끝이다

밀폐하고 집까지 들어가기


다음은 산소 확보

가 아니라 이산화탄소 제거

몸은 산소부족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축적 때문에 죽는다

다음은 얼어죽지 않기

화성은 낮에도 영하 몇 십도

다음은 식량 확보


이래봐야 몇 십일 사는거다

더 살기 위해선

지구로 가야 한다

근데 어떻게?


죽은 줄 아는 내가 살아있단 걸

지구에 알려야 한다

근데 통신수단이 없다

가 아니라 고장난 건 있다

지구에서 볼 수는 있다


현대판 로빈슨크루소

라기보다는 우주판 맥가이버

물리, 화학, 수학, 생물학 지식은 필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낙관적 태도

 바로 유머다!

지옥으로부터 돌아올 수 있는 힘

외로움과 공포와 지루함을 이기는 힘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힘


유머는 어떻게 길러질까?

천성이 절반 이상이겠지만

체력처럼 연습하면 늘 것이다

즐거운 기억을 많이 만들고

좋은 관계를 많이 만들고

실패했을 때 일어나는 경험을 많이 쌓고

그리고, 또 뭘 하면 될까?


한발짝 뒤로 물러

관조하는 능력 만들기

바로 예술이 할 일

하루에 하나씩 

하이쿠를 쓰다 보면

나도 화성에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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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놀이하는 사람들의 점심
수잔 브릴랜드 지음, 황근하 옮김 / 강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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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880년 여름 두 달
파리 근교 세느강변의 샤토 섬
식당 푸르네즈의 2층 발코니

매주 일요일
거기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참석자 열네명은 누구였을까?
그 날의 메뉴는 뭐였을까?
여기 그 답이 있네

흰 런닝셔츠와 밀짚모자
근데 실크햇 신사와 드레스 숙녀도?
젊은이들이지만
커플은 없는 것 같고
오른쪽 위 구석의 셋은
어떤 밀담을 나누는 걸까?
그 옆의 두 남자도
다 같은 일행일까?

대화의 냐용은 알 수 없어도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들이 방금 매우
맛있는 식사를 배부르게
끝냈다는 거다
저 만족스런 얼굴과
편안한 포즈를 보면 알겠다

저자는 필시
타임머신을 가지고 있나보다
그리고 고맙게도
나에게도 한 자리를 내주었다
비록 그림엔 내가 없지만
르노와르의 물통 곁에서
붓 빠는 걸 돕고
1층과 2층을 오르내리며
빵과 와인을 날랐던게
바로 나랍니다~

그 날의 점심 준비를 돕고
모델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뱃놀이 할 때도 주저없이
한 구석에 끼어들었죠
술은 약해서 와인 한 잔이면
바로 그림 속의 저 얼굴들처럼
붉어진 얼굴에 배시시
미소가 스며나왔죠

르노와르의 붓질은
여지를 쓰다듬듯 애로틱해요
뭐, 본인 말로도
그는 그림을 그리며
사랑을 나눈다고 합디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대상은
그리질 못한대요

드가가 꼰대라는 것
A,B,C급 매춘부가 어떻게 다른가
모파상의 까칠함, 졸라의 영향력
살롱전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등등 그들의 수다는 항상
귀를 활짝 열 수밖에 없게 했죠

40 넘은 르노와르가
조강지처 스타일의 식당 딸 대신
스무살 연하의 문맹인
어린 처녀를 선택한 것도
내게는 충격이었죠
하지만 뭐, 그 아가씨
뭘 모르니 오히려
생명력 하난 팔팔합디다

근데 르노와르의 가장 큰 매력은
흐흠, 그건 나도 지향하는 것인데
바로 '변화', 전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두 달을 쏟아부은 저 대작이
완벽히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고
다시 새로움을 찾아 떠나네
SO COOL~

아마 실제론
소설보단 덜 화사했을 거다
모델비, 물감값, 식사비 등에 애태우던 그가
꼴랑 편지 두어통으로
돈 문제가 해결됐을 순 없으니

하지만 고흐와 달리
실제로 성격이 좋았었는지
돈 많은 친구와 후원자들 덕분에
아주 가난하지는 않았나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리 화사한 그림이 나올 수 있었을까

그가 영향을 받았다는
베로네제, 티치아노, 와토, 프라고나르
그리고 당대의 다른 화가들
피사로, 시슬레, 모네, 드가
하나도 이름이 낯설지 않고
작품들까지 생각나는 걸 보면
나도 어지간히
그림책을 많이 봤나보다

이 작품은 크기 때문에 (130•175)
실제로 보고 싶은 작품이다
(퇴직 후에 미국 가서 봐야지)
그림 속 식당은
한때 문을 닫았다가 재개장해서
그림 속 밀짚모자를 챙겨 쓴
관광객들로 북적인댄다
(프랑스는 영 안 땡기는 나라지만
그래도 한 번은 가봐야지)

구글 아트앤컬쳐 덕에
그리고 갈수록 미술관이 시끄러워져서
(미술관에 와서 왜 그리 '공부'를 하려하는지 ㅠ)
미술관 발걸음이 점점 뜸해지는 나지만
그래도 이 작품은 리스트 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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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를 사랑하는 기분 - 발밑의 우주를 들여다보는 한 곤충학자의 이야기
정부희 지음 / 동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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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파브르 정부희
박사는 영문학을 전공했다
가족캠핑 때 두 아들은 곤충을 잡고
유적지 절터를 다니먀
점점 자연이 눈에 들어오고
야생화에 몇 년 빠져있다보니
꽃에 있는 곤충도 보였다
그래서 40 넘은
문과출신 아줌마가
생물학과 대학원 시험을 봤다

비전공자 나이 많은 애엄마
편견과 무시를 뚫고 나가자면
건강을 바치고 가정을 바칠밖에
몇 밀리밖에 안되는
벌레들과 씨름하느라 눈 버리고
방에서 벌레들 기르느라
퀴퀴한 냄새는 기본이고
채집하고 숙제하고 논문 쓰는 사이
사춘기 아들은 대학 안가겠다고 난리

젤 무서운 건 뱀
이건 도무지 적응이 안됐단다
벌에 쏘이고
늑대와 소로부터 위협받고
그리고 사람으로부터 위협받고

그런데 도대체 왜 이 힘든 일을?
타고났으니까!
하나하나 알아갈 때의
기쁨이 너무도 짜릿하니까
애벌레와 성충의 짝맞추기
무얼 먹는지
허물은 몇 번 벗는지
한살이가 어떻게 돠는지
궁금증이 하나씩 풀리고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답을 아는 사람이 되는 기분 때문에

예술가나 스포츠맨이 터고나듯
학자도 타고나야하는구나~
나라면 돈 주고 하라해도 못할것이다
다행히 두 아들은 제자리로 돌아왔고
이제는 든든한 원군이 돠었다
사실 뭐 당연한 거였다
어렸을 때 적금들어놨던
엄마의 관심과 사랑은
결국은 높은 이자로 되돌려받는게 진리

저자의 첫 책인 '곤충의 밥상'
두툼하고 야심만만함이 느껴졌지만
내게는 너무나 자세하고 많은
곤충들만의 이야기라 좀 질렸었는데
이 책은 사람이야기가 많아
도대체 '연구'란 건 어떻게 하는 것인지
그런 것들을 도대체 어떻게 알아내는지 하는
내게는 더 궁금했던 것들이
시원하게 구체적으로 적혀있었다


과학독후감대회에
목록으로 들어갈 책이
또 한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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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환상문학전집 10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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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트레스 받거나 우울할 때 찾는 책이 바로 하인라인의 책이다. 뭔가 고민이 있을 때 조언을 구하고 싶은 사람, 해결책은 아니어도 같이 분노하고 감정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이 바로 그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 나의 해결 방법은 술도 아니고 쇼핑도 아니다. 맛있는 걸 먹고 수다 떠는 건 효과가 있지만 정답은 아니다. 내 방법은, 밖으로 나가 걸으면서,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가능한 해결방법을 생각해보고, 그리고 당장 내가 해야 할 일과 포기할 일을 구분해서, 전자는 하고 후자는 잊는 것이다. 하인라인도 비슷한 거 같다.

이 책의 소재는 '혁명'이다. 지구의 준식민지인 달에 사는 사람들이 지구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혁명. 하지만 이 혁명은 과격하고 순진한 정치 투쟁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정교한 구성으로 틀린 동작 없이 수행되는 하나의 오페라다. 그리고 그 무대감독은 --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우리의 주인공이다.

'세계관'이라고 할 만한 것에 대해, 나는 하인라인과 가장 가깝다. 그는 그것을 '합리적 무정부주의'라고 표현했는데, 지금 사회에서는 당연히 이상론이다. '프라이데이'에서 제가한, '가족이란 무엇인가'의 문제, '스타쉽 트루퍼즈'에서의 체벌에 대한 내용, '낯선 땅 이방인'에서 다룬 종교란 무엇인가의 문제, '더블 스타'에서 물은 정치란, 정치가란 무엇인가의 문제에 대해, 그는 전폭적으로 나의 지지를 받고 있다.

세계관을 떠나서도 하인라인을 좋아하는 큰 이유는, 그가 '떠벌이'를 엄청 싫어한다는 점이다. 행동은 하지 않고 말만 하는 사람들, 무슨 무슨 추상적 이념과 개념만 들먹이는 사람들, 나도 싫다.

이 책이 다만 혁명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하인라인이 실제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하드SF를 쓰는 작가임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그의 작품 중 가장 과학적 내용이 많이 들어있는 것도 이 책인 거 같다. 화자가 엔지니어이자 달세계의 가장 큰 무기가 물리학을 이용한 무기이고, 달과 지구의 중력의 차이도 이야기의 큰 축을 이루니 당연히 그럴 것이다. 과학선생으로서는, 아이들이 싫어하는 물리 시간에 재미있는 예로 들 소재가 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무대가 달이어서 지구보다 상상력이 훨씬 더 많이 요구된다는 점에서도 또한 매우 재밌는 책이다.

모든 책이 다 재미를 주지는 않는다. 아까 마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두께(투자한 시간)에 비해 주는 재미가 적어 아쉬웠던 참에, 마침 며칠 전에 다시 읽은 이 책의 독후감을 쓰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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