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하다는 착각 - 왜 여성의 말에는 권위가 실리지 않는가?
메리 앤 시그하트 지음, 김진주 옮김 / 앵글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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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평등하다, 공평하다에 대한 착각이 아닐까 하는. 그래서 선택한 책입니다. 나를 정확하게 보고 인정하는 것은 아프지만 꼭 필요한 일이니까요. 무의식중에 편향을 가지고 상대를 얼마나 낮춰보고 있었는지 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다른 나라에서는 성차별이 어떤 식으로 가해지는지 알고 싶기도 했습니다. 칼럼니스트의 시각을 빌려 보는 객관성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노란 스마일들이 빼곡한 표지를 넘깁니다.


저자 메리 앤 시그 하트는 <더 타임스>에서 편집자 및 칼럼니스트로 20년간 근무했으며, 정치와 경제, 페미니즘, 육아 및 인생 전반을 다룬 칼럼으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BBC 라디오에서 수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BBC2 라디오 쇼 <더 브레이스 트러스트>의 부흥을 이끌기도 했죠. 옥스퍼드대학교 올소울스칼리지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킹스 칼리지 런던의 객원 교수로 근무하고 있으며, 여러 이사회의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책은 그녀의 시선으로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권위 격차와 남녀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총 15장으로 구성되어 처음 시작은 권위 격차의 개념 설명부터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권위 격차의 사실을 자료들과 인터뷰들을 통해 보여줘요. 2장은 단순히 성별만 바뀌었을 뿐이지만 엄청난 차이를 경험한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3장은 행동으로 드러나는 은밀한 편향에 대해, 4장은 성 평등이 제로섬 게임이 아님을 설명하고, 5장은 자신감이라는 함정에 대해 남녀를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죠. 6장은 쩔벌남의 대화법으로 남성과 여성의 대화법에 대해 말해요. 7장은 그럼에도 여성들이 리더가 되고 권위를 행사하는 방법인 마음을 바꾸는 힘에 대해 말하고, 8장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마치 허공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 같다고 합니다. 9장은 여성이 여성을 차별하는 사례를 10장은 남성이 만든 프레임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해, 11장은 여왕벌 증후군을 통해 보는 여성 리더에 대한 사회의 편향에 대해 말해요. 12장은 하나의 편견이 아니라 얽히고설킨 교차로 같은 유색인 여성에 대한 편견을 다루고, 13장은 지성과 미모의 편견에 대해 다룹니다. 14장은 온라인상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무차별적 댓글 공격에 대해 다뤄요. 15장은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는 주제로 개인, 가정, 학교, 직장, 국가에서 편향을 줄이기 위한 실천 방법들이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주황색 바탕에 노란 스마일 그림이 가득한 표지가 마치 옐로카드 같습니다. 내 안에도 잠자고 있는 무의식적 편향을 향해 옐로카드를 드는 심정으로 책을 듭니다.


편향은 무의식적일 때가 많고 강물의 흐름처럼 눈에 보이지 않기에 그 존재를 부정하고픈 유혹에 빠지기 쉽다. 자기에게 편견이 있음을 인정하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P71)

저자는 책의 시작에서 남녀의 말에 권위 격차가 생기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요. 너무 당연해서 반대되는 상황을 목격하게 되면 불편한 감정이 생기기까지 한다고 하죠. 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은 남학생에게 더 많이 질문하고 더 많이 답변할 기회를 줍니다. 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은 거의 남자이고, 남자인 사진이나 그림이 교과서에 실려 무의식 편향을 낳습니다. 주 양육자인 어머니의 왜곡된 편향(가부장적인 체제 속에서)으로 길러진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ㄴ무의식 편향을 만들어 가죠. 강물의 흐름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해 보입니다. 물론 편향을 만들고, 차별을 조장하는 남성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편향을 갖고 있으며, 여성을 차별한다고 느끼거나 인정하기는 어려워요.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단순히 성별만 바뀐 트랜스젠더의 인터뷰를 통해 남성들이 모르는 여성들만 느끼는 편향과 차별에 대해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트랜스젠더인 남성은 여성이었다가 남성이 되어서 자신의 말을 더 많이 존중받고, 성과도 더 많이 인정받는다고 말해요. 단순히 남성이 되었을 뿐인데요. 반대로 남성이었다가 여성이 된 트랜스젠더는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차별과 불편함과 무례를 겪었다고 말합니다. 이 여성은 자신의 말이 자주 무시당하며, 자신을 보여주거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고 옷차림과 말투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해요. 여성은 너무 뛰어나도 안 되고,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말해도 힘들어진다고요.

하지만!!! 남성들은 거의 알지 못합니다. 자신의 편향이나 차별을요.


그들은 일제히 퍼붓는 남성들의 목소리 사이를 뚫고 나아갈 만큼 자신감이 있지만 사람들에게서 멀어지지 않을 만큼 온화해야 한다. 여성들은 ‘사회가 용인하는 대화’라는 평균대 위에 서 있기 위해 올림픽 체조선수 같은 민첩성과 훈련을 거치는 반면, 남성들은 그저 마루 위에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된다. (P170)

온갖 어려움과 편향과 차별을 뚫고 리더가 되거나 권위를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르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그녀들은 어떻게 그 자리까지 가게 되었을까요?

회의 시간에 자신들의 의견이 묵살되고, 말이 잘리면서도 온화하게 꿋꿋하게 버텨내면서 앞으로 나갑니다. 자신의 의견이랑 거의 다를 바 없는 남성 동료의 의견이 칭찬받고, 성과를 내는 것을 지켜보면서요. 여성이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면 말이 많다고 하고, 세다는 이미지를 갖게 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말 평균대 위에 선 심정으로 자신을 점검하고 준비를 철저히 하면서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죠. 그 ‘사회가 용인하는 대화’라는 것을 누가 만들었나요? 늘 사회를 지배하고 주도해온 남성들입니다. 남성들은 뛰어난 여성을 만나면 공격적인 성향이 된다고 해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한다고 느끼죠. 하지만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며 상호 보완하는 것이지 이기고 지는 전쟁 같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이나 사회는요.

이런 힘겨움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어서 여성들은 민첩성과 훈련을 거쳐 리더의 자리에 가기 때문에 스캔들이나 사고를 치는 일이 거의 없이 좋은 성과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남자들도 여성들처럼 훈련된 사람만이 리더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때는 바지 입은 여성이 너무 이상해 보였지만 지금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흔해졌듯이, 여성 지도자를 흔하게 볼 수 있어야 무의식적 편향이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P422)

무의식적 편향과 여성차별을 줄이기 위해 사회가 해야 할 일중에 하나입니다.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여성 지도자들이 많아져야 한다고요. 문득 TV를 보다가 불편한 감정을 느낍니다. 약간 통통한 아나운서가 나온다거나 볼살이 통통한 연예인이 나오면 불편해졌습니다. ‘관리 안 하는 모양이야, 요즘 일이 없나 봐’등으로 생각하면서 그 사람이 달리 보였던 경험이 있어요. 이런 것도 무의식적 편향임을 깨닫습니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것, 날씬한 사람이 예쁘고 관리하는 부지런한, 직업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말입니다. TV에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예쁘고 날씬하니 다른 사람을 보는 것이 불편한 것처럼, 여성 지도자가 희귀하기 때문에 불편하고 시선이 곱지 않게 되는 것이죠. 남성 리더들에게는 장점을 찾지만, 여성 리더들에게는 단점과 옷차림, 헤어, 화장, 액세서리까지 모두 구설수가 됩니다. 리더의 자질이나 능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여성이라는 그것도 남성이 보는 여성이라는 틀에 가두는 편향을 봅니다. 그런 편향들이, 무의식적인 편향들이 여성 리더들이 더 많이 노출되고 보여 저 사라지길 기대합니다. 또한 내 속에 여성을 바라보는 편향도 조금씩 나아지길 기대합니다.


영국 기자이면서 어머니인 여성 저자는 영국만의 편향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사례도 나오고, 인도나, 호주 등의 여성 리더들을 인터뷰하고 생생한 경험들을 담았어요. 또 논문과 설문조사 등도 많이 나옵니다. 그런 자료들을 통해 여성을 향한 차별과 편향이 여성만의 피해의식이 아님을 보여줘요. 너무 사실적이고 반박할 수 없는 데이터들로 인해 오히려 여성인 저는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설마, 저 정도라고?’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지요. 그러면서도 엉뚱하게 생각했어요. 리더나 권위를 가지지 못하고 살아온 시간도 괜찮았다고. 하지만 이런 위로를 위안 삼기에는 억울하기도 합니다. 두 딸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라고 생각하니, 어떻게 해서든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어머니는 아들이 없다고 저를 싫어했지만 저는 두 딸이 너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무엇을 잘 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아이들이라서요. 이런 딸들을 두고 세상을 보면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지난 대선에 있었던 이대남이라는 용어나 정책들이 무서울 만큼 살벌하게 편향을 조장하고 있으니까요. 다른 나라의 자료들이, 인터뷰들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맞는 책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듭니다. 간혹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었거든요. 가령 여성 작가가 쓴 책을 남성 독자들이 읽지 않는다는 부분?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 실정에 맞는 평등을 위한, 무의식적 편향을 없애기 위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욕심을 가져봅니다. 여성이라고 억울하지도, 크게 불편하지도 않았지만, 딸들이 세상이 사는 세상은 달려졌으면 하는 기대로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꾸역꾸역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내 안의 편향을 바로 보게 되고, 자신에게 질문하게 될 테니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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