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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손길 ㅣ 페르세포네 × 하데스 1
스칼릿 세인트클레어 지음, 최현지 옮김 / 해냄 / 2022년 9월
평점 :
'그리스 신화' 속 다양한 이야기는 여러 창작물들의 흥미로운 소재이다.
다채롭고 개성있는 인물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 재미를 더해준다.
많은 신화 중 죽음의 신 '하데스'와 봄의 여신 '페르세포네'에 대한 신화는 다소 비극적이다.
그 비극신화를 또 다른 시각으로 각색한《어둠의 손길》은 기존 신화의 기억에 새로운 요소를 더해준다.
페르세포네는 햇빛 아래 앉아 있었다.
커피하우스의 야외 테이블 자리였는데 거리는 여는 때와 다름없이 길을 걷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p.9)
소설 속 신과 인간은 함께 공존하여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여신인 페르세포네는 여신이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언론사에서 인턴십을 과정을 거치며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어느날 친구와 함께 찾은 클럽에서 죽음의 신 하데스와 조건을 건 게임을 하게 되고 페르세포네는 진 댓가로 그의 지하 세계에 생명을 창조해내야만 한다. 신으로서 가진 힘과 능력이 없던 그녀는 이 일로 스스로 자기 자신을 자각하게 되며 여신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내가 잘하는 뭔가를 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어 진거야.
(p.402)
모험 없는 삶, 사랑 없는 삶, 열정 없는 삶을.
그렇게 살 수는 없다.
(p.434)
소설 속 페르세포네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과잉 보호 하는 어머니로부터 벗어나 자립하길 원하며 자신의 일과 선택을 포함한 모든 부분에 있어 자주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은 인물과의 갈등과 대립 속에서도 강하게 부각된다.
"......다른 신들이 아닌 그분을 섬길 수 있어 저는 행복합니다. 그분은 다른 신들과는 다르시거든요."
(p.83)
"항상 그렇게 관대하지는 못하셨다는 후회입니다."
(p.340)
저자는 '죽음의 신' 하데스를 차갑고 냉혈한 두려움의 대상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신으로서의 강한 면모를 보여주면서도 지하 세계를 따뜻하고 아름답게 '생명'으로 가득 채워넣은 인물로 이야기한다.
더불어 진정한 사랑을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어수룩한 신으로 페르세포네의 말에 고민하고 때로는 상처를 받으며 괴로워하는 모습으로 색다른 하데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가 손가락을 다시 한번 튕기자 민테의 몸은 점점 줄어들더니 한 떨기 민트로 변했다.
(p.428)
이 소설은 실제 그리스 신화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꽃밭을 거닐다 하데스에게 납치되어 하계로 끌려간 페르세포네와 멘테를 민트라는 풀로 만들어 버리는 요소들을 그대로 담아내어 소설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어둠의 손길》은 기존 고대 그리스 신화를 완벽하게 현대화 한 작품으로 또 다른 새로움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