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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고민입니다 - 일상의 고민을 절반으로 줄이는 뇌과학과 심리학의 힘
하지현 지음 / 마티스블루 / 2023년 2월
평점 :


평소 생각이 많은 편입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생각을 줄이라는 말을 자주 듣죠. 그래서 선택한 책입니다. 고민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희망 사항으로요. 그 희망 사항에 구체적인 실천방법과 이해를 더해 줄 것이라 기대하며 연한 노란색의 표지를 넘깁니다.
저자 하지현은 서울대학교에서 의과대학과 박사학위를 받았고,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마쳤어요. 캐나다 토론토 정신분석연구소에서 연수했으며 2008년과 2022년 한국정신분석학회 학술상을 수상했어요. 현재는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진료하며 읽고 쓰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정신과 의사의 서재>, <정신의학의 탄생>, <도시 심리학>등과 청소년 독자와 학부모를 위한 책으로 <감정 연습을 시작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아이들 마음부터 챙깁니다>, <불안 위에서 서핑하기>등이 있어요.
책은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에서는 우리가 왜 고민에 파묻혀 살 수밖에 없는지, 고민을 잘한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인지를 살펴봐요. 2장에서는 감정이 어떻게 고민에 방해가 되는지 설명합니다. 3장은 뇌과학, 인지심리학적 측면에서 우리가 고민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이유를 살펴보죠. 4장에서는 2장과 3장에서 다른 내용을 바탕으로 감정에 짓눌리지 않고 뇌가 과부하가 되지 않게 고민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방법들을 제안합니다. 5장은 그럼에도 평생 고민거리를 안은 채 매일 고민하고 결정할 수밖에 없는 우리가 가져야 하는 마음의 태도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책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을 읽으면 마치 학술지나 논문 같은 느낌이 들어 잔뜩 긴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고민의 본질과 뇌 과학, 인지심리학까지 살펴본다고 하니 믿음이 생기기도 해요.
전문가의 의견을 귀담아듣는 저는 마음과 눈, 귀를 활짝 열고 고민 속으로 발을 들여놓습니다.
하나는 타인의 평판이고, 다른 하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내가 내린 판단이 나를 규정하는 잣대가 되고, 그 판단이 누적되면서 나의 정체성을 만든다. 타인의 평판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내 판단에 대한 타인의 평가가 나를 결정짓는다고 여긴다. (p49)
우리가 고민을 오래 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두 가지 이유를 설명하고 있어요. 하나는 타인의 평판이고, 하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하죠. 고민이 길어지는 이유에도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배웁니다. 내가 내린 판단으로 나를 보여주게 된다는 생각이 타인의 평판에 민감한 사람을 만드는 정체성을 만들죠. 무엇으로든 타인에게 나를 보여주어야 하고, 나를 정의 내리게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고민을 길게 만듭니다.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용기입니다. 용기를 통해 두려움을 넘어서고 고민의 시간도 줄일 수 있어요. 타인의 평가와 평판에 오래도록 메어 있던 저를 돌아봅니다. 인정해 주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평판이 좋은 사람이 되고자 무리하게 애썼던 시간들이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그 사람들이 내 인생을 살아주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머리로는 모두 알면서도 실천이 쉽지 않았어요. 습관화되고, 내재화되어 그것을 뛰어넘지 못하고 늘 그 앞에서 루틴처럼 타인의 눈과 평판에 신경을 썼습니다. 머리로 아는 지식이 마음을 지나 발까지 도달하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 경험들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쉬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유독 무모하게 스스로 경험하고 깨닫는 편이라 더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사실 타인의 눈과 평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둔감해진다면 고민이 많이 줄어드는 것도 사실일 겁니다. 저의 대부분의 고민이 거기서 시작되었으니까요.
평소 자신이 직관적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일수록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편견을 많이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p140)
오래 고민하고 결정을 하는 편이라 자신의 판단이나 결정에 굳은 확신을 갖는 편입니다. 내 생각이 틀릴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죠.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깨닫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유연한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지도요. 뇌는 그 크기에 비해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기관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최적화되어 있다고 해요.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기 위해 길을 만들고, 생각 없이(에너지의 소모 없이) 바로바로 판단하고 정리하고 결정하는 시스템을 만든다고 합니다. 그런 편견의 길들이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이 만들어졌을까요? 뇌 속에 무수히 많은 거미줄 같은 편견의 길들이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편견들을 하나하나 편견으로 인지만 해도 고민이 줄어 들것 같아요. 결국 고민이라는 것도 크게 보면 내가 틀리지 않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틀리지 않았으니 내 말을 상대가 들어주어야 하고, 내가 틀리지 않았으니 관계가 좋아야 하고, 내가 틀리지 않았으니 일도 잘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끝도 없는 고민의 감옥에 갇히는 것 같습니다. 직관적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편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과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합니다. 뭐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니까요.
책은 고민의 의미부터 시작해서 뇌과학, 인지심리학까지 이어집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결코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고민을 효율적으로 해서 피로를 줄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해요. 우리가 고민을 하는 이유는 좀 더 나은 결정을 위한 것입니다. 고민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면 결정이 흐지부지되거나 잘못된 선택을 할 확률이 높아지죠. 최선을 선택하는 것보다 최악과 차악을 피하는 방법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실질적으로 조언합니다. 고민에서 감정을 빼는 법도 설명하죠. 감정이 동반된 기억들은 오래 기억되고, 부정적인 것이 더 잘 기억됩니다. 뇌의 구조적인 움직임에 따른 것이죠. 부정적이거나 위험한 것들을 기억해서 생명의 위협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고민에서 감정을 완전히 빼는 것은 어렵지만 감정이 작용하고 있음을 인지한다면 약간의 시간을 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해요. 그냥 버려두고 다른 일을 하면서 고민에서 벗어나는 것이죠. 이때 다른 일들은 강도가 높아야 합니다. 산책보다는 달리기가 좋은 것처럼요. 청소를 하거나 빨래 등 집안일들로 고민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도 방법이 된다고 합니다. 또 고민거리를 눈에 보이게 적어서 불가능 한 것과 어려운 것들로 구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해요. 불가능한 것은 고민한다고 해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니까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죠. 어려운 것들은 쪼개는 방식으로 천천히 실천해 나가면 고민을 줄이고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적인 방법들을 통해 고민을 확 줄일 수 있기를 바라지만, 읽어서 안다고 해서 금방 실천되거나 고민이 줄어들지는 않을 거라고 저자는 미리 얘기해요. 그래서 책을 가까이 두고 자주 펼쳐보면서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귀찮지만 꼭 해야 하는 일들을 루틴으로 만들라는 얘기도 하는데, 이 책을 주기적으로 펼쳐보는 루틴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 페이지씩 펼쳐보는 루틴을 만드는 거죠. 그 한 페이지가 하루 내 마음 건강과 고민을 지켜줄 겁니다. 모두가 고민이 너무 많아 힘든 시대. 그 시대를 현명하고 효율적으로 건너기 위한 길라잡이 같은 책입니다. 고민이 고민인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여전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하는 사람들에게도요. 우리는 고민하지만 살아내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