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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패전사 이야기 - 유튜브 채널 패전사가 들려주는 승리 뒤에 감춰진 25가지 전쟁 세계사 ㅣ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윤영범 지음 / 북스고 / 2023년 3월
평점 :


표지에 그려진 히틀러를 보고 선택했는지도 모릅니다. 히틀러의 패전을 정확하게 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거든요. 철저하게 실패하는 독재자의 최후를 대리만족하듯 보고 싶었나 봅니다. 그 욕망이 채워질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목숨을 건 전쟁 속으로 총을 챙기듯 마음을 단단히 챙깁니다.
저자 윤영범은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했지만 어릴 적 꿈이었던 영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공부해서 방송 PD가 되었어요. 밀리터리, 영화광이어서 액션과 전쟁 영화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전쟁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역사에도 관심을 가졌고, 영상을 만드는 직업적인 특성과 결합하여 패전사 이야기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패전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1900년부터 1949년까지의 패전사들이 이어지고 있죠. 첫 패전사는 갈리폴리 전투예요. 그 유명한 마지노선과 진주만 공습이 나옵니다. 2부는 1950년부터 1999년까지의 패전사입니다. 첫 시작은 모두 짐작하셨겠지만 한국전쟁입니다. 한국전쟁에서 이후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초기 대전 전투가 나와요. 이후로는 간간이 외신 뉴스로 접하던 전쟁들이 나옵니다. 실패와 실수를 통해, 그것도 아주 비싼 목숨을 대가로 지불한 전쟁 무기들의 발전과 전략 전술의 발전들이 흥미롭게 이어집니다. 오늘 여기서 이렇게 편안하게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피 흘리신 분들을 생각하며 살짝 경건한 마음이 되어 낯선 지명 속 전쟁터로 떠납니다.
갈리폴리 전투는 오만함의 끝판왕 처칠과 무스타파 게 말 튀르크라는 전쟁 영웅의 대결이기도 했다. 어찌 보면 무스타파 케말이 튀르키예 공화국을 세우는 데 처칠의 덕을 본 셈이다. (P26)
세계 제1차 대전에서 영국은 무적 해군을 믿고 오만하게 준비 없이 상륙작전을 펼칩니다. 중립국을 유지하던 오스만 제국을 적국으로 돌린 것은 처칠입니다. 오스만 제국의 전함을 인계해 주지 않고, 전쟁의 선봉으로 세우면서요. 오스만 제국은 영국에 전함 2척을 의뢰하고, 배는 순조롭게 완성되지만, 국제 정세상 오스만 제국의 무장이 독일 편에 설 수 있다는 우려로 처칠은 배를 넘겨주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인데, 심지어 그 배를 전쟁의 선봉에 세우죠. 이 일을 계기로 고민을 하던 오스만 제국은 전쟁에 참전하게 됩니다. 영국이 우려했던 대로 독일의 편에 서서 갈리폴리 전투에 나섭니다. 이 전쟁에서 오스만제국의 무스타파 케말이 죽음을 각오하고 전쟁에 임하죠. 하지만 처칠은 무적함대만 믿고 경고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양으로 밀어붙이죠. 이 전쟁에서 누가 이겼을까요? 양쪽이 모두 25만의 사상자가 나기는 했지만 오스만 제국의 무스타파 케말을 영웅으로 만들며 전쟁은 끝납니다. 상륙 작전의 개념조차 없던 시기에 이 갈리폴리 전투는 상륙작전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현재 우리가 보는 최첨단 무기들은 이런 실패와 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최첨단으로 생명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죽이는 일이 되지 않기를 마음으로 바랍니다.
Z 함대 사령관이었던 필립스 제독은 과거의 전투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하였고 항공기의 위력과 활용법에 무지했다. 반면 일본 해군은 이전의 전투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전술을 만들어 승리를 거머쥐었다. (P82)
진주만 공습으로 기세가 오른 일본은 말레이 해전에서도 승리하게 됩니다. 영국의 자존심이라는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를 침몰시키면서요. 말레이 해전을 통해서 전함과 거포의 시대는 끝이 납니다. 또 항공기 엄호가 없는 대형 함정들이 항공기 공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전투이기도 합니다. 이 승리는 일본 해군의 과감한 전술에 있어요. 기존의 방법을 과감하게 버리고, 항공기를 이용해서 거대한 전함을 공격해 침몰 시키는 방법이었습니다. 반면 필립스 제독은 운항 중인 전함을 항공기로 격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과 거대한 전함을 항공기가 침몰시킬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는 비참했죠. 영국 해군의 자존심인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는 침몰합니다. 필립스 제독은 배와 운명을 같이 하죠. 생각이 나 지식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그것이 아주 위급한 전쟁 중이라면 사고는 더욱 굳어지게 되죠. 그 사고의 대가는 엄청났고, 제독의 판단에 따라 많은 목숨들이 사라져 갔습니다. 패전사를 통해서 배웁니다. 늘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어야 하고,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오늘은 내가 맞을 수 있지만, 내일도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유연하게 생각을 열어 놓고 많은 가능성들을 생각하는 것. 그것이 전쟁터 같은 현대를 사는 지혜입니다.
이 전투를 계기로 유엔군은 더 이상 한국군의 지휘 능력을 믿을 수가 없었고, 대한민국 육군 본부는 작전권이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P173)
그럼 이때 박탈된 작전권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전권을 박탈 당하는 수모를 겪는 전투는 현리 전투입니다. 서부전선에서 계속 밀리던 중공군은 동부전선을 공략하기로 합니다. 동부전선은 속초에서 양구에 이르는 거리를 가로로 길게 이어 유엔군과 한국군, 중공군이 대치하고 있었죠. 한국군은 제3,5,7,9,11 사단, 수도사단이 이어서 지키고 있었고 양구 쪽으로 미 해병 1사단과 미군 제2사단이 있었습니다. 길이가 길다 보니 참여한 사단이 많고, 지휘관의 통제 범위가 명확하지 않았죠. 또한 서로 간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아 중공군의 집중적인 공격에 가운데 있던 7사단과 9사단이 무너지고 틈이 생기게 됩니다. 이후 중요한 위치에 있는 오마치 고개를 점령당하면서 전세는 빠르게 기울게 되죠. 7사단과 9사단이 중공군의 집중 공격에 무너질 때도 소통이 되지 않아 주위의 한국 병력들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휘관의 지휘력도 떨어져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도망을 쳐 오마치 고개를 내주게 됩니다. 이로 인해 한국군의 지휘 능력을 의심받고 작전권도 박탈 당하게 됩니다. 치욕적이지만 변명할 수도 없는 패전입니다. 군대에서의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묻고 있는 전투라는 생각이 들어요. 각 사단장들이 서로 어떻게 소통을 했을까요? 참여한 많은 사단들의 사단장들이 자신의 의견을 명령하듯 전달만 했다면 그것은 소통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단순히 통신망이 끊긴 것을 넘어서는 소통의 부재가 참사의 시작은 아니었을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전쟁의 패전사는 승패가 분명한 세계 제1차 대전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2차 세계 대전과 한국전쟁 등이 이어지죠. 베트남 전쟁을 읽다가 생각해요. 베트남으로 보면 승전인데, 미국의 입장에서는 패전입니다. 누구의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승패는 나뉘게 됩니다. 물론 승전도 패전도 아닌 한국전쟁 같은 전쟁도 있지만요. 철저하게 이긴 사람이 기록하는 역사인 전쟁사에서 패전사는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지휘관의 오만함으로 그 대가를 젊은이들이 목숨으로 갚기도 하고, 목숨을 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영웅이 되기도 합니다. 수많은 패전들을 통해 전략과 전술이 개선되고, 무기도 끊임없이 발전되고, 개발되죠. 또 어제의 적이었다가 오늘은 동지가 되는 체첸과 러시아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전쟁이라는 것이 거대한 이익이 충돌하는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그것도 목숨을 담보로 하는 거대한 이익의 욕망이. 그 욕망이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아도 끝내지 않은 것은 욕망의 달콤함이며, 잔인함입니다.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잔인함. 그 잔인함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1년이 넘도록 전쟁을 하고 있죠. 현대의 전쟁은 아주 복잡합니다. 명분도 지켜야 하고 경제적 이득도 따져야 하고, 자국민의 안전도 지켜야 하죠. 어느 편에 서기가 더욱 쉽지 않아졌어요. 이런 시국에 패전사를 통해 배우기를 원합니다.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요. 단순한 흥미를 넘어 미래를 평화로 열어 가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무수히 이기고 졌던 전쟁들이 이제는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멀리 세계 전쟁과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전쟁이 아니라 일상에서 나와 다름으로 인해 벌어지는 전쟁을 줄여야겠습니다. 지역과 계층 간의 치열한 전쟁도 하나씩 하나씩 줄여가야겠습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패전으로 이끌었던 리더들을 잘 배워서 일상에서 승전을 이루어가야겠습니다. 작은 승리들이 더 큰 승리를 부르는 그날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싸움을 계속 이어가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