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퓌 리바넬리는 1946년 생으로 스톡홀름에서 철학과 음악 교육을 받았다. 1972년 사상범으로 수감되었으며 11년간 망명 생활을 했다. 문학, 음악, 그리고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의 찬사를 받으며 국내외 30개 이상의 수랑 기록을 갖고 있다.
책은 낙원 같은 섬에 외부인이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된다. 그 섬은 외부로부터 단절되어 있는 섬에 외부인으로 전직 대통령이 들어오면서 섬은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섬으로 요양차 왔다는 전직 대통령의 말은 과연 사실일까? 나른하고 지루하게 흐르는 섬의 시간 위에 호수에 던져진 돌이 될 것인가? 아님 바다를 완전히 뒤집는 폭풍이 될 것인가? 기대하는 마음으로 들어가 보자.
전 대통령의 경호원들이 능숙한 솜씨로 나뭇가지들을 자르고 있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마치 녹색의 담장처럼 만들고 있었다. (p54)
천혜의 자연환경과 낙원 같은 섬에서 주민들은 서로를 숫자로 불렀다. 그 숫자는 이 섬에 정착하여 집을 지은 순서에 의한 것으로 1번부터 40번까지 모두 40가구가 살고 있는 섬이었다. 섬의 주인이 오래전에 섬을 사서 혼자 지내기는 외로워서 지인들에게 집을 지을 땅을 무상으로 주면서 주민들이 늘어났다. 그 섬에서는 경제 활동도 일도 없으며 늘 함께 어울려 이야기하고 음악을 듣거나 수영을 하는 등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이 이어졌다. 그 섬에 전직 대통령이 들어오게 된다. 전직 대통령은 폭력을 휘두르며 자신의 권력을 지켜온 독재자였다. 그 끝도 좋지 못해서 쫓겨나듯 암살자들을 피해 외딴섬으로 들어온 것이다. 전직 대통령은 물러났지만 권력을 내려놓지는 않았다. 섬에 들어오자마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섬의 모습들을 바꾸기 시작한다. 그 첫 번째가 자연 터널을 형성했던 무성한 나무들을 조경수처럼 잘라낸다. 섬마을 사람들은 이일을 따지기 위해 몰려가지만 그의 뛰어난 연설과 임기응변에 휘말려 물러서게 된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크게 잘 못된 것은 아니잖아. 다 뜻이 있겠지라고. 그 안일함과 무관심은 이후 큰 대가를 요구한다. 섬은 원래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러고는 “내가 살면서 배운 게 하나 있어. 어디를 가든 악은 너무 강해서 이기기가 힘들다는 거야. 선은 악에 비하면 약해.”라고 했다. (P98)
섬에는 이전에 없던 운영위원회가 생겨나고 공지 사항들이 돌려진다. 섬이 너무 무질서했다면서 섬의 규율과 규칙들을 운영위원회를 내세워 전직 대통령은 자신의 뜻대로 만들어 간다. 그는 이 섬에서 자신의 작은 나라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 데리고 온 손녀를 갈매기가 위협했다는 이유로 갈매기와 전쟁을 선포하는 전직 대통령. 그 섬의 주인으로 인간보다 더 오래 살았던 갈매기를 자신에게 조금의 위협을 가했다고 모두 없애고자 한다. 이 일로 인해 섬주민들은 약간의 경각심을 느낀다. 이번만은 지난번 나무를 베어낼 때처럼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다. 하지만 운영위원회를 통해 교묘하게 섬주민들의 의견을 통일 시킨다. 점점 작은 섬에서조차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고 권력을 유지하는 대통령의 술수를 본다. 국가의 작은 축소판 같은 섬에서 군부 독재를 경험한 적 있던 우리 현대사와 겹쳐지면서 마음이 불편하다. 어떻게 이렇게 독재자는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새롭고 창의적인 것은 없다. 늘 폭력에는 더 큰 폭력으로 억압하고 누르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다. 국민들은 그 뜻에 저항하기 위해 세력을 모으기도 하지만 각자의 이익 앞에 그 세력은 힘이 약해진다. 특히 작은 구성원들을 갖고 있는 섬에서는 반대하는 한 사람이 주민들로부터 분리된다. 그 분리된 한 사람이 투쟁을 계속 이어 갈 수 있을까? 어디서나 악은 강하고 악에 비하면 선은 약하다. 하지만 그 약한 선을 통해서 인간은 더 좋은 방향으로 계속 나아갔다. 설사 목숨에 목숨을 잇대는 한이 있더라도. 광주의 시민들도 그랬고, 3.1운동의 백성들이 그랬다. 우리의 역사에서도 그 약한 선들이 약함으로 승리하는 것을 보아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 약한 선들이 승리를 위해 흘린 피와 대가는 너무 컸다. 섬의 주민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까? 그들은 선함으로 악함에 맞서는 용기를 보여줄까?
우리는 굴복해서 패배했다. 점차 수위를 높여가던 권력의 폭압이 얼마나 더 극에 달할 수 있는지 예상하지 못했기에 패배했다. 그 나무들이 잘려 나갔을 때, 그리고 구멍가게 아들이 얻어맞았을 때,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저항했어야 했다.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모든 것들을 너무나 순진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갈매기들은 저항했고, 타협하지 않았기 때문에 승리했다. (p286)
이야기의 그의 마지막에 주인공이 하는 말이다. 그 나무들이 잘려 나갔을 때부터 예상하고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고 뒤늦은 후회를 한다. 갈매기들과 전쟁을 선포하여 갈매기들을 총으로 쏘고, 알들을 발로 밟아 깨트린다. 그 공격 후 갈매기들은 목숨을 던져 섬 주민들의 집에 부딪쳐 유리창을 깨고 기와에 돌을 떨어뜨리고 밖에 나온 사람들의 머리를 쪼았다. 그 공격으로 인해 안타까운 죽음들이 생겨나고 갈매기의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은 갈매기를 죽이는 것에 더는 반대하지 않게 된다. 폭력이 더 강하게 되풀이되면서 처음의 시작이 무엇 때문이었는지도 잊는다. 어쩌면 잊은 채 하면서 쉽게 화살을 돌릴 수 있는 희생양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폭력으로 인해 두려움이 마음을 온통 지배할 때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쉽고 유익이 되는 비열한 생각들이 힘을 갖는다. 점점 더 끝을 알 수 없이 치닫는 섬의 상황들이 안타깝다. 각자의 사연이 있어 섬에 사는 사람들은 섬을 버리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늘 쉬운 선택들과 더 폭력적인 것들을 선택하는 인간의 악함을 민낯을 보듯이 보여준다. 그런 대다수의 사람들 가운데서도 끝까지 저항하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꼭 그런 사람들이 있다. 저항하는 것이 힘들고 아프지만 꼭 저항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도 없고, 쉽지도 않은 일이지만 꼭 그렇게 나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이타심으로 타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야기에서는 소설가와 주인공의 여자 친구 라라이다. 이 둘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비록 전직이지만 대통령이었던 그 사람은 이들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여러 책들이 머릿속에서 함께 떠올랐다. <동물 농장>이 생각나기도 했고, <소년이 온다>의 폭력적인 장면이 함께 생각나기도 했다. <아주 개인적인 한국사>의 이승만의 기록에 대한 부분도 생각났다. 어디서나 공식처럼 독재의 모습들이 나오는 것에 씁쓸하고 힘들었다. 터키 작가의 소설에서 우리나라의 독재 시절을 읽을 수 있고, 그 독재자는 폭력으로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무섭도록 사실적인 모습들이 그려졌다. 전직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면서 “네 맞습니다.”라고 말하면서 편안해졌다는 말이나 처음에는 갈매기를 쏘지 않았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총으로 갈매기를 맞추며 자신의 사격 실력을 자랑하는 모습이 소름이 돋았다. 또 점점 상황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섬 주민들은 처음 시작을 알렸던 전진 대통령의 잘못은 잊은 채 피난하기 쉬운 상대를 찾는 모습도 아프게 다가왔다. 마치 뉴스를 보는 것 같은 상황을 읽으면서 불편한 마음이 커졌다. 하지만 저자는 독자에게 불편함 만을 주기 위해 이 글을 쓴 것은 아닐 것이다. 섬 주민들처럼 정치에 무관심하게 살아갈 때 그 무관심이 얼마나 큰 대가를 요구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 희생으로 쌓아 올린 우리나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늘 깨어 있어야 함을 깨닫는다. 뉴스를 보기 싫다고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보고 선거를 통해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비록 사표가 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에 더 적극적이 되어야만 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어쩌면 마지막 섬이 될 수도 있으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