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놀이하는 사람들의 점심
수잔 브릴랜드 지음, 황근하 옮김 / 강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1880년 여름 두 달
파리 근교 세느강변의 샤토 섬
식당 푸르네즈의 2층 발코니

매주 일요일
거기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참석자 열네명은 누구였을까?
그 날의 메뉴는 뭐였을까?
여기 그 답이 있네

흰 런닝셔츠와 밀짚모자
근데 실크햇 신사와 드레스 숙녀도?
젊은이들이지만
커플은 없는 것 같고
오른쪽 위 구석의 셋은
어떤 밀담을 나누는 걸까?
그 옆의 두 남자도
다 같은 일행일까?

대화의 냐용은 알 수 없어도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들이 방금 매우
맛있는 식사를 배부르게
끝냈다는 거다
저 만족스런 얼굴과
편안한 포즈를 보면 알겠다

저자는 필시
타임머신을 가지고 있나보다
그리고 고맙게도
나에게도 한 자리를 내주었다
비록 그림엔 내가 없지만
르노와르의 물통 곁에서
붓 빠는 걸 돕고
1층과 2층을 오르내리며
빵과 와인을 날랐던게
바로 나랍니다~

그 날의 점심 준비를 돕고
모델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뱃놀이 할 때도 주저없이
한 구석에 끼어들었죠
술은 약해서 와인 한 잔이면
바로 그림 속의 저 얼굴들처럼
붉어진 얼굴에 배시시
미소가 스며나왔죠

르노와르의 붓질은
여지를 쓰다듬듯 애로틱해요
뭐, 본인 말로도
그는 그림을 그리며
사랑을 나눈다고 합디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대상은
그리질 못한대요

드가가 꼰대라는 것
A,B,C급 매춘부가 어떻게 다른가
모파상의 까칠함, 졸라의 영향력
살롱전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등등 그들의 수다는 항상
귀를 활짝 열 수밖에 없게 했죠

40 넘은 르노와르가
조강지처 스타일의 식당 딸 대신
스무살 연하의 문맹인
어린 처녀를 선택한 것도
내게는 충격이었죠
하지만 뭐, 그 아가씨
뭘 모르니 오히려
생명력 하난 팔팔합디다

근데 르노와르의 가장 큰 매력은
흐흠, 그건 나도 지향하는 것인데
바로 '변화', 전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두 달을 쏟아부은 저 대작이
완벽히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고
다시 새로움을 찾아 떠나네
SO COOL~

아마 실제론
소설보단 덜 화사했을 거다
모델비, 물감값, 식사비 등에 애태우던 그가
꼴랑 편지 두어통으로
돈 문제가 해결됐을 순 없으니

하지만 고흐와 달리
실제로 성격이 좋았었는지
돈 많은 친구와 후원자들 덕분에
아주 가난하지는 않았나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리 화사한 그림이 나올 수 있었을까

그가 영향을 받았다는
베로네제, 티치아노, 와토, 프라고나르
그리고 당대의 다른 화가들
피사로, 시슬레, 모네, 드가
하나도 이름이 낯설지 않고
작품들까지 생각나는 걸 보면
나도 어지간히
그림책을 많이 봤나보다

이 작품은 크기 때문에 (130•175)
실제로 보고 싶은 작품이다
(퇴직 후에 미국 가서 봐야지)
그림 속 식당은
한때 문을 닫았다가 재개장해서
그림 속 밀짚모자를 챙겨 쓴
관광객들로 북적인댄다
(프랑스는 영 안 땡기는 나라지만
그래도 한 번은 가봐야지)

구글 아트앤컬쳐 덕에
그리고 갈수록 미술관이 시끄러워져서
(미술관에 와서 왜 그리 '공부'를 하려하는지 ㅠ)
미술관 발걸음이 점점 뜸해지는 나지만
그래도 이 작품은 리스트 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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