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버멘쉬 - 누구의 시선도 아닌, 내 의지대로 살겠다는 선언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어나니머스 옮김 / RISE(떠오름)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마음에 고른 책입니다. 언제쯤이면 온전한 나 자신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요. 무료하고 재미없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벚꽃은 어김없이 피고 있는데, 마음은 피어나지 않아요. 마냥 멈춰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아 니체의 쓴소리를 기꺼이 듣습니다. 지금의 시련은 나를 강하게 하는 거라고 믿으면서요.


프리드리히 니체는 기존 철학의 틀을 부수고 새로운 사유의 지평을 연 혁명적 사상가였습니다. 그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차라 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선악의 저편>등 파격적인 저작을 통해 전통적인 도덕과 가치관을 근본부터 뒤흔들었어요. 그의 사상은 철학뿐만 아니라 문학, 예술, 심리학, 정치사상에 이르기까지 현대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죠.

옮긴이는 니체의 사상에 독자가 온전히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책은 1부는 고독과 시련을 마주하는 태도를 다뤄요. 2부는 인간관계와 감정에 대해 다루고 3장은 개인과 타인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확장해 보자는 제안을 담았습니다. 대부분 명령형의 제목 아래 니체의 사상을 옮긴이의 간소한 문체로 펼쳐져요. 113개의 시선과 방법, 생각 중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대로, 니체가 말하는 대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을 넘깁니다.


그러니 바로 지금, 당신만의 길을 만들어라. 현실의 한계에 갇히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전진해라. 완벽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반드시 움직여야 한다. 두려운가? 오히려 잘된 일이다. 두려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러니 도망치지 말고 맞서라. (p24)

구직 활동을 하는 기간이 길어지자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우울감이 찾아왔어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살고, 일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정말 내가 가진 것들은 쓸모가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몸도 마음처럼 무거워지고, 시간은 길게 늘어나 흐르는 것 같지 않은데, 날짜는 순식간에 지나요.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힘들고 재미있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읽어야만 하는 책들과 해야만 하는 일들을 겨우 해치우곤 다시 돌아와 그 자리에 멈춥니다. 이제 그만해야지 하는 생각은 있는데, 몸은 움직이지 않는 시간을 보내던 중 니체의 회초리는 따갑네요. 바로 지금, 나를 받아들이면서 전진하라고 하니까요. 아무것도 잘 난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나를 받아들이면서 앞으로 나아가라니요. 몇 줄의 문장, 몇 개의 단어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래되어서 편안하고 힘들 것도 없는 습관들을 버려야 해요. 꿀처럼 달콤한 아침잠도 버려야 하죠. 밤늦게까지 희미하게 웃으며 보던 웹툰도 끊어야 합니다. 습관처럼 매일 들어가던 인터넷 기사, 쇼츠도 버려야 하죠. 버릴 것들이 너무 많아서 또 시작이 힘듭니다. 니체의 말을 따갑게 받으면서 하나씩 버려보기로 합니다. 우선은 잃어버린 오전 시간부터 되찾기로 합니다. 그럼 일찍 자야 하고요. 얼마나 이어질지 자신 없지만, 일단 멈추지 않고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에 의미를 둡니다.


감사는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고마움을 표현한다는 건 누군가가 내 삶을 일으켜 세우는 데 도움을 줬다는 걸 겸손히 받아들이는 일이다. (p122)

늘 약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에게도 자랑스러운 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함으로 약자였고, 딸들에게도 더 잘해 주지 못해서 약자입니다. 남편에게는 모든 면에서 약자죠. 그래서 늘 강자라는 말과 강해진다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미안하다고 말하면 약자가 되거나 잘못이 없어도 잘못이 있는 사람이 되는 사회입니다. 감사하다는 말은 왜 점점 사라져 갈까요?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감사하다고 말하면 약해 보이고, 없어서 도움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죠. 하지만 니체는 말합니다. 감사가 우리를 강하게 한다고요. 강한 사람은 받은 도움을 거기서 끝내지 않고 감사함을 표현하며 관계를 이어나간다고 하죠. 생각을 해보면 그렇습니다. 당연한 도움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감사를 표현하는 사람들은 강한 사람들이죠. 버스를 타고 내릴 때, 마트에서 계산을 하고 나올 때, 카페에서 커피를 받아서 나올 때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감사도 훈련이죠. 하지 않던 일을 갑자기 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강한 사람이 되고 싶은 저는 니체의 말에 힘을 얻어 오늘부터 감사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어요. 감사하는 사람이 강자라고 하니까요. 앗! 이런! 니체는 자신만의 생각과 길을 강조했는데, 그냥 따라가도 되겠지요?


책은 지금 읽어도 거슬리는 쓴소리들이 있습니다. 쓴소리들은 거부감을 일으키고,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이 쉽겠냐는 반발이 생기기도 했죠. 특히 사람과의 관계와 감정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읽는 것도 힘들 정도로 반발심이 생겼어요. 몰라서 안 하나 힘들어서 못하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고, 글자들이 풀어져 한자 한자 떠다니는 것 같았죠.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어 책 표지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위버멘쉬! 자신을 뛰어넘는 것이 그렇게 쉬웠으면 우리는 모두 영웅이 되었겠죠? 어느 날 갑자기 위버멘쉬의 삶을 사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하루 멈추지 않고 계속 전전해 나가다 보면 가능해지는 거지요. 그래서 침대를 한 몸처럼 지냈던 겨울과 이별을 고합니다. 지난 12월 이후에 차올랐던 분노도 분노만으로 남겨두지 않기 위해 차분히 살펴봐요. 분노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도 나아지지도 않습니다. 부디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힘들지만 더 나은 쪽으로 전전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켜요. 일상을 지키는 힘으로 감사하는 강자가 되어봅시다. 니체가 도움을 줄 거라고 믿으면서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