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는 독서모임, 이렇게 합니다 - 10년 차 독서모임 리더의 이토록 다정한 안내서
김지영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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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에는 독서 모임을 직접 꾸리는 것이 희망 사항입니다. 현재는 독서 모임에 참여만 하고 있는데, 육아에 지친 엄마들과 함께 책으로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커졌어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아주 좋은 책을 만나서 생각에 날개를 단것 같습니다.


저자 김지영은 책 읽는 사람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고 강의하고 글을 쓰죠. 독서 코칭 전문강사로 사람들과 만나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어린이들과는 그림책을, 청소년 및 성인들과는 고전문학을 중심으로 읽고 쓰고 토론한다고 합니다. 책과 사람들이 좋아서 독서모임을 만들었고, 엄마들의 독서모임을 시작으로 다양한 독서모임을 통해 함께 읽고 나누며 성장하는 매력에 빠져, 10년째 쉼 없이 독서모임을 기획. 운영하고 있어요. 독서 모임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1장은 독서모임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저자의 노하우가 친절하게 나옵니다. 책을 읽으려고 하는 이유부터 많은 사람들이 독서 모임을 하는 이유, 온라인과 오프라인 독서 모임 비교, 완독의 부담과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한 지침까지 나와요. 독서 모임은 마라톤과 같아서 예의를 지켜야 하고 모임을 방해하는 분들을 대처하는 방법까지 정말 세세하게 나옵니다. 2장은 실제적인 독서 모임을 꾸리는 법에 대해서 나와요. 독서 모임의 목적부터 회원 모집, 모임 장소 선정, 진행하는 방법, 첫 모임의 방법, 책 선정법, 발제와 모임이 끝난 후 회원 관리까지 설명하고 있죠. 3장은 잘 되는 독서모임의 유형들을 보여줍니다. 책 읽기보다는 사람을 우선으로 하고 수다에 품격을 더하며 책 한 권을 깊이 있게 읽어요. 또 좋은 논제를 가지고 좋은 질문들을 나누죠. 모임이 지루해지는 순간을 포착해서 새롭게 하는 방법과 모임 안에 소모임을 통해 관계를 다지는 법도 나옵니다. 종이책만 고집하거나 좋은 책들만 고집하지 않고, 가끔은 만화를 읽기도 하고 책 원작 영화나 공연을 보기도 하고, 지자체 지원금을 받아서 새롭게 운영하는 법도 나와요. 4장은 함께 읽어서 좋은 점들에 대해서 나옵니다. 혼자 읽기 어려운 벽돌 책도 읽고, 같은 책을 다른 시선으로 보는 법을 통해 다름을 배워나가요. 질문하고 사유하는 기쁨을 알아가고 함께 라면 책태기(책 권태기)도 극복이 쉽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면서 소통의 기술은 덤으로 익히고 성장과 배움을 꿈꾸게 된다고 합니다. 마지막 5장은 독서를 넘어 변화와 행동으로 이어지는 진정한 독서모임에 대해 말해요. 불편한 책과 친해지고 고전을 읽으며 꾸준하게 읽어야 한다고 합니다. 책을 통해 더 좋은 선택지를 늘려가고 다른 사람과 세상을 바꾸려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바꾸라고 하죠. 읽은 책과 삶이 다르지 않게 살아야 말에도 행동에도 무게가 있겠지요. 독서모임으로 성장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기 좋은 책 100이 실려 있어 이 한 권으로 독서 모임을 당장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요?


살면서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마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자신의 교만함을 마주하고 ‘겸손해지는 것. 겸손함으로 사람과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P20)

책의 처음은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나옵니다. 다른 바쁜 일도 많고, 경제적인 활동도 많은데 굳이 투자한 시간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해요. 저의 경우는 그냥 좋아서 읽습니다. 다른 어떤 활동을 할 때보다 뿌듯하고 책을 읽는다는 우월함도 즐기는 것 같습니다. 재미도 있고요. 그리고 훈련된 것 같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우울할 때도, 몸이 아파서 활동이 힘들 때도 그냥 책을 읽으니까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혼자만의 만족으로 읽습니다. 그랬던 책 읽기를 다시 돌아봅니다. 나의 책 읽기는 무슨 목적으로 왜 계속 이어져 왔는지를요. 인정 욕구가 강한 저는 책을 통해 인정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책을 읽어도 그 모양이라는 말을 남편에게서 듣는 것이고요. 자신의 교만함을 마주하고 ’겸손‘해져야 하는데, 겸손이랑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부터 독서 모임을 통해 함께 읽기를 하고 있어요. 함께 읽으면 내가 놓쳤던 부분, 나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을 알게 돼요.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은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죠. 함께 읽기를 직접 운영해 보고자 한다면 저자의 첫 당부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책을 통해 자신의 교만함을 마주하고 ’겸손‘해져야 합니다. 사람과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요. 친절한 안내서가 있어도 결국은 사람입니다. 좀 더 겸손하고 관대한 사람이 되어야겠어요.


독서모임을 하면서 달라진 것 중 하나는 많이 읽기의 강박에서 완전히 놓여난 것이다. 이제는 많이 읽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대신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겠다는 각오로 깊이 읽기에 신경 써서 읽는다. (p133)

독서 모임의 준비 격인 1장과 실제 독서 모임을 꾸리는 법인 2장을 지나 3장의 내용입니다. 잘 되는 독서 모임은 어떻게 다른가 보여주는 장이죠. 사람을 우선에 놓고, 단순한 수다로 시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수다의 품격을 높이는 모임이 좋은 모임이라고 해요. 그다음에 책에 관해서 나옵니다. 책에 관해서는 첫 장을 많이 읽기 대신 깊이 있게 읽기를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독서모임을 2주에 한 번씩 하고, 사이사이 서평단 책을 읽고, 읽고 싶었던 다른 책을 읽기도 해요. 그렇게 하면 한 달에 못해도 10권은 읽습니다. 이렇게 읽으려면 엄청나게 바쁩니다. 속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오롯이 읽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어떤 때는 서평 쓰기에 급급해서 읽은 것도 있고, 고전은 펼쳐서 몇 달을 그냥 두기도 합니다.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책도 있고, 서평을 쓰고는 까맣게 잊어버리는 책도 자주 발생해요. 그래서 올해는 새로운 달이 시작될 되면 다짐을 했는데, 12월인 마지막 달에도 여전히 많이 읽기를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위에서는 자꾸만 깊이 있게 읽기의 사인을 주는데도 제가 무시하면서 권수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죠.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독서 모임을, 그것도 잘 되는 독서 모임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깊이 있게 읽기를 해야 합니다. 질문을 뽑고, 함께 나눌 논제를 정하고, 내용을 숙지해서 정리하고 하려면 깊이 있게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죠. 잘 되는 독서 모임을 위해 운영자가 할 일이 많네요. 그냥 시작하면 될 줄 알았는데, 역시 사람은 책을 읽어야 하고 배워야 합니다.


결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어요. 책을 읽어도 그 사람이 보이고, 따뜻하고 배려하는 것이 느껴지죠. 만나면 아름다운 태도를 보여줘서 감동하게 하는 사람도 있고요. 저자는 책을 통해 만나지만 결이 아름답고 태도가 아름다운 사람 같습니다. 책을 펼치자 저자의 마음을 담은 친필 사인이 반갑게 웃고 있었어요. 몇 자 안 되지만 진심을 담아 꾹꾹 눌러쓴 손글씨를 보는 순간 이미 이 책은 제가 중요한 책이 되었습니다. 마음이 말랑말랑 해져서 책의 내용도 쉽게 받아 들 일 수 있었죠. 구성도 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독서 모임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서 실제로 꾸리는 법을 지나 잘 되는 독서 모임의 다른 점을 소개하고, 함께 읽기의 장점을 나열하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을 읽고 나누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변화와 행동까지 상세하게 나와요. 한 장이 끝날 때마다 요약해서 써놔서 그것만 봐도 내용 정리가 잘 되는 느낌입니다. 독서 모임을 통해 성장한 사람들의 인터뷰도 어떤 설득의 말보다 깊이 다가왔습니다. 부록의 책 목록은 신의 한 수처럼 절묘했죠. 그래서 이 한 권이면 독서 모임은 정말 잘 될 것 같아요. 왜 책을 읽고 나누려고 하는지부터 시작해서 읽은 책과 삶이 다르지 않은 행동의 변화까지 실려 있으니까요. 책을 읽으면서 제 독서의 문제점도 깨닫고 독서 모임에서 제가 어떤 행동과 말을 했는지도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독서의 방향도 잡을 수 있었죠.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서 독서 모임이 저자의 바람처럼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새해에 독서 모임을 꾸리고 저자에게 인스타로 격려하고 싶네요. 친절하고 겸손한 책 덕분에 독서 모임을 잘 운영하고 있다고요. 느리지만 확실한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책을 가까이하고 독서하는 모든 분께, 혼자 읽기에 지치고 책 권태기가 온 많은 분께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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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 - 진짜 사랑을 잊은 한국 사회, 더 나은 미래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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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사랑이 사회와 개인에게 입히는 피해와 문제점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개념을 명확히 설명하고 진짜 사랑을 하는 사회를 위해 개인과 사회가 해야 할 일도 명확하게 설명한다. 사람을 살리는 진짜 사랑을 하는 사회로 가는 길이 명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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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 - 진짜 사랑을 잊은 한국 사회, 더 나은 미래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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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생각 없이 살다가 문득 내가 하는 사랑이 진짜일까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제게 책이 마음에 꽂혔지요. 가짜 사랑을 사회가 권한다고? 가짜인 줄도 모르고, 열심히 사랑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마음이 됩니다. 가까를 말하기 전에 진짜를 먼저 알아야겠지요? 진짜 사랑으로 떠나는 불편한 여행을 시작합니다.


저자 김태형은 심리연구소 ‘함께’의 소장입니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어요. 주류 심리학에 대한 실망과 회의로 학계를 떠나 사회운동에 몰두하다 다시 심리학자의 길로 돌아왔습니다. 주류 심리학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한국 사회를 향한 꾸준하고 거침없는 발언으로 ‘싸우는 심리학자’라고 불리죠. 저서로는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 <한국인의 마음속엔 우리가 있다>, <싸우는 심리학>이 있습니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어요. 1부에서는 현실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가짜 사랑과 그것이 초래하는 심리적, 사회적 피해를 다루고 있습니다. 2부는 가짜 사랑이 무엇인지, 왜 오늘날 한국인들이 가짜 사랑을 하게 되는지를 설명하죠. 마지막 3부에서는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진짜 사랑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있어요. 사랑이 넘쳐나지만 모두 사랑에 실패하는 요즘 우리들의 모습 속으로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저자와 함께 들어가 봅니다.


조건부 사랑의 목적은 타인을 지배하고 조종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것은 가짜 사랑이며, 조건부 사랑을 받는 사람은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p34)

부모의 조건부 사랑에 대해 말하는 부분입니다. 한국 사회는 신자유주의 물결에 따라 공동체가 무너지고 개인이 파편화되어 사랑을 나누고 배울 기회를 점점 잃어간다고 해요. 가장 마지막 공동체이자 사회의 기본이 되는 가정도 예외가 아니죠. 부모는 자식을 어떻게 사랑하나요? 예뻐서, 공부를 잘해서? 아닙니다. 그냥 자식이라서 사랑하는 겁니다. 어떤 조건도 붙이지 않고 자식이라는 존재 자체로. 하지만 요즘에는 부모들의 사랑이 점점 조건화되고 있어요. 시험 성적을 위해 아들에게 밤잠을 재우지 않는 엄마, 자녀의 대학 입시를 위해 모든 것을 거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학원과 학원 사이를 뺑뺑이 돌리듯이 보내면서 부모는 말해요. 너를 사랑해서라고요. 정말 사랑한다면 그 대상이 불행한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부터도 얼마나 많이 조건을 걸고 아이들을 대해왔던지, 얼굴이 화끈해요. 특히 큰 아이에게는 시험기간에 같이 보초를 서면서 말로는 독려와 격려지만 사실을 따져보면 감시인 일을 했습니다. 오죽하면 아이가 시험기간에 먹는 고기반찬을 싫다고 했을까요? 그때 저는 미성숙했고, 부모의 사랑을 몰랐습니다. 조건을 거는 사랑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사랑하는 법을요. 입으로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조건을 걸게 되면 상대도 알게 됩니다. 자신이 사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요. 가끔씩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반찬에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좋아하는 메뉴를 선택합니다. 얄팍한 내 조건이 모두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요. 그래도 인정해야 치유도 성장도 있는 것이니, 아프게 처방전을 들여다봅니다.


진짜 사랑은 사람을 살게 하지 죽게 만들지 않는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건 그의 몸뚱이가 아니라 그의 정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즉 그가 품고 있던 숭고하고 아름다운 꿈, 그가 평생을 바쳐서라도 하고자 했던 일, 그가 사랑했던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p148)

가짜 사랑이 판치는 사회의 문제점과 가짜 사랑에 대해 말해왔던 저자는 2장에서 진짜 사랑에 대해 말해요. 내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중심이 되는 사랑, 상대를 나의 뜻대로 혹은 내 마음에 맞게 바꾸려는 마음 없이 온전히 존중하고 소중히 대하는 마음이 진짜 사랑이라고 해요. 지난해 읽은 책 <인생의 역사>에는 이런 구절이 나왔어요.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사랑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요. 그때 그 말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런 사랑은 진짜가 아닙니다.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뿌듯함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하는 자신을 사랑하면서요. 이것은 정말 이기적인 사랑입니다. 상대가 전혀 없는, 나만을 위한 사랑이죠. 진짜 사랑은 그 사람의 외모나 능력, 상황과 여건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정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책에서는 지독한 사랑을 고백하다가 상대가 돌아서면 상대를 죽이는 사랑을 예로 들어요.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상대를 죽여서 누구도 소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뜻을 꺾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정신을 지켜주고 원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게 해 주는 거예요. 간혹 선교사가 순교하면 그 부인이 남편의 뜻을 이루기 위해 선교의 전선으로 뛰어드는 것처럼요. 그 사람의 정신과 이루고자 했던 꿈과 소망까지 사랑하는 것이 진짜 사랑입니다. 가짜 사랑에 익숙하고 내 중심적인 사랑에 익숙한 저는 당황해요. 남편이 무엇을 진정 이루고 싶은지를 아직도 모르고 있으니까요. 진정한 사랑을 위해 나를 향한 관심과 시선을 내려놓고 상대에게 집중해 봐야겠습니다. 딸들이 진정 원하는 것과 남편이 원하는 것들을 지극한 관심으로 관찰하면서요.


책에서 가짜 사랑을 개인만의 문제로 얘기하지 않습니다. 신자유주의 물결에 따라 공동체가 급격하게 해체되어 공동체가 거의 사라진 사회의 문제라고 해요. 또한 개인이 파편화되면서 서로 협력하고 사랑하는 존재로 서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상대로 보게 되면서 더욱 가짜 사랑이 판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SNS를 통해 보여주는 사랑이 넘쳐나고,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환상에 가까운 사랑 이야기가 당연하게 나옵니다.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인데도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점점 더 가짜 사랑에 익숙해지고, 진짜 사랑을 잃어가요. 어떤 것이 진짜 인지, 가짜 인지도 모른채요. 이렇게 된 큰 요인으로 물질주의를 통한 돈의 힘입니다. 돈이 사람보다 우선이 된 한국 사회에서 돈이 사랑까지도 지배하게 된 것이죠.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관계가 아니라 돈에 의해 서열이 매겨지고 서로 서로 도미노식으로 갑질을 하면서 더욱 피폐해집니다. 그래서 저자는 해결책으로 생존 불안을 없애기 위해 기본 소득을 얘기해요. 먹고사는 것에 대한 불안이 사라지면 불안이 줄어들고, 돈의 위력도 힘을 조금은 잃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존중 불안을 부르는 계층 간 불평등도 해소되게 된다고 해요. 저자의 고등학교 지각 벌칙에 대해 나오는 부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지각하면 다 같이 운동장을 열 바퀴 돌고 교실로 들어가던 벌칙을 어느 날부터 선착순 2명으로 끊으면서 지독한 경쟁과 반칙이 난무하게 되었다고 해요. 지난 학교생활을 보면 거의 대부분 경쟁을 유발하는 벌칙이나 상벌이 많았습니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너무 오래 그렇게 해 오다 보니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르고 당연해졌지요. 이제라도 진짜 사랑으로 가는 사회를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겠습니다. 개인은 개인의 일을, 국가나 공동체는 그들의 일을 당장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길고 넓은 안목으로 해야겠습니다. 기본 소득도 조금 더 활발하게 논의되고, 다양한 의견들을 수용하면서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선거철 한철 공약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하고 사람을 살리는 진짜 사회는 그냥 오지 않으니까요. 사랑하기와 사랑받기 사이에서 힘들어하고 있나요? 당신의 사랑이 매번 쉽지 않고, 실패로 끝나나요?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권합니다. 가짜 사랑을 구별하고, 진짜 사랑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다소 불편하고 아프지만, 확실한 처방전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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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간 고등어
조성두 지음 / 일곱날의빛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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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을 중심으로 고등어처럼 펼쳐지는 여인 3대의 삶과 사랑. 우리나라의 격변기에 휘말리면서도 당당하고 단단하게 살아낸 여인들의 서사시! 고등어는 속을 완전히 비워내고 한 몸 같은 한 손이 된다. 자신을 오롯이 비워낸 사랑으로 상대를 품고 하나 되는 사랑으로 살아내는 삶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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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간 고등어
조성두 지음 / 일곱날의빛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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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가 산으로 가면서 펼쳐지는 신앙 이야기라고 해서 신청한 책입니다. 책을 읽느라 성경을 많이 읽지 못한 부채감으로 선택된 거죠. 고등어는 산으로 가는데 내 믿음은 어디로 가고 있나 생각하며 푸른 고등어에게 눈길을 줍니다.


작가 조성두는 식물과 친해서 잘 죽이지 않고 오래 친구 한다고 합니다. 식물 친구들과의 이야기를 시와 함께 글로 써오다가 문득 깨달았다고 해요. 자신 안에도 글이 나무가, 시편이 크고 있다는 것을.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고, 철학도 잠깐 했고, 교육과 방송 미디어 쪽에서 주요 이력과 사업을 했습니다. 생명과 섭리, 그리고 소망, 소명에 대해서 앞으로 꾸준히 쓰고 싶다고 말해요. 그럼 이 작품은 작가의 소설 첫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지리산 골짜기에서 박해를 피해 살고 있는 신앙촌의 초향과 고등어를 들고 찾아온 성원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외부인에게 곁을 잘 주지 않던 초향의 부모님은 산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고등어로 인해 마음을 열게 되고, 초향과 원은 원의 집안의 반대에도 결혼을 하기로 합니다. 여기서부터 초향과 송이, 유화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여성들의 삶과 구한말과 6.25를 거친 우리 민족의 아픈 현대사가 펼쳐집니다. 숨어서 초향을 지켜보던 비릿한 고등어 냄새를 풍기는 원이와의 설레는 첫 만남으로 들어가 봐요. 약간은 설레면서.


염장을 말한다. 내장을 꺼낸 고등어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다. 힘든 일이었다. 끝없이 구박이 계속되는 과정이었으니까. (p41)

그 당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죽음을 각오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신앙을 가진 며느리를 인정하지 못했던 시어머니. 시어머니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집으로 들어온 며느리를 날마다 구박합니다. 간잡이로 살아가는 시어머니는 간잡이 일을 며느리에 시키면서 매일 구박을 해요. 며느리 초향은 부모님이 모두 관에 잡혀가서 옥에 갇히는 바람에 갈 곳이 없습니다. 잡혀가기 전 아버지와 어머니께 큰절을 하고 유언처럼 십자가를 받아서 혼자 약혼자인 원의 집으로 찾아온 것이죠. 초향은 원하지 않았지만, 심한 구박과 욕설을 견디며 간잡이를 배우고, 아이를 임신하게 됩니다. 남편인 원이는 보부상이라 시아버지랑 장으로 떠돌고, 집으로 돌아와서 초향과 함께 있는 날은 며칠 되지 않아요. 초향은 하루 종일 자신을 구박하는 시어머니와 함께 일을 배웠어요. 일 녀도 안되게 배운 이 간잡이가 초향과 이후 딸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줘요. 초향은 왜 일 녀도 안되게 이 일을 배웠을까요? 원과 초향 사이의 딸이 송이인 걸까요? 격변의 우리나라 정세와 그보다 더 휘몰아치는 초향의 삶이 구슬프게 이어집니다. 하지만 초향은 믿음을 가진 사람으로 당당하고 단단합니다. 시어머니를 용서한다는 마지막 말은 너무 크고 힘이 있어 비현실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니까요.


“방아잎으로 감싸고 또 썰고 갈아 넣어도 감출 수 없는 악취가 있구나. 송이야! 말하자면 사람도 생물이고 각자의 선도가 있다. 물론 가엾은 고등어 한 마리에 담긴 비린내의 사연을 사랑해 줄 수는 있다. 그러나 들어주는 것과 그 향기에 젖는 일은 전혀 다르다.” (P136)

이제 2대 주인공 송이의 등장입니다. 송이는 춘삼과 초향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죠. 춘삼은 청송 옹기골의 노총각이었고, 초향은 부모님의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되어 시집을 떠나와 청송으로 오게 됩니다. 바닷가 마을에서 청송까지 오는 동안 초향은 탈진했고, 쓰러진 초향을 춘삼은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며 관계를 이어와요. 둘 사이에 송이가 태어나기까지 많은 시간과 일들이 일어납니다. 어쨌든 나이 많은 춘삼이 먼저 죽자 초향은 딸 송이를 잘 키우기 위해 서울로 거처를 옮겨요. 아무런 터전도 없는 곳에서 초향은 고등어를 손질하고 파는 가게를 장만하게 됩니다. 가게를 장만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초향은 억척스럽게 딸 송이를 선교사들에게 공부를 시키고, 영어도 배우게 해요. 일제강점기를 지나고 있는 구한말, 송이는 엄마의 교육으로 인해 시대보다 훨씬 앞서는 신여성이 되죠. 신여성이라고 해도, 직장을 가지거나 취업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송이는 정구 선수가 되어 뭇 남성들의 시선을 받습니다. 그중 한 사람, 민영민을 두고 엄마가 하는 말이죠. 송이는 남성들의 시선을 즐깁니다. 딱히 거절하지 않으면서 주위 남자들을 저울질하기도 하고요. 민영민은 민씨 가문으로 권력과 재력을 모두 갖춘 집안의 자제였죠. 마음을 확실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송이는 민영민에게 많이 기울어 있었습니다. 엄마 초향은 민영민의 사람됨을 꿰뚫어 봅니다. 기도하는 사람이라서인가요? 탁월한 통찰력으로 민영민이 풍기는 비린내는 감추기가 어렵다고 말하죠. 또 그 비린내의 사연을 사랑해 줄 수는 있지만 자신이 비린내에 젖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요. 민영민이 풍기는 비린내는 송이라는 향기로도 감추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엄마는 송이가 굳이 외형적인 것만 보고 비린내로 자신을 물들이지 않기를 바라요. 하지만 딸은 엄마만큼 보지 못합니다. 엄마 초향에게 보이고 느껴지는 비린내를 송이는 맡지 못합니다. 엄마 말을 잘 들어야 하는데, 송이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우리 결혼합시다.”

“네. 우린 결혼합니다.” 우린 한 손의 푸른 고등어가 되었다. 기적적으로 그가 깨어났다. (P322)

송이는 신학생이었던 고요한과 결혼해서 1남 3녀를 둡니다. 그중 첫째 딸은 어려서 죽습니다. 엄마 초향은 날로 격해지는 시대 상황에 따라 딸을 중국으로 보내요. 일제 말기로 접어들고 있어 전쟁의 광기가 조선을 삼키던 때였죠. 송이는 고요한과 함께 중국 내륙을 떠돌며 모진 시간을 보내요. 3.1 운동에 신학생으로 참여해서 민영민으로부터 보복에 가까운 고문과 투옥을 견딘 후 완전히 독립운동으로 돌아서게 되는 고요한은 중국에서도 임시정부와 연락을 하고, 외국인 선교사들을 통해 구호 활동을 이어갑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고요한이 적십자를 통해 받아온 식료품들이 가족들을 살려요. 큰 딸인 현아는 아버지를 따라 구호 현장에 자주 나가 통역과 환자를 돌보다 미국 청년을 만나요. 그 미국 청년이 일러주는 국제 정세를 기반으로 송이는 한국으로 해방되기 몇 달 전에 돌아옵니다. 큰 딸 현아는 미국 청년과 결혼해서 미국으로 보내고요. 그렇게 돌아온 송이는 녹주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자리를 잡아갈 무렵 6.25를 겪습니다. 아들 이현이 군대에서 전사가 되고, 전장에서 돌아온 임현을 의지하며 사업의 중요한 부분을 맡겨요. 임현은 송이네 집에 가정부로 들어온 일본인 엄마의 아들이었고, 딸 유화와 각별한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유화는 전쟁터에서 돌아온 임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임현의 속을 태워요. 그러다가 4.19 데모에 나섰던 유화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임현이 총상을 당해 사경을 헤매게 됩니다. 유화는 진실한 사랑, 고등어처럼 속을 모두 긁어내어 텅 빈 임현의 사랑을 깨닫고 결혼을 결심하죠. 그러나 임현이 살아나야 가능한 것입니다. 유화가 결혼을 결심하자 임현은 기적적으로 눈을 뜨고 마침내 고등어 한 손 같은 부부가 됩니다. 비로소 3대에 걸친 비극적인 삶도 희망의 빛으로 바뀌기 시작하죠. 이후의 이야기는 초향이, 송이가 누렸으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처럼 펼쳐져요. 다행히 6.25와 4.19를 겪은 우리나라도 안정을 찾아가고요. 푸른 한 손의 고등어처럼 푸르게 빛날 그들의 삶을 응원합니다.


책은 읽기가 쉽지 않았어요. 평소 접해 보지 못한 문체라 시간이 더 걸렸고, 익숙한 청송 사투리(영덕과 인접해 있어)도 글로 읽으려니까 쉽지 않았죠. 말인데, 글로 써 놓으니 영 어색해서 두 번씩 읽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꾸역 꾸역 열심히 읽었어요. 중간중간 빛나는 문장들을 만나기도 하고, 고등어를 통해 삶을 엿보는 통찰을 읽기도 했습니다. 여인들의 삶, 시대가 혼란스럽고 어려울 때 더 힘겨울 수밖에 없는 여인들의 삶이 깊이 다가왔어요. 힘들고 어려운 고난 가운데서도 신앙을 가진 여인들이었기에, 더 단단하게 고등어처럼 속을 비워내며 인내하고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신앙이 없어도 삶은 살아가겠지요. 하지만 고난을 바라보는 삶의 태도와 헤쳐나가는 힘은 분명히 다를 거예요. 처음 이야기의 시작인 초향과 원이의 만남은 비극적으로 끝납니다. 초향은 사랑했던 원이의 자녀를 얻지 못했어요. 자신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는 춘삼이와 사이에서 딸 송이를 얻어요. 송이는 민영민과 고요한 두 사람 사이에서 민영민을 선택했다가 큰 시련을 만납니다. 마지막 딸인 유화는 임현의 사랑을 외면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해요. 인생은 많은 선택들의 연속입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선택하느냐는 중대한 선택부터 사소하게 식사 메뉴를 결정하는 것까지. 그 선택의 기준을 신앙으로 두고 살아가면 삶이 단단하고 당당해질 것 같아요. 가치를 신앙에 두는 삶은 쉽게 세속적인 것들로 휘둘리지 않을 테니까요. 초향의 아버지가 그 당시 어마어마했던 당백전을 돌려주었던 것처럼요. 고등어를 아무 생각 없이 먹었는데, 이제는 고등어가 가볍지 않을 것 같습니다. 속을 모두 비워내고 한 몸처럼 한 손으로 우리에게 오는 고등어처럼 내 삶도 잡다한 모든 것들을 비워내고 주님과 한 몸 되는 삶을 살야겠습니다. 조금 더 당당하고 단단하게! 비릿하지만 고소한 고등어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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