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 - 진짜 사랑을 잊은 한국 사회, 더 나은 미래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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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생각 없이 살다가 문득 내가 하는 사랑이 진짜일까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제게 책이 마음에 꽂혔지요. 가짜 사랑을 사회가 권한다고? 가짜인 줄도 모르고, 열심히 사랑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마음이 됩니다. 가까를 말하기 전에 진짜를 먼저 알아야겠지요? 진짜 사랑으로 떠나는 불편한 여행을 시작합니다.


저자 김태형은 심리연구소 ‘함께’의 소장입니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어요. 주류 심리학에 대한 실망과 회의로 학계를 떠나 사회운동에 몰두하다 다시 심리학자의 길로 돌아왔습니다. 주류 심리학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한국 사회를 향한 꾸준하고 거침없는 발언으로 ‘싸우는 심리학자’라고 불리죠. 저서로는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 <한국인의 마음속엔 우리가 있다>, <싸우는 심리학>이 있습니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어요. 1부에서는 현실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가짜 사랑과 그것이 초래하는 심리적, 사회적 피해를 다루고 있습니다. 2부는 가짜 사랑이 무엇인지, 왜 오늘날 한국인들이 가짜 사랑을 하게 되는지를 설명하죠. 마지막 3부에서는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진짜 사랑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있어요. 사랑이 넘쳐나지만 모두 사랑에 실패하는 요즘 우리들의 모습 속으로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저자와 함께 들어가 봅니다.


조건부 사랑의 목적은 타인을 지배하고 조종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것은 가짜 사랑이며, 조건부 사랑을 받는 사람은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p34)

부모의 조건부 사랑에 대해 말하는 부분입니다. 한국 사회는 신자유주의 물결에 따라 공동체가 무너지고 개인이 파편화되어 사랑을 나누고 배울 기회를 점점 잃어간다고 해요. 가장 마지막 공동체이자 사회의 기본이 되는 가정도 예외가 아니죠. 부모는 자식을 어떻게 사랑하나요? 예뻐서, 공부를 잘해서? 아닙니다. 그냥 자식이라서 사랑하는 겁니다. 어떤 조건도 붙이지 않고 자식이라는 존재 자체로. 하지만 요즘에는 부모들의 사랑이 점점 조건화되고 있어요. 시험 성적을 위해 아들에게 밤잠을 재우지 않는 엄마, 자녀의 대학 입시를 위해 모든 것을 거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학원과 학원 사이를 뺑뺑이 돌리듯이 보내면서 부모는 말해요. 너를 사랑해서라고요. 정말 사랑한다면 그 대상이 불행한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부터도 얼마나 많이 조건을 걸고 아이들을 대해왔던지, 얼굴이 화끈해요. 특히 큰 아이에게는 시험기간에 같이 보초를 서면서 말로는 독려와 격려지만 사실을 따져보면 감시인 일을 했습니다. 오죽하면 아이가 시험기간에 먹는 고기반찬을 싫다고 했을까요? 그때 저는 미성숙했고, 부모의 사랑을 몰랐습니다. 조건을 거는 사랑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사랑하는 법을요. 입으로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조건을 걸게 되면 상대도 알게 됩니다. 자신이 사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요. 가끔씩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반찬에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좋아하는 메뉴를 선택합니다. 얄팍한 내 조건이 모두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요. 그래도 인정해야 치유도 성장도 있는 것이니, 아프게 처방전을 들여다봅니다.


진짜 사랑은 사람을 살게 하지 죽게 만들지 않는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건 그의 몸뚱이가 아니라 그의 정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즉 그가 품고 있던 숭고하고 아름다운 꿈, 그가 평생을 바쳐서라도 하고자 했던 일, 그가 사랑했던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p148)

가짜 사랑이 판치는 사회의 문제점과 가짜 사랑에 대해 말해왔던 저자는 2장에서 진짜 사랑에 대해 말해요. 내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중심이 되는 사랑, 상대를 나의 뜻대로 혹은 내 마음에 맞게 바꾸려는 마음 없이 온전히 존중하고 소중히 대하는 마음이 진짜 사랑이라고 해요. 지난해 읽은 책 <인생의 역사>에는 이런 구절이 나왔어요.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사랑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요. 그때 그 말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런 사랑은 진짜가 아닙니다.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뿌듯함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하는 자신을 사랑하면서요. 이것은 정말 이기적인 사랑입니다. 상대가 전혀 없는, 나만을 위한 사랑이죠. 진짜 사랑은 그 사람의 외모나 능력, 상황과 여건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정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책에서는 지독한 사랑을 고백하다가 상대가 돌아서면 상대를 죽이는 사랑을 예로 들어요.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상대를 죽여서 누구도 소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뜻을 꺾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정신을 지켜주고 원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게 해 주는 거예요. 간혹 선교사가 순교하면 그 부인이 남편의 뜻을 이루기 위해 선교의 전선으로 뛰어드는 것처럼요. 그 사람의 정신과 이루고자 했던 꿈과 소망까지 사랑하는 것이 진짜 사랑입니다. 가짜 사랑에 익숙하고 내 중심적인 사랑에 익숙한 저는 당황해요. 남편이 무엇을 진정 이루고 싶은지를 아직도 모르고 있으니까요. 진정한 사랑을 위해 나를 향한 관심과 시선을 내려놓고 상대에게 집중해 봐야겠습니다. 딸들이 진정 원하는 것과 남편이 원하는 것들을 지극한 관심으로 관찰하면서요.


책에서 가짜 사랑을 개인만의 문제로 얘기하지 않습니다. 신자유주의 물결에 따라 공동체가 급격하게 해체되어 공동체가 거의 사라진 사회의 문제라고 해요. 또한 개인이 파편화되면서 서로 협력하고 사랑하는 존재로 서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상대로 보게 되면서 더욱 가짜 사랑이 판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SNS를 통해 보여주는 사랑이 넘쳐나고,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환상에 가까운 사랑 이야기가 당연하게 나옵니다.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인데도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점점 더 가짜 사랑에 익숙해지고, 진짜 사랑을 잃어가요. 어떤 것이 진짜 인지, 가짜 인지도 모른채요. 이렇게 된 큰 요인으로 물질주의를 통한 돈의 힘입니다. 돈이 사람보다 우선이 된 한국 사회에서 돈이 사랑까지도 지배하게 된 것이죠.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관계가 아니라 돈에 의해 서열이 매겨지고 서로 서로 도미노식으로 갑질을 하면서 더욱 피폐해집니다. 그래서 저자는 해결책으로 생존 불안을 없애기 위해 기본 소득을 얘기해요. 먹고사는 것에 대한 불안이 사라지면 불안이 줄어들고, 돈의 위력도 힘을 조금은 잃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존중 불안을 부르는 계층 간 불평등도 해소되게 된다고 해요. 저자의 고등학교 지각 벌칙에 대해 나오는 부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지각하면 다 같이 운동장을 열 바퀴 돌고 교실로 들어가던 벌칙을 어느 날부터 선착순 2명으로 끊으면서 지독한 경쟁과 반칙이 난무하게 되었다고 해요. 지난 학교생활을 보면 거의 대부분 경쟁을 유발하는 벌칙이나 상벌이 많았습니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너무 오래 그렇게 해 오다 보니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르고 당연해졌지요. 이제라도 진짜 사랑으로 가는 사회를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겠습니다. 개인은 개인의 일을, 국가나 공동체는 그들의 일을 당장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길고 넓은 안목으로 해야겠습니다. 기본 소득도 조금 더 활발하게 논의되고, 다양한 의견들을 수용하면서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선거철 한철 공약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하고 사람을 살리는 진짜 사회는 그냥 오지 않으니까요. 사랑하기와 사랑받기 사이에서 힘들어하고 있나요? 당신의 사랑이 매번 쉽지 않고, 실패로 끝나나요?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권합니다. 가짜 사랑을 구별하고, 진짜 사랑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다소 불편하고 아프지만, 확실한 처방전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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