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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사일러스
조셉 셰리던 르 파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2년 7월
평점 :
엉클 사일러스
세리던르파누(지음)ㅣ장용준(옮김)ㅣ고딕서가(펴냄)
《엉클 사일러스》는 가부장제와 여러 압박, 박해 속에서도 꽃 피워낸 인물들을 다채롭게 그려낸 소설이다.
저자 조셉 셰리던 르 파누는 빅토리아 시기 고딕, 미스터리, 호러, 초자연적 이야기의 대가이다.
그의 작품은 비평가들로부터 생생한 인물 구현, 대가다운 내러티브 기법 구사, 디테일이 살아있는 무대, 공포를 자아내는 불길한 전조의 전개 등으로 칭송받는다.
그는 쇼크 호러보다는 톤과 효과를 전문으로 하였으며 중요한 세부 사항들을 설명하지 않고 미스터리하게 남기는 것을 좋아했다.
그의 주요 작품들 대부분에서 초자연적 요소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지만 자연적의 설명도 가능하다. 특히 고딕의 초자연적인 판타지에서 벗어나 인물의 내면에 천착해 미묘한 심리 변화를 묘사하고 그에 상응하는 고딕적 배경을 세밀하고 빈틈없이 그림으로써 공포와 서스펜스를 극대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것이 바로 그가 최초의 심리 스릴러 작가로 평가받는 이유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과묵한 아버지와 함께 적막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모드에게 기이하고 수상한 가정교사 마담 드 라 루지에르가 찾아온다. 하지만 그 불행은 시작에 불과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아버지마저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모드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단 한번도 만난적 없는, 소문만 무성한 삼촌의 저택으로 떠나게 된다. 그렇게 도착한 그 곳에서 어린 모드는 지옥같은 공포의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나는 이제까지 내가 얼마나 우유부단한 성격인지 몰랐다.
(p.317)
저자는 어린 모드가 여러 상황들을 겪으며 변화된 성격과 태도에 집중한다.
과묵하고 때론 엄격한 아버지의 보호 아래 모드는 순종적인 모습만을 보여준다.
이는 그 시대에 갖춰야할 여성상을 의미함과 동시에 편향된 사고에 갇혀있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계속 되는 위험에도 그저 어찌할 줄을 몰라하던 그녀는 점점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에게 처음으로 큰 공포와 두려움을 심어준 가정교사에게 어릴적 그 바보가 아님을, 더 이상 겁먹지 않고 자신을 파괴하게 놔두지 않을 거라며 거세게 맞선다.
더 나아가 그녀는 또 다른 인물들에게 책임감 있는 면모를 보여주어 자주적인 인물로서의 변화를 그려낸다.
"가여운 새! 밀리야, 저 새 나가고 싶은 거 같아. 이 새 서식지가 이 고장이라면, 창문을 열고 잔인한 새장의 문을 열어 저 가여운 새를 날려 보내지 않을래?"
(p.600)
그러나 바트램-호프는 내게 눈물의 계곡이 될 운명인 것 같았다. 아니 죽음의 계곡이라고 할까. 가여운 기독교도가 홀로 어둠 속을 걸어 나아가야 하는 슬픈 순례길.
(p.609)
인물이 처한 상황과 앞으로의 일을 묘사, 암시하는 복선으로 독자의 이목을 끈다.
실제로 모드가 처한 상황은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는 감옥과도 같았으며, 후에 벼랑 끝 죽음에 다다른 모습으로 그려낸다.
이 외에도 동화 속 이야기에 인물들을 빗대어 표현한 점과 이미지가 연상되는 듯한 세세한 서술은 소설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현대적 심리 스릴러' , '센세이션 소설이자 고딕 소설' 등 기존과 다른 다양하고 새로운 요소들이 돋보이는 소설이다.