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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 경성 - 식민지 경성은 얼마나 음악적이었나
조윤영 지음 / 소명출판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산골에서 자란 제가 피아노를 처음 본 것은 중학생 음악 시간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풍금으로 음악수업을 받았기 때문이죠. 생경한 피아노 소리에 맞춰 잘 나오지 않던 목소리로 실기시험을 봤던 장면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음악은 늘 제게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멀게 느껴졌고요. 그런 음악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책입니다. 오랜 서먹함을 날려줄 책이 될까요?
저자 조윤영은 연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공부하였고, 박사 논문으로 우수 학위논문상을 받았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한국 근대음악사입니다. 대학에서 강의하며, 계속해서 우리 음악문화의 비어 있는 틈을 메우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죠. 주요 연구서로는 <서양의 소리, 경성의 공간을 침투하다-호텔과 백화점에서의 서양음악과 그 영향>, <식민지 조선 여성 음악가에 대한 인식적 고착화-결혼제도에 따른 여성과 음악의 한계>, <식민지 조선에서 베토벤 수용-음악 활동에 관한 사회문화적 접근>등이 있습니다.
저자의 박사논문에 큰 틀을 두고 수정 보완 한 책입니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음악회가 활발하게 나타나는 1920년을 기점으로 1935년 말까지의 경성의 음악에 대해 싣고 있어요. 음악회의 시작과 장소, 조선인 거주지와 재일본인 거주지인 혼마치와의 차이점이 연도별로, 장소별로 음악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자료와 수치를 첨부하여 사실성을 높이고 있어요. 근대 도시인 경성의 이중성이 1장에 2장은 서양식 음악회에 대해서, 3장은 이중 도시 경성의 음악회 특징과 음악적 경성의 면모가 4장은 도시와 음악 문화에 대해 실려있습니다. 사진과 삽화 등도 실려 있어 흥미를 더해주고 있죠. 친하게 지내려고 고른 음악 이야기가 나오는 책인데, 박사 논문을 바탕으로 두었다니, 저 이 책 읽기 괜찮을까요?
일본이 추구한 경성의 근대화는 궁극적으로 조선인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일본인은 문명이고 조선인은 야만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리로 일제는 조선을 차지하고 조선인을 억압했다. (p24)
일본은 식민지 조선의 수도인 경성을 근대화 시키는 것에 자신들의 속내를 숨기고 조선인들을 교모하게 억압합니다. 자신들이 즐기는 음악회나 음악들이 수준이 높다는 이미지를 만들고, 조선의 창가나 관람 문화가 후진국이라고 치부하죠. 식민지의 팍팍한 현실을 음악으로 잊어 보려 했던 순수한 조선인들을 일본은 억압하고 이용했어요. 일본의 바람에 따라 경성은 급격하게 근대화되고 있었지만, 일본인들이 거주하는 곳인 혼마치와 조선인들 거주 구역인 종로는 큰 차이를 보이죠. 일본은 일부러 혼마치를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꾸며 조선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게 만들어요. 보이는 건물과 문화를 통해서 우리 민족은 지배를 받아야만 마땅하다는 인식을 만들어 우리의 자존감을 낮추고 억압했습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도 우리 조상들은 음악을 즐기고 음악을 배우며 그 시절을 견뎠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바이올린과 라켓, <러브>라는 책을 들고 여학교 앞을 걸어가는 중등학생의 그림은 당신의 유행하는 학생상을 보여준다. (p39)
근대 문물의 영향과 서양 음악의 전파로 인해 조선이들 사이에 바이올린과 테니스 라켓을 들고 다니는 남학생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학생들의 유행하는 모습은 있는 모양이에요. 그때에는 바이올린과 테니스 라켓을 들고 <러브>라는 잡지까지 들고 있으면 최고 인기 있던 남학생이었던 모양입니다. 지금은 허세 부린다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겠지만요. 혼자 웃다가 요즘 학생들은 어떤 모습인가를 생각해 봐요. 초등학생도, 중고등학생도, 젊은 청년도, 나이 든 중년들도 모두 스마트폰을 봅니다. 걸어가면서도 앉아서도 대화 소리 대신에 스마트폰을 보고 말소리가 없어요. 이렇게 가다간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줄이는 것보다 서서히 문제의식을 갖고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죠. 생각 없이, 비판 없이 좋아 보인다고 흡수하다가 보면 삽화에 나오는 학생처럼 웃긴 모양이 될지 모릅니다. 보이는 것에 너무 신경 쓰다 보면 말이죠.
책은 어렵습니다. 시대 상황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많고, 일제 강점기라고 해도 경성을 중심으로 음악에 대한 것만 나오니까요. 또한 책이 박사 논문을 큰 틀로 했다고 하니 수치도 많이 나오죠. 자료도 다양하게 많이 나옵니다. 삽화에 그 시대상을 알 수 있는 소설이 예문으로 나오기도 하고, 기사도 나오고, 사진도 많이 나오고요. 음악회 횟수가 장소별로 정리된 표도 나옵니다. 식민지 경성의 이중성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공부하기에는 좋은 책입니다. 박사 논문을 쓰려면 이 정도의 자료조사와 글쓰기를 해야 하는구나 느끼면서 몇 번이나 책을 덮기도 했죠. 그럼에도 읽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예상하고 배려한 듯 각장에 따른 속지의 색깔도 다르고, 다양한 자료들로 인해서 그 시대를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음악이랑 친해지는 것은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천천히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그럼에도 그 시대를 건너게 해준 음악의 힘이랄까? 그 시대에도 유학을 하고 음악 교육에 관심을 가졌던 우리 민족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너무 깔끔한 요즘 노래보다는 지지직거리는 LP 판이 생각나는 것 보니 아주 잘못 읽은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