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화 속 세계사 -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사물들
태지원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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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울 생활하는 대학생 딸내미의 자취방에서 <스터디 그룹>을 함께 보며 웃었습니다. 웹툰 원작의 터무니없는 내용에 웃음 짓다가 학교 현실, 사회 현실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죠. 거기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순철이 할아버지의 토익 공부입니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순철이 할아버지는 병실에서도 매일매일 단어를 외우고 토익 공부를 하죠. 별로 도움이 안 돼 보이는 토익 공부를 왜 하느냐는 순철의 물음에 할아버지는 답해요. “사람이 배움을 멈추는 순간 삶도 멈추는 거야.” 화려한 싸움 기술이나 귀에 때려 박히는 욕설이 아니라 이 말이 가슴에 남았죠. 배움을 멈추지 않기 위해 정물화를 통해 세계사를 보는 책의 문을 두드립니다.


저자 태지원은 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한국교원대학교 일반사회 교육과정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고, 대학 졸업 후 중. 고등학교에서 사회교사로서 경제, 사회문화, 역사, 지리 등의 다양한 사회 과목을 가르치고 있어요. 저서로는 <10대를 위한 기발한 경제 수업>, <자본주이 사회, 빈부격차는 당연한 걸까?>, <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경제공부>,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가 있습니다. 또한 전국 사회과학 교과연구회 선생님들과 함께 <독도를 부탁해>, <미술관 옆 사회교실>, <경제 선생님, 스크린에 풍덩>, <독도 바로 알기 대회 한 권으로 끝내기>를 펴냈죠.

책은 15가지 주제로 정물화를 중심으로 세계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 시작은 하르 먼 스테인 비크의 정물이라는 작품으로 유럽 중세를 휩쓴 흑사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요. 이렇게 그림과 시대적 상황과 배경, 역사를 보여줍니다. 몰랐던 이야기, 알았지만 외면했던 이야기들이 그림과 함께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죠. 순서에 따라 읽어도 괜찮고, 제목을 보고 뽑아서 읽어도 좋아요. 그럼 순서대로? 골라서? 선택은 자유롭게 맡기고 저는 순서대로 따라가봅니다.


그러나 흑사병이 유행하면서 농노나 사회 하층민들은 새로운 힘을 얻었다. 사람이 많이 죽어 일손이 귀해졌고, 땅은 상대적으로 흔해졌기 때문이다. (p21)

첫 시작은 해골이 있는 정물화입니다. 하르 먼 스테인 비크의 바니타스 파예요. 흑사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 유럽은 공포에 휩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지만,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고 해요. 그동안 힘이 없던 농노나 사회 하층민들은 귀한 노동력으로 인해 새로운 힘을 얻었습니다. 세상일이 모두 안 좋은 것만 있거나 좋은 것만 있다면 우리는 희망을 말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안 좋은 일 가운데서도 좋은 일 조금은 늘 있게 마련이고, 그 조금을 붙들고 희망을 품으며 일상을 견디죠. 뉴스로만 보던 산불을 직접 목격하게 되고, 매캐한 공기를 직접 흡입하고 나자 죽음에 대한 공포가 덮쳤습니다. 죽음은 아직은 멀리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감. 산을 집어삼킨 거대한 불기둥이 내가 살고 있는 집을 잿더미로 만들지도 모른다는 공포.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등이 복잡하게 얽힌 6시간을 보낸 후, 오지 않는 잠을 청했죠. 전기가 나가고 인터넷이 끊기니 아무것도 할 것도,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습니다. 제발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었죠. 그 밤 이후로 완전히 달라진 삶이 우리 가운데를 지나갑니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고, 집이 완전히 사라진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럼에도 꼭 나쁜 일만은 아닐 거라고, 흑사병보다는 나은 거라도 억지로 위로해 봅니다. 무기력하게 쳐지는 자신을 꼭 붙들고 일상을 지킵니다. 지금은 쓸데없어 보이는 책 읽는 일도 시작하고요. 조금 지나고 보면 좋은 일들이 꼭 있을 거라 믿으면서요.


당시 뉴턴이 남겼다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나는 천체의 운동은 계산할 수 있으나,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p114)

책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네덜란드의 튤립 투자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신대륙 발견을 통해 무역이 활발해지고, 동인도 회사가 생겨나면서 주식회사의 개념이 생겨요. 새로운 시대의 발 빠르게 적응한 것은 네덜란드입니다. 증권거래소가 생기고, 선물투자도 생기죠. 그중에서도 네덜란드 인에게 가장 사랑받은 것은 튤립입니다. 단색의 튤립보다 무늬가 있는 튤립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튤립 투자를 해서 벼락부자들이 생겨나요. 이 와중에 선물 투자도 발달하고, 온 나라가 튤립 투자 광풍에 휘말리죠. 몇 해 전 인문학 강좌에서 튤립 투자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다시 그때 강의도 생각나고, 인간의 탐욕과 광기는 끝이 없다는 생각도 했죠. 지금 보면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 싶지만 그 안에 있으면 그렇지 않아요. 작년 초에 주식 시장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투자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 뉴스와 블로그에 넘쳐났어요. 저 같은 사람은 투자금이 전 재산이니 과감한 투자를 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뉴스를 보고 있으면 나만 바보 된 것 같은 기분에 빠져요. 지금이라도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조바심이 나기도 하죠. 그런데 마침 눈여겨보고 있던 종목이 상승세를 이어가기라도 하면 이때는 정말 위험해집니다. 전 재산을 다 날릴 절호의 기회이자 찬스이지만 대게는 반대로 생각해서 투자를 감행해요. 저의 투자는 어떻게 됐을까요? 바니 파스화를 거실에 걸어야겠습니다!


하나의 주제가 시작되기 전 제목과 세계사의 중요한 연표도 나옵니다. 정물화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계사는 흥미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죠. 영국을 해가지지 않는 나라로 만든 것은 강력한 해군 덕분이었죠. 장기간의 해상 생활에서 구루병에 걸리지 않는 방법을 알아내면서입니다. 오렌지와 레몬을 먹으면 비타민 결핍증인 구루병을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영국을 강대국으로 만들었어요. 유럽인들의 입맛에 맞춘 사탕수수와 초콜릿으로 인해 아프리카 노예선이 등장하고, 비참하게 삶을 살아가죠. 노예선에 실린 노예들은 사람이 아니라 재산으로 간주되어 바다에 산 채로 던져지기도 하고, 옷을 모두 벗긴 채 움직일 공간 없이 꽉 짜인 화물처럼 배 밑 칸에 실려 농장으로 배달되었죠. 유럽인들의 달달함을 위해서요. 지금 무심코 즐기는 달달한 쾌락이 누군가의 피 땀 눈물일 수 있다는 섬뜩한 생각도 했습니다. 소금은 적정 소비량이 있지만 설탕은 먹을수록 더 많이 먹고 싶게 만드는 중독성으로 인해 인간의 탐욕을 부추깁니다. 달콤함 만을 쫓다가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 몰수 있고, 나 자신도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죠. 바니타스화는 메멘토 모리의 주제가 담김 그림입니다. 정물화를 통해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늘 기억하고 볼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탐욕으로 누군가를 인간 이하로 취급하기도 하고, 전 재산을 튤립 투자에 날리기도 하지만 인간은 나아지기를 포기하지 않는 존재 같습니다. 탐욕을 절제하기 위해 바니타스화를 거실에 걸고, 노예를 해방 시켰으며, 광기의 투자 가운데서도 경제 제도를 발전시켜왔으니까요. 희망을 품기가, 꿈을 꾸기가 힘든 시대라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봅니다. 정물화 속 세계사를 통해서요. 정물화를 가족들이 모이는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었던 그 지혜를 되새깁니다. 산불이 휩쓸었지만 벚꽃은 피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을 지키는 힘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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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생각쓰기 - 좋은 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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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소한 문장으로 자신을 쓰는 것.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문체로 자신감 있게, 용기를 갖고 지금 당장 써보자. 다른 것들은 이책을 길잡이 삼아 하나 하나 고쳐 쓰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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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생각쓰기 - 좋은 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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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좋은 일들은 은은한 향기처럼 오고, 나쁜 일들은 휘몰아치는 태풍처럼 덮쳐 옵니다. 태풍 한가운데를 지나는 지금, 몸도 마음도 나 같지가 않아요. 그럼에도 나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 책을 읽습니다. 책이 나를 읽는 것인지, 내가 책을 읽는 것인지 헷갈리지만 글쓰기라는 제목이 저를 붙잡아 현실에 발 딛게 합니다. 어떤 생각을 써야 좋은 글이 될지 막막하지만 해답을 찾는 심정으로 책을 넘겨요.


지은이 윌리엄 진저는 저널리스트이자 편집자, 대학에서 오래 논픽션 글쓰기를 가르쳤던 ‘작가들의 작가’입니다. 1946년 <뉴욕 헤럴드 트리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오랫동안 <라이프>와 <뉴욕타임스> 등에 기고하며 작가로 활동했죠. 1970년대는 모교인 예일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쳤고, 뉴욕 뉴스쿨대학교와 컬럼비아 대학 언론대학원에서 강의했어요. 다양한 주제를 다룬 18권의 책을 저술했으며, 특히 글쓰기에 관한 책이 널리 읽혔죠.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은 좋은 글쓰기의 원칙이라는 주제로 글쓰기의 가장 기초적인 것들이 나옵니다. 나를 발견하는 글쓰기를 통해 간소하고 군더더기를 버릴 수 있는 만큼 버리고 자신만의 문제를 갖고 누구를 위해 쓰는지가 분명한 글쓰기가 좋은 글쓰기라고 해요. 2장에서는 통일성을 지키는 방법과 시작하고 끝내는 방법에 대해 나오고 3장에서는 여러 가지 형식에 대해 나옵니다. 문학과 인터뷰, 여행기, 회고록, 과학과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글, 비즈니스에 관련된 글쓰기, 비평과 유머에 대해 나오죠. 그리고 4장에서는 글쓰기의 자세를 말합니다. 글의 목소리를 듣고 작가의 즐거움과 두려움, 자신감에 대해 말하고 최종 결과물의 횡포에 대해서 말해요. 글쓰기는 결정의 연속이라는 것과 기억을 간직하는 글쓰기에서의 자세를 말합니다. 이후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써야 한다고 말해요. 그리고 마지막 장은 영어 글쓰기를 위한 조언으로 원서에서 영어 글쓰기에 대한 것을 따로 묶어 놓은 장이 이어져요. 단어와 용법, 기타 등등을 통해 영어 글쓰기를 잘하기 위한 비법들이 자신의 쓴 글들을 예로 들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글쓰기 책을 몇 권만 읽어도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고, 간결하게 쓰라는 것이죠. 그러면서 좋은 글을 쓰려고 하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글쓰기를 열망하면서도 자주 좋은 사람이라는 말에 걸려 넘어지는 저는 첫 시작에서부터 버벅거리며 자주 책을 벗어나요. 시선을 억지로 잡아다가 보드라운 종이 질감과 새 책 냄새에 집중하며 책을 넘깁니다.


좋은 글에는 독자를 한 문단에서 다음 문단으로 계속 나아가도록 붙잡는 생생함이 있다. 이것은 자신을 꾸미는 기교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명료하고 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의 문제다. (p30)

간소한 글이 좋은 글이라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간소하다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봐요. 간소하다-간략하고 소박하다고 나오죠. 간단하다고 번역하지 않고 간소하다고 변역한 것에도 의미가 있을 겁니다. 간소하다는 것은 꼭 있어야 할 것들만 있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요. 꼭 필요 없는 것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꼭 필요한 것들만으로 이루어진 문장. 글쓰기 책에서 꼭 비중 있게 다루는 내용이 단문을 쓰라는 것이지요. 지나치게 화려하게 꾸미려 하다간 문장이 힘을 잃고 의미도 희미해져 간소한 문장의 생생함이 떨어지게 됩니다.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하는데, 그 무엇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글이 되죠.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도 말처럼 단문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아요. 하나의 문장에 하나의 주어와 서술어만 쓰려고 하지만 쓰다 보면 자꾸만 길어지고, 길을 잃게 됩니다. 특히 저는 이런 제 자신의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해요. 뭔가 화려하게 꾸민 문장이 간단한 문장보다 글을 더 잘 쓰게 보인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릅니다. 영어나 우리말이나 글쓰기에서 간소한 글이 좋은 글입니다. 여기까지 쓰고 다시 돌아가 보니 긴 문장이 너무 많아요. 갈 길이 멉니다.


글쓰기는 인격과 관계가 있다. 여러분의 가치가 건전하면 글도 건전할 것이다. 글은 언제나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다. 먼저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지, 그것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알자. 그리고 인간미와 정직함으로 글을 완성하자. 그러면 팔 수 있는 것이 생길 것이다. (P304)

결국은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온 느낌입니다. 자신만의 문체를 가질 것과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감을 갖고 쓸 것을 이야기한 작가는 글쓰기의 자세에서 말해요. 글쓰기는 인격과 관련이 있고, 자신의 건전한 가치관이 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요. 책 쓰기를 최근 2년 가까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계속 생각만 하고 있는 이유는 내 안에서 나올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 때문이죠. 자신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얼마나 공개하고 써야 하는지도 아직은 감이 오지 않아요. 생각만 할 뿐 글을 쓰지 않으니 늘지도 않고, 변명만 늘어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감을 갖고, 누구랑 비교하지 말고 쓰라는 말이 위로도 격려도 되지만 오리려 두려움을 키우기도 해요. 평가에 민감하고 타인의 시선과 말에 크게 휘청이는 지금의 상태로는 글쓰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배짱을 부려봐야 시도라고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이 정도면 건전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라고 생각하면서 뭐라도 써봐야겠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꾸준하게 오래도록 연습하면 분명 나아지는 것이 글씨기라고 했으니, 앉기 싫어도 오늘부터는 노트북 앞에 앉아야겠어요. 정말 뭐라도 써보기 위해서요. 조금 더 나은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고 성숙하기 위해서요.


이 책을 읽고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신만의 글을 자신감 있게 쓰라는 말입니다. 자신을 발견하고 그 자신을 간소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그 속에서 자신만의 문체도 나오고, 팔리는 글쓰기도 될 수가 있다고 하죠. 미국에는 작가로 인정받으려면 책이 잘 팔려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상을 받는 것이 중요한데, 미국은 경제적인 것으로 작가를 인정한다고 해요. 글쓰기를 가르치는 작가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고 합니다. 팔리는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죠. 그때마다 작가는 말한다고 합니다. 팔리는 글을 쓰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이야기를 간소하게 쓰라고요. 글쓰기도 일정 부분 연마되는 것이니 꾸준하게 계속 쓰고, 고쳐 쓰는 것을 힘들어하거나 귀찮아하지 말라고 조언하죠.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도 단 한 번에 글을 완성할 수는 없다고요. 고쳐 쓸 때는 자신이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고 거슬리는 부분을 고쳐 쓰라고 합니다. 고쳐 쓰는 일도, 자주 글을 쓰지도 않으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 하는 저를 발견해요. 노력은 하기 싫고, 못 쓴 글을 보이고 싶지도 않으니 글을 쓰지 않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는 저를요. 살아낸다는 일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고,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지금 여기 고상하게 책을 읽는다는 허울 좋은 이유 말고, 내 안의 깊은 곳 까지 가닿을 용기와 선택이 필요합니다. 분명 글쓰기 책을 읽었는데, 지금 현재의 나를 발견합니다. 간소하게 뭐라도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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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말 공부 - 사람과 삶, 마음을 잇는 어휘의 힘
이오덕김수업교육연구소 지음 / 상상정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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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이 들판의 풀꽃처럼 반짝이는 책이다. 하나 하나 자세히 보아야 아름다운 풀꽃처럼 관심과 사랑의 시선으로 보면 이처럼 아름다울 수가 없다. 우리말을 사랑하고 지켜서 아름다운 어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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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말 공부 - 사람과 삶, 마음을 잇는 어휘의 힘
이오덕김수업교육연구소 지음 / 상상정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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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리하게 벼린 칼날 같은 마음이 수시로 상처를 받습니다. 예민하기 때문에 모를 수 없고, 모를 수 없어서 상처받아요. 그런 마음을 단단히 하고 싶은 마음에 펼친 책이죠.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진정한 어른이 되고 싶어 말을 공부하는 심정으로요. 어른이 된다는 건 살수록 어렵고, 배워야 할 것도 많습니다. 단순히 나이만 먹는 어른이 아니라 진정한 어른이 되고 싶어 말을 공부해요. 이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저자는 권재우, 김강수, 박길훈, 윤승용, 이정수, 조배식입니다. 이오덕김수업교육연구소에서 다수의 저자와 함께 만든 책이죠. 이오덕김수업교육연구소는 우리말과 살을 가꾸려 했던 이오덕. 김수업 선생님 뜻을 이어가고자 학교 현장에서 실천하는 모임입니다. 아이들 삶을 가꾸고 북돋는 교육, 말과 글과 삶이 함께 이어지는 교육을 위해 애쓰고 있어요. 지은 책으로는 <온작품읽기- 우리 교실 책 읽기의 시작>, <온작품읽기와 온배움씨>, <교사, 읽고 쓰다>가 있고, 엮은 책으로는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가 있습니다. 책은 일상적인 말의 말밑(어원)을 찾아가며 쓰임새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죠. 많이 들었고, 익히 쓰고 있던 말이 전혀 다른 뜻이라는 것도 보여주고, 잘못된 쓰임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자연과 상황에 따른 말들, 사물을 떠나 사람에게까지 적용되는 흐름까지 짚고 있어요. 친절한 설명을 듣는 듯한 아름다운 우리말 속으로 떠나 봐요.


아름답다는 ‘알밤’과 ‘답다’가 나란히 이어진 말입니다. 우리 겨레 사람들은 알록달록 겉으로 드러난 빛깔이나 크고 우람하다 떠벌리는 것을 아름답다고 하지 않았지요. 티 없이 새하얀 빛깔, 시원하고 달달하며 고소한 맛, 무엇보다 깊숙이 숨어 있어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알밤이야말로 아름다움의 참 모습으로 여겼습니다. 우리 겨레가 만든 말 중에 가장 아름다운 말인지도 모릅니다. (p47)

아름답다는 말을 품고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아름다울 것 없는 시간과 상황들 속에서 아름다움을 갈망했었죠. 가진 것이 없어서, 혹은 보이는 것이 없어서 더 아름다움이라는 것에 집착했는지도 몰라요. 그러다가 우연히 책에서 읽었던 아름답다의 말밑이 마음에 새겨졌어요. 아름답다는 것은 앓은 다음이라고요. 이 책을 읽으니 그 말밑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느 작가의 문학적인 표현을 사실이라고 믿고 있었을 수도 있고요. 크게 보면 알밤과 답다가 나란히 이어진 말이라는 설명과 앓은 다음이라는 말이 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둘 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이니까요.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움은 어떻게 빛을 발할까요? 사람의 태도에 담기는 것 같습니다. 어떤 상황이나 여건이 아니고, 그 사람의 조건이 아니라 그 사람의 태도에 아름다움이 담기는 것 같아요. 아주 바쁘고 분주한 출근 시간 지하철에서 누군가의 어깨를 치고 그냥 갈 수도 있고, 그렇지만 미안하다고 말할 수도 있죠. 복잡하고 마음 아픈 일이 마음을 온통 채우고 있어도 누군가를 향해 웃어 줄 수 있는 태도 말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알밤 다운 아름다움을 갈망하고 있지만, 조급하지는 않아요. 대부분 드러나지도 않고, 알아차리는 사람도 거의 없지만, 나는 내 태도에 아름다움을 담을 겁니다. 때로는 지치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 알밤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면서요.


덜 여문 것을 말리다 보면 오그라들기 쉽습니다. ‘오그랑쪽박’입니다. 부엌에 두고 쓰지만 거기서도 천대받습니다. 사람 형편도 그럴 때가 있지요. 오그랑쪽박 신세라며 절망합니다. 오그라들어도 바가지는 바가지입니다. 언젠가 쓰임을 생각하며 끈을 놓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p119)

전시된 찰나의 행복 같아서 sns는 하지 않습니다. 과정의 힘겨움과 지난한 노력들이 모두 삭제되고 오로지 찬란한 결과만 남아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거든요. 그 반짝임을 보면서 나는 왜 안될까 자책하게 되고 마음이 심란해집니다. 이런 것들이 없어도 충분히 오그랑쪽박 같은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왜 자기 자신을 괴롭히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 같을까요? 그 사람은 그 사람, 나는 나인데 예외나 다름을 줄여 성공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실패자가 되거나 오그랑쪽박신세가 되는 거죠. 오그랑쪽박신세여도 바가지는 바가지라고 합니다. 덜 여문 것을 말리면 오그라들고 오그라든 바가지 중에서도 작은 바가지여서 오그랑쪽박이죠. 너무 빨리 무언가를 이루려는 조급함을 다스려야 합니다.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비교를 통해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해야 하는 거죠. 말은 쉽지만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가끔은 포기하고 싶고, 편법을 쓰거나 반짝하고 빛나고 싶은 유혹도 많아요. 그렇지만 오그랑쪽박이 되지 않으려면 충분히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오그라들지 않습니다. 지금 현실에서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한 번 더 깊이 생각해 봐야겠어요. 오그라졌어도 바가지는 바가지이듯이 나는 나의 쓰임이 있을 겁니다. 그 쓰임이 어떤 것인지, 나의 본질이 무엇인지 오그랑쪽박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바람이 불어보는 방향에 따라 이름이 다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밑말을 알게 되고, 밑금이 사라진 자리에 밑줄이 자리 잡은 이유를 배워요. 시간을 나타내는 말 ‘제’를 만나고, 이제는 거의 사라진 올제(미래)도 새롭게 만납니다. 생선을 뜻하는 ~치, 맛이나 모양이 떨어지는 것에 붙이던 ‘개’, 곤충의 움직임을 보고 이름을 지었던 메뚜기, 방아깨비, 나비도 만나요. 이런 뜻이 있었구나 하고 깨닫고 이렇게 써봐야지 생각도 했죠. 당연히 한자 말일 거라고 생각했던 말이 순우리말인 경우도 있고, 우리말이라고 생각했던 말이 한자 인 경우도 있었어요. 책에서 특히 좋았던 것은 그 말의 쓰임을 예를 들어 설명해 놓았다는 것입니다. 이러이러한 경우로 쓸 수 있다고 설명을 해놔서 단순히 말을 알리려는 것이 아니라 말을 살리는 책 같아요. 말에도 생명이 있어서 사람들이 쓰지 않는 많은 죽습니다. 죽은 말들 중에는 사람과 삶, 마음을 잇는 어휘들도 많고요. 당연한 듯이 영어를 섞어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을 좀 더 써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알아야 하고요. 한 권의 책이 당장 무엇을 바꿀 수 없을지는 몰라도 읽은 한 사람은 변화 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 이 책을 읽은 나부터 우리말을 조금 더 쓰고 정확한 의미를 사용한다면 최소한 나를 아는 사람들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겉으로 드러난 알록달록한 화려함이나 크고 우람하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숨겨져 있어서 발견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 드러나지 않을까요? 어른의 말에 의해서. 봄바람 같은 말씨에서 신바람 나는 삶이 펼쳐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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