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자주]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 (표지 2종 중 랜덤) - 27편의 명작으로 탐색하는 낯선 세계사
박신영 지음 / 바틀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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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읽었던 동화들 속에는 어떤 역사가 숨겨져 있을까? 그 동화들은 그 시대의 사람들의 생활과 모습들을 얼마큼이나 반영하고 있을까? 우리 역사도 쉽지 않은 내게 접근하기 좋은 소재의 책이었다. 정식으로 세계사라고 하면 엄두가 나지 않을 텐데, 명작으로 만나는 세계사라고 하니 부담감을 조금은 내려놓게 되었다. 고양이가 꼭 장화를 신어야 했던 이유를 찾아 저자의 기나긴 준비 시간들 속으로 들어가 본다.


저자 박신영은 문학과 역사, 인간에 관심이 많은 이야기꾼이다. 잘 살고 있는지 회의가 들 때, 글을 쓰다가 외로워질 때 좋아하는 역사책을 꺼내 읽는다. 이번 책을 쓰는데 10년 넘게 걸렸지만 전혀 지치지 않았다. 그녀의 첫 책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는 청소년 권장 도서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중국과 대만에도 번역 출간되었다. 현재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또 다른 저서로는 <삐딱해도 좋아>, <이 언니를 보라>, <제가 왜 참아야 하죠?>가 있다.

책은 유렵의 형성과 유럽인의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부터 시작하고 있다. 27편의 명작을 통해 세계사를 시대순으로 엮고 있다. 중세를 거쳐 대항해 시대와 산업혁명과 근대화, 제국주의와 세계대전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문에는 다른 이야기를 알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 그녀의 긴 노력들이 조금은 이해를 더해 준다.

첫 시작 제우스는 왜 바람둥이일까에서 혼자 빵 터졌다. 그러게 신이라면서 왜 그렇게 바람둥이였지? 의심하거나 궁금증을 갖지 않았던 그동안의 독서에 따끔한 회초리를 맞는 기분으로 세계 여행의 짐을 꾸린다.


유럽 상징이 역사에서 동물의 왕이 곰에서 사자로 교체된 과정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난 문화적 현상이었다. 이는 유럽 전체에 퍼진 크리스트교의 승리를 반영한다. 그러나 인간은 여전히 고대 숲의 지배자인 곰을 잊지 못하나 보다. 어두운 밤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은 사자가 아닌 곰 인형을 안고 잠자리에 드니 말이다. 흠. 어린이를 강한 전사로 만들어주는 신적 존재는 여전히 곰인 것인가. 그렇다면 최후의 승자는 ‘테디 베어’다. (p61)

유럽인들에게 동물의 왕은 곰이었다고 한다. 곰의 우상 숭배와 싸운 크리스트교는 서서히 곰을 우상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다. 그 우상과 싸웠던 크리스트교는 십자군 전쟁을 통해 사자를 그 자리에 놓게 된다. 곰의 우상 숭배를 위해 싸웠던 크리스트교가 사자를 그 자리에 놓다니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저자는 단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사자는 실제로 유럽에서 볼 수가 없으니 우상이 될 가능성이 낮았다고. 그때부터 동물의 왕이자 승리의 상징이 된 사자. 이제는 너무 당연해진 사자의 위치가 곰을 밀어낸 것이었다니 새로우면서도 놀랍다. 너무 당연해져서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일들을 찾아내는 저자의 눈이 매섭다. 또한 이런 식의 마무리가 너무 마음에 든다. 최후의 승자는 ‘테디 베어’라니. 곰은 자신의 자리를 사자에게 빼앗긴 것이 많이 억울했던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 품에서 살아났으니.


그렇다면 마녀사냥은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사화 불안기에 공공의 적을 만들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을 희생시킨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p115)

헨젤과 그레텔의 빵 굽는 마녀 이야기를 하면서 하는 말이다. 그 시대에도 여성은 언제나 약자였다. 특히 남편이 없거나, 아들이 없는 여성들은 집단으로부터 분리되어 거주했다고 한다. 어느 시대에서던지 사회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약한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이 잦다. 우리의 현대사에서도 누군가는 간첩이 되어야만 했던 것처럼. 그 희생양에 언제나 약한 사람들이, 그것도 가장 약한 사람들인 여성들이 희생되었다는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후의 이야기에서도 여성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나온다. 폭풍의 언덕의 버사를 통해 그 시대적인 상황을 이야기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가지고 결혼을 할 경우 남편들은 그 재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아내를 정신병자로 몰리고 했다고. 그 안타까운 일이 중세에만 일어난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가? 지금 우리 주위에는 마녀사냥을 당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네덜란드의 실용 정신은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제방을 허무는 데에서도 나타난다. 레이던 공방전에서도, 100년 후 프랑스와 전쟁할 때에도 네덜란드는 제방을 터뜨려 적을 물리친다. 필요할 때는 거침없이 벽을 없애서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작은 나라 네덜란드의 성공 비결이었다. 국토는 둑으로 둘러싸였지만 사고는 막히지 않았던 것이다. (p179)

네덜란드에서 살다 온 작가의 특강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남편의 유학길에 아이들과 동행했다 던 저자는 네덜란드에 살면서 도서관을 자주 이용했고, 그 도서관들을 둘러보며 책을 썼다고 했다. 그때 잠깐 네덜란드에 대해서 들었는데, 역사로 만나는 네덜란드는 멋진 나라였다.

물론 어느 나라나 어두운 부분도 있겠지만, 포용적인 생각과 과감한 결단력이 멋지게 다가왔다. 네덜란드의 실용 정신이 부러운 것은 우리의 역사에서 그런 결단들을 해 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고종이나 흥선 대원군이 다른 선택들을 과감하게 했더라면. 리더들이 자신의 권력과 이익 때문에 국민을 힘들게 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역사의 선택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작은 나라 네덜란드의 막히지 않은 사고가 부러웠다. 가정이 없는 역사에서 똑같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저자의 마음을 느낀다. 내가 알지 못해도 누군가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책은 잘 알려진 명작들을 통해 세계사를 보여준다. 지도와 그 시대에 그린 것 같은 삽화들도 자주 등장하고, 무엇보다 자세하고 명쾌한 저자의 시대 상황 서술이 일목요연하게 다가온다. 10년이 넘게 걸렸다는 걸작을 이렇게 편안하게 읽어도 되나 싶게 탄탄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내용들이 기가 막히게 들어 맞고, 머릿속을 어지럽게 떠다니던 단편적인 지식들이 퍼즐을 맞추듯이 맞아지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라푼젤의 마녀와 신데렐라의 요정이 실은 주인공을 아끼는 사람들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철도 추리소설이 영국에서 유독 발달한 이유도 알게 되었다. 한 이야기가 끝나면 짧은 이야기가 하나씩 이어지는데 그 내용도 참신하고 유익했다. 어느 것 하나 뺄 것도 더할 것도 없는 또 하나의 명작으로 남을 것 같다. 필기도구를 챙겨서 공부하듯이 읽어도 좋고, 가벼운 마음으로 명작의 이야기들을 따라 읽어도 좋다. 시대 순에 따라 선택된 명작들을 고르느라 고심한 흔적도 보이고, 읽는 사람들을 위해 정성을 들인 마음도 깊이 느껴졌다. 고양이가 왜 꼭 장화를 신어야만 했는지도 알게 되고, 소시지를 먹고 싶다던 할아버지의 소원도 왜 하필 소지자였는지 알게 되었다. 첫 장을 넘기면서 유쾌하게 웃었다면 이야기 3개를 읽기 전에 저자의 첫 번째 책을 예스24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 정도로 흥미롭고 유익하며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 세계사라고 하면 고개를 젓고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권한다. 저자의 마음과 지식이 온전히 전달되지 못하는 짧은 글이 미안한 마음이다. 그 미안함이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꼭 알기를 바란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명작을 가지고도 이런 책이 나왔으면 하는 욕심이 들었다는 점이다. 유명한 명작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읽는 나의 몫이지만. 저자가 그 탁월함으로 우리 역사도 풀어서 써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이 책은 교과서처럼 혹은 참고서처럼 공부하고 읽어야 할 책이다.


**YES24 리뷰어크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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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생 수업 메이트북스 클래식 8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정영훈.김세나 옮김 / 메이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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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 넘어 지금도 강한 생명력으로 조언 하는 책. 본론을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단번에 찔러들어가는 강력한 말의 힘이 느껴진다. 곁에 두고 철학자의 시선으로 삶을 좀더 잘 살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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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생 수업 메이트북스 클래식 8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정영훈.김세나 옮김 / 메이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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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제목의 인생수업(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저 류시화 옮김)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책이었다. 우연히 만났지만 발타자르 그라시안이라는 이름은 기대감을 높였다. 물론 내가 그를 잘 알지 못해도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는 책이니 더욱 궁금함이 높아졌다. 일주일을 기다려서 책을 받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좋아하고 존경하는 스승님을 뵙는 심정으로 조심히 책장을 넘긴다.


저자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대철학자로 작가이자 신부이다. 1601년 스페인 아라곤 지방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15세에 발렌시아 사라고사 대학에서 철학 공부를 시작했고, 18세에 예수회 신부가 되었다. 예수회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며 글을 썼지만 현실 비판적인 내용 때문에 여러 번 예수회로부터 제명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저서 <오라클:신중함의 기예에 대한 핸드북>은 서구의 근대 철학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비판자>발표 후 내려진 교단의 징계로 건강이 악화되어 1658년 사망했다.

엮은이 정영훈은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이후 상담 심리대학원에서 상담과 심리도 공부했다. 졸업 후 출판기획자의 길을 걸어왔으며 다양한 분양의 책들을 기획하고 있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이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책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옮긴이 김세나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독일과 와 동 대학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센터 연구원이다. 역서로는 <내 마음은 답을 알고 있다>, <나도 가끔 주목받는 사람이고 싶다>등이 있다.

책은 엮은이의 도움으로 주제들과 제목들이 읽기 쉽게 정리되어 있으며, 짧은 내용들이 마치 바로 앞에서 말을 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삶의 의미를 들려주는 인생수업이라는 주제의 1장을 시작으로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 인생수업, 현명한 사람이 되기 위한 인생수업, 명망을 얻고 유지하기 위한 인생 수업, 말 내공을 키워주는 인생 수업, 인간관계의 비밀을 들려주는 인생 수업으로 끝이 난다. 굳이 순서에 따라 읽지 않아도 되고, 필요에 따라 선택해서 보는 재미도 있다. 16세기의 사람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늘에 딱 맞는 조언들이 이어진다. 스승님을 앞에 모시고, 일대일 강의를 받는 심정이 되어 그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나만을 위해 마련된 의자에 앉는다. 아 참. 필기도구는 잠시 잊고 강의에 집중해 보자.


보이지 않는 것은 없는 것과 같다. 정의가 정의로서 나타나지 않는다면 존경받을 수 없다. 훌륭한 외양은 내면의 완전함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것이다. (p38- 가치를 지니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라 중에서)

보이지 않는 가치를 보여주는 것. 이것이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한다. 일단은 그 가치라는 것이 세속적인 것이어서는 안된다. 내가 가치를 물질이나 돈에 둔다면 그 가치를 보여주려면 화려한 외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싼 장신구와 의복, 자동차 등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가감 없이 보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가치를 보여주는 사람들을 존경하지는 않는다. 저자도 보이지 않는 것은 없는 것과 같다고 하면서 바로 이어서 정의를 이야기한다. 스스로도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정받을 만한 가치를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치 믿음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행함으로 믿음을 보이라고 했던 야고보 사도처럼. 내가 하는 행동들이 나라는 사람을 가장 잘 드러낸다. 내가 하는 말들이, 태도들이 모여서 나라는 사람을 만들고 타인에게 인식시킨다. 그 행동과 말과 태도에 가치를 담을 수 있기를. 그래서 보이는 것으로 나의 가치를 모두 알게 되기를 바라본다.


부당한 일을 단념하는 것은 외부의 엄격한 권위 때문이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판단이 두렵기 때문이어야 한다. (p75, 자기 스스로를 두려워해야 한다 중에서)

부당한 일, 잘못된 일, 자기 욕심만을 채우는 일은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눈에 의해서 단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이 두렵기 때문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치 아무도 모르게 나쁜 일을 저지르고 집에 돌아와 밤잠을 설치며 괴로워하듯이. 그 괴로움으로 인해 부당한 일들을 단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과 이론으로는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하지만 그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내 행동이 나를 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아무도 보지 않으면 슬그머니 주머니의 휴지를 버린다. 차가 다니지 않는 횡단보도에서 빨간불에 뛰어서 건너면서 뛰기를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들킬 것을 염려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런 일들은 다른 사람 누구도 모른다고 해도 자신은 안다.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혼자 앉은 강의실에서 스승에게 나의 민낯을 보인 듯 얼굴이 화끈 거린다. 부끄럽다. 나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자!


세상의 절반은 다른 절반을 비웃는다. 우리는 한 사람의 찬사나 일시적인 찬사, 100년밖에 못 갈 찬사로 사는 것이 아니다. (p86, 일시적인 찬사에 우쭐해지지 마라 중에서)

첫 줄을 읽고는 나도 모르게 통쾌하게 웃는다. 말을 듣고 보니 그렇지만 이 말을 듣기 전까진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다. 세상의 절반은 다른 절반을 비웃는다니.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핵심을 단번에 찔러 들어가는 말. 그 말에는 힘이 있다고 <하얼빈>에서 안중근의 말을 통해 김훈은 말했다. 그 말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낀다. 어떤 수식어나 미사여구 없이 단번에 탁하고 치고 들어가는 말. 세상의 절반은 다른 절반을 비웃는다는 세상에서 나는 누구의 찬사를 바라서 이렇게 안절부절못하는 것인가? 그것도 고작 100년밖에 못 갈 찬사를... 하지만 10년이라도 찬사 한 번 들어봤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미디어의 발달로 좋아요의 수명은 하루를 넘기기 힘들 정도로 짧아졌다. 위대한 철학자인 저자는 100년의 찬사에도 우쭐하지 말라고 하지만 1년만 가도 우쭐할 판이다. 하긴 그의 말대로 그 찬사가 나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찬사는 듣는 이의 눈을 가리고 귀를 멀게 한다. 지금 당장은 달콤하고 황홀하지만 시간을 두고 봤을 때는 내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칭찬과 격려와는 다른 찬사. 찬사를 바라지 말고 자신을 두려워하며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는 삶으로 나아가야겠다. 하긴 나에게 찬사를 보내는 사람도 없으니 더 잘된 일이 아닌가?


현명한 자는 모든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 모든 사람은 개개인마다 어느 정도의 좋은 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어리석은 자는 모든 사람을 멸시한다. 좋은 점을 인식해낼 줄 모르고 훨씬 더 나쁜 점만 가려내기 때문이다. (p165, 모든 사람을 높이 평가하고 무언가를 배우려 하자 중에서)

세 사람만 걸어가도 그중에 반드시 스승이 있다는 말, 다른 사람을 나보다 낫게 여기라는 성경의 말씀. 이론으론 빠삭하다. 하지만 그 빠삭한 이론은 자기 우월감을 이기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을 일단은 높여 보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낮춰서 보는 습성이 인간에게는 있다. 아니가? 나에게만 있는 건가?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것, 모든 사람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은 늘 힘든 숙제다. 어제도 오늘도 끝날 기미기 보이지 않는 어려운 숙제. 그러면서도 어리석은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서 날마다 새롭게 도전한다. 가까이 있는 가족들을 나보다 낫게 여기며 섬기기 위해 애를 쓴다. ‘남편은 나보다 낫다.’ 이렇게 세뇌하듯이 말을 하지만 순간적인 반응은 이성을 앞지른다. ‘개뿔 났기는 뭐가 나아.’ 오늘도 실패다. 현명한 사람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난 하구나. 그렇지만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크다고 믿는다. 알고 있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려고 애쓰면 언젠가는 현명한 사람 흉내라도 내지 않을까? 퇴근하는 남편을 웃음으로 맞으며 속으로 다짐한다. ‘남편은 나보다 낫다!’


16세기 대 철학자 앞에서 혼자 웃고, 얼굴 붉히고, 화를 냈다가 했다. 아주 오래전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 신랄한 풍자와 직설적인 문장들이 다른 철학자들이 왜 그렇게 경외의 시선을 보냈는지 깨닫게 했다. 예나 지금이라 인간 세상은 살아가는 모습이 비슷하다는 생각도 했다. 관계의 어려움, 말의 중요성, 명망을 유지하고 지키는 법 등을 읽으면서 저자는 사람들을 사랑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조금 더 자신의 인생에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타인들과 잘 지내고 현명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썼다면 자신이 가장 아끼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는 사랑을 부드러운 것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의 문장은 부드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심지어 나의 평판이나 유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도 한다. 그 이용이라는 것이 지금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조금 불편하기는 했다. 그래서 엮은이도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엮은이의 말을 통해 밝혔으리라. 그런 불편함쯤은 마음이 넓고 큰 사람이 되어 수용하는 미덕을 보이는 것이 좋다. 저자의 말처럼. 마음이 넓은 사람은 크게 요동하지 않고 평정을 유지한다고 했으니. 책을 읽다 보면 어디선가 들은 듯한 말이 많다. 어느 책에서인지는 몰라도 읽은 내용 같은 느낌도 자주 받는다. 책을 모두 읽고 깨닫는다. 이 사람이 원조라고. 그의 책이 거의 모든 자기 계발서의 뿌리구나 하고. 마르지 않는 샘 같은 그의 조언들이 지금도 여전히 흐르는 것을 본다. 조금씩 시대에 따라 모습을 바꾸기는 했지만 그가 원조고 뿌리다. 이제야 만난 것이 못내 아쉬워서 이 책을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엉망진창인 인간관계도 조금은 풀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만남을 통해 조금은 달라질 것을 믿는다. 346페이지의 깊은 만남을 했으니 달라져야만 한다.

쇼펜하우어, 니체, 처칠 등의 시선을 함께 공감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오늘도 길을 잃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권한다. 16세기 탁월한 철학가의 쓴소리와 웃음을 곁들인 담백하고 깔끔한 문장을 만날 수 있으리라. 그 만남을 통해 조금은 달라진 자신을 보는 유익은 덤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질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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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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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권위 주의와 독재. 폭력으로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전직대통령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은 왜 일까? 늘 깨어서 행동하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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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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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탁월한 정치적 우화”라고 소개된 내용을 보고 책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소한 터키 작가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잔뜩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파도가 불안감을 더하는 책 표지를 가볍게 넘으며 낯선 섬으로 떠나 본다.


쥴퓌 리바넬리는 1946년 생으로 스톡홀름에서 철학과 음악 교육을 받았다. 1972년 사상범으로 수감되었으며 11년간 망명 생활을 했다. 문학, 음악, 그리고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의 찬사를 받으며 국내외 30개 이상의 수랑 기록을 갖고 있다.

책은 낙원 같은 섬에 외부인이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된다. 그 섬은 외부로부터 단절되어 있는 섬에 외부인으로 전직 대통령이 들어오면서 섬은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섬으로 요양차 왔다는 전직 대통령의 말은 과연 사실일까? 나른하고 지루하게 흐르는 섬의 시간 위에 호수에 던져진 돌이 될 것인가? 아님 바다를 완전히 뒤집는 폭풍이 될 것인가? 기대하는 마음으로 들어가 보자.


전 대통령의 경호원들이 능숙한 솜씨로 나뭇가지들을 자르고 있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마치 녹색의 담장처럼 만들고 있었다. (p54)

천혜의 자연환경과 낙원 같은 섬에서 주민들은 서로를 숫자로 불렀다. 그 숫자는 이 섬에 정착하여 집을 지은 순서에 의한 것으로 1번부터 40번까지 모두 40가구가 살고 있는 섬이었다. 섬의 주인이 오래전에 섬을 사서 혼자 지내기는 외로워서 지인들에게 집을 지을 땅을 무상으로 주면서 주민들이 늘어났다. 그 섬에서는 경제 활동도 일도 없으며 늘 함께 어울려 이야기하고 음악을 듣거나 수영을 하는 등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이 이어졌다. 그 섬에 전직 대통령이 들어오게 된다. 전직 대통령은 폭력을 휘두르며 자신의 권력을 지켜온 독재자였다. 그 끝도 좋지 못해서 쫓겨나듯 암살자들을 피해 외딴섬으로 들어온 것이다. 전직 대통령은 물러났지만 권력을 내려놓지는 않았다. 섬에 들어오자마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섬의 모습들을 바꾸기 시작한다. 그 첫 번째가 자연 터널을 형성했던 무성한 나무들을 조경수처럼 잘라낸다. 섬마을 사람들은 이일을 따지기 위해 몰려가지만 그의 뛰어난 연설과 임기응변에 휘말려 물러서게 된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크게 잘 못된 것은 아니잖아. 다 뜻이 있겠지라고. 그 안일함과 무관심은 이후 큰 대가를 요구한다. 섬은 원래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러고는 “내가 살면서 배운 게 하나 있어. 어디를 가든 악은 너무 강해서 이기기가 힘들다는 거야. 선은 악에 비하면 약해.”라고 했다. (P98)

섬에는 이전에 없던 운영위원회가 생겨나고 공지 사항들이 돌려진다. 섬이 너무 무질서했다면서 섬의 규율과 규칙들을 운영위원회를 내세워 전직 대통령은 자신의 뜻대로 만들어 간다. 그는 이 섬에서 자신의 작은 나라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 데리고 온 손녀를 갈매기가 위협했다는 이유로 갈매기와 전쟁을 선포하는 전직 대통령. 그 섬의 주인으로 인간보다 더 오래 살았던 갈매기를 자신에게 조금의 위협을 가했다고 모두 없애고자 한다. 이 일로 인해 섬주민들은 약간의 경각심을 느낀다. 이번만은 지난번 나무를 베어낼 때처럼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다. 하지만 운영위원회를 통해 교묘하게 섬주민들의 의견을 통일 시킨다. 점점 작은 섬에서조차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고 권력을 유지하는 대통령의 술수를 본다. 국가의 작은 축소판 같은 섬에서 군부 독재를 경험한 적 있던 우리 현대사와 겹쳐지면서 마음이 불편하다. 어떻게 이렇게 독재자는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새롭고 창의적인 것은 없다. 늘 폭력에는 더 큰 폭력으로 억압하고 누르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다. 국민들은 그 뜻에 저항하기 위해 세력을 모으기도 하지만 각자의 이익 앞에 그 세력은 힘이 약해진다. 특히 작은 구성원들을 갖고 있는 섬에서는 반대하는 한 사람이 주민들로부터 분리된다. 그 분리된 한 사람이 투쟁을 계속 이어 갈 수 있을까? 어디서나 악은 강하고 악에 비하면 선은 약하다. 하지만 그 약한 선을 통해서 인간은 더 좋은 방향으로 계속 나아갔다. 설사 목숨에 목숨을 잇대는 한이 있더라도. 광주의 시민들도 그랬고, 3.1운동의 백성들이 그랬다. 우리의 역사에서도 그 약한 선들이 약함으로 승리하는 것을 보아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 약한 선들이 승리를 위해 흘린 피와 대가는 너무 컸다. 섬의 주민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까? 그들은 선함으로 악함에 맞서는 용기를 보여줄까?


우리는 굴복해서 패배했다. 점차 수위를 높여가던 권력의 폭압이 얼마나 더 극에 달할 수 있는지 예상하지 못했기에 패배했다. 그 나무들이 잘려 나갔을 때, 그리고 구멍가게 아들이 얻어맞았을 때,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저항했어야 했다.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모든 것들을 너무나 순진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갈매기들은 저항했고, 타협하지 않았기 때문에 승리했다. (p286)

이야기의 그의 마지막에 주인공이 하는 말이다. 그 나무들이 잘려 나갔을 때부터 예상하고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고 뒤늦은 후회를 한다. 갈매기들과 전쟁을 선포하여 갈매기들을 총으로 쏘고, 알들을 발로 밟아 깨트린다. 그 공격 후 갈매기들은 목숨을 던져 섬 주민들의 집에 부딪쳐 유리창을 깨고 기와에 돌을 떨어뜨리고 밖에 나온 사람들의 머리를 쪼았다. 그 공격으로 인해 안타까운 죽음들이 생겨나고 갈매기의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은 갈매기를 죽이는 것에 더는 반대하지 않게 된다. 폭력이 더 강하게 되풀이되면서 처음의 시작이 무엇 때문이었는지도 잊는다. 어쩌면 잊은 채 하면서 쉽게 화살을 돌릴 수 있는 희생양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폭력으로 인해 두려움이 마음을 온통 지배할 때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쉽고 유익이 되는 비열한 생각들이 힘을 갖는다. 점점 더 끝을 알 수 없이 치닫는 섬의 상황들이 안타깝다. 각자의 사연이 있어 섬에 사는 사람들은 섬을 버리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늘 쉬운 선택들과 더 폭력적인 것들을 선택하는 인간의 악함을 민낯을 보듯이 보여준다. 그런 대다수의 사람들 가운데서도 끝까지 저항하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꼭 그런 사람들이 있다. 저항하는 것이 힘들고 아프지만 꼭 저항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도 없고, 쉽지도 않은 일이지만 꼭 그렇게 나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이타심으로 타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야기에서는 소설가와 주인공의 여자 친구 라라이다. 이 둘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비록 전직이지만 대통령이었던 그 사람은 이들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여러 책들이 머릿속에서 함께 떠올랐다. <동물 농장>이 생각나기도 했고, <소년이 온다>의 폭력적인 장면이 함께 생각나기도 했다. <아주 개인적인 한국사>의 이승만의 기록에 대한 부분도 생각났다. 어디서나 공식처럼 독재의 모습들이 나오는 것에 씁쓸하고 힘들었다. 터키 작가의 소설에서 우리나라의 독재 시절을 읽을 수 있고, 그 독재자는 폭력으로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무섭도록 사실적인 모습들이 그려졌다. 전직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면서 “네 맞습니다.”라고 말하면서 편안해졌다는 말이나 처음에는 갈매기를 쏘지 않았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총으로 갈매기를 맞추며 자신의 사격 실력을 자랑하는 모습이 소름이 돋았다. 또 점점 상황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섬 주민들은 처음 시작을 알렸던 전진 대통령의 잘못은 잊은 채 피난하기 쉬운 상대를 찾는 모습도 아프게 다가왔다. 마치 뉴스를 보는 것 같은 상황을 읽으면서 불편한 마음이 커졌다. 하지만 저자는 독자에게 불편함 만을 주기 위해 이 글을 쓴 것은 아닐 것이다. 섬 주민들처럼 정치에 무관심하게 살아갈 때 그 무관심이 얼마나 큰 대가를 요구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 희생으로 쌓아 올린 우리나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늘 깨어 있어야 함을 깨닫는다. 뉴스를 보기 싫다고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보고 선거를 통해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비록 사표가 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에 더 적극적이 되어야만 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어쩌면 마지막 섬이 될 수도 있으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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