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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놀이수업 - 교실에서 무조건 해마다 하게 될 수업 놀이 대백과, 개정판
허승환 외 지음 / 아이스크림(i-Scream) / 2023년 3월
평점 :

오랜만에 취직을 하고, 아이들과 잘 어울려 놀고 싶은 마음에 신청한 책입니다. 놀이도 이제는 책으로 배워야 하는 서글픔이 몰려오지만, 요즘 아이들은 제가 생각하는 범위를 벗어나니까 어쩔 수 없어요. 배워야만 합니다. 그것도 치열하고 확실하게. 글로 배우는 놀이가 어떤 모습일지 약간 긴장하면서 두근두근 놀이 속으로 어린 날의 나와 동무하며 들어가 봅니다.
저자는 하승환, 김세용, 나승빈, 오진원님으로 넷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분들은 현직 교사이면서, 아이들을 위한 놀이에 많은 관심과 열정을 갖고 계시죠. 아이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 레크리에이션 강사 자격증을 따기도 하시고, 인터넷을 뒤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시죠. 이분들은 현장에서 바로 실시간으로 아이들의 반응을 알 수 있어 놀이를 선정하거나 책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책은 이분들이 엄선한 놀이가 저자의 주제에 맞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행복한 1학년 학급살이를 위한 교실 놀이입니다. 3월에 처음 입학한 1학년들을 상대로 놀이를 통한 학교 규칙과 반의 규칙, 수업에 대한 이해, 친구들과 친밀함을 위한 놀이들이 다양하게 실려 있어요. 2장에서는 교실에 있는 도구를 활용하는 수업 놀이라는 주제로 특별히 준비물이 필요하지 않은 장점을 지닌 재미있는 놀이들이 나옵니다. 3장은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보드게임의 원리를 활용한 교실 놀이가 소개되죠. 4장에서는 아이들의 마음을 연결하는 수업 놀이라는 주제로 마음을 다루는 놀이가 나옵니다. 아무 이유 없이 주사위를 챙겨서 선생님들의 놀이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혼자 할 수 없어 관객처럼 멀뚱멀뚱 교실을 서성이며 친구들의 신나는 감탄사가 들려오는 교실의 문을 엽니다.
집중 놀이에 앞서 중요한 점은 학생들의 집중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교재 연구라는 사실입니다. 다른 방식으로 가르쳐 보려는 노력 없이 무조건 학생들에게 집중하기를 기대해서는 곤란하겠지요. (p36)
책은 저자들의 서문이 쭈욱 이어지고, 1학년 교실에서 하는 놀이 수업으로 들어갑니다. 오래전 딸아이의 참관 수업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1학년들은 산만하고, 호기심이 많고 통제가 잘되지 않는 모습이죠. 그렇기 때문에 1학년이지만,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집중이 필요합니다. 그 집중을 위해 2초 집중 놀이가 다양하게 나옵니다. 박수 치고, 구호를 외치듯이 집중을 시키기도 하고, 공주병 3종 세트, 교실 얼음 땡, 합죽이가 됩시다의 응용 버전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참신하고 기발해서 나중에 꼭 한 번 해봐야지 하는 것이 공주병 3종 세트입니다. 목소리를 빼앗긴 인어공주를 외치면 말을 할 수 없고, 신데렐라라고 외치면 마법에 걸려 바닥에 쓰레기를 주워야 합니다. 또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고 외치면 제자리로 돌아와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해요. 얼마나 기발하고 재미있는지, 혼자 책을 읽다가 다 큰 아이에게 해보자고 했어요. 이런 놀이들을 설명하면서 교재 연구를 말합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선생님이시니 놀이에도 관심과 열정을 가지신 것이라 생각됩니다. 좋은 선생님을 알게 된 기쁨이 마음속에 가득 차 오릅니다. 교권이 상실되고, 선생님을 직업으로만 말하는 시대에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원만한 교유 관계는 다투지 않고 가끔 얘기하고 지내는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아이들이 ‘같은 반 아이= 친한 친구’라고 인식하면, 반 친구들 모두와 친한 친구처럼 특별한 교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p80)
아이들의 친구 관계를 위한 놀이를 설명하면서 하는 말입니다. 관계 맺기는 어른이나 아이나 다 힘이 듭니다. 그 관계를 학기 초에 어떻게 만들어갈지를 놀이를 통해 알아보는 활동입니다. 친구들에게 좋아하는 친구 유형과 싫어하는 친구 유형을 설문을 받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놀이가 들어갑니다. 포스트잇을 2가지 색으로 나누어 들고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가위바위보를 통해 설문을 받습니다. 이렇게 조사된 내용을 가지고 그래프를 그리고, 친구들과 모둠별로 이야기도 나눕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어떤 유형의 친구인지 알게 되고,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죠. 이 책의 좋은 점은 놀이를 실제로 해보고 많은 경험이 있는 선생님들이 쓰신 것이라 주의할 점이 아주 상세히 나와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도 주의할 점에 나와 있는 내용이죠. 반 친구라고 해서 모두가 친할 필요는 없는데, 우리는 모두 친할 거라고 생각하고 기대하게 되면 관계는 힘들어진다고 해요. 그러니까 애초에 개념 정리가 잘못되어 있으면 힘이 듭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활동 마지막에 이렇게 일러 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정말 친한 친구는 2~3명 정도이고, 반 친구들은 인사를 하고, 준비물을 빌릴 수 있는 정도면 된다고요. 관계가 어려운 어른들도 함께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처럼 솔직할 수 있을지는?

학년 수준에 따라 달성해야 할 목표를 단계별(컵 3개로 2층, 컵 6개로 3층, 컵 10개로 4층 등)로 나눠주면 정해진 시간 동안 협동해서 도전하는 놀이입니다. (p120)
어설프게 교사 흉내를 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형식은 집단 상담이었지만, 저는 늘 수업을 하고 있었죠. 프로그램을 들고나가서 늘 하는 말이 “협동해라, 친구랑 함께 해야 된다.”이런 말이었습니다. 마음만 앞서고 실제로 잘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들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늘 말을 먼저 했던 것 같아요. 말을 아무리 해도 제가 원하는 협동은 그 시간 안에 잘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이 놀이를 보자 참 좋은 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찰 끈으로 고무줄을 당겨 묶고 3~6명까지 명찰 줄을 당겨 고무줄을 벌려 컵을 옮기거나 쌓는 놀이에요. 혼자 놀기가 습관이 된 아이들은 마음이 앞서서 이런 활동들을 힘들어합니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 가운데 친구들과 힘을 조절하는 법을 조율하기도 하고, 갈등을 빚으며 의견을 맞춰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습니다. 늘 잘하고 싶은 마음은 차고 넘치지만 내 손도 내 맘대로 안 되고, 친구 손도 내 맘대로 안 되니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도 하죠. 이 놀이를 상상하면서 아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습니다. 그러고는 생각합니다. 내 마음의 끈을 너무 세게 당기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를 위해 나는 내 몫만 감당하면 됩니다. 의욕으로 욕심으로 다른 사람의 역할을 없애거나 작게 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는 정말 다양한 놀이들이 자세하게 순서대로 나옵니다. 놀이에 필요한 준비물은 기본이고, 순서와 아이들이 직접 놀이하는 사진도 함께 나와 있어요. 글로만 읽을 때는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2번을 읽기도 했지만, 사진을 보면 단번에 이해가 됩니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위해 만든 놀이 책이다 보니 준비물이 무엇보다 쉽습니다. 교실에 있거나, 교과서 교재로 나오는 카드 등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방대한 업무량을 아는 선생님들은 준비가 번거롭거나 놀이 규칙이 까다로우면 놀이를 아이들이 좋아하고, 학습에도 도움이 되는 줄 알지만 자주 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간단하면서도 활용과 응용이 자유롭고,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놀이들이 많이 등장해요. 교실에서 실제로 해봤을 때 문제점이나 주의할 점 등도 상세하고 나오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오롯이 전해집니다. 같은 것을 가르치더라도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게 하고 싶으신 마음들이 곳곳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어요. 스마트폰으로 혼자 노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요즘에 꼭 필요한 책입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아니라도 아이들을 만나는 사람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쉽고 재미있고, 다양하게 응용 가능해서 아이들과 어울려 마음을 나누기에는 이 책만큼 좋은 것이 없을 것 같아요. 이제는 놀이와는 멀어진 듯 살았던 저도 제 속에서 놀이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생기는 것을 놀라움으로 느낍니다. 모두가 아는 말, 놀이가 학습에도 도움이 되고,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도 좋다는 말. 그 말을 이제는 실천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이 책과 함께요. 교실 곳곳에서, 아이들이 모이는 어느 곳에서도 함께 웃으며 즐기는 멋진 날들을 소망하며, 놀이를 잊은 어른들에게도 강력하게 권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