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암에 걸리지 않는 식사법 - 암 치료 후 재발 방지와 새로운 식습관을 위한 헬스케어 health Care 25
이지원.김형미.이승연 지음 / 싸이프레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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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예측 가능한 일은 몇이나 될까요? 전혀 예상치 못하게 암을 경험했고, 어쩔 수 없던 경험이었지만 두 번은 경험하기 싫었습니다. 모를 때는 무식하게 용기라도 내 볼 수 있지만 알게 된 고통과 과정들은 용기를 갉아먹죠. 제 삶에 다짐하듯 다시는이라고 주문을 걸어봅니다. 그 주문을 이루어줄 책을 골라요. 실천이라는 무거운 방법도 함께.


저자 이지원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입니다. 현직에 있는 의사 선생님이 암의 표준치료와 함께 병행하면 좋을 식사법에 대해 말해요. 건강기능식품 심의 위원, 비만, 대사증후군, 영양과 관련한 다수의 국책연구 사업을 수행했고, 관련 분야의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습니다. EBS <명의>, KBS <생로병사의 비밀>등에 명의로 선정되어 익숙한 얼굴이죠.

메디 쏠라 연구소 소장님인 김형미 저자는 연세대학교 임상 영양 대학원의 개원 교수입니다. 영양에 관련된 다양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으며 환자의 영양관리 관련 국책연구 사업을 수행했고, 여러 편의 논문이 있어요. 저서로는 <제대로 먹어야 암을 이긴다>, <최고의 위암 식단 가이드>등 15권의 환자식 관련 책이 있습니다.

마지막 저자는 이승연 메디 쏠라 대표입니다. 매디 쏠라는 건강할 때부터 예방을 위하여, 또는 생애 주기에 따른 영양관리의 변화가 필요할 때, 질환에 따른 특별한 식사관리가 필요할 때 등 다양한 상태와 상황에서 최적의 영양 설루션을 제공하는 전문적인 ‘케어 푸드’ 브랜드입니다. 이승연 대표는 자신이 직접 겪었던 몸의 통증을 통해 음식과 식단의 중요성을 깨닫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해요. 그래서 전문적인 예비 엄마 식단, 대사 식단, 암 케어, 당뇨케어, 신장 케어 식단을 통해 다양한 맞춤형 영양 설루션을 제공하고 있죠.


보통 저도 그랬지만, 암 환자들은 치료가 끝나면 바로 예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체력은 쉬어도 나아지질 않고, 음식을 잘 먹지도, 소화시키지도 못하는 몸이 되죠.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마음까지 힘들어져요.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싶은 우울감이 환자를 덮치는 거죠. 책은 그런 암 환자의 특성을 아주 잘 설명하면서 시작해요. 암 치료가 끝났을 뿐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전과 다른 몸을 잘 달래면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재발을 막기 위해 건강 설계를 새롭게 해야 한다고 말하죠. 두 번째는 다시 암에 걸리지 않는 새로운 영양관리라는 제목으로 비막을 막고 표준 체중 유지하기가 제일 먼저 나옵니다. 단순히 굶어서 체중만을 빼는 것이 아니라(암 환자의 경우 매우 위험합니다)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를 파악하고 다양하고 골고루 먹어서 영양의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어느 것이 좋다고 그것만 먹는 것이 아니라, 과하지 않게, 자연식품으로 섭취해서 영양소를 채워야 해요. 귀찮거나 번거롭다고 손쉬운 영양제에만 의존해서도 안 됩니다. 세 번째는 건강한 세포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암 극복 식사법이라는 제목으로 건강한 식재료의 선택부터 나와요. 영양적으로 완벽한 식단을 현실 식단으로 설계하는 법과 건강한 외식을 위한 팁도 나옵니다. 식사로 다 챙길 수 없는 영양소는 영양제를 먹는 방법도 설명하죠. 네 번째는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건강 레시피라는 제목으로 1일부터 15일에 걸친 건강 식단이 사진과 함께 조리법까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또 일품요리 15가지, 죽, 수프, 영양 음료 12가지, 간식과 음료 10가지도 알차게 실려 있죠. 마지막 다섯 번째는 식습관이 깨진 상황에 대처하는 회복 레시피라는 제목으로 7가지 상황별로 정리된 식단이 나옵니다. 암이 불치병이 아니며,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는 설명부터 식생활 개선과 관리를 위한 레시피까지 정말 다양하고 꼼꼼하게 실려 있죠. 오늘은 피로감이 심한 날이니까 장어탕이나 낙지 깍두기 볶음밥, 소고기 청경채 볶음 중에서 골라봐야겠어요.


오메가 3와 오메가 6 섭취의 황금 비율

1:1~4

튀긴 음식을 먹지 말라는 유튜브를 많이 봤어요. 암 환자가 먹지 말아야 할 것 중에서 맨 처음을 장식하는 것이 튀긴 육류입니다. 그래서 기름에 볶는 요리까지도 거의 먹지 않았어요. 가끔씩 계란 프라이가 먹고 싶을 때는 고르고 고른 아보카도 오일을 살짝 둘러 해 먹었죠. 간혹 식당에서 나오는 조기 구이(거의 튀김인)나 가자미 구이는 먹으면서도 찜찜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새롭게 다시 세팅합니다. 적정한 비율이 중요하고, 오메가 6도 먹어야 한다는 것을요. 역시 알아야 하는 겁니다. 카놀라유는 좋지 않다는 유튜브 내용이 많았는데,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암으로 인해 치료받지 못해서 사망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전에는 병원비가 생사를 갈랐다면 이제는 식단 관리와 몸 관리가 생사를 가르는 시대죠. 물론 식단 관리와 몸 관리에도 돈이 들어가지만. 올바른 지식을 갖고 신선하고 균형 잡힌 식단 관리가 삶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 갈 겁니다. 굳이 암 환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요.


죽, 수프, 영양 음료 중에서 마녀 수프라는 것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병아리콩과 렌틸콩을 불려 양배추, 양파, 브로콜리, 토마토와 끓이는 수프죠. 마녀라는 이름에 걸맞게 닭다리살을 구워 함께 끓여 영양가를 높이는 수프입니다. 콩이 식물성 단백질로서 가장 훌륭하다는 것은 거의 모두가 아는 사실이죠. 하지만 콩을 매 끼니 먹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아요. 콩은 그 자체로 단단하기 때문에 미리 불리는 수고도 필요하죠. 그러다 보면 사 놓은 콩들은 김치냉장고에서 잠을 자고, 내 식단은 빈약해집니다. 건강을 챙긴다는 것은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관리하는 것이라 새로운 결심이나 의지가 필요하죠. 그러다가 어떤 날은 타협을 하게 됩니다. 오늘 하루쯤은이라고. 하지만 그 오늘 하루쯤이 이틀이 되고 삼일이 되기는 너무 쉽습니다.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은 엄청나게 어렵고 힘들지만 좋지 않은 습관들은 가만히 있어도 되죠. 김치냉장고 속 잠자는 병아리 콩과 렌틸 콩을 꺼내 마녀 수프를 만들어야겠습니다. 다가오는 명절 힘들 나를 위해 먼저 챙기는 선물처럼요.


처음 서평단을 신청할 때는 그냥 음식 레시피만 잔뜩 있는 책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받고 첫 장을 넘기면서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먹는 것처럼요. 암 환자로서 겪는 마음의 고통과 갈등, 넘쳐나는 정보들로 인해 헤매는 마음들을 가만히 위로하는 것 같았습니다. 표준 치료가 끝나면 모두 끝난 줄 알았던 시절이 생각났고, 관리하기 위해 여러 곳을 기웃 거린 제 모습이 보였지요. 누구도 알아주지 않던 마음들이 위로받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책에 더 신뢰를 보내고 깊이 빠졌으며, 다시는 암에 걸리지 않을 것 같은 희망도 생겨났습니다. 사랑과 위로의 마음이 가득 담긴 음식을 대접받아 본 적 있나요? 그 음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처방전이었으며, 약이었고, 희망이었죠. 마음을 다한 3명의 전문가가 건네는 아름다운 마음 한자락, 당신을 위해 펼쳐 놓습니다. 누구도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식단 관리가 힘들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책을 선물하듯 보냅니다. 내게도, 아직도 암이라는 어두운 동굴 속을 걷고 있는 당신에게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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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역사 - 울고 웃고, 상상하고 공감하다
존 서덜랜드 지음, 강경이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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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에서부터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한권으로 만나는 문학의 역사. 영어가 문학의 주류가 된 이유와 문학을 통해 만나는 그 시대 사람들과 사상,생활 방식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책. 무엇보다 쉽고 잘 읽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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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역사 - 울고 웃고, 상상하고 공감하다
존 서덜랜드 지음, 강경이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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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라는 말에 아직도 설레고 호기심이 생깁니다. 모르는 것을 고르는 것보다 아는 것을 고르는 것이 더 쉽지만, 문학은 저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친구 같아요. 시간을 오래 보내고, 좋아하지만 감히 알려고 하지 않은 친구에게 용기를 내어 다가가 봅니다. 이 책을 통해서요.


저자 존 서덜랜드는 영국의 문학자이자 칼럼니스트 작가입니다. 유니버스 시티 칼리지 런던의 근대 영문학 로드 노스클리프 명예교수로 다양한 레벨의 학생들을 가르쳤고, <가디언>에 문학 서평을 쓰는 한편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쓰고 엮었어요. 특히 저자는 문학의 모둔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가르치고 글을 썼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문학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죠. 자신만의 매력적인 방식으로 깊이 있는 학식에 유머를 곁들이며 <베어울프>, 셰익스피어, <돈키호테>, 낭만주의 시인들, 디킨스, <모비딕>, <황무지>, 버지니아 울프, <,1984>를 비롯한 수십 권의 위대한 고전을 생생하게 소개했죠. 저서로는 <소설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당신이 알아야 할 50가지 문학 아이디어>, <소설가들의 삶: 294명의 삶으로 본 픽션의 역사>가 있습니다. 책은 문학의 역사라는 제목에 걸맞게 연대표로 문학의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페이지로 시작을 합니다. 기원전 20세기 경의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서사시 <길가메시>가 시작이죠. 그리고 마지막은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 독일,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인도, 중국, 일본까지 작가들과 작품이 이어집니다. 서사시의 기원과 내용부터 시작해서 현대까지 여러 나라들의 작가와 작품들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문학을 잘 알지 못하는 저 같은 사람이 보더라도 쉽게 읽히는 것을 보면 저자의 탁월한 능력을 실감하게 되죠. 모두 모르는 사람들이니 아는 사람들과 내용들을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찾으며 읽는 재미도 좋습니다. 물론 당신은 숨은 그림을 더 많이 더 잘 찾겠지만요.


문학을 ‘소비’한다고들 하지만 접시 위에 놓인 음식과 달리 우리가 소비한 뒤에도 문학은 여전히 그대로 있다. 그리고 대게 처음 읽을 때만큼이나 군침이 돌게 한다. (p10)

첫 장은 문학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요. 본격적으로 문학의 역사를 다루기에 앞서 문학이 무엇인지를 개념 정리하듯이 저자만의 시각으로 풀고 있죠. 무인도에 남겨질 경우 갖고 갈 수 있는 책 한 권을 꼽으라고 하면 대게는 자신이 읽었던 책을 고른다고 합니다. 새로운 어떤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이 읽었던 것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감동을 주었던 책을 고른다고 해요. 그러고 보면 저자의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문학을 소비한다고 하지만, 소비한 뒤에도 그대로 있고, 더 군침 돌게 하는 마력이 있는 문학. 문학을 아주 정확하고 쉽게 표현한 말에 감탄을 했죠. 하지만 모든 문학이 소비한 뒤에도 그대로 있고, 처음보다 더 군침 돌게 하지는 않아요. 요즘은 말 그대로 소비만 되는 문학들도 많으니까요. 이 말에 해당되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을 통해 선택받고 검증된 고전이라는 책들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시대를 막론하고 고전을 읽으려고 하는 것이고요. 하지만 고전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잘 이해하거나 와닿지 않을 수 있거든요. 바쁜 현대인에게 맞지 않는 독서법 같지만 요즘이라 더 필요한 고전 읽기, 문학의 매력이지 않을까요?


오스틴의 소설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제대로 살려면 우선 살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삶이 삶을 가르친다. (p161)

저자의 탁월함을 느끼게 되는 문장입니다. 문학의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작품들을 그 특성에 맞는 단 한 문장으로 정의합니다. 오스틴의 소설도 이렇게 정의하죠. 그리고 그 소설들의 내용이 모두 여주인공이 누구와 결혼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합니다. 오스틴의 소설들을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이 문장을 읽고 나자 한눈에 오스틴의 소설이 그려집니다. 그렇구나! 이런 질문을 품고 있는 오스틴의 작품이니 오랜 시간 동안 읽히고 사랑받는 것이겠죠. 비록 1960년대 페미니즘 운동에 도움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삶이 삶을 가르치는 그녀의 메시지는 강력한 것이죠. 제대로 살기 위해 살아보는 삶, 연습 같은 삶이 아니라 매 순간 제대로 살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삶 말입니다. 그녀가 결혼하지 않고 소설을 쓰면서 짧은 삶을 마감한 것은 다행이라고 저자는 말해요. 그렇지요. 지금도 엄마가, 아내가 글을 쓰는 것은 많은 장애물을 과감하게 건너뛰어야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엄마와 아내로서의 삶을 경험했다면 오스틴의 작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방언과 언어의 차이점은 언어는 군대를 뒷배로 가진 방언이라는 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영어가 대영제국이라는 거대하고 막강한 국가를 가졌기 때문에 언어로 인정받고 영문학이 문학사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죠. 문학의 큰 흐름에서는 영어로 쓰인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20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인도나 중국, 일본, 콜롬비아, 아르헨티나가 나옵니다. 뛰어나고 독창적인 한글을 가진 우리가 세계 문학의 역사에 조그만 흔적도 남기지 못한 것이 문학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을 배워요. 결국은 강력한 나라의 힘이 있어야 가능 한 것이죠. 중국이나 인도가 많은 인구수로 인해 살짝이라도 발을 걸친 것에 비교하면 아쉬움이 큽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문학에 대한 자부심과 아쉬움을 느꼈다면 또 하나 깨달은 것은 문학을 그냥 즐기자는 마음입니다. 어차피 저자의 말처럼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는 없어요. 다 읽겠다고 마음먹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죠. 이렇게 읽어야 할 것이 많은 세상에서 어떻게 좋다는 작품만 골라 읽어도 다 읽을 수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문학의 역사를 읽으면서 저의 독서 습관을 돌아봤어요. 도장 깨기처럼 권수에 집착하는 독서가 아니라 문학이 소비되고 나서도 그대로 있고, 더 군침 돌게 하는 것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시대, 나른 나라 사람들이 느꼈고 살았던 감정을 책을 통해 느끼면서 즐기고 싶다고요. 그러다 보면 문학은 그 특유의 힘으로 생각하게 하고, 많은 문제들을 공론화 시키고, 더 나은 방향으로 삶과 사람들을 이끌어 갈 겁니다. 무언가를 하겠다고 거창하게 다짐하고 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즐기는 마음으로, 의무감이나 지적 허영심이 아니라 문학의 본질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독서를 해야겠습니다. 서사시가 지금은 쓰이지 않는 이유와 어느 왕을 세울 것인가를 다룬 셰익스피어의 글들, 비로소 소설의 원형을 갖추게 되는 돈키호테와 천로 여정 등을 읽어요. 그것도 아주 잘 정리된 쉬운 우리 말로요. 간혹 초기 영어의 원형을 보여주기 위해 원문이 그대로 쓰이고 아랫부분에 번역이 나오는 것도 있습니다. 초기 영어나 요즘 영어나 모르기는 매한가지라 색다르면서도 저자의 의도를 느끼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들었어요.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전처럼 기분 상하지는 않으니 감사하다고 해야 할까요? 쉽고 정확한 문학의 역사를 한 권으로 만나보길 원하시는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두께로 압박해 오더라도 읽기는 쉽고 심지어 재미도 있으니 꼭 도전해 보시라고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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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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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이 보여줄수 있는 최고의 작품들이 수록된 책. 피해자는 언제까지 피해자인걸까? 피해자의 애도를 사회는 허용하고 있나? 질문이 많아지는 섬뜩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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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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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싶을 땐 소설을 보라는 말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 투명하게 보여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의도와 목적 같은 것들, 혹은 안타까운 진심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약간은 소설을 멀리했습니다. 글을 쓰려면 결국엔 마음에 가닿은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 마음을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신청한 책입니다. 회색 바탕에 금박으로 처리된 수상작품과 작가들의 이름이 찬란하게 빛나는 표지를 부러운 듯 쳐다봐요.


대상 작가인 안보윤의 <애도의 방식>과 자선작 <너머의 세계>가 실려 있고, 심사평도 이어서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우수작을 수장한 작가들과 작품들이 함께 실려 있어요. 강보라 작가의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겨>, 김병운 작가의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김인숙 작가의 <자작나무 숲>, 신주희 작가의 <작은 방주들>, 지혜 작가의 <북명 너머>, 기수상작가인 김멜라의 <이응 이응>까지 총 10편의 단편 소설들이 실려 있어요. 작가들은 대체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10년 내외의 젊은 작가들입니다. 앗 대상 작가인 안보윤은 2005년 문학동네 작가 상을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으니 20년이 다 되어 가네요. 단편 소설은 숨겨진 맥락과 뜻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서 작가의 의도대로 읽어내기 쉽지 않습니다. 바짝 긴장하고 소란하다는 첫 문장 속으로 들어가요.


알 리가 없다. 이미 으깨진 것을 기어코 한 번 더 으깨놓는 사람의 마음 같은 건. (p28)

대상 수상작품 속 심사원들의 찬사를 받았다는 문장입니다. 졸업식에 참여하지 않은 주인공 동주는 미도파에서 일을 하면서 소란한 소음 속으로 자신을 몰아넣어요. 터미널이 함께 있는 공간 옆에서 찻집이지만 점심 특선으로 함박스테이크와 콩나물국을 파는 미도파는 늘 소란합니다. 늘 소란하지만 자신을 끈질기게 찾아오는 한 여자로 인해 동주의 소란 속 고요는 깨어지게 되죠. 그녀는 주문한 함박 스테이크를 먹지 않습니다. 함박스테이크 위에 올려진 계란 노른자를 포그로 헤집고 함박 스테이크를 으깨놓죠. 그 모습을 본 동주가 하는 말입니다. 이미 으깨진 것이라는 것은 단순하게 보면 함박 스테이크를 말하는 것이지만, 깊이 들어가면 동주 자신의 마음이죠. 무엇으로 인해 으깨진 것일까요? 여자는 왜 이토록 끈질기게 동주를 찾아와서 간절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해 달라고 애원하는 걸까요? 동주와 여자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질문에 답하면 이 소설을 모두 읽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제목이 왜 애도의 방식인 걸까요? 동주에게 애도할 사람은 누구일까요?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걸. 오늘 장희 군한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요. 삼촌은 절대로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았다고. 곁에 있는 사람을 하루라도 더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삼촌이었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고.(p154-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중에서)

성경적 가치관을 갖고 있는 제게 늘 동성애는 풀기 어려운 숙제 같은 것입니다. 동성애를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를 증오하거나 미워하지 않으면서 사랑해야 한다는 큰 전제가 있지만, 늘 머리와 마음은 따로 놀았죠.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이야기와 삶이 있을 텐데도 알지 못하는 저의 짧은 경험과 지식으로, 혹은 좁은 마음으로 그들은 늘 멀리 있는 사람들이었지요. 특히나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아직도 보수적인 색채가 강하고 가부장적인 읍 소재지 이니 그렇게 사는 것이 쉬웠습니다. 하지만 이 짧은 소설을 읽고 깨닫습니다. 저의 가식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요.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고, 자신의 성적 취향이나 정체성으로 인해 많은 비난과 조롱, 심지어는 가족과도 단절된 삶을 살아왔던 아픔을 봅니다. 같은 동성을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지만 그것 말고는 나와 전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아요. 직계 삼촌은 아니지만 삼촌뻘의 원진 무씨는 시대가 지금보다 더 보수적일 때 동성애자였습니다. 그로 인해 가족들로부터 죽은 사람으로 취급받아요. 유독 삼촌을 잘 따랐던 장희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삼촌을 보살피고 있다는 사람의 방문을 받습니다. 그 사람들 통해 삼촌의 삶을 접하게 되죠. 그들의 삶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결코 사람으로서 품위를 잃지는 않았다는 말을 전해 듣습니다.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지만,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살았고, 주위에 있는 사람을 살고 싶게 만든 사람이라면 존경받아 마땅해요. 그가 동성애자라고 할지라도요. 그러면서 깨닫습니다. 동성애를 찬성하지 않으면서 동성애자를 사랑하는 법을요. 그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을 동성애를 빼고 사람으로 보면 되는 것이죠. 내 좁은 생각과 편견 속에 사람들을 가두고 난도질하거나 정죄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뉴스를 보면서도 전처럼 비난과 조롱으로만 그들을 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들도 사람이라는 따뜻한 눈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래서 소설(문학)이 무용하다는 시대에도 꾸준히 읽히고 창작되는 모양입니다.


이 외에도 소설은 기발하고 참신한 소재와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자작나무 숲은 호더 할머니의 집을 둘러싼 상속에 대한 이야기이고, 작은 방주들은 지금 시대 상황을 정학하고 슬프게 담았어요. 늘 최선을 다해 버티던 친구가 비트 코인 회사로 이직하고, 사기에 휘말리면서 실종되었습니다. 비트 코인 광풍이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피해자를 많이 남겼다는 사실을 인지했지요. 또 <북명 너머>에서는 북명이라는 백화점에서 함께 일한 조옥 언니와의 일들을 다루면서 그 시대 상황과 장소적 특징이 어우러져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내죠.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에서는 고급 취향에 대한 신랄함을 보여줍니다. 기수상작으로 실린 <이응 이응>은 앞으로 일어날 것 같아서 쓸쓸하면서도 섬뜩한 느낌을 줬어요. 멀지 않은 미래에 이응이 곳곳에 설치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대상작인 애도의 방식이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학폭 피해자라거나 가해자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알고 살고 있는 제게 소설은 말하는 것 같았어요. 이렇게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맡겨두고 있으면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학폭 피해자의 범위는 어디까지 인지 마음이 답답하고 슬펐어요. 동주가 단 한 번 질문의 답을 비틀었던 것처럼, 그 힘으로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기를 바라고 믿고 싶습니다. 소설 속 동주가 소설에만 있지 않을 것 같은 섬뜩함 때문이죠. 우리가 나와 네가 아니라 우리가 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꿈꿉니다. 누구도 강요에 의한 애도가 아니라 자신만의 애도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요.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에 나오는 원진무 삼촌 같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헛헛하고 쓸쓸하지만 그래도 비관적이지 않은 것은 동주에게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애도하는 힘이 느껴져서입니다. 우리 아직은 살아 볼 만한 세상인 거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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