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고민입니다 - 일상의 고민을 절반으로 줄이는 뇌과학과 심리학의 힘
하지현 지음 / 마티스블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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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생각이 많은 편입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생각을 줄이라는 말을 자주 듣죠. 그래서 선택한 책입니다. 고민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희망 사항으로요. 그 희망 사항에 구체적인 실천방법과 이해를 더해 줄 것이라 기대하며 연한 노란색의 표지를 넘깁니다.


저자 하지현은 서울대학교에서 의과대학과 박사학위를 받았고,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마쳤어요. 캐나다 토론토 정신분석연구소에서 연수했으며 2008년과 2022년 한국정신분석학회 학술상을 수상했어요. 현재는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진료하며 읽고 쓰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정신과 의사의 서재>, <정신의학의 탄생>, <도시 심리학>등과 청소년 독자와 학부모를 위한 책으로 <감정 연습을 시작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아이들 마음부터 챙깁니다>, <불안 위에서 서핑하기>등이 있어요.

책은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에서는 우리가 왜 고민에 파묻혀 살 수밖에 없는지, 고민을 잘한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인지를 살펴봐요. 2장에서는 감정이 어떻게 고민에 방해가 되는지 설명합니다. 3장은 뇌과학, 인지심리학적 측면에서 우리가 고민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이유를 살펴보죠. 4장에서는 2장과 3장에서 다른 내용을 바탕으로 감정에 짓눌리지 않고 뇌가 과부하가 되지 않게 고민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방법들을 제안합니다. 5장은 그럼에도 평생 고민거리를 안은 채 매일 고민하고 결정할 수밖에 없는 우리가 가져야 하는 마음의 태도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책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을 읽으면 마치 학술지나 논문 같은 느낌이 들어 잔뜩 긴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고민의 본질과 뇌 과학, 인지심리학까지 살펴본다고 하니 믿음이 생기기도 해요.

전문가의 의견을 귀담아듣는 저는 마음과 눈, 귀를 활짝 열고 고민 속으로 발을 들여놓습니다.


하나는 타인의 평판이고, 다른 하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내가 내린 판단이 나를 규정하는 잣대가 되고, 그 판단이 누적되면서 나의 정체성을 만든다. 타인의 평판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내 판단에 대한 타인의 평가가 나를 결정짓는다고 여긴다. (p49)

우리가 고민을 오래 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두 가지 이유를 설명하고 있어요. 하나는 타인의 평판이고, 하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하죠. 고민이 길어지는 이유에도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배웁니다. 내가 내린 판단으로 나를 보여주게 된다는 생각이 타인의 평판에 민감한 사람을 만드는 정체성을 만들죠. 무엇으로든 타인에게 나를 보여주어야 하고, 나를 정의 내리게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고민을 길게 만듭니다.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용기입니다. 용기를 통해 두려움을 넘어서고 고민의 시간도 줄일 수 있어요. 타인의 평가와 평판에 오래도록 메어 있던 저를 돌아봅니다. 인정해 주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평판이 좋은 사람이 되고자 무리하게 애썼던 시간들이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그 사람들이 내 인생을 살아주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머리로는 모두 알면서도 실천이 쉽지 않았어요. 습관화되고, 내재화되어 그것을 뛰어넘지 못하고 늘 그 앞에서 루틴처럼 타인의 눈과 평판에 신경을 썼습니다. 머리로 아는 지식이 마음을 지나 발까지 도달하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 경험들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쉬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유독 무모하게 스스로 경험하고 깨닫는 편이라 더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사실 타인의 눈과 평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둔감해진다면 고민이 많이 줄어드는 것도 사실일 겁니다. 저의 대부분의 고민이 거기서 시작되었으니까요.


평소 자신이 직관적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일수록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편견을 많이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p140)

오래 고민하고 결정을 하는 편이라 자신의 판단이나 결정에 굳은 확신을 갖는 편입니다. 내 생각이 틀릴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죠.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깨닫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유연한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지도요. 뇌는 그 크기에 비해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기관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최적화되어 있다고 해요.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기 위해 길을 만들고, 생각 없이(에너지의 소모 없이) 바로바로 판단하고 정리하고 결정하는 시스템을 만든다고 합니다. 그런 편견의 길들이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이 만들어졌을까요? 뇌 속에 무수히 많은 거미줄 같은 편견의 길들이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편견들을 하나하나 편견으로 인지만 해도 고민이 줄어 들것 같아요. 결국 고민이라는 것도 크게 보면 내가 틀리지 않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틀리지 않았으니 내 말을 상대가 들어주어야 하고, 내가 틀리지 않았으니 관계가 좋아야 하고, 내가 틀리지 않았으니 일도 잘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끝도 없는 고민의 감옥에 갇히는 것 같습니다. 직관적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편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과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합니다. 뭐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니까요.


책은 고민의 의미부터 시작해서 뇌과학, 인지심리학까지 이어집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결코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고민을 효율적으로 해서 피로를 줄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해요. 우리가 고민을 하는 이유는 좀 더 나은 결정을 위한 것입니다. 고민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면 결정이 흐지부지되거나 잘못된 선택을 할 확률이 높아지죠. 최선을 선택하는 것보다 최악과 차악을 피하는 방법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실질적으로 조언합니다. 고민에서 감정을 빼는 법도 설명하죠. 감정이 동반된 기억들은 오래 기억되고, 부정적인 것이 더 잘 기억됩니다. 뇌의 구조적인 움직임에 따른 것이죠. 부정적이거나 위험한 것들을 기억해서 생명의 위협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고민에서 감정을 완전히 빼는 것은 어렵지만 감정이 작용하고 있음을 인지한다면 약간의 시간을 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해요. 그냥 버려두고 다른 일을 하면서 고민에서 벗어나는 것이죠. 이때 다른 일들은 강도가 높아야 합니다. 산책보다는 달리기가 좋은 것처럼요. 청소를 하거나 빨래 등 집안일들로 고민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도 방법이 된다고 합니다. 또 고민거리를 눈에 보이게 적어서 불가능 한 것과 어려운 것들로 구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해요. 불가능한 것은 고민한다고 해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니까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죠. 어려운 것들은 쪼개는 방식으로 천천히 실천해 나가면 고민을 줄이고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적인 방법들을 통해 고민을 확 줄일 수 있기를 바라지만, 읽어서 안다고 해서 금방 실천되거나 고민이 줄어들지는 않을 거라고 저자는 미리 얘기해요. 그래서 책을 가까이 두고 자주 펼쳐보면서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귀찮지만 꼭 해야 하는 일들을 루틴으로 만들라는 얘기도 하는데, 이 책을 주기적으로 펼쳐보는 루틴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 페이지씩 펼쳐보는 루틴을 만드는 거죠. 그 한 페이지가 하루 내 마음 건강과 고민을 지켜줄 겁니다. 모두가 고민이 너무 많아 힘든 시대. 그 시대를 현명하고 효율적으로 건너기 위한 길라잡이 같은 책입니다. 고민이 고민인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여전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하는 사람들에게도요. 우리는 고민하지만 살아내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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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의 비밀 - 천지창조에서부터 예수의 탄생까지
위영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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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비밀을 다소 충격적으로 밝히고 있는 소설이다. 성경의 가장 중요한 성령잉태를 사가랴라는 대제사장으로 풀다니 아쉬움과 불편함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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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의 비밀 - 천지창조에서부터 예수의 탄생까지
위영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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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창조에서부터 예수의 탄생까지 마리아의 비밀이라고 하니 읽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성경과 비밀은 호기심을 무한대로 자극하는 단어입니다. 그 비밀을 어떻게 풀었을지 궁금해하면서 누구도 쉽게 풀지 못한 엄청난 비밀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저자 위영은 역사와 철학, 인문학뿐 아니라 물리학이나 화학 등과 같은 자연과학에도 관심이 많아 다양한 연구를 해왔다고 합니다. 특히 영적인 세계에 관심이 무한한 상상을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해요. 영적인 세계를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풀어보는 것을 사명처럼 여긴다고 합니다. 자신의 연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문제작을 만들어 보이고 싶고, 어렵고 딱딱한 내용을 대중적 소설로 만들어 영화를 보듯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합니다.

책은 천지창조에서 시작합니다. 성경의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실패를 통해 마리아에게까지 사명이 이어집니다. 마리아의 탄생과 마리아의 임신이 나오는 2장을 지나 3장에서는 예수의 탄생후 12세까지의 이야기가 소설처럼 펼쳐집니다. 책은 저자의 상상력과 3가지 가설에서 시작됩니다. 첫 번째는 여자가 한 남자를 상대해야 했지만 두 남자를 상대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먼저 나온 자가 나중 나온 자를 섬겨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신이 맺어준 정혼자를 사탄이 뺏어 갔다입니다. 이 세 가지를 회복하기 위해 신은 인간에게 반대되는 과업을 주었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익숙한 에덴동산의 이야기에서 뱀이 빠지고 루시엘과 하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성경의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넘나드는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갑니다.


마지막 과업은 자기 자신과도 같은 자식을 죽임으로 자신 또한 죽는 시험이었다.(p62)

에덴동산의 아담과 하와는 정혼한 사이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인간 하와를 사랑하는 천사장 루시엘이 나옵니다. 루시엘을 하나님께서 인간을 자신보다 더 사랑한다고 질투하면서 인간이 하와를 사랑하죠. 아담에게 하와를 뺏길 수 없다는 강렬한 욕망으로 하와와 관계를 맺습니다. 하와는 죄를 인식하게 되고 아담을 유혹하여 관계를 맺습니다. 첫 번째 가설 한 여자가 두 남자를 상대했다는 것이 이루어집니다. 이것은 죄의 시작이었으며, 이 죄를 회복시키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도 이어집니다. 가인과 아벨의 실패, 노아의 실패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아브라함을 통해 하나님은 회복을 위하 시험을 하십니다. 아브라함은 그 마지막 과업 자신의 자식 이삭을 바침으로 시험에 통과하게 됩니다. 이삭은 하나님께 드리는 번제물입니다. 번제를 드릴 때 그 번제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제물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경험합니다. 그것이 예배입니다. 아브라함은 예배에 자신을 죽임으로 하나님의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성경에서 가장 이해되지 않는 대목 중의 하나이기도 한 대목입니다. 자신의 자녀를 제물로 바치라는 하나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하나님과 일대일의 관계에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누가 일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하나님과 씨름하면서요. 이 소설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요?


두 마음이 서로 싸우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된다. 하지만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인간 스스로 해야 할 각자의 책임이다. 그것은 신도 간섭할 수 없는 것이다. (p140)

첫 번째 가설은 여자가 한 남자를 상대해야 하는데 두 남자를 상대함으로 죄를 지었다는 것입니다. 이 죄를 회복하기 위해 두 여자가 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으로 하나님께서 회복을 준비하셨습니다. 물론 이것은 이야기 속의 내용입니다. 그 가설에 따라 신앙인이라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합니다. 사가랴가 마리아를 임신 시킨다고 해요. 제사장 가문이며, 부유한 가문이라 예수님이 태어나도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하기 위해 사가랴를 선택했다고 하죠. 하지만 임신한 마리아로 인해 평판이 나빠지고, 자신의 아들 요한에게 해가 될 것을 염려한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내쫓습니다. 처음 엘리사벳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여 남편에게 마리아를 취할 것을 설득하고 마리아에게 잘 대해 주죠. 하지만 이후 시기심과 질투로 인해 마리를 버리는 선택을 합니다. 이 선택을 두고 신과 천사 가브리엘의 대화 중 신의 말씀입니다. 믿음이 있다고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나님이 마술을 부리듯이 내 요구를 들어 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관리하고,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해 겸손히 기도하며, 하나님이 알게 하시면 순종해야 합니다. 그것이 믿음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쉽게 쉽게 하나님을 내 요구를 들어주는 종으로 만듭니다. 오늘날 기독교가 힘을 잃는 것은 이런 모습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하실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이 하실 것입니다. 그 경계와 영역을 분명히 하는 것도 믿음입니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성경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왜곡해서 벗어난 것은 아쉽습니다. 물론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예수님의 인간 아버지를 찾는다는 생각부터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앙인의 눈으로 보면 불편하고 불쾌합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를 제사장 사가랴의 아들로 만들어놨으니까요. 물론 소설로만 보면 괜찮습니다. 성경 구절들도 많이 나오고, 성경의 인물들도 많이 나옵니다. 실제 성경 구절들이 그대로 대화로 나오기도 하고요.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성령 잉태를 이렇게 만든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자가 말한 많은 관심을 끄는 문제작을 위해 과한 욕심을 부린 것은 아닐까요? 신앙이 없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더 큰일입니다. 교묘하게 성경의 내용과 허구를 줄타기 하듯 쓰고 있어 이 내용을 그냥 믿어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논란까지도 예상하고 썼다면 저자는 아주 용기 있는 사람일 겁니다. 누구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으니까요. 그 판도라의 상자가 천년에 걸친 정경 작업을 거친 성경을 왜곡하는 것이라 문제지만요. 성경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이며, 믿음에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가 가볍게 여겨지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큽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믿음대로 예수님을 보여주지 못한 삶이 부끄럽습니다. 물론 제가 성경을 잘 알지 못해서 일 수도 있지만. 더 깊이 말씀을 묵상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합니다. 하나님과 예수님은 가십거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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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 엄마와 딸의 공동 회고록
하재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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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관통하며 꿋꿋하게 살아온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이자 어머니와 딸, 며느리 그 이름 안에 갇히길 거부하는 용기 있는 분투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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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 엄마와 딸의 공동 회고록
하재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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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책을 선택하는 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제목입니다. 이 책도 제목에 이끌려서 책을 읽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도 선택했어요. 도대체 이런 제목의 책은 무슨 내용일지 기대됩니다. 부제는 엄마와 딸의 공동 회고록이라고 되어있어요. 딸과 엄마의 반쪽만이 나온 사진이 검은 바탕에 실려 있는 표지는 쉽지 않은 내용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딸이자 엄마인 저는 약간은 긴장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칩니다.


저자 하재영은 논픽션 작가입니다. 2006년 계간 <아시아>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2018년부터는 논픽션을 쓰고 있어요. 개인의 미시적 서사가 사회에 대한 증언으로 확장하는 이야기, 공적 주제가 한 사람의 내밀한 삶으로 수렴하는 이야기, 그리하여 불완전한 내가 불완전한 타자와 연결되는 글쓰기를 소망한다고 해요. 읽어도 언뜻 다가오지 않는 내용을 가지고 글을 쓴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은 저자의 어머니의 결혼 전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어머니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뒤에 딸이 자신이 본 엄마와 자신의 이야기를 해요. 결혼 전에는 그래도 자신으로 존재했던 어머니는 결혼 후 있지만 없는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딸을 키우는 이야기,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집에만 있던 어머니가 바깥일을 하게 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삶이 좀 안정적이라고 느꼈던 50대 후의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와 식사 이야기를 해요. 마지막으로 황혼의 어머니와 40대가 된 딸의 이야기로 마무리되고 있어요. 저자의 연배와 비슷한 저는 책을 읽으면서 어머니와 딸을 생각했습니다. 그 시대에는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더욱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비슷하지만 아픈 시대를 살았던 어머니를 갖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어머니와 며느리에 갇힌 그녀들의 삶 속으로 등불을 밝히듯 외롭게 걷고 있는 저자를 따라갑니다. 딸이자 어머니인 동지로서 해요.


대소사에 관여할 수도 없고, 상의할 상대도 아니고, 중요한 결정에 의견을 말할 수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p65)

70년대 대학을 다닌 어머니는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양가 아버지들의 주도하에 결혼을 하게 됩니다. 어머니의 아버지(외할아버지)는 아들과 딸의 차별을 두지 않는 분이셨고, 그로 인해 어머니는 대학까지 다니게 되지만 결혼에서만은 가부장적인 관념을 벗어나지 못하셨죠. 어머니는 결혼과 함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었다며 자기 자신을 정의합니다. 있지만 없는 사람이고, 끊임없이 가사 노동으로 섬기지만 인정도, 고마움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라고요. 어머니의 나이를 대략 짐작하건대 우리 어머니와 비슷할 것 같습니다. 6.25전쟁 후에 태어나 가족들을 위해 자라면서도 많은 것들을 희생하고 양보해 온 딸들은 결혼을 해서도 자신의 삶은 없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억울하다거나 힘들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어머니는 말해요. 왜 그랬을까요? 왜라는 의문조차 가지지 않았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린 나이에 과부가 된 어머니는 시부모를 모시고 시동생들 뒷바라지에, 집안일에 잠시도 쉬지 않으셨죠. 그 분주함으로 인해 정작 뒤로 밀리는 것은 자신의 자녀들을 돌보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도 어머니의 수고를 알았기에 어머니를 도와드려야 한다는 마음을 늘 갖고 있었죠. 먹먹하게 다가오는 지난 시간들이 책을 통해 살아납니다. 반세기가 지났지만, 그녀들이 그렇게 애쓰고 열심히 살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비슷한 모습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생각 없이 그저 그런 대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나를 덮칩니다.


여자에게 불리하거나 위험한 세상은 잘못되었다는 생각, 성별로 한계를 규정지으면 안 된다는 생각. 그러면서도 너희가 딸이라서 ‘걱정’스러웠고 늘 ‘조심’시켰지. 여자가 여자를 키우는 데에는 그런 모순이 있는 것 같아 (p92)

결혼 생활은 자유가 없는 시집 살이가 되었습니다.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뇌졸중으로 쓰러진 시아버지의 수발을 위해 분가했던 살림을 합치게 되죠. 물론 이 과정에서도 어머니는 제외되어 그저 순종하는 것 밖에 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자신의 공간은 거의 가져 보지 못하고, 가족들의 공공재로 살았다는 말이 어머니의 삶을 눈앞에 보여주는 것 같아요. 어머니는 결혼 후 7~8년 후에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모두 내려놓고 포기했지만, 자녀들에 대한 것은 포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하죠. 자신도 여자로 자랐고, 여자라서 불리하고 억울한 일을 많이 겪었으면서도 딸들을 걱정했고, 조심 시켰다고 말합니다. 어디서든지 튀지 않게, 보통으로 조용히 지낼 것을 요구했죠. 여자가 여자를 키우는 데 있는 모순. 분명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딸에게만은 위험하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들로 인해 조심시키고 딸의 본성을 억압하기도 하는 모순. 그 모순들을 과감하게 벗어나 하나의 인간으로 서는 일이 어머니가 없었다는 선언이라고 하죠. 저도 딸만 둘입니다. 세상은 전보다 더 위험하고, 여성이라는 한계와 약점은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내가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자신감 있게 살라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 또한 사실입니다. 이 양가의 감정을 잘 양립시키는 것. 그것이 숙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것이 모순을 넘어서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이 책의 제목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는 에밀리 디킨슨이 편지에 쓴 유명한 문장이라고 합니다. 학자들의 해석은 디킨슨은 병든 생모와 고통받는 문학적 어머니가 옮기는 절망을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현실의 어머니가 아닌 어머니의 원형이라고 말해요. 카를 구스타프 융 심리학자들은 ‘어머니의 원형’이라는 강렬한 집단 무의식이 실제 어머니보다 내면에 더 깊숙이 침투해 자아와 관계 맺는다고 말합니다. ‘어머니가 없었다’고 단언하는 것은 현실 어머니와 무관하게 어머니 원형으로부터, 모성의 절대성으로부터, 자기 정체성과 대결하는 ‘어머니 콤플렉스’로부터 벗어나려는 분투라고 하죠. 즉 생명을 이어 받는 어머니로부터 독립하여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한 인간이 되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요. 한 번도 어머니의 원형이라던가, 어머니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간혹 분리되지 않은 부모 관계가 결혼 후 가정생활을 어렵게 한다는 말은 읽어 보았지만요. 신선한 충격이자 새로움입니다. 그리고 저자의 글들을 읽으면 페미니즘을 넘어선 인간 본연의 존엄성을 봅니다. 그리고 사회 곳곳에 관념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여성을 가두고 재단하는 제도와 말들을 읽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인 것들을 문제로 보게 만들어 주죠. 마치 찌꺼기가 겹겹이 가라앉은 고요한 물속에 폭풍처럼 회오리를 일으키는 것처럼 말입니다. 찌꺼기들은 사라진 게 아니라 보이지 않게 얌전히 가라앉아 있을 뿐인데, 우리는 선진국이 되었다, 여성차별은 없다고 하는 것처럼요. 그런 우리 사회에 거대한 폭풍처럼 회오리를 일으키며 저자는 선언합니다. 결코 어머니는 없었다고. 여자가 여자를 키우는 모순도 모순이 아니게 되는 사회를 꿈꿔봅니다. 하나의 문제가 풀리면 다른 문제들도 연쇄적으로 풀릴 것을 믿습니다. 딸이었고, 어머니였으며, 며느리인 모든 여성들을 응원합니다. 아니 그 이름 안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여성들을 응원합니다. 모든 여성들이 어머니는 없었다고 선언하는 날을 응원합니다. 가볍게 시작했다가 묵직하게 돌려받습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고민하게 하는 멋진 책입니다. 공간과 이야기 속, 텔레비전 안에 갇힌 그녀들의 진정한 해방을 위하여 꼭 챙겨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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