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하다는 착각 - 왜 여성의 말에는 권위가 실리지 않는가?
메리 앤 시그하트 지음, 김진주 옮김 / 앵글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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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평등하다, 공평하다에 대한 착각이 아닐까 하는. 그래서 선택한 책입니다. 나를 정확하게 보고 인정하는 것은 아프지만 꼭 필요한 일이니까요. 무의식중에 편향을 가지고 상대를 얼마나 낮춰보고 있었는지 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다른 나라에서는 성차별이 어떤 식으로 가해지는지 알고 싶기도 했습니다. 칼럼니스트의 시각을 빌려 보는 객관성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노란 스마일들이 빼곡한 표지를 넘깁니다.


저자 메리 앤 시그 하트는 <더 타임스>에서 편집자 및 칼럼니스트로 20년간 근무했으며, 정치와 경제, 페미니즘, 육아 및 인생 전반을 다룬 칼럼으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BBC 라디오에서 수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BBC2 라디오 쇼 <더 브레이스 트러스트>의 부흥을 이끌기도 했죠. 옥스퍼드대학교 올소울스칼리지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킹스 칼리지 런던의 객원 교수로 근무하고 있으며, 여러 이사회의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책은 그녀의 시선으로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권위 격차와 남녀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총 15장으로 구성되어 처음 시작은 권위 격차의 개념 설명부터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권위 격차의 사실을 자료들과 인터뷰들을 통해 보여줘요. 2장은 단순히 성별만 바뀌었을 뿐이지만 엄청난 차이를 경험한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3장은 행동으로 드러나는 은밀한 편향에 대해, 4장은 성 평등이 제로섬 게임이 아님을 설명하고, 5장은 자신감이라는 함정에 대해 남녀를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죠. 6장은 쩔벌남의 대화법으로 남성과 여성의 대화법에 대해 말해요. 7장은 그럼에도 여성들이 리더가 되고 권위를 행사하는 방법인 마음을 바꾸는 힘에 대해 말하고, 8장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마치 허공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 같다고 합니다. 9장은 여성이 여성을 차별하는 사례를 10장은 남성이 만든 프레임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해, 11장은 여왕벌 증후군을 통해 보는 여성 리더에 대한 사회의 편향에 대해 말해요. 12장은 하나의 편견이 아니라 얽히고설킨 교차로 같은 유색인 여성에 대한 편견을 다루고, 13장은 지성과 미모의 편견에 대해 다룹니다. 14장은 온라인상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무차별적 댓글 공격에 대해 다뤄요. 15장은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는 주제로 개인, 가정, 학교, 직장, 국가에서 편향을 줄이기 위한 실천 방법들이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주황색 바탕에 노란 스마일 그림이 가득한 표지가 마치 옐로카드 같습니다. 내 안에도 잠자고 있는 무의식적 편향을 향해 옐로카드를 드는 심정으로 책을 듭니다.


편향은 무의식적일 때가 많고 강물의 흐름처럼 눈에 보이지 않기에 그 존재를 부정하고픈 유혹에 빠지기 쉽다. 자기에게 편견이 있음을 인정하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P71)

저자는 책의 시작에서 남녀의 말에 권위 격차가 생기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요. 너무 당연해서 반대되는 상황을 목격하게 되면 불편한 감정이 생기기까지 한다고 하죠. 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은 남학생에게 더 많이 질문하고 더 많이 답변할 기회를 줍니다. 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은 거의 남자이고, 남자인 사진이나 그림이 교과서에 실려 무의식 편향을 낳습니다. 주 양육자인 어머니의 왜곡된 편향(가부장적인 체제 속에서)으로 길러진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ㄴ무의식 편향을 만들어 가죠. 강물의 흐름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해 보입니다. 물론 편향을 만들고, 차별을 조장하는 남성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편향을 갖고 있으며, 여성을 차별한다고 느끼거나 인정하기는 어려워요.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단순히 성별만 바뀐 트랜스젠더의 인터뷰를 통해 남성들이 모르는 여성들만 느끼는 편향과 차별에 대해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트랜스젠더인 남성은 여성이었다가 남성이 되어서 자신의 말을 더 많이 존중받고, 성과도 더 많이 인정받는다고 말해요. 단순히 남성이 되었을 뿐인데요. 반대로 남성이었다가 여성이 된 트랜스젠더는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차별과 불편함과 무례를 겪었다고 말합니다. 이 여성은 자신의 말이 자주 무시당하며, 자신을 보여주거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고 옷차림과 말투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해요. 여성은 너무 뛰어나도 안 되고,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말해도 힘들어진다고요.

하지만!!! 남성들은 거의 알지 못합니다. 자신의 편향이나 차별을요.


그들은 일제히 퍼붓는 남성들의 목소리 사이를 뚫고 나아갈 만큼 자신감이 있지만 사람들에게서 멀어지지 않을 만큼 온화해야 한다. 여성들은 ‘사회가 용인하는 대화’라는 평균대 위에 서 있기 위해 올림픽 체조선수 같은 민첩성과 훈련을 거치는 반면, 남성들은 그저 마루 위에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된다. (P170)

온갖 어려움과 편향과 차별을 뚫고 리더가 되거나 권위를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르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그녀들은 어떻게 그 자리까지 가게 되었을까요?

회의 시간에 자신들의 의견이 묵살되고, 말이 잘리면서도 온화하게 꿋꿋하게 버텨내면서 앞으로 나갑니다. 자신의 의견이랑 거의 다를 바 없는 남성 동료의 의견이 칭찬받고, 성과를 내는 것을 지켜보면서요. 여성이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면 말이 많다고 하고, 세다는 이미지를 갖게 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말 평균대 위에 선 심정으로 자신을 점검하고 준비를 철저히 하면서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죠. 그 ‘사회가 용인하는 대화’라는 것을 누가 만들었나요? 늘 사회를 지배하고 주도해온 남성들입니다. 남성들은 뛰어난 여성을 만나면 공격적인 성향이 된다고 해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한다고 느끼죠. 하지만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며 상호 보완하는 것이지 이기고 지는 전쟁 같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이나 사회는요.

이런 힘겨움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어서 여성들은 민첩성과 훈련을 거쳐 리더의 자리에 가기 때문에 스캔들이나 사고를 치는 일이 거의 없이 좋은 성과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남자들도 여성들처럼 훈련된 사람만이 리더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때는 바지 입은 여성이 너무 이상해 보였지만 지금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흔해졌듯이, 여성 지도자를 흔하게 볼 수 있어야 무의식적 편향이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P422)

무의식적 편향과 여성차별을 줄이기 위해 사회가 해야 할 일중에 하나입니다.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여성 지도자들이 많아져야 한다고요. 문득 TV를 보다가 불편한 감정을 느낍니다. 약간 통통한 아나운서가 나온다거나 볼살이 통통한 연예인이 나오면 불편해졌습니다. ‘관리 안 하는 모양이야, 요즘 일이 없나 봐’등으로 생각하면서 그 사람이 달리 보였던 경험이 있어요. 이런 것도 무의식적 편향임을 깨닫습니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것, 날씬한 사람이 예쁘고 관리하는 부지런한, 직업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말입니다. TV에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예쁘고 날씬하니 다른 사람을 보는 것이 불편한 것처럼, 여성 지도자가 희귀하기 때문에 불편하고 시선이 곱지 않게 되는 것이죠. 남성 리더들에게는 장점을 찾지만, 여성 리더들에게는 단점과 옷차림, 헤어, 화장, 액세서리까지 모두 구설수가 됩니다. 리더의 자질이나 능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여성이라는 그것도 남성이 보는 여성이라는 틀에 가두는 편향을 봅니다. 그런 편향들이, 무의식적인 편향들이 여성 리더들이 더 많이 노출되고 보여 저 사라지길 기대합니다. 또한 내 속에 여성을 바라보는 편향도 조금씩 나아지길 기대합니다.


영국 기자이면서 어머니인 여성 저자는 영국만의 편향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사례도 나오고, 인도나, 호주 등의 여성 리더들을 인터뷰하고 생생한 경험들을 담았어요. 또 논문과 설문조사 등도 많이 나옵니다. 그런 자료들을 통해 여성을 향한 차별과 편향이 여성만의 피해의식이 아님을 보여줘요. 너무 사실적이고 반박할 수 없는 데이터들로 인해 오히려 여성인 저는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설마, 저 정도라고?’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지요. 그러면서도 엉뚱하게 생각했어요. 리더나 권위를 가지지 못하고 살아온 시간도 괜찮았다고. 하지만 이런 위로를 위안 삼기에는 억울하기도 합니다. 두 딸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라고 생각하니, 어떻게 해서든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어머니는 아들이 없다고 저를 싫어했지만 저는 두 딸이 너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무엇을 잘 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아이들이라서요. 이런 딸들을 두고 세상을 보면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지난 대선에 있었던 이대남이라는 용어나 정책들이 무서울 만큼 살벌하게 편향을 조장하고 있으니까요. 다른 나라의 자료들이, 인터뷰들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맞는 책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듭니다. 간혹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었거든요. 가령 여성 작가가 쓴 책을 남성 독자들이 읽지 않는다는 부분?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 실정에 맞는 평등을 위한, 무의식적 편향을 없애기 위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욕심을 가져봅니다. 여성이라고 억울하지도, 크게 불편하지도 않았지만, 딸들이 세상이 사는 세상은 달려졌으면 하는 기대로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꾸역꾸역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내 안의 편향을 바로 보게 되고, 자신에게 질문하게 될 테니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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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패전사 이야기 - 유튜브 채널 패전사가 들려주는 승리 뒤에 감춰진 25가지 전쟁 세계사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윤영범 지음 / 북스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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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전쟁 중 승패를 가르거나 결정적이었던 패전들이 자세하게 나온다. 그 패전을 통해 전술과 무기가 발달했지만 젊은이들의 목숨 값이니 대가가 너무 크다. 전쟁의 욕망 속에 힘 없는 아시아 나라들이 희생되는 것도 씁쓸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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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패전사 이야기 - 유튜브 채널 패전사가 들려주는 승리 뒤에 감춰진 25가지 전쟁 세계사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윤영범 지음 / 북스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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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그려진 히틀러를 보고 선택했는지도 모릅니다. 히틀러의 패전을 정확하게 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거든요. 철저하게 실패하는 독재자의 최후를 대리만족하듯 보고 싶었나 봅니다. 그 욕망이 채워질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목숨을 건 전쟁 속으로 총을 챙기듯 마음을 단단히 챙깁니다.


저자 윤영범은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했지만 어릴 적 꿈이었던 영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공부해서 방송 PD가 되었어요. 밀리터리, 영화광이어서 액션과 전쟁 영화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전쟁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역사에도 관심을 가졌고, 영상을 만드는 직업적인 특성과 결합하여 패전사 이야기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패전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1900년부터 1949년까지의 패전사들이 이어지고 있죠. 첫 패전사는 갈리폴리 전투예요. 그 유명한 마지노선과 진주만 공습이 나옵니다. 2부는 1950년부터 1999년까지의 패전사입니다. 첫 시작은 모두 짐작하셨겠지만 한국전쟁입니다. 한국전쟁에서 이후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초기 대전 전투가 나와요. 이후로는 간간이 외신 뉴스로 접하던 전쟁들이 나옵니다. 실패와 실수를 통해, 그것도 아주 비싼 목숨을 대가로 지불한 전쟁 무기들의 발전과 전략 전술의 발전들이 흥미롭게 이어집니다. 오늘 여기서 이렇게 편안하게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피 흘리신 분들을 생각하며 살짝 경건한 마음이 되어 낯선 지명 속 전쟁터로 떠납니다.


갈리폴리 전투는 오만함의 끝판왕 처칠과 무스타파 게 말 튀르크라는 전쟁 영웅의 대결이기도 했다. 어찌 보면 무스타파 케말이 튀르키예 공화국을 세우는 데 처칠의 덕을 본 셈이다. (P26)

세계 제1차 대전에서 영국은 무적 해군을 믿고 오만하게 준비 없이 상륙작전을 펼칩니다. 중립국을 유지하던 오스만 제국을 적국으로 돌린 것은 처칠입니다. 오스만 제국의 전함을 인계해 주지 않고, 전쟁의 선봉으로 세우면서요. 오스만 제국은 영국에 전함 2척을 의뢰하고, 배는 순조롭게 완성되지만, 국제 정세상 오스만 제국의 무장이 독일 편에 설 수 있다는 우려로 처칠은 배를 넘겨주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인데, 심지어 그 배를 전쟁의 선봉에 세우죠. 이 일을 계기로 고민을 하던 오스만 제국은 전쟁에 참전하게 됩니다. 영국이 우려했던 대로 독일의 편에 서서 갈리폴리 전투에 나섭니다. 이 전쟁에서 오스만제국의 무스타파 케말이 죽음을 각오하고 전쟁에 임하죠. 하지만 처칠은 무적함대만 믿고 경고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양으로 밀어붙이죠. 이 전쟁에서 누가 이겼을까요? 양쪽이 모두 25만의 사상자가 나기는 했지만 오스만 제국의 무스타파 케말을 영웅으로 만들며 전쟁은 끝납니다. 상륙 작전의 개념조차 없던 시기에 이 갈리폴리 전투는 상륙작전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현재 우리가 보는 최첨단 무기들은 이런 실패와 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최첨단으로 생명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죽이는 일이 되지 않기를 마음으로 바랍니다.


Z 함대 사령관이었던 필립스 제독은 과거의 전투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하였고 항공기의 위력과 활용법에 무지했다. 반면 일본 해군은 이전의 전투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전술을 만들어 승리를 거머쥐었다. (P82)

진주만 공습으로 기세가 오른 일본은 말레이 해전에서도 승리하게 됩니다. 영국의 자존심이라는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를 침몰시키면서요. 말레이 해전을 통해서 전함과 거포의 시대는 끝이 납니다. 또 항공기 엄호가 없는 대형 함정들이 항공기 공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전투이기도 합니다. 이 승리는 일본 해군의 과감한 전술에 있어요. 기존의 방법을 과감하게 버리고, 항공기를 이용해서 거대한 전함을 공격해 침몰 시키는 방법이었습니다. 반면 필립스 제독은 운항 중인 전함을 항공기로 격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과 거대한 전함을 항공기가 침몰시킬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는 비참했죠. 영국 해군의 자존심인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는 침몰합니다. 필립스 제독은 배와 운명을 같이 하죠. 생각이 나 지식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그것이 아주 위급한 전쟁 중이라면 사고는 더욱 굳어지게 되죠. 그 사고의 대가는 엄청났고, 제독의 판단에 따라 많은 목숨들이 사라져 갔습니다. 패전사를 통해서 배웁니다. 늘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어야 하고,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오늘은 내가 맞을 수 있지만, 내일도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유연하게 생각을 열어 놓고 많은 가능성들을 생각하는 것. 그것이 전쟁터 같은 현대를 사는 지혜입니다.


이 전투를 계기로 유엔군은 더 이상 한국군의 지휘 능력을 믿을 수가 없었고, 대한민국 육군 본부는 작전권이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P173)

그럼 이때 박탈된 작전권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전권을 박탈 당하는 수모를 겪는 전투는 현리 전투입니다. 서부전선에서 계속 밀리던 중공군은 동부전선을 공략하기로 합니다. 동부전선은 속초에서 양구에 이르는 거리를 가로로 길게 이어 유엔군과 한국군, 중공군이 대치하고 있었죠. 한국군은 제3,5,7,9,11 사단, 수도사단이 이어서 지키고 있었고 양구 쪽으로 미 해병 1사단과 미군 제2사단이 있었습니다. 길이가 길다 보니 참여한 사단이 많고, 지휘관의 통제 범위가 명확하지 않았죠. 또한 서로 간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아 중공군의 집중적인 공격에 가운데 있던 7사단과 9사단이 무너지고 틈이 생기게 됩니다. 이후 중요한 위치에 있는 오마치 고개를 점령당하면서 전세는 빠르게 기울게 되죠. 7사단과 9사단이 중공군의 집중 공격에 무너질 때도 소통이 되지 않아 주위의 한국 병력들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휘관의 지휘력도 떨어져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도망을 쳐 오마치 고개를 내주게 됩니다. 이로 인해 한국군의 지휘 능력을 의심받고 작전권도 박탈 당하게 됩니다. 치욕적이지만 변명할 수도 없는 패전입니다. 군대에서의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묻고 있는 전투라는 생각이 들어요. 각 사단장들이 서로 어떻게 소통을 했을까요? 참여한 많은 사단들의 사단장들이 자신의 의견을 명령하듯 전달만 했다면 그것은 소통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단순히 통신망이 끊긴 것을 넘어서는 소통의 부재가 참사의 시작은 아니었을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전쟁의 패전사는 승패가 분명한 세계 제1차 대전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2차 세계 대전과 한국전쟁 등이 이어지죠. 베트남 전쟁을 읽다가 생각해요. 베트남으로 보면 승전인데, 미국의 입장에서는 패전입니다. 누구의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승패는 나뉘게 됩니다. 물론 승전도 패전도 아닌 한국전쟁 같은 전쟁도 있지만요. 철저하게 이긴 사람이 기록하는 역사인 전쟁사에서 패전사는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지휘관의 오만함으로 그 대가를 젊은이들이 목숨으로 갚기도 하고, 목숨을 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영웅이 되기도 합니다. 수많은 패전들을 통해 전략과 전술이 개선되고, 무기도 끊임없이 발전되고, 개발되죠. 또 어제의 적이었다가 오늘은 동지가 되는 체첸과 러시아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전쟁이라는 것이 거대한 이익이 충돌하는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그것도 목숨을 담보로 하는 거대한 이익의 욕망이. 그 욕망이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아도 끝내지 않은 것은 욕망의 달콤함이며, 잔인함입니다.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잔인함. 그 잔인함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1년이 넘도록 전쟁을 하고 있죠. 현대의 전쟁은 아주 복잡합니다. 명분도 지켜야 하고 경제적 이득도 따져야 하고, 자국민의 안전도 지켜야 하죠. 어느 편에 서기가 더욱 쉽지 않아졌어요. 이런 시국에 패전사를 통해 배우기를 원합니다.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요. 단순한 흥미를 넘어 미래를 평화로 열어 가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무수히 이기고 졌던 전쟁들이 이제는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멀리 세계 전쟁과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전쟁이 아니라 일상에서 나와 다름으로 인해 벌어지는 전쟁을 줄여야겠습니다. 지역과 계층 간의 치열한 전쟁도 하나씩 하나씩 줄여가야겠습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패전으로 이끌었던 리더들을 잘 배워서 일상에서 승전을 이루어가야겠습니다. 작은 승리들이 더 큰 승리를 부르는 그날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싸움을 계속 이어가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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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놀이수업 - 교실에서 무조건 해마다 하게 될 수업 놀이 대백과, 개정판
허승환 외 지음 / 아이스크림(i-Scream)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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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교사들이 전하는 생생한 교실 놀이들이 다양하고 자세하게 실려 있다. 책만으로도 쉽고 준비물도 간단한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나누고 수업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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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놀이수업 - 교실에서 무조건 해마다 하게 될 수업 놀이 대백과, 개정판
허승환 외 지음 / 아이스크림(i-Scream)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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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취직을 하고, 아이들과 잘 어울려 놀고 싶은 마음에 신청한 책입니다. 놀이도 이제는 책으로 배워야 하는 서글픔이 몰려오지만, 요즘 아이들은 제가 생각하는 범위를 벗어나니까 어쩔 수 없어요. 배워야만 합니다. 그것도 치열하고 확실하게. 글로 배우는 놀이가 어떤 모습일지 약간 긴장하면서 두근두근 놀이 속으로 어린 날의 나와 동무하며 들어가 봅니다.


저자는 하승환, 김세용, 나승빈, 오진원님으로 넷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분들은 현직 교사이면서, 아이들을 위한 놀이에 많은 관심과 열정을 갖고 계시죠. 아이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 레크리에이션 강사 자격증을 따기도 하시고, 인터넷을 뒤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시죠. 이분들은 현장에서 바로 실시간으로 아이들의 반응을 알 수 있어 놀이를 선정하거나 책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책은 이분들이 엄선한 놀이가 저자의 주제에 맞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행복한 1학년 학급살이를 위한 교실 놀이입니다. 3월에 처음 입학한 1학년들을 상대로 놀이를 통한 학교 규칙과 반의 규칙, 수업에 대한 이해, 친구들과 친밀함을 위한 놀이들이 다양하게 실려 있어요. 2장에서는 교실에 있는 도구를 활용하는 수업 놀이라는 주제로 특별히 준비물이 필요하지 않은 장점을 지닌 재미있는 놀이들이 나옵니다. 3장은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보드게임의 원리를 활용한 교실 놀이가 소개되죠. 4장에서는 아이들의 마음을 연결하는 수업 놀이라는 주제로 마음을 다루는 놀이가 나옵니다. 아무 이유 없이 주사위를 챙겨서 선생님들의 놀이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혼자 할 수 없어 관객처럼 멀뚱멀뚱 교실을 서성이며 친구들의 신나는 감탄사가 들려오는 교실의 문을 엽니다.


집중 놀이에 앞서 중요한 점은 학생들의 집중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교재 연구라는 사실입니다. 다른 방식으로 가르쳐 보려는 노력 없이 무조건 학생들에게 집중하기를 기대해서는 곤란하겠지요. (p36)

책은 저자들의 서문이 쭈욱 이어지고, 1학년 교실에서 하는 놀이 수업으로 들어갑니다. 오래전 딸아이의 참관 수업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1학년들은 산만하고, 호기심이 많고 통제가 잘되지 않는 모습이죠. 그렇기 때문에 1학년이지만,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집중이 필요합니다. 그 집중을 위해 2초 집중 놀이가 다양하게 나옵니다. 박수 치고, 구호를 외치듯이 집중을 시키기도 하고, 공주병 3종 세트, 교실 얼음 땡, 합죽이가 됩시다의 응용 버전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참신하고 기발해서 나중에 꼭 한 번 해봐야지 하는 것이 공주병 3종 세트입니다. 목소리를 빼앗긴 인어공주를 외치면 말을 할 수 없고, 신데렐라라고 외치면 마법에 걸려 바닥에 쓰레기를 주워야 합니다. 또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고 외치면 제자리로 돌아와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해요. 얼마나 기발하고 재미있는지, 혼자 책을 읽다가 다 큰 아이에게 해보자고 했어요. 이런 놀이들을 설명하면서 교재 연구를 말합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선생님이시니 놀이에도 관심과 열정을 가지신 것이라 생각됩니다. 좋은 선생님을 알게 된 기쁨이 마음속에 가득 차 오릅니다. 교권이 상실되고, 선생님을 직업으로만 말하는 시대에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원만한 교유 관계는 다투지 않고 가끔 얘기하고 지내는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아이들이 ‘같은 반 아이= 친한 친구’라고 인식하면, 반 친구들 모두와 친한 친구처럼 특별한 교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p80)

아이들의 친구 관계를 위한 놀이를 설명하면서 하는 말입니다. 관계 맺기는 어른이나 아이나 다 힘이 듭니다. 그 관계를 학기 초에 어떻게 만들어갈지를 놀이를 통해 알아보는 활동입니다. 친구들에게 좋아하는 친구 유형과 싫어하는 친구 유형을 설문을 받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놀이가 들어갑니다. 포스트잇을 2가지 색으로 나누어 들고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가위바위보를 통해 설문을 받습니다. 이렇게 조사된 내용을 가지고 그래프를 그리고, 친구들과 모둠별로 이야기도 나눕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어떤 유형의 친구인지 알게 되고,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죠. 이 책의 좋은 점은 놀이를 실제로 해보고 많은 경험이 있는 선생님들이 쓰신 것이라 주의할 점이 아주 상세히 나와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도 주의할 점에 나와 있는 내용이죠. 반 친구라고 해서 모두가 친할 필요는 없는데, 우리는 모두 친할 거라고 생각하고 기대하게 되면 관계는 힘들어진다고 해요. 그러니까 애초에 개념 정리가 잘못되어 있으면 힘이 듭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활동 마지막에 이렇게 일러 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정말 친한 친구는 2~3명 정도이고, 반 친구들은 인사를 하고, 준비물을 빌릴 수 있는 정도면 된다고요. 관계가 어려운 어른들도 함께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처럼 솔직할 수 있을지는?


학년 수준에 따라 달성해야 할 목표를 단계별(컵 3개로 2층, 컵 6개로 3층, 컵 10개로 4층 등)로 나눠주면 정해진 시간 동안 협동해서 도전하는 놀이입니다. (p120)

어설프게 교사 흉내를 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형식은 집단 상담이었지만, 저는 늘 수업을 하고 있었죠. 프로그램을 들고나가서 늘 하는 말이 “협동해라, 친구랑 함께 해야 된다.”이런 말이었습니다. 마음만 앞서고 실제로 잘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들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늘 말을 먼저 했던 것 같아요. 말을 아무리 해도 제가 원하는 협동은 그 시간 안에 잘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이 놀이를 보자 참 좋은 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찰 끈으로 고무줄을 당겨 묶고 3~6명까지 명찰 줄을 당겨 고무줄을 벌려 컵을 옮기거나 쌓는 놀이에요. 혼자 놀기가 습관이 된 아이들은 마음이 앞서서 이런 활동들을 힘들어합니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 가운데 친구들과 힘을 조절하는 법을 조율하기도 하고, 갈등을 빚으며 의견을 맞춰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습니다. 늘 잘하고 싶은 마음은 차고 넘치지만 내 손도 내 맘대로 안 되고, 친구 손도 내 맘대로 안 되니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도 하죠. 이 놀이를 상상하면서 아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습니다. 그러고는 생각합니다. 내 마음의 끈을 너무 세게 당기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를 위해 나는 내 몫만 감당하면 됩니다. 의욕으로 욕심으로 다른 사람의 역할을 없애거나 작게 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는 정말 다양한 놀이들이 자세하게 순서대로 나옵니다. 놀이에 필요한 준비물은 기본이고, 순서와 아이들이 직접 놀이하는 사진도 함께 나와 있어요. 글로만 읽을 때는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2번을 읽기도 했지만, 사진을 보면 단번에 이해가 됩니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위해 만든 놀이 책이다 보니 준비물이 무엇보다 쉽습니다. 교실에 있거나, 교과서 교재로 나오는 카드 등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방대한 업무량을 아는 선생님들은 준비가 번거롭거나 놀이 규칙이 까다로우면 놀이를 아이들이 좋아하고, 학습에도 도움이 되는 줄 알지만 자주 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간단하면서도 활용과 응용이 자유롭고,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놀이들이 많이 등장해요. 교실에서 실제로 해봤을 때 문제점이나 주의할 점 등도 상세하고 나오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오롯이 전해집니다. 같은 것을 가르치더라도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게 하고 싶으신 마음들이 곳곳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어요. 스마트폰으로 혼자 노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요즘에 꼭 필요한 책입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아니라도 아이들을 만나는 사람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쉽고 재미있고, 다양하게 응용 가능해서 아이들과 어울려 마음을 나누기에는 이 책만큼 좋은 것이 없을 것 같아요. 이제는 놀이와는 멀어진 듯 살았던 저도 제 속에서 놀이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생기는 것을 놀라움으로 느낍니다. 모두가 아는 말, 놀이가 학습에도 도움이 되고,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도 좋다는 말. 그 말을 이제는 실천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이 책과 함께요. 교실 곳곳에서, 아이들이 모이는 어느 곳에서도 함께 웃으며 즐기는 멋진 날들을 소망하며, 놀이를 잊은 어른들에게도 강력하게 권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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