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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지혜 - 인간관계가 어려운 당신에게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 다른상상 / 2023년 2월
평점 :


욕심이 부른 참사입니다.
지난번에도 발타자르 그라시안이라는 이름에 이끌려서 책을 신청했는데, 이번에도 또 신청했습니다.
근데 그것이 무려 똑같은 책인데, 제목만 다르게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네요.
허허 책을 받고 설마 했는데, 욕심이 과하면 안 된다는 것을 책을 읽기도 전에 배웁니다.
니체와 쇼펜하우어가 사랑한 책이라고 하니 두 번 읽으면 더 좋겠지요?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예수회 성직자입니다. <현자론>, <영웅론> 등 수많은 저서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묘사하고 깊은 통찰을 담아냈죠. 니체, 쇼펜하우어 등 위대한 철학자들에게 ‘지혜의 대가’라는 칭송을 받고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그의 저서 중 하나인 이 책은 교단의 허락 없이 출간했다는 이유로 금서로 지정되었고, 시간이 지난 후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맞먹는 명저로 명성을 얻었어요. 이후 위대한 지성인들에게 큰 형향을 끼치고 지금까지도 ‘최고의 인생 전략서’로 세상에 남이 있습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읽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비슷한 주제로 묶었지요. 1장은 삶의 무기가 되는 관계의 지혜, 2장은 어떤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지를, 3장은 내가 선택한 것만이 나의 태도가 된다는 주제로 감정에 따라 태도가 바뀌지 않는 지혜를 말하고 있습니다.
4장은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법을, 5장은 견고한 인생을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에 대한 지혜가 담겨 있어요.
처음 책을 읽은 지 5개월이 지났는데, 그때 감동받은 부분이랑 지금이랑 비슷한지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쏠 솔 할 것 같아 기대됩니다.
자 그럼 준비되셨나요?
니체와 쇼펜하우어가 사랑한 책 속으로 봄날에 산책하듯 들어가 봅니다.
예의는 마법과 같다. 예의를 지키고 예의를 다한다. 대단히 중요하지만, 여기에 소비되는 노력은 아주 적다. 바로 ‘적은 노력으로 큰 이익’을 얻는 것이다. (p40)
예의 친절에 대해 새롭게 배우는 중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늘 친절하고 예의 바르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돌아보니 진심을 다한 예의나 친절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나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런 내가 너를 존중해 준다. 친절하게 대해준다.’이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가면을 쓰고 하는 친절과 예의가 상대에게 오롯이 전달되기는 힘들었겠죠. 경제를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이렇게 적은 노력으로 큰 이익을 보는 예의는 꼭 지켜야겠습니다.
예의와 친절의 마법이 어느 날 기적처럼 펼쳐질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마법을 바라지 않더라도, 그냥 사람으로, 인간으로 상대를 진심을 다해 존중한다는 예의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것입니다.
진심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예의를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더불어 밖에서 만나는 사람뿐 아니라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도요.
너무 가까워서 무례하기 쉽지만, 사랑하면 무례하지 않는다는 성경 말씀처럼.
다른 사람의 위에 서는 사람의 특권 중 하나는 남들보다 더 많은 선행을 베풀기 쉽다는 것이다. (p45)
사람들은 따뜻한 사람을 따른다고 말하면서 이 이야기를 합니다.
사귀기 쉽고, 기분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으라고 하면서요.
특히 다른 사람들 위에 선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고 회의를 획득할 수 있는 선택 받은 위치에 오른다는 것이라고 말하죠.
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은 걸까요?
권력이나 세력을 얻기 위해 입안의 혀처럼 굴다가도 막상 그 자리에 가면 얼굴이 싹 바뀝니다. 그 바뀌는 정도가 거의 중국 연극 변검 같습니다.
어찌나 순식간에 바뀌는지... 높이 올라가기 전에 배워야 하는 걸까요?
올라가서 배워야 하는 걸까요? 시기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진 것들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쓴다는 생각과 마음이 중요합니다.
혹시 당신의 위치는 어디쯤인가요?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선행을 베풀기 쉬운 위치인가요? 위치나 자리에 상관없이 선행을 베풀고, 특히 위에 있는 사람들이 더 쉬운 방법과 물질로 선행을 베푼다면 천국이 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혹시 내가 가진 작은 것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쓰일 것은 없는지 찬찬히 가진 것들을 세어봅니다. 비록 작지만.
자신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이 자랑이라면 허영심 가득한 사람으로 보이고, 그것이 자책이라면 자신감 없고 소심해 보인다. 어느 쪽이든 말하는 사람이 어리석어 보인다. (p123)
어떤 자리에서든지 어색한 것을 잘 참지 못합니다.
그래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제 이야기를 많이 하죠. 위에서처럼 허영심이 가득한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을 알지는 못했지만, 나도 자랑하는 사람들을 싫어해서 저의 부족한 것들을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전 솔직하게, 제 부족함을 분위기를 위해 희생하는 마음으로 오픈했지만, 저는 시간이 갈수록 쉬운 사람이 되어갔어요.
제가 엄연히 선배였지만, 선배로 인정해 주지도 않았고, 실력이 부족한 것처럼 제 이야기들을 듣지 않는 후배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그때는 상대를 이해하지도 못했고,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오늘 이 말을 읽고 보니 모두 제 미숙함과 잘못이었던 것 같습니다. 분위기를 위해서도 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은 좋지 않았던 거죠.
만에 하나 저의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어요. 이제는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얼마 전에 읽은 <걷는 독서>의 박노해 시인도 적게 말하고 적게 쓰고, 적게 읽는다고 했거든요. 저는 마치 제 밑천이 들통날까 봐 두려운 사람처럼 끊임없이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일들을 책 속의 문장과 연결하여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또 제가 이제는 이해할 때가 된 것 같기도 해요. 전에는 읽어도 그냥 넘겼을 말일지도 모르니까요.
책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자신의 처세술부터 타인과의 관계,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기 위한 마음가짐 등이 나와요. 마음이 쉽게 휘둘리는 저는 기쁨도, 감사도 내가 선택한 것이라는 것을 여러 책을 통해 읽었습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다른 책에서 비슷한 말들이 이어지는 경험도 했죠. 처음 읽었을 때는 ‘좋은 말이다. 그런데 쉽지 않다. 나랑은 맞지 않다.’이런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랬으니 변화도 없고, 책을 읽어도 채 한 것처럼 불편하고 힘들었죠.
마치 소화 불량에 걸린 것처럼요. 그래도 꾸역꾸역 책을 밀어 넣었더니 지금은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책들이 제 속에서 스스로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 들어요. 내가 선택한 것이 내가 된다는 말은 참 멋진 말이지만, 인정하기 싫은 말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제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은 제 모습도 저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더욱더 반항 같은 감정으로 용수철처럼 튕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정합니다. 또 이해가 됩니다.
내가 선택한 것들이 내가 되고, 사실은 어쩔 수 없지만 반응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라는 것을... 쉽지 않은 반응들을 연습하고 훈련하기 위해 이 책을 또 읽었는지도 모르겠어요. 훈련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훈련이겠지요? 사람을 얻는 지혜를 얻기 위해 아주 기초 훈련을 시작합니다.
오래전 현자로 불린 발타자르 그라시안과 함께요.
함께 훈련에 동참해 보시지 않으실래요? 혼자 가는 길은 외로우니까요. 함께 우리가 사는 이곳을 선의와 예의가 가득한 천국으로 만들어 봅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